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冬天) – 24화
일대일(一對一).
- 사부(師父)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제자(弟子)를 가르치는게 이렇게 힘이 들다는 것을 처절할 정도로 자세히 가르쳐준 사랑스런 제자에게 고난(苦難)과 극복(克服)의 대명사인 위대(偉大)한 사부인 역천(逆天)이…』
소려산(小麗山).
약왕전의 뒷편에 버티고 있는 쌍려산(雙麗山) 중 하나로 대려산에 비하면 그 높이가 절반에 해당되지만 그 풍경(風景)은 매우 뛰어난 편에 속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런 아름다운 산 중턱을 두 노소(老少)가 걸어 올라가고 있는게 보였다. 이론상으론 노인이 힘들어 해야 하지만 상황(狀況)은 정 반대였다.
“싸아-부우우! 헥헥.. 사부.. 사.. 헥헥!”
걸어가기를 반시진.. 산에 오르기를 이각.. 이쯤되자 동천은 팔다리가 힘이풀려 제대로 걷기도 힘이들고, 자칫 잘못해서 몸의 균형(均衡)이 뒤로 쏠렸다간 그대로 굴러 떨어질 것같은 위험한 지경까지 가고야 말았다.
“다왔어. 그러니까 좀더 힘을내라!”
“예.. 헥헥!”
그렇게 일각 정도를 더 올라가자 드디어 동천이 바라던 쉴 시간이 다가왔다.
“오..! 저기 보이는 구나!”
“털썩-!”
동천은 사부의 말이 들리자마자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으아아아! 헥! 헥! 힘.. 들다.. 후우! 후..”
그렇게 숨을 돌리던 동천은 눈앞에 초라한 집이 보이는 것을 볼수 있었다. 그 집은 지은지 한 오륙십년은 족히 되 보였는데 산중턱에서 방원 육장 정도로 깍아 놓은 곳 위에 지어 놓았다.
‘우째, 이런일이.. 어떻게 세가에 있을 때 살던 곳보다 더 형편이 없는곳이 존재할수가 있는거지..?’
동천 혼자 속으로 푸념섞인 생각을하고 있을 때 동천의 귀에 사부의 말이 들려왔다.
“어떠냐. 이만하면 육개월 정도는 머물만 하지?”
사부의 말에 동천은 대뜸 안색이 파래 졌다.
“유.. 육개월이요?”
“그래. 들어가 보면 칠개월 정도의 벽곡단(僻穀丹)이 있을 테니까 그걸로 먹으면 된다. 물론 그걸로는 어림도 없겠지만 그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무공은.. 어디다 뒀더라? 옳치! 여기에 있구나!”
역천은 자기 몸을 이리저리 뒤져보다가 가슴 아래쪽에서 얇은 책자를 하나 꺼내서 동천에게 주었다.
“옜다. 받아라.”
사부가 주는 책을 얼떨결에 받은 동천은 자신이 받은 책을 들여다 본후 말을했다.
“기초(基礎)를 잡아라? 사부님. 이게 뭐예요?”
제자의 질문을 듣고난 역천은 전에 이곳에 많이 와본 듯한 표정으로 주위를 천천히 둘러 보더니 말을했다.
“음! 그러니까 제목 대로이다. 니가 좀 모르는게 많을테니 이 사부가 천천히 가르쳐 줄테니까 우선 들어가서 얘기하자.”
방 한칸에다 부엌떼기 하나밖에 없는 집으로 들어가서 동천을 방으로 데려다 논 역천은 마주앉게 한 다음에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자세하게 가르쳐 주었다. 그중에서 역천은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발가 벗겨져있고 그 사람의 온 몸 구석구석에 표시(表示)를 해논 전도를 다른 것보다 더 중요하게 가르쳐 주었다.
“이게 인체의 혈도를 나타낸 전도(全圖)이다. 아직 니가 외우려면 꽤 힘들겠지만 하루에 한 장씩만 외운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동천은 수태음폐경이니 수양명대장경이니 하는 것을 보면서 눈알이 핑핑! 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그러니까 이 열 네장의 인체 혈도를 하루에 한 장씩 외우면 된다.. 이건가요?”
“그렇단다.”
그렇다는 사부의말에 동천은 짐짓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으-아! 제가 이걸 다 어떻게 외워요!”
