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冬天) – 2화
“휘이익-!”
누군지 몰라도 굉장한 빠르기로 움직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다부진 몸매에 우락 부락! 하게 생긴 청의 장한 이었다.
그 사람은 일정한 길(路)로 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찾고 있는듯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날카롭게 생긴 눈으로 모든 사물(事物)들을 주의 깊게 쳐다 보다가 찰나간 눈을 번쩍 뜨더니 신형(身形)을 멈추었다.
“흐-음―!”
땅에 내려선 그는 바닥에 무릅을 굽히고 흙(土)을 집어 손가락으로 비비더니 나직히 중얼 거렸다.
“반각(7분) 차이라… 곧 따라 잡겠군.”
“확실 한가?”
뒤에서 갑자기 스산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그는 잠깐 흠ᄍ 했지만 곧 마음을 가다듬었다.
“만약 틀리다면 청부금을 받지 않겠소.”
그러자 뒤에서 더욱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럴로는 부족하다..”
그걸로도 부족 하다는 말에 청의 장한은 땅에 묻어있는 피를 계속 만지작 거리면서 뭐가 더 부족하냐는 식으로 물어 보았다.
“그럼..?”
청의 장한의 말이 끝나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뒤에서 대답을 했다.
“죽는다!”
그제서야 그는 뒤돌아 보았다. 뒤에는 다섯명이 서있었는데 검은 피풍의를 입고 모두들 싸늘한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그중 맨앞에 서있는 자가 이들중에 우두머리 인 것 같았다.
“주르륵—!”
등을 타고 식은 땀이 흘러 내렸다. 옛날에 사부에게 실수를하고 맞기 전에도 등골이 오싹했을뿐 식은땀까지는 흘리지는 않았었는데 오늘은 왠지 청부(請負)를 잘못 맏은 것 같은 느낌이들었다.
원래 그는 자신이 있다는 의미로 청부금을 받지 않겠다고 아무런 생각 없이 한 말인데 이들은 실패(失敗)한다면 자신을 죽일것이라고 하니 아무리 자신이 있어도 섬ᄍ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수 없었다.
‘에이..! 개자식들 그냥 눈 한번 따악! 감고 한판 붙어 버려?’
라고 생각을 했지만 그렇게 하다가는 감았던 눈을 다시는 뜰수없을것같은 느낌에 곧 포기해 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맨 앞에있는 저 냉막하게 생긴 사람은 고사하고(사실은 맨 앞의 사람이 손가락 하나라도 움직이면 자신은 그냥 죽을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뒤에있는 사람들 중 하나라도 자신이 감당(堪當)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기선을 제압 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자신있게 대답했다.
“좋소!”
청의 장한의 자신있는 듯한 말에 어느정도 만족을 했는지 맨 앞의 인물은 조금 살기가 가라 않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앞장 서라!”
앞장 서라는 말이 나오자 마자 청의 장한은 놀라운 신법으로 나아갔다.
“스-슷…”
청의 장한이 원래 그렇게 빨리 가지않아도 되지만, 뒤에있는 놈들이 꼴보기 싫어서 일부러 속력(速力)을 냈던 것이었다.
‘제기랄, 그래도 무림(武林)에서 한가닥 하던 내가 이렇게 쫄다니…’
한섬(寒閃).. 이게 그의 이름 이었고, 호는 백리추종(百理追宗)이었다. 원래 거지출신 이었던 그는 그의 사부(師父)에게 우연히..가.. 아니라 우연을 가장한 체로 구걸을 하다가 그의눈에 띄어 제자가 되었다.
사실 그의 외호 에는 사연이 있었다. 그의 나이 29살. 청운(靑雲)의 꿈을 안고 무림에 출도(出度)하기 며칠전 그는 자신의 호를 만들어 사부에게 알렸다가 뒤지게 얻어터졌다.
문제의 외호는 천리추종(千理追宗). 그건 그의 사부가 왕년에 쓰던 호칭 이었기 때문 이었다. 어떻게 제자가 사부의 외호도 알지 못하겠냐고 하겠지만 그의 사부는 원래 말이 없었고(말대신 심심하면 제자를 때렸다.) 그를 제자로 받아 들일 때 그냥 사부라고 부르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억울했지만 하는 수없이 다음날 새로운 호를 가지고 사부에게 찾아갔다가 전날 보다 더 얻어터졌다.
이번의 외호는 만리추종(萬理追宗). 맞은 이유는 자기보다 외호가 더 그럴싸 하다는 것이었다. 그 말에 순간적으로 돌아버린 한섬은 아무 말도 없이 뛰쳐나갔다.
하지만 강호(江湖)생활을 하면서 뛰쳐나온 일이 내내 마음에 걸렸던 한섬이 자기 자신을 위로하는 동시에 사부에게 속죄 하는 뜻으로 만든게 백리추종 이었다.
“헉-헉–!…”
‘이제 끝인가….?’
한 피투성이 노인이 소나무에 기댄체 괴로운 듯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 노인은 전신(全身)이 거의 난자당한 정도의 상처인듯 한데도 살아 있다는 것 이었다.
기이한 것은 그 노인의 눈(目)에서 푸른 마기(魔氣)가 연신 뿜어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이름은 만추(晩秋)…. 그는 암흑마교(暗黑魔敎)의 팔대당주 중 동남당주(東南堂主)라는 어마어마한 신분(身分)의 사나이였다.
그러나 지금은 교(敎)에 ᄍ기는 신세…
“툭..투툭…”
그는 무심한 시선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보았다. 반 이상 갈라진 그곳에는 방금전에 지혈(止血)을 했었지만 어느새 다시 터져서 피가 바닥에 흥건히 젖어 있었다.
“털썩!”
그는 말없이 주저 않았다. 허벅지가 덜덜 떨려오며 찢어지는 고통이 밀려 왔지만 그는 피식! 하고 허탈하게 웃어버렸다. 그리고는 가슴속을 주섬주섬 뒤지더니 작은 물건을 한손으로 꺼냈다.
“인생이 허망하구나…”
그 물건(物件)은 굉장히 얇고 직사각형 으로된 하나의 책(冊)이 었다.
“천마삼해(天魔三海)라는 엄청난 무학이 눈앞에 있는데… 바로 눈앞에.. 바로.. 바로 눈앞에-에—!!.”
그는 마지막에 발악을 하면서 벌떡 일어섰다. 두눈 에서는 더욱 강렬한 마기(魔氣)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바람에 방금 지혈시켜논 허벅지가 완전히 터져 버렸지만 그는 젼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원래 그는 조용히 앉아서 죽으려고 했지만 천마삼해라는 엄청난 보물을 눈앞에 두고 보니 이대로 죽는다는 것은 너무 억울 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자기 자신은 살아날 가망성은 절대(絶對) 없다. 왜냐하면 자신을 쫓고 있는자가 부교주(部敎主)인 수라마영(修羅魔影) 사비혼(死泌魂)과 그의 직속 부하들인 사혼대(四魂大)였기 때문이었다.
“이대로는 죽을 수는없다.. 이대로 죽는다면… 응?”
자신이 죽더라도 그들이 찾을 수 없게 해서 그들을 비웃으며 죽으려고 숨길 곳을 찾던그는 저 멀리서 무언가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작은 체구에 좀 비실비실 거리기는 했지만 그만하면 괜찬을 것 같았다.
그것을 보는 순간 그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래… 어서 오너라.. 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