동천(冬天) – 166화
일행들을 이끌고 구장로에게 도착했을 때 구장로는 의외의 상황에 당황해하는 것 같았다. 그는 도연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이냐?”
그가 물었건만 대답을 한 건 도연이 아니라 동천이었다.
“우리들은 며칠 전 이 할아범의 집에서 잠시 쉬고 난 후, 길을 떠났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자꾸만 이상한 곳으로 들어가더라고요. 그래서 헤매고 다니다가 안 되겠다 싶어 다시 돌아왔던 건데 하늘님의 도우심 탓인지 그때 악붕 교관을 만난 거예요.”
사실이냐고 도연에게 물어보려 했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이 소전주의 이야기를 못 믿는다는 얘기가 되므로 구장로는 근질거리는 입을 다물어야 했다. 대신 그는 도연에게 다른 질문을 건넸다.
“이 늙은이들은 왜 쫓아온 거냐?”
도연의 시선이 부인을 업고 있는 감송 부부에게 잠깐 동안 향했다가 구장로를 찾아갔다.
“이들은 주군의 하인으로 들어오고 싶다고 간청을 해서 데려온 이들입니다.”
“무어라?”
구장로는 고개를 돌려 못마땅한 눈으로 동천을 바라봤다.
‘에이 씨. 저 흰 눈 새끼. 도대체 뭐가 불만이야?’
생각 같아서는 자신도 마주 꼬라보며 “어쩔 겨?”라고 튕겨보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쩔 수 없었다.
“헤헤, 사실은 이들이 요리를 너무도 기가 막히게 하길래 제가 특별히 하인들로 거두어들인 겁니다. 이들이 특히 잘하는 요리가 바로 그 덜 익은… 헤헤헤!”
뭔가를 알아차린 구장로는 입맛을 다시며 히죽 웃었다.
“흐흐흐. 그러니까 그 고기를 잘 만든다는 말인가?”
“예예. 바로 그겁니다.”
만족을 한 구장로는 더 이상 가타부타 따지려 들지 않았다. 지금 그들이 나눈 대화는 오직 그들 둘만이 알고 있는 사항이었기에 다른 이들은 무척이나 궁금했지만 감히 물어보는 사람이 없었다. 구장로는 군침을 삼키며 감송 부부를 훑어보다 입을 열었다.
“가자.”
그 후, 정확히 사흘 후 동천은 도연. 그리고 감송 부부와 함께 마침내 꿈에도 그리던 약왕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밖에서 보초를 서던 연호와 하련은 동천이 감격에 겨운 얼굴로 달려오는 것을 보고 얼굴을 구겼지만 재빨리 원위치시키고 동천이 거진 다가왔을 때 무릎을 꿇으며 동천에게 인사를 올렸다.
“아이구! 소전주님! 왜 이제야 오십니까요!”
“소전주님! 그동안 어디에 계셨다 이제야 오십니까! 저희는 그새 어떻게 되신 줄 아시고 가슴을 다 졸였습니다!”
동천은 눈앞의 것들이 평소에 안 하던 짓을 해대서 심히 의심스러웠지만 그동안 자신이 잘해준(?) 것도 있고 해서 그 의심을 풀었다.
“오오, 너희들의 충심이 나의 심금을 울리누나! 그래, 사부님은 돌아오셨고?”
연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전주님은 아직이시지만 대신 둘째 공자님께서 돌아오셨습니다.”
“둘째라면…”
동천은 얼른 이해가 가질 않았는지 말끝을 흐렸다. 그것을 눈치챈 하련은 이 기회에 점수를 따보려고 나섰다.
“소전주님의 둘째 사형님이 오셨다는 소리입니다.”
그제야 알았는지 동천은 손뼉을 쳤다. 그리고 동천은 손을 움직인 김에 하련의 싸대기를 후려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나도 알아 짜식아! 문지기 주제에 어디서 나서?”
벌렁 나자빠진 하련은 눈부신 속도로 일어나 엎드려 굽실거렸다.
