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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冬天) – 23화


“오오..!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끝내 주는구나..”

한심은 그것이 알고싶다.. 라는 책에 빠진후에 제목 그대로 많은 것에 대해 알게됐다. 물론 쓸데없는 쪽으로만..

“이런 것을 연호 그자식!! 혼자만.. 가만? 이 책이 누구 거라고 연호가 그런거 같았는데.. 에이! 나도 모르겠다. 그냥 재미있게 보고 내가 가지면 되는거지뭐. 흐흐흐..”

그때 한심은 웃을 때 한가지 실수를 했다. 너무 좋아서 책에 침이 떨어지는 것 조차도 못보고야 만 것이다.

“흐-읍! 앗! 치.. 침이..! 에구.. 그림이 조금씩 번지쟎어!”

정확히 남녀의 거기가 서로 만나는 부분에 침이 떨어지자 그림은 걷잡을수 없이 번지기 시작(始作)한 것이다.

“으-음! 어떻하나?”

여러번 손으로 살짝 비벼보던 한심은 자신의 능력(能力) 밖이라는걸 깨닫고는 얼룩이라도 지우려는 마음에 밖에 나가서 걸레를 깨끗이 빨아왔다.

“자! 요기를.. 이렇게 해서.. 저렇게 하면..”

무릎을 굽힌채 정성스레 얼룩을 지워가던 한심은 순간 중심을 잃어 버리고는 아직 물기가 많이 남아있는 걸레를 책에다 그대로 뭉게 버렸다.

“철푸덕-!”

“으-악! 이게.. 무슨 날벼락이여! 안돼.. 엣!!”

걸레를 짰다고는 하지만 아직 물기가 좀 남아있었기 때문에 한심이 균형을 잡기위해 걸레를 쥔 손으로 힘을주자 걸레에서 다량의 물이 쏟아져나와 책속으로 급속도로 스며 들어 갔다.

“오메! 오메.. 아까운거.. 아직 반도 다 못봤는디..!”

하는수없이 한심은 뒷 부분으로 물기가 더 번지는 것을 막기위해 아직 스며들지 않은 부분을 골라서 그대로 찢어 버렸다.

“부-우욱!”

“에구.. 아깝기는 하지만…!”

그시간에 역천은 자신의 오랜 친구인 만검장인(萬劍匠人) 혈귀옹(血鬼翁)을 만나서 술 한잔을 걸치고 오는 길이었다.

“으.. 으! 취한다. 어디, 한곡조 뽑아볼까? 험험! 하늘엔 조각구름 떠있고-! 으ᄊ! 강물엔.. 강물엔 뭐가 떠있다고 누가 말했던 것 같았는데? 어쨌든! 강물엔 어쩌구가 떠있고-! 읏ᄊ읏ᄊ! 저마다 누려야 할 행복이.. 행복이.. 에이! 술을 한잔 하니까 되던 노래도 안되네..!”

끝까지 자기가 머리 나쁜건 생각 안하는 역천이었다.

“흐흐흐! 귀옹이 그자식 내가 제자하나 들인다니까 열받아서 꽁해 있기는..! 하하하! 하긴 그자식은 아직 제자도 하나 없으니 그러는걸 이해해 줘야지. 물론 이름 그대로 한심한 아들내미가 있기는 하지만.. 쩝.”

삼대 마교중 가장 세력이 강한곳이 역시 정통파인 마교(魔敎)였고 그 다음이 암흑마교, 그리고 환마교 순이었다. 그러나 그 차이 들은 아주 미세했기 때문에 서로를 어찌해 보지도 못하고 다른 쪽으로 꾸준히 세력을 넓혀갔는데 암흑 마교가 다른 마교들보다 특출나게 강한 면모를 보이는 분야가 두곳이 있었다. 그 두곳이 뭐냐하면 바로 병기(兵器)분야와 의술(醫術)분야 이다.

의술은 역천이니 말할것도 없고, 병기쪽인 혈귀옹은 어렸을 때부터 병기 제조에 미치고 다니더니 결국은 당대에는 무기 제조에 관해서는 혈귀옹을 능가할 자가 없었다. 혈귀옹은 말을 잘 안하고 묵묵한 편이지만 그와 반대의 성격인 역천하고는 죽이 잘 맞는 절친한 친구사이였다.. 어떻게 성격이 극과극인 그 둘이 친구가 됐는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있는 비밀(秘密)이었다.

