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冬天) – 21화
“뭐냐?”
역천의 뚱한 질문에 어리 벙벙하게 생긴 사내가 뒷머리를 긁적거리면서 말을했다.
“헤헤! 뭐냐니요?”
그 모습을 보면서 역천은 짜증이 난다는식으로 말을했다.
“왜왔냐고..!”
“헤헤! 그냥요..!”
사내의 말에 역천은 눈을 살짝 감더니 손가락만 까딱! 하면서 말을했다.
“이리와봐!”
동천은 저 사내가 순순히 올줄 알았는데 의외(意外)로 주춤 거리며 오기를 꺼려하자 아마도 이런일을 많이 격어 봤나보다 했다. 사실 누가 보더래도 지금의 상황은 왔다가는 한 대 맞을 것 같은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안가면.. 안될까요?”
사내의 겁먹은듯한 말에 역천의 이마에는 기어코 깊은 주름이 생기고야 말았다(참고로 주름살 옆에 핏대도 서 있었다.).
“너.. 한대맞고 올래. 아니면.. 맞고와서 또맞을래?”
동천은 사부의 말을듣고 속으로 나같으면 안맞고 오고, 와서도 안맞겠다고 말을 하겠다고 생각 했지만 눈앞의 사내는 그런 말도 못하는 것 같았다.
“그냥 제 스스로 때리고 오면 안되나요?”
그 말에 역천은 귀찮다는 듯이 니 맘대로 하라는 식으로 말을했다.
“그래.. 니 마음대로 해라!”
“헤헤헤.. 감사 합니다! 역시 전주님은 도량(度量)이 넓으십니다!”
사내의 아부성있는 말에 역천은 좋아라 웃었지만 조금 후에 다시 얼굴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왜냐하면 자신을 스스로 때린다고 한다는 짓이 처음에는 자신의 손을 엄청난 속도로 얼굴을 향해 다가가게 한다음 그 손이 사내의 얼굴을 때리려던 그 순간.. 멈칫! 하더니 아주 사알짝 자신의 빰을 건드렸던 것이다.
그러고는 하는말..
“아야!”
자신을 때리고 난후 이젠 됐겠지.. 하는 표정으로 역천을 바라보던 사내는 역천의 얼굴 표정을 보았지만 역천이 자신을 죽일 듯이 인상을 찡그리고 있자 그는 다시한번 자신의 얼굴을 살짝 때리며 말을했다.
“으-윽!”
이 어이없는 광경을 본 역천은 그저 허탈한 웃음밖에 나오질 않았다.
“허허-! 허허허! 좋아, 좋다구! 그래.. 니가 죽으려고 용을 쓰는구나.. 용을써..!”
동천은 다음의 상황(狀況)을 예측 하고는 안쓰러운 모습으로 눈을 감았다.
“죽어라! 죽어! 그게 때리는 거냐? 응? 때린다는건 그런게 아니라.. 이렇게 때리는거야! 알겠냐? 죽어!”
“퍽! 퍽! 파바박!”
어리 벙벙하게 생긴 사내는 맞으면서도 억울하다는 듯이 말을했
다.
“엑! 으악! 왜때려요? 내 스스로.. 케엑! 때렸는데..”
“이자식아! 그게 때린거.. 아참? 제자가 보고 있는데 이런 모습을 제자에게 보이면 안되겠지? 험험! 한심(寒心)아! 맞은게 아펏지? 음.. 미안하다. 그러지말고 이리와서 앉아봐라.”
보여줄건 다 보여 줬으면서 뒷북을 쳤지만 역천은 당당한 모습으로 한심(寒心)이라 불린 사내를 동천의 옆자리에 앉쳤다. 한심은 얼굴에 멍이 들고 코에서는 가느다란 피가 흘러 내렸지만 역천이 때리는걸 멈추자 속도 없는 사람처럼 금방 웃으며 동천의 옆자리에 앉았다.