동천이 어렵다는 말을 했지만 역천은 오로지 제자를 믿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 사부는 나의 사랑하는 제자라면 꼬오옥! 해낼수 있으리라고 굳게 믿고 있다. 할수있겠지?”
사부의 간절한 시선(視線)..
‘아.. 내가 너무 잘나도 골치가 아프구나..’
누가 동천의 생각을 들었으면 코웃음을 칠 노릇이었지만 동천은 자기 나름대로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할수없죠. 외울께요. 사부님을 실망(失望)시켜 드릴수야 없지 않겠어요?”
역천은 제자의 사랑스런 말에 감격을 했다.
“오오! 역시 나의 제자로다. 그리고 내가 이 인체 혈도를 외우라고 하는이유는 의술을 배울 때 쓰이는 것이기도 하지만 무공을 배울때에도 쓰이기 때문이다.”
사부의 말을 열심히 경청 하고있던 동천은 사부의 말에 의문을 느껴 물어 보았다.
“무공을 배울 때 어떻게 쓰이는데요?”
역천은 제자가 물어보자 신이나서 가르쳐 주었다.
“흠! 그건 말이다. 모든 내공은 단전에서 혈도를 타고 흐른 뒤 다시 단전으로 모이게 된다. 그러니까 니가 내공심법(內攻心法) 배울 때 기(氣)의 흐름이 어디로 흘러가는 지를 알게 된다면 니가 수련을 할 때 조금더 이해 하기가 쉬울거란 얘기이다. 한마디로 내가 내공구결을 가르켜줄 때 어느 혈도를 지나서 어떤 혈도로 가고 또 그 혈도를 돌고나서 다시 단전으로 모이게 해라.. 라고 말을할 때 니가 그 혈도의 명칭(名稱)을 모르는 상태라면 내소리가 개소리로 들리겠지? 그러니까 니가 무공을 익히려면 필히 혈도의 명칭을 알아야 한다.. 이거다. 알겠느냐?”
역천의 말을 다 듣고난 동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러니까 무공을 배우려면 필수적으로 알아야 되는 거군요?”
역천은 웃으며 말을했다.
“그렇지. 그리고 니가 배우는 무공을 발전시키거나 새로운 무공을 만들고 싶을 때 혈도의 위치와 명칭을 아는 것은 필수라고 할수있다.”
자신도 무공을 창안할수 있다는 사부의 말에 동천은 자뭇 흥분해하며 물어 보았다.
“제가 무공을 창안 할수도 있다구요?”
제자의 흥분된 물음에 역천은 속으로 뜨끔! 했지만 겉으로는 젼혀 내색않고 말을했다.
“그렇다.. 그렇지만 그것도 다 기초가 튼튼해야 할수 있는 것이다. 지금의 너로서는 감히 엄두도 못낸다고 할수있지.”
그 말에 동천은 재차 물어 보았다.
“지금 안되면 언제 할수 있는건가요?”
역천은 동천의 물음에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말을했다. 사실은 아무런 생각도 안했지만..
“음~! 한 오륙년 후면..”
오륙년 후라는 말에 동천은 기대에 부푼 듯한 모습으로.. 그러니까 완죠니~! 맛이간 표정으로 말을했다.
“정 말요?”
‘뻥이야…’
제자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접한 역천은 차마 진실을 말할 수가 없었다. 물론 만들 수 있기는 있는데 만들어 봐야 초식 뿐이지 (그래봐야 3류 무공.) 만약에 내공심법을 만든다면 백이면 백 다 주화입마(走火入魔)에 걸리게 되어 있다. 그래서 역천은 만약에 일어날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자신의 사랑스런 제자에게 경고(警告)를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자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했다.
“그러나 말이다. 초식은 모르되 니가 만약에 내공심법을 새로 만든다면 아주 조심할 것이 있다.”
조심해야 할것이 있다는 사부의 말에 동천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조심해야 하는게 뭔대요?”
역천은 제자의 물음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말을했다.
“음.. 그건 말이다, 우리의 인체(人體)는 기(氣)를 보낼 때 어떠한 길을 따라 내공을 순환(循環)시켜야 무리함이 없이 자신이 하고자하는 일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그 길을 다른 곳으로 뚫으려고 한다면 위험(危險)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인체가 그 길에 대해 역반응(逆反應)을 일으킬수가 있기 때문이지. 그러한 역반응을 무시하고 계속 그 길을 뚫으려고 한다면 자칫 잘못해서 주화입마(走火入魔)에 걸릴수가 있게된다. 그러므로 니가 내공심법을 만들려고 할 때에는 대단히 조심해야 한다. 이제 알겠느냐?”
