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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冬天) – 227화


“감 노인이 다 만들어 놨으려나?”

동천은 어제 하루 종일 단환 만드는 일에 신경을 써서 그런지 아침에 늦게 일어나 밥을 먹고 감송에게 가는 중이었다. 쪽문으로 들어가 약탕실로 가던 동천은 거의 도착하기 전 바닥에 묻어있는 무언가를 보았다.

“이게 뭐야? 빨간 게 꼭, 피 같이 보이네?”

그런 동천의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감송의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소문주님, 어서 오십시오.”

고개를 번쩍 든 동천은 감송에게 반갑게 다가갔다.

“아? 감 노인. 밤새 수고했어. 히히, 사실 그때 뒤가 급해서 뒷간에 달려간 거였는데 나올 때 그만 까먹었지 뭐야? 오늘 깨어나서야 감 노인 생각이 나더라고. 그런데 단환을 만들긴 만들었어?”

이제 막대기를 휘젓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던 감송은 동천에게 이리로 와 보라는 손짓을 했다. 그래서 동천은 그의 말에 따랐다.

“보시다시피 거의 완성 단계입니다. 양이 적긴 하지만 내용물이 잘 증발해서 지금은 떡처럼 말랑말랑하고 찰진 상태입니다.”

감송이 직접 보여주려는 듯 노르스름한 액체를 손으로 찍어 올렸다. 그러자 끈적거리는 물질이 딸려 올라왔다. 그것이 오줌물이라고 생각한 동천은 본능적으로 상체를 젖혔다.

‘씨발, 더럽게 누렇네. 누가 오줌물 아니랄까 봐.’

감송은 빙긋 웃었다.

“허허, 이제 이 상태의 것을 서늘한 바람이 잘 통풍되는 곳에서 하루 동안 말리면 하나의 단환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동천은 눈살을 찌푸렸다. 다 좋은데 감송의 마지막 말 때문이었다.

“하나? 그렇게 양이 많았는데 고작 하나밖에 안돼?”

감송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첫날에 배출되는 오줌 속에는 워낙 탁기가 많이 서려있어서 이 정도로 나온 것만 해도 대단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도 어제만큼의 분량이 된다면 충분히 두 개 정도는 만들 수 있으니 심려 마시지요.”

“으음, 그러지 뭐. 히히!”

첫째 날 단환 1개. 둘째 날 단환 2개. 셋째 날 단환 2개. 이렇게 해서 총 5개의 단환이 자신에게 굴러 들어온다고 생각하자 동천은 기분이 매우 좋았다. 물론, 그중 하나는 역천에게 돌아가지만 말이다. 그래서 신나게 점심을 먹고, 저녁까지 먹은 동천은 황당한 얼굴로 수련을 찾아갔다.

“야! 도대체 왜 안 싸는 거야!”

수련은 다그치는 동천을 매섭게 째려보았다.

“안 나오는 걸 어떻게 해!”

“이씨! 어제는 더럽게 많이 쌌잖아!”

“내가 오줌만 싸는 오줌 탱이냐?”

“그럼 아냐?”

“뭐라고? 너, 말 다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안절부절못하던 소연은 둘 사이로 끼어들었다.

“자자, 이러지들 말고 진정해요. 충분히 대화로 풀어갈 수 있는 문제잖아요.”

의외로 효과가 있었다. 서로 눈싸움을 해대며 씩씩거리고 있어도 더 이상의 말다툼은 없었다. 내심 안도한 소연은 동생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해주었다.

“원래 주인님께서 이성을 잃으시면 저러시잖아. 그러니까 착한 네가 이해해.”

수련은 맞는 말이라 생각하고 화를 가라앉혔다.

“알았어요. 언니 말이 맞네요.”

그 모습을 본 동천은 심히 기분 나쁜 얼굴을 하고 소리쳤다.

“야! 왜 둘이서 속닥거리고 지랄이야! 소연이 너 귓속말로 날 욕했지!”

“아니에요. 그럴 리가요.”