“헤헤! 전주님, 그래도 오늘은 덜 아프네요.. 며칠 전에는 다리를 절 만큼 맞은 다음에 제대로 걷지도 못했는데.. 그때 하도 아파서 기절.. 웁! 왜.. 왜그래요?”
역천은 자신의 제자가 한심의 말을 들으며 이상한 눈초리로 자신을 쳐다보자 얼른 한심의 입을 막으면서 말을했다.
“헤헤헤! 너 왜그러냐? 누가 들으면 내가 심심할때마다 사람을 패고 다니시는 분으로 착각할게 아니냐? 가.. 가만히좀 있어봐! 제자야! 이 사부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 이래뵈도 이 사부는 이유없이 아무나 패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란다. 니가 방금 봤다시피.. 이자식이? 가만히 좀 있으라니까! 어어?”
“퍼-억!”
“꽥!”
역천은 자신이 말을할 때 계속 발버둥을 치고있던 한심을 단 한방으로 잠재워 논후 다시 말을 이어갔다.
“흠흠! 이제좀 낮군! 니가 아까 봤다시피 이자식이 맞을짓을 해서 때린거지 이 사부는 결백(潔白)하다는 것만은 니가 알아 줬으면 한다.”
사부의 말을 한참동안 듣고있던 동천은 기절해있는 한심을 바라보면서 말을했다.
“지금은 그렇다 치고 그럼, 며칠 전에 다리를 절 정도로 때린건 뭡니까!”
그말에 역천은 환한 웃음을 짓더니 말을했다.
“헤헤! 그건 말이다..”
며칠 전..
역천은 자신만의 서재(書齋)를 거닐며 이번에 새로 들여온 책 중에 뭐 읽은만 하게없나.. 하고 책을 고르고 있었다. 물론 책들은 거의 다가 의학용(醫學用) 서적들 이었다. 그 책들중 하나를 집어본 역천은 그 책 제목을 보며 말을했다.
“침놓기 365일? 이건 아니고.. 어디? 침을놔야 일어서지? 이건 또 뭐라는 거야?”
“휘리릭-!”
책 내용을 대충 읽어본 역천은 흥미롭게 본 후에 다시 서재에 꼿아 넣었다.
“흐-음! 발기(勃起) 부전증(不全症)에 관한 책치고는 흥미로왔지만.. 내가 발기 부전도 아니니.. 다른건.. 옳치? 으잉? 으헤헤헤! 좋아! 이걸로 하자! 심심한데..”
흥미롭게 책이나 읽고있던 역천은 문득 바깥이 시끄러운 것을 미미하게 감지할수 있었다.
“뭐야? 뭐가이리 시끄러워?”
별거 아니겠지 하고 계속 책을 읽던 역천은 누가 자신이 있는 쪽으로 빠르게 접근을 하는 것을 느꼈다. 하는수 없이 책을 접고 문을 열어제키자 연호가 다급히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연호(然號)는 빠르게 달려 가다가 역천이 보이자 다급히 멈추고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안녕 하십니까. 전주님! 제가 여기 온 것은 다름이 아니라 다급한 환자가 생겨서요..”
그말에 역천은 짐짓 화난 표정을 지으며(사실은 진짜로 화나 있었다.) 연호를 향해 소릴쳤다.
“야임마! 다친 새끼가 생겼으면 밑에 애들이나 시킬 것이지 왜 나한테 오고 지랄이야! 지랄이긴!”
역천의 호된 질책(叱責)에 찔끔한 연호는 조심스레 말을했다.
“저.. 그게. 정화 아씨의 하녀이신 수련님께서(여기서 왜 연호가 수련에게 존댓말을 하냐면 하녀에도 급(給)이 있기 때문이다. 즉, 보통의 하녀들 보다 부교주의 딸인 사정화의 하녀 신분인 수련은 다른 하녀들이나 보통의 문지기들이 감히 말을 함부로 할수 없을 정도로 신분의 차이가 난다.) 급히 전주(傳主)님을 찾으시길래..”