“죄송합니다요. 소전주님. 제가 미천해서 그렇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뒤에 감송 부부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동천은 이만 봐주기로 했다.
“좋아. 내 특별히 용서를 해주지.”
“감사합니다. 소전주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련의 굽실거림을 뒤로하고 동천은 암한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마차였지만 동천은 도연의 뒤를 따라가느라 미처 거기까지 생각을 못했다. 암한문 앞에는 주인님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마중을 나온 소연과 화사하게 웃고 있는 화정이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녀들 뒤에는 죽고 싶지 않아서 마지못해 따라나온 하인 하녀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주인님! 흑흑!”
눈물을 글썽이며 달려온 소연은 잠시 주춤하다가 이내 동천을 껴안았다. 아직은 그녀가 조금 더 크기 때문에 안겼다기보다는 안았다가 더 적당한 표현이었다. 향긋한 난초 향기가 동천의 코를 간지럽게 했다. 동천은 그녀의 의외의 행동에 당황했지만 자신도 소연을 봐서 기뻤기 때문에 군말 없이 마주 끌어안았다. 그러나 잠시 후 동천은 만일을 대비해 얼른 소연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야, 그만 울어. 내가 어떻게라도 됐냐?”
너무나도 기뻐서 동천과 같은 생각을 못했던 그녀는 쉽사리 눈물을 그칠 줄 몰랐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흑흑. 그동안 왜 소식이 없었어요.”
의외로 여자가 우는 것에 약했던 동천은 화를 내기보다 소연을 달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럴 일이 있었어. 그건 나중에 밥 먹을 때 설명을 해줄 테니 인사나 해. 앞으로 오랫동안 나하고 있을 부부야. 이 할아범의 이름은…”
“송 노인이라 불러라. 그리고 나의 내자는 그냥 송 부인이라 불러주고.”
소연은 울음을 그치고 동천의 표정을 살피다가 감송 부부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할아버님. 할머님.”
“허허, 그래. 반갑구나.”
“반가워요.”
감송이라는 본명이 나오면 위험할 수 있기에 그는 동천의 말을 자르고 일부러 가명을 썼다. 감송은 전음으로 부득이하게 자신이 말을 끊어야만 했던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듣고 보니 그렇다고 생각한 동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동천의 몸을 뒤덮는 그림자가 있었다. 화정이었다.
“야아! 화정아. 이 주인님이 없는 동안 잘 지냈어?”
화정이는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착하다고 그녀의 엉덩이를 두들겨주던 동천은 곧이어 이럴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소연아! 둘째 사형께서 나를 찾았다고?”
“어? 어디서 들으셨어요?”
“네가 거기까지 알 건 없고 사람 시켜서 사형보고 내일 좀 만나 뵙자고 전해. 그리고 할배와 할멈은 나를 따라와. 내가 지낼 곳을 정해줄게. 야! 비켜!”
마중을 나온 하인들을 물리치고 자신이 거처하는 곳으로 들어간 동천은 주욱 늘어선 방들 중 하나를 선택하라 말했다.
“어디로 할 거야.”
감송은 둘러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허허, 저희들은 소문주님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필하고 싶습니다.”
그건 감송만의 생각이었다. 그들과 가까이 있고 싶지 않았던 동천은 얼른 둘러댔다.
“아니야. 할배 부부가 나하고 너무 가깝게 있으면 남들이 의심을 할 거야. 안 그래? 고작 요리사로 쓰려고 데려온 거잖아. 그러니까 되도록 나하고 떨어진 곳으로 방을 잡아봐.”
둘러댄 소리였지만 그 말도 일리가 있었는지 감송 부부는 동천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고견이십니다. 그럼, 저희 부부는 제일 끝 방을 쓰기로 하겠습니다.”
“좋아, 좋아! 거기로 결정됐어!”
그들 부부가 멀리서 방을 잡아 기분이 좋아진 동천은 소연에게 말했다.
“밥 가져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