그 말에 동천은 반은 알아듣고 반은 못알아 들었다. 그래서 동천은 못알아들은 부분에 대하여 물어 보았다.
“사부님. 주화입마(走火入魔)가 뭐예요?”
동천의 물음에 역천은 자알 물어 봤다는 표정으로 말을했다.
“오..! 그건 말이지. 내공(內攻)을 응용하는 무예인이 잡념(雜念)이나 그 밖의 이유로 공력의 운행(運行)을 잘못 돌렸을 때 혈도가 막히거나 폐인이 되고 심하면 죽기까지 하는 현상(現象)을 일컬어 주화입마라고 하는거다.”
“예에.. 그런데요. 잡념은 데체로 무엇을 가리키는 건가요?”
제자의 계속되는 물음에 역천은 아주 기쁜 듯이 말했다.
“하하! 그건 말이다. 내공을 운용(運用)할 때 말 그대로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를 심마(心魔) 라고도 한다. 그러니까 만약에 니가 내공을 운용할 때 자신이 보내야할 곳으로 내공을 보내야 하는데 잠시 야한 생각이나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가뜩이나 제대로 내공을 보내기도 힘든데 다른곳으로 그 내공을 보낼수도 있겠지?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느냐.. 하면 아까 말했듯이 폐인이 되거나 죽을수도 있다.”
사부의 조리있는 말을 듣고난 동천은 감탄을 하면서 말을했다.
“오..! 꽤 위험한 거로군요?”
그말에 역천은 덧붙여 가르쳐 주었다.
“그렇지. 아주 위험한 거니까 내공을 운행할때는 언제나 잡념을 버리고 오로지 고요한 마음으로 내공을 순환시키는 것에 집중을 해야한다. 알겠느냐?”
사부의 계속되는 당부에 동천은 순순히 대답했다.
“예.. 사부님!”
역천은 제자가 자신의 말을 집중력(集中力) 있게 들어주자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좋다. 그리고 니가 왜 여기서 육개월 동안이나 죽치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자뭇 궁금할 것이다. 그래서 내가 그 이유를 가르쳐 주마.”
동천은 자뭇 궁금한게 아니라 굉장히, 대단히, 매우. 궁금했기 때문에 정신을 집중하고 사부의 말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에.. 그러니까. 인간이 내공심법을 처음 배울 때 여러 가지의 내공심법이 있을 테지만 무엇이든 기초적인 것에서 부터 배워 나가야한다. 물론 좋은 무공이 있다면, 그것을 수박 겉할기 식으로 익힐수는 있으나 기초가 부족하면 대성(大成)을 할 수가 없다고 보면 된다. 그 무공들 중에서 특히나 중요한게 내공인데 아무리 좋은 내공심법이 있다고해도 기초가 다져진 육체가 아니라면 십년이고, 백년이고 지랄을 해봐야 완전히 익히기는 거의 불가능 하다고 말할 수가 있다. 물론 수준이 낮은 무공이라면 별로 시간을 들이지 않더라도 되겠지만..”
그때 동천이 역천의 말을 잠시 중단 시켰다.
“사부님. 또 궁금한게 있는데요. 기초가 다져진 육체가 아니라면 대성하기가 거의 불가능 하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아주 불가능 한것도 아니네요?”
그말에 역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할수있지.”
사부의 대답에 동천은 재차 물어 보았다.
“그러면 어떨 때 가능하다는 얘기예요?”
제자의 말에 역천은 잠시 생각을 하고난후 말을했다.
“그건 말이다. 무공을 좀 익힌 어떤 자식이 깊고 깊은 산골을 걸어 올라 가는데 아주 귀한 영약(靈藥)을 발견했다 치자. 그렇다면 그자식은 횡재(橫財) 한거라고 할 수가 있지. 영약을 발견한 그자식은 별일이 없는한 그것을 얼른 쳐먹겠지? 그렇다면 그자식은 그 영약의 막대한 힘으로 막혀있던 혈(穴)들을 팍팍! 뚫을수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진기의 유통이 원활하게 되기 때문에 고속으로 내공을 끌어 올릴수 있다고 보면된다. 그런데 거기에서도 문제가 하나있는데 그게 뭐냐면 대가리가 무공의 내용을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에 그렇지 못한다면 그녀석은 십중 팔구 쳐먹은 영약의 힘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것 말고는 거의 비슷한건데 영물(靈物)의 내단이나 각 문파들의 비전 영약을 쳐먹어도 막대한 내공을 얻을수가 있다. 이제 알겠느냐?”