어쨌든 한참을 느긋하게 걸어가자 드디어 약왕전이 보였다.

“연호! 그동안 아무일도 없었지?”

연호는 전주님이 보이자 옆에있는 하련과 같이 인사를 하다가 전주님이 자신을 부르자 간이 덜컥! 주저 앉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한마디로 뒤가 구렸기 때문에 지레 겁을 먹은 것이다.

“예? 무.. 무슨 일은요.. 아무일도 없었.. 습니다요..”

연호가 지금은 별로 덥지도 않은데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말을하자 의아함을 느낀 역천은 재차 물어봤다.

“정말인가?”

그 순간 연호는 순식간에 몇 년이 늙어 버릴 정도로 진땀을 흘리며 생각하고 있었다.

‘으으! 말해야 할것이냐.. 말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제는 연호의 단골 식단으로 나오는 말이 되어버린.. 진짜루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은 말을 속으로 나불거리던 연호는 사실 대로 말을 하기로 작정했다. 매도 먼저 맞는 쪽이 더 났다 라는 옛말에도 있듯이 연호는 죽을 각오를 하고 땅에 머리를 쳐밖더니 울먹이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죽을죄를 졌습니다요.. 사실은 여차 저차해서 당주님이 보시게 되고.. 저차 여차해서 저는 여기에서 전주님의 처분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요.. 부디! 용서해 주십쇼!!”

사실은 이일을 알게 되었을때 연호같은 문지기 나부랭이야 그대로 모가지를 댕강! 하면 됐겠지만 역천은 술도 쪼께 들어갔것다.. 올 때 기분도 좋았었 것다.. 더욱더 중요한 것은 이제야 제자다운 제자를 맞이하게 됐는데 연호 자식이 이렇게 솔직히 나오자 피를 보기 싫어서 말을했다.

“좋아! 좋아! 내 오늘은 기분이 아주 좋으니까 용서를 하지. 하지만 그 벌로 하룻 동안 기마자세로 있어. 알것냐?”

기마자세는 역천이 내리는 벌중에 하나였다. 무엇이든 기본이 중요 하다고 생각하는 역천은 벌을 내릴때는 꼭 이런 벌을 내렸다. 연호는 지옥에서 벗어난 느낌에 감격하며 머리를 바닥에 쿵! 쿵! 찧으면서 말을했다.

“감사 합니다! 감사 합니다! 이 은혜(恩惠)는 절대로 잊지않고 갚아 드리겠 습니다!”

그런말을 마다할 역천이 아니었다.

“오냐! 절대로 잊지말고 갚아라! 그리고 남들이 너 하는짓을 보면 흉을 볼테니 다른놈을 데려오게 하고 너는 뒷뜰에 가서 열심히 벌이나 서고 있어라. 알겠냐?”

“예!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각골난망(刻骨難忘)입니다요!”

역천은 연호의 말에 손을 휘휘! 저으며 말을했다.

“각골난망 까지야 할거없고.. 어쨌든 난 간다.”

“예, 살펴 가십시요!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역천은 연호의 감격에찬 목소리를 들으며 절로 신이나 자신이 기거하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흠-흠흠! 한심아.. 한심아. 뭐하~니! 책~보온다! 무스은 책? 전주니임 책! 죽을래? 살래? 살겠다!! 하하하하! 이거 꽤 재미 있구만?”

그렇게 혼자 좋아서 걸어가던 역천은 암약전이 보이자 지체없이 들어갔다. 역천이 들어가자 전 안의 마루에서 책을 보며 자신이 들어온 줄도 모르는 한심의 뒷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한심의 옆에 널브러진 반쪼가리 책도…

“뭐. 하.. 니…?”

역천의 가라앉은 물음에 한참 책을 보고있던 한심은 책 보기에 정신이 없어서 연호가 물어 보는줄 알고 아무런 생각없이 말했다.

“야.. 니 책 찢어서 미안하다. 내가 나중에 사줄..”

“뻐-억!”

“뜨-아!”

한심은 책을 정신없이 보는데 느닷없이 머리가 깨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바닥에 그대로 굴러 버렸다.