그렇지 않다고 변명을 해댄 소연은 동생 때와 마찬가지로 동천에게 귓속말을 했다.

“쟤가 지금 불안해서 그래요. 생각해보세요. 그런 것을 식사 때마다 먹는다는 게 어디 쉽겠어요? 그러니까 마음이 넓으신 주인님께서 참으세요.”

동천은 다 개소리라고 생각했으나 마음이 넓다는 말에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흐응, 그러지 뭐.”

기뻐한 소연은 두 사람의 손을 하나씩 끌어당겨 악수를 시켜주었다.

“다 좋게 되었으니 사과하세요. 얼른요. 수련이 너도.”

수련은 언니의 재촉에 마지못해 말했다.

“좋아, 내가 먼저 사과할게. 미안했어. 그 대신 나 내일 아가씨께 다녀와야 하니까 잠깐 갔다 올게.”

수련의 사과를 받는 둥 마는 둥 딴청을 피우고 있었던 동천은 고개를 획, 돌려 수련을 직시했다.

“뭐? 아가씨께? 왜?”

수련은 짜증이 났다.

“왜긴 왜야. 내일이 아가씨께 점심을 드리는 날이란 말야.”

순간 동천은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수련이 그곳에 간다고 하다가 다른 것이라도 먹는다면 큰일인 것이었다. 또한 먹을 것을 만들어준다고 만들다가 무의식적으로 한입 떠먹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수련아, 그거 다른 사람에게 시키면 안되냐?”

“네가 갈래?”

동천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갔다 와. 내가 그거까지 막을 수 없으니까.”

소연은 동천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안심시켜주기 위해 말을 꺼냈다.

“제가 매일 화정이와 아가씨께 가니까 그때 수련을 따라가서 잘 보호해주고 올게요.”

동천은 소연을 바라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그런 방법이 있었지?’

동천은 자신 같은 천재가 왜 진작 그런 생각을 못 했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어쨌든 소연 덕에 불안 덩어리를 떼어버린 동천은 자신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듯 정확히 요점을 찍어낸 소연이 너무나도 예뻤다. 그래서 동천은 그 기쁨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역시! 역시, 내 마음을 아는 건 너밖에 없다!”

소연은 주인님이 느닷없이 자신을 껴안자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러나 그리 싫지는 않은 얼굴이었다.

“저, 저기요. 주인님, 수련이 봐요.”

동천이 힐끔 보니, 수련은 벙찐 얼굴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한 동천은 잘 보라는 듯 소연의 볼에 살짝 입술을 갖다대었다.

쪽!

화들짝 놀란 소연은 동천에게서 급히 떨어졌다.

“여, 여기에서 이러시면…….”

“히히, 알았어.”

수련은 자신만이 혼자 공중에 붕 뜬 듯한 괴리감을 느꼈다. 예전에 언니를 놀리기 위해 동천을 좋아하냐고 짓궂게 군 적이 있었지만 그것은 결코 둘이 맺어지기를 바래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동천과 맺어지는 여자는 참 불행한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던 수련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싸가지 없는 동천의 상대가 언니라니……. 그녀는 결코, 믿고 싶지 않았다. 아니,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건 현실이 아니야. 언니가, 언니가…….’

다리가 후들거렸다. 게다가 힘도 없었다. 다행히 옆에 의자가 있어 자리에 앉자 소연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수련아. 너, 괜찮아? 어디 아픈 거야?”

땀에 흠뻑 젖은 수련은 그사이 동천이 사라진 것을 깨달았다.

“도, 동천은요?”

소연은 얼굴을 사르르 붉혔다.

“나가셨어.”

수련은 언니의 그런 표정을 보고 벌떡 일어나 언니의 몸을 흔들어댔다.

“언니! 정신 차려요! 동천하고 껴안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거냐고요!”

처음엔 당황해하던 소연은 새색시처럼 수줍게 말했다.

“그렇게 되었어. 축하해 줘.”

수련은 도리도리 머리를 흔들었다.

“몰라요! 몰라! 축하는 무슨! 으아앙!”

“수련아, 왜 그래. 주인님께서는 좋으신 분이야.”