사부의 말이 끝나자 동천은 또다시 물어 보았다.
“그런 방법 밖에 없나요?”
그말에 역천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말을했다.
“물론 아니지. 다른 한가지가 더 있는데 또다른 하나를 바로 인위적(人爲的)인 환골탈태(換骨脫胎)라고 한다.”
“인위적인 환골탈태요?”
“그렇다. 한마디로 자신의 노력으로 환골탈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자식에게 한놈 아니면 두세놈이 다닥다닥! 달라붙어 그자식들의 내공을 조금씩 나눠줘서 행하는 방법을 말하지. 불가의 땡중들은 벌모세수(伐毛洗髓)라고도 한다.”
동천은 사부의 말이 끝나자 이번에도 어김없이 물어 보았다.
“환골탈태(換骨脫胎)는 또 뭐예요?”
“으음! 그건 영약이나 엄청난 양의 진기가 몸 속에 들어와서 생사현관을 타통하면 일어나는 현상으로 피부가 벗겨지고 뼈가 바뀌어 무공을 익히기 위한 최상의 신체조건을 갖추게 되는데 이걸 가르켜 환골탈태라 한다.”
그때 동천은 생사현관에 대해서도 물어 볼려고 했다. 그러나 그랬다가는 아마도 물어 볼것이 계속 불어날 것 같은 마음에 눈쌀을 살짝 찌푸리며 물어 보았다.
“여태까지 사부님이 가르쳐 주신 것을 다 알아듣긴 들었는데 결과적으로 제가 여기서 육개월이나 죽치고 있어야 하는 이유가 뭐예요?”
동천의 말에 역천은 자신의 이마를 탁! 하고 치면서 말을했다.
“오오! 말이 잠시 새어 나갔구나. 그러니까 니가 여기에서 육개월 동안이나 있어야 하는이유는 아까 말했듯이 너의 육체를 기초부터 다져놓고, 다른 내공심법을 익히게 될 때 무리없이 익힐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이다.”
“기초를 다지는데 육개월이나 걸리나요?”
역천은 동천의 말을듣고 고개를 옆으로 절래절래 흔들었다.
“아냐, 사실은 일년이 걸린다.”
사부의 말에 동천은 깜짝 놀라며 말을했다.
“일년이요? 원래 여기에서 일년이나 있었어야 했다구요?”
“그렇다. 원래 육개월은 양기를 받아 들이고, 나머지 육개월은 음기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니가 여기에서 육개월만 있어도 되는 이유는 육개월 동안은 꼭! 여기에서 내공심법을 운용해서 양기(陽氣)만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머지 육개월 동안은 여기에서 음기(陰氣)를 받아 들이지 않아도 된다.”
역천의 말에 동천은 눈을 가늘게 만들면서 말을했다.
“호오..! 사부님. 왜 꼭 이 깊은 산속에서 육개월동안 있어야 하는거예요?”
제자의 말에 역천은 싱끗 웃었다.
“하하하! 그건다 이 사부의 깊고 깊은 뜻이 있기 때문이다.”
사부의 말에 동천은 그 깊은뜻이 뭐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뭔데요?”
“그건 말이다.. 평소에도 그렇겠지만 특히 처음 내공심법을 배우는 사람들은 사람들의 혼탁(混濁)한 기가 서려있는 평지 보다는 자연(自然)의 기가 충만한 곳인 산 속에서 내공을 키우는 것 이야말로 최적의 조건이라고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제서야 동천은 나직히 탄성을 질렀다.
“아..! 그런 이유 때문이군요.”
역천은 그것만이 아니라는 표정으로 말을했다.
“그리고 니가 여기에서 내공을 쌓을때에는 꼭 지켜야 할것이 있다.”
“그게 뭔데요?”
“그건 말이다. 운기조식을 꼭 이른 아침인.. 그러니까 해가 뜰 때쯤인 묘시((卯時): 오전 5시부터 7시 까지.)초에서 말 사이(6시.)에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방법은 꽤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너는 육개월 동안에 단 하루도 이 시간을 거르지말고 실시해야 한다.”