수련이라는 말에 역천은 읽던 책을 옆에다 팽개쳐 놓고 말을했다.
“뭐? 수련이? 어디냐?”
‘그것이 알고싶다.’라는 책 제목을 은근히 곁눈질로 보고 있던 연호는 역천이 물어보자 얼른 정신을 차리고는 말을ᄒ다.
“예? 예에.. 어디에 계시냐면요. 늘 그렇듯이 풍약당(風藥堂)에 모셔놨는데요!”
“그래! 알았다.”
“휘리릭!”
역천이 옷깃을 나부끼며 재빠르게 사라지자 연호는 눈 앞에 놓인 책 제목에 눈을 뗄수가 없었다. 자기 신분으로는 감히 전주님이 놓고간 책을 마음대로 볼수가 없었는데 한 번 유혹에 빠져들자 자꾸만 보고 싶어지는게 미칠것만 같았다.
“볼것이냐..! 말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소리를 나불거리던 연호는 주위를 한 번 둘러 보고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떨리는 손으로 책을 들어 한 장, 한 장 넘겨 버렸다.
“오..! 오오..! 오오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던 연호는 입이 안 다물어 졌다. 한마디로 끝내줬다. 몇장은 야시시한 이야기로 나가다가 한 장씩 실제처럼 남녀의 성교 장면을 묘사한게 도저히 눈을 뗄수가 없을 지경이었던 것이다. 그제서야 연호는 아까전에 왜 전주님이 평소와 달리 자신에게 소리를 쳤는가를 알 것 같았다. 그때 뒤에서 누가 연호의 어깨를 집었다.
“턱!”
“허-억!”
연호의 놀라는 소리에 뒤에서 어깨를 집었던 사내도 덩달아 놀랬다.
“히-익!”
연호가 뒤를 돌아보자 한심이 놀라 있는게 보였다.
‘에이.. 씹쌔끼! 간떨어지는줄 알았네..’
연호는 속으로 한심을 향해 욕을 퍼부었지만 겉으로는 깜짝 놀랐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 당주(堂主)님..”
말이 당주지 심심하면 전주에게 얻어맞고 사는 한심은 연호의 손에 들린 책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뭔가?”
당주의 물음에 연호는 가슴이 철렁해 지는 것을 느꼈다. 여기서 자신이 전주님 몰래 이걸 본 것을 전주님이 알기라도 하면…
“저..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가시지요!”
한심은 연호가 감추는 듯한 반응을 보이자 더욱더 궁금한 게 참을수가 없었다.
“가긴 뭘그냥가? 이리 줘보게!”
“아.. 안됩니다. 이.. 이러시면..”
“안되긴.. 에잇!”
한심은 연호가 기를쓰며 뒤로 숨키던 책을 기어코 낚아 채고는 몇장 넘겨 보았다. 당연히..
“오..! 오오..! 오오오!!”
연호는 당주가 자신이 아까전에 연발한 감탄사를 단 한자도 틀리지않게 말을하고 난후 책장을 넘기면서 침을 흘리는 것도 모를정도로 흥분 하면서 책을 보고있자 하는수 없다는 표정을지으며 말을 했다.
“당주님.. 사실 이 책이 전주님께서 보시던 책이걸랑요?”
연호가 옆에서 조심스레 말을하고 있었으나 이미 무아지경에 빠져있는 한심은 듣는둥 마는둥 하고 있었다.
“으-응..”
한심이 자신의 말에 심드렁하게 말을하자 연호는 아까보다 더욱 더 조심스럽게 말을했다.
“그런데.. 제가 전주님 모르게 쪼끔! 아주 쪼끔! 봤거든요..”
“그래.. 알았어..”
“예?”
함심은 한참 재미있게 보는데 옆에서 문지기 자식이 계속 나불거리자 짜증이 나는 것을 느꼈다.
“알았다니까!”
평소에 화내지도 않던 당주까지 화를내자 연호는 과연 빨간책의 위력이 대단하긴 대단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 그럼 열심히 보십시요..”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