“이런, 개자식을 봤나? 내가 다 보지도 못한 책을 반쪼가리로 찢어 놓고, 그리고 이자식이 감히 전주의 물건에 손을대?”

한심은 대가리를 맞고 넘어져 있다가 역천의 소리를 듣고는 기겁을 했다.

“예? 저.. 저는 연호껀줄 알았는데요..?”

한심의 말은 한심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실이었지만 역천의 생각에는 그 말이 변명으로 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이 작식이 그래도 반성(反省)은 못할 망정 아직까지 변명을해? 이 쓰빌놈아! 연호가 다 불었응께. 얼른 잘못했다고 빌지 못하겠냐?”

한심은 전주님이 이작식이나(이자식).. 이 쓰빌놈아(씨발놈아)! 같은 발음이 샌소리를 하자 전주님이 극도로 화가 나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한지도 모른채 무조껀 잘못했다고 빌었다.

“에구.. 제가 뭘 잘못 했는지 모르지만 잘못했슈..! 한 번만 봐주세요. 전주니임!”

그러나 그 말이 역천의 귀에는 자기가 잘못한게 없는데 왜때리냐는 식으로 들렸다. 당연히 열이 뻗칠대로 뻗쳐버린 역천은 한심의 허벅지를 있는힘을 다해서 후려 갈겼다.

“퍼-억!”

갑자기 오른쪽 허벅지에 엄청난 고통이 밀려오자 한심은 고래 고래! 소리를 질렀다.

“아-악! 전.. 전주우님! 아파요~!”

“이자식아, 너는 때릴 때 아프라고 때리지 간지러우라고 때리냐?”

“퍽! 퍽!”

역천이 계속 때리자 더 이상 참을수가 없었던 한심은 역천을 다급히 불렀다.

“악! 자.. 잠깐만요! 할말이 있습니다..!”

한심의 말에 역천은 한심이 뉘우치는 말을 할줄알고 발길질을 멈췄다.

“뭐냐?”

“저.. 기.. 이건 전적으로 제 소견(所見)인데요.. 인간은요. 똑같은 구조를 가진곳이 두 개가 있을 때 한쪽만 아프면 왠지 허전한 느낌을 받거든요?”

그말에 역천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래서?”

한심은 역천이 다소 화가 풀리는 듯한 얼굴을 하자(아까 때릴 때에 비하면.) 자신의 말이 어느정도 먹히는줄 알고 말을 이어갔다.

“예.. 그런데 전주님께서는 아까부터 제 오른쪽 허벅지 만을 때리셨거든요..”

역천은 인상을 더욱더 찡그리며 말을했다.

“그런데?”

“예.. 그러니까 때리실 때 에는 양쪽으로 골고루 때려달라는 얘기였… 으악!”

“퍽퍽! 퍽퍽! 퍽! 퍽! 퍽퍽퍽퍽!”

역천은 한심의 소원(?) 대로 양쪽 허벅지를 공평하게 번갈아 때려가며 말을 했다.

“그래 이자식아! 고작 그말을 하려고 했냐? 그래.. 너의 이론(理論)은 자-알! 들었다! 오! 훌륭하구나! 훌륭해! 어디 훌륭한 김에 계속 훌륭해 봐라, 이자식아!”

“악! 악! 무조건 잘못했슈~~!”

다시 현실…

“에.. 그렇게 해서 내가 한심하기 그지없는 한심을 며칠전에 때렸던 것이다. 이제 의문이 풀렸느냐? 사랑하는 제자야!”

여기까지 말을 다 들은 동천은 그제서야 알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렇구나…!”

역천은 제자가 오해를 다 푼듯한 표정을 짓자 웃으면서 말을했다.

“좋아..! 그렇다면 내가 이제부터 니가 잠시동안 기거할 곳을 가르켜 주마! 이 사부를 따라와라.”

동천은 사부가 이제부터 자신이 먹고 잘곳에 대려다 준다는 말에 그곳이 과연 이디일까.. 하고 생각했다.

“예, 사부님!”

“오냐.. 어서 올라가자! 해가 지기전에 가야되니까..!”

그말에 동천은 흠ᄍ! 했다.

“예? 올라가요? 어디로요?”

“흐흐흐! 올라가 보면 안다.”

역천은 옆에 쓰러져서 자빠져있는 한심을 그대로 내버려 두고는 동천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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