역천의 말에 동천은 눈을 똥그랗게 떴다.
“왜요?”
제자의 질문에 역천은 여태까지와는 달리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했다.
“흠.. 왜냐하면 우리의 주변에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미미하게 기(氣)가 흐르고 있단다. 그 기는 다른 시간에는 천천히 움직이며 흘러가다가 밤이되면 서서히 땅으로 가라앉게 되지. 그렇게 그 기들이 하나둘씩 땅에 쌓이게 되면 무시못할 정도가 된다. 그 기를 발견한 분은 우리 귀영약문(鬼影藥門)의 창시자 이신 두 사조님 들이셨다. 그당시 그 기를 발견하신 두 사조님들께서는 무척 기뻐하셨다고 들었다. 그 기는 밤 사이에 땅의 표면에 가라앉아 있다가 해가 뜨는 동시에 땅에서 서서히 공기중으로 분산(分散)이되기 때문에 두 사조님들께서는 그 기를 대지(大地)의 기(氣)라 칭하시고는 그 기를 어떻게 하면 발전 시켜 자신의 것으로 만들수가 있는가에 대해서 밤세워 고민을 하시다가 마침내 그 기를 응용할 수 있는 무공(武功)을 창안하셨다.”
동천은 사부의 말을듣고 어쩐지 자기가 대단한 무공을 배울 것같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다.
“그.. 그게, 어떤 무공 인데요?”
역천은 제자에게 무공의 명칭을 말할 기회가 오자 진지한 얼굴을 지우고는 만면(滿面)에 웃음을 띄웠다.
“후후후! 그 이름하여 거룩하고, 위대(偉大)하고, 천지(天地)가 진동할 정도로 놀라운 무공인 귀의흡수신공(鬼意吸收神攻)이라고 한다! 하하하하! 어떠냐? 이름한번 끝내주지?”
동천은 사부의 말대로 진짜 끝내주는 이름인 것 같았다.
“예! 진짜루 좋은데요?”
“하하하! 역시 니가 뭘알긴 잘 아는구나!”
“헤헤헤..”
한참을 그렇게 사부와 함께 좋아하고있던 동천은 문득 궁금한게 있었다.
“참! 사부님, 저한테 그 귀의흡수신공(鬼意吸收神攻)이라는 무공을 언제 가르쳐주실 거예요?”
제자의 말에 역천은 빙긋 웃으면서 말을했다.
“그 방법은 이제부터 배울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동천은 사부가 이제부터 가르쳐 준다는 말에 신이났다.
“그래요? 그럼 빨리 가르쳐 주세요!”
역천은 제자의 열성어린 학습욕구(學習欲求)에 찬 모습을 보면서 분명히 자신은 제자를 잘 들인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기분이 좋아진 그는 흐뭇한 시선으로 제자를 바라보며 말을했다.
“하하하! 너무 보채지 말아라. 내가 내일 아침이 되면 너에게 가르쳐 줄테니까.. 아! 그래도 기가 흐르는 통로(通路)는 가르쳐 주어야 겠군. 동천아, 우선 너의 윗도리를 벗어 보아라.”
사부의 말에 의문을 느낀 동천은 눈을 똥그랗게 뜨고는 물어 보았다.
“왜요?”
역천은 그런 제자의 모습이 귀여운 듯 웃으면서 얘기했다.
“하하하! 짜식. 방금 말했지 않았느냐? 내공심법을 운기할 때 그 기가 흐르는 통로를 가르쳐 주겠다고.. 이제 알겠냐?”
그재서야 동천은 아.. 그렇구나 하는 식으로 표정을 지었다.
“헤헤.. 예!”
“그럼, 아무말 하지말고 벗어봐라. 물론 책으로도 가르쳐 주겠지만 아무래도 몸으로 한 두어번 정도 가르쳐 준다면 내일 운기조식을할 때 이해하기가 아주 쉬울거라고 생각해서 가르쳐 주는 것이니까.”
“알겠습니다.”
사부의 명으로 어기적 어기적 하면서 윗도리를 벗고난 동천은 장난끼가 가득한 표정으로 역천을 바라 보았다. 한편, 역천은 갈비뼈가 다드러날 정도로 말라있는 동천을 바라 보면서 나직히 혀를찻다.
“쯧쯧쯧! 동천아..!”