수련은 울다 말고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런, 거짓말은 지나가는 똥개도 안 믿어요!”

수련은 이글거리는 눈빛을 하곤 동천의 방 쪽을 노려보았다.

‘으으, 이 나쁜 녀석. 나에게서 언니를 빼앗아 가다니……. 두고 봐라.’

아마도 수련은 동천에게 자신의 언니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복수는 꿈을 무럭무럭 키워나갔다. 차후에 벌어질 일은 차후에 말하기로 하자. 그날 밤새도록 동천이 오줌 싸라고 닦달하는 바람에 한숨도 못 잤던 수련은 오줌보를 짜내고 또 짜내서 4번을 싸고 나서야 해방이 될 수 있었다. 아침에 맛도 없는 국을 먹고, 곯아떨어진 수련이 깨어난 때는 정오가 다 되어서였다.

“으응. 깨우지 마. 누구야.”

그녀를 흔들어 깨우던 소연은 정신을 차리라는 뜻에서 동생의 뺨을 살짝 쳐주었다.

“수련아, 빨리 점심 먹고 아가씨께 가야지.”

수련은 아가씨란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오늘이 가는 날이구나? 빨리 먹을 것 줘요! 그거 먹고 가야 한다고요.”

수련은 쟁반 위에 놓여진 그릇을 거의 빼앗다시피 가로채서 한숨에 삼켜버렸다. 그녀는 입가를 닦을 새도 없이 대충 머리를 만진 후 밖으로 나왔다.

“언니, 빨리요! 아가씨께서 기다린단 말이에요!”

“아, 알았어. 잠깐만.”

동생의 행동에 전염이라도 된 듯 소연은 화정이의 손을 맞잡고 허겁지겁 달려왔다. 셋은 서둘러 마차에 올라탔다.

“왜 이렇게 늦게 깨웠어요. 늦었잖아요.”

수련의 투정 아닌 투정에 소연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너무 늦게 잤잖아. 그래서 깨울 수가 없었어.”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옆에 있던 화정이가 수련을 향해 입을 열었다.

“오줌…….”

정확한 발음이었다. 소연은 그녀의 정확한 발음에 놀라 했지만 수련은 눈살을 찌푸렸다.

“오줌? 오줌 뭐.”

화정이는 순수한 웃음을 짓고 다음 말을 이었다.

“……싸.”

대화의 앞뒤 간격이 커서인지 한 번에 화정이의 뜻을 해석해 낼 수 없었다. 그러나 워낙 짧은 말이었기 때문에 ‘오줌 싸.’라는 말은 쉽게 이어질 수 있었다. 수련은 대뜸 비명부터 지르고 보았다.

“꺄악! 안 그래도 오줌 싸는 것 때문에 골치 아파 죽겠는데 저것까지 강요를 해? 너, 맞아볼래? 이리와 봐!”

화정이는 전혀 위협을 못 느끼는 듯했다.

“오줌……싸.”

“꺅! 꺄악! 가만 안 둘 테야!”

둘의 가운데에 끼인 소연은 동생이 자신을 타고 넘어서 화정이의 멱살을 쥐려 하자 다급히 말렸다.

“수, 수련아! 그만 해. 쟤가 뭘 알겠어. 화정아! 너도 그만 입 다물어!”

수련은 분함을 참지 못하겠는지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분명히 동천이 어제 쟤 보고 세뇌를 시킨 게 분명하다고요!”

“그래, 그렇다면 더욱 화정이 잘못이 아니잖아.”

“그렇지만……. 칫! 알았어요. 쟤나 입 다물게 해요.”

입은 벌써 다물게 했다. 하루 사이 이래저래 중재를 해야만 했던 소연은 진이다 빠지는 것을 느끼며 등받이에 깊숙이 몸을 파묻었다.

‘휴우, 힘들다.’

힘들기도 할 것이다. 피곤해서 가는 동안 잠시 눈을 붙이려고 자리를 잡았지만, 동생이 꺼낸 말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언니.”

“왜?”

“나 오줌 마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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