“예, 사부님.”
“수련이 너를 구박하면서 밥을 제대로 안주데?”
사부의 말뜻을 이해한 동천은 멋적게 웃으며 말을했다.
“아니요. 그 반대로 수련은 저한테 꼼짝도 못하고 살아요. 그리구요, 저는원래 살이찌는 체질이 아니예요. 헤헤! 오죽 했으면 세가에 있을 때 애들이 저보고 -앙상한 가지나무- 라고 놀리고 다녔겠어요.. 으음? 그러고보니 그때 생각하니까 열받네? 그 싸가지 없는것들이 그때 놀려댄 것을 생각하면..”
역천은 잘 나가다가 끝에가서 자기혼자 열받아하는 제자를 얼른 제지 시켰다.
“제자야.. 열받아 하지말고 우선 가부좌를 틀어앉아 보아라.”
동천은 본격적으로 열을 올리려고 하는데 사부가 자신에게 가부좌를 틀어앉아 보라고하자 할수없이 가부좌를 틀었다.
“예? 아.. 예에. 이렇게 하면 되죠?”
동천이 아무리 무공에 관해서 모른다고해도 가부좌 정도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얼른 가부좌를 틀었다. 동천이 가부좌를 틀자 역천은 손으로 동천의 단전에서 부터 천천히 거슬러 올라갔다.
“자.. 여기가 단전이다. 그리고 이 단전에서부터 위로 천천히 올라가며 기를 세심히 퍼트려야한다. 좀 위로 올라가면 중부혈이 나온다. 그 중부혈을 중심으로 기를 두바퀴를 돌리고 더 위로 운문혈로 가고.. 그리고 여기가 천부혈이다. 여기서 부터는 양쪽 팔쪽으로 비슷한 속도로 기를 퍼트려 손 끝까지 기를 순환시킨후 그 기를 머리쪽으로 올려서 대영혈을 지나 얼굴의 미간 사이인 신정혈로가서 그 신정혈을 중심으로 이번에는 기를 네바퀴를 돌려야한다. 네바퀴를 돌리고 난후에는 그기를 다시 손끝으로 내려보낸후 천천히 회수해서 단전으로 모은다. 그렇게 모으고나면 단전에서도 기를 네바퀴를 돌리고 이번에는 다리쪽으로 기를 보내야 한다. 기는 아까도 말했지만 천천히 같은 속도로 양쪽에 골고루 보내야 한다. 허벅지 안쪽인 비관혈을 지나고 무릎쪽인 응창혈을 지나 그 밑부분인 유중혈에서 발끝까지 내려보낸후 다시 단전쪽으로 올라와 단전에 머문후 대지의 기를 모으는 것으로 일주천(一周天)을 했다고 보면된다.”
동천은 처음에 그렇구나 하면서 듣다가 점점 가면서 머리가 빠개질 것 같은 느낌에 한쪽귀로 듣고 한쪽귀로 흘리는 고도의 수법(?)을 발휘해 그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
“그런데요? 거기가.. 뭐라고했더라? 중부혈이맞나? 어쨌든 중부혈에서 기를 두바퀴를 돌리고 또.. 신.. 무슨혈에서 기를 네바퀴를 돌리고 하는 것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역천은 의미있는 웃음을 지었다.
“하하.. 중부혈이 맞다. 그리고 기를 돌린다는 뜻을 제대로 모르겠나본데 그건 말이다.. 그 혈도를 중심으로 기를 천천히 나선형(螺旋形)으로 돌리는 것을 뜻하는거란다.”
“나선형이요?”
역천은 제자에게 더 자세하게 가르쳐주기위해 손을 동원해서 둥글게 만든 뒤 천천히 돌리면서 가르쳐주었다.
“그렇다. 기를 둥글게 퍼트려서 니가 버틸 수 있는 곳까지 기를 퍼트린후 그 기를 중부혈 안쪽으로 갈무리하는 것을 한바퀴를 돌렸다고 하는것이다. 그런후 다시 똑같은 방법으로 계속 반복해 나가면 된다. 그리고 니가 배우는 내공심법은 특이해서 단전이 세개나 되기 때문에 이 규칙은 꼭 지켜야한다.”
단전이 세 개나 된다는말에 동천은 못믿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동천이 아무리 무공에 관한 기초가 없어도 단전이 하나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말도안되요!”
그러나 역천은 젼혀 흔들림이 없는 표정을 지었다.
“말이된다.”
사부가 당당한 표정으로 말을 했지만 단전은 오로지 하나여야 한다는 고정관념(固定觀念)이 머리에 콱! 밖혀있는 동천은 왠만해선 믿으려 하질 않았다.
“진짜루 말이 안되요! 제가 내공십법을 아무리 몰라도 단전이 하나여야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고요!”
제자의 고집에 찬 말에 역천은 나직히 혀를차며 말을했다.
“쯧쯧쯧! 무공은 말이다.. 너같이 틀에 박힌 생각을 하면서 익히다가는 발전은 커녕 오히려 퇴보(退步)하기 마련이란다. 그리고 내가 아까 말했듯이 이 무공은 좀 특이하다고 말하지 않았더냐. 그러니까 입 좀 다물고 이 위대한 사부가 말씀하시는 것을 자세히 들어봐라. 아까 내가 단전이 세 개라고 말했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두 개가 된다.”
동천은 단전이 세 개에서 두 개로 줄어들자 아까보다는 좀 수그러진 모습으로 말을했다.
“네에.. 두개요…”
역천은 동천이 아까 보다는 많이 잠잠해지자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렇단다. 단전은 하단전, 중단전, 상단전으로 구분이 되는데 하단전은 니가 알고있고 나도 알고있는 기해혈에 있는 단전을 말하고, 중단전은 중부혈을 말한다. 또 상단전은 아까말한 신정혈을 말한다. 그리고 아까 말했듯이 한 곳은 단전이 아닌데 그곳이 어디냐 하면 중부혈이다. 이곳을 다르게 말하자면 단전이 아니라 하단전과 상단전의 범람(汎濫)을 막아주는 뚝이라고 생각하면된다.”
“뚝이요?”
“그렇다. 하단전이 실질적인 기(氣)를 안으로 갈무리하여 그 힘을 증대시키는 곳이라면 상단전은 정신적(精神的)인 능력을 키워주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정신적인 능력과 실질적인 힘을 동시에 운기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단다. 왜그러냐고? 그 이유는 그냥 무턱대고 운기를 했을 때 서로다른 두 기가 섞이게 되기 때문이다. 섞이게 되면 어떻게 되냐고? 물론, 주화입마에 걸리게 된단다. 그래서 그런 위험을 미연(未然)에 방지하기위해서 상단전과 하단전의 기가 통하는 가운데 길에 또하나의 흐름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그게 뭔소리냐고? 아까 기를 두바퀴를 돌린다고 했지? 그중 한바퀴는 하단전에서 올라오는 미미한 힘를 나선형으로 한 번 돌려서 다시 하단전으로 내려 보내고, 다른 한바퀴는 상단전에서 내려오는 능력을 하단전에서와 같이 나선형으로 한바퀴 돌려서 상단전으로 올려주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된다. 알겠느냐?”
동천은 머리가 어질 어질한게 알 것 같기도하고, 모를 것 같기도하면서 정신이 왔다리 갔다리하고 있었다.
“사부님. 너무 어려워요!”
역천은 제자의 말에 그럴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 사부도 알고 있다. 그러나 열번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내가 다섯 번이고 열번이고 계속 가르쳐 준다면 외우기 싫어도 외우게 될것이니 너무 걱정하지마라.”
물론 걱정은 안한다. 동천이 걱정을 한다면 자신의 신변(身邊)에 무슨일이 있을 때(가령 맞는일.) 뿐이고, 다른 일은 그저 룰루랄라! 하는 식으로 걱정이 없이 사는 성격(性格)이었다.
“네, 사부님. 음.. 그런데 진짜로 다섯 번이고 열번이고 제가 전부 이해할때까지 가르쳐 줄건가요?”
역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냐. 니가 이해를 할 때까지 열번이고 백번이고 가르쳐 주마.”
사부의 굳은 의지가 섞인 눈빛을 접한 동천은 자신도 사부가 입이 아프게 계속 가르쳐 주기전에 외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부님! 다시한번 더 부탁 드립니다!”
역천은 제자의 굳은 의지가 엿보이는 부탁에 마음 속에서 감동의 물결에 휩쓸리며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오.. 이 얼마나 감동적인 장면인가.. 역시 내가 이번 제자는 잘 맞아 들였다니까..?’
그러나 역천은 생각과는 반대로 엄한 표정으로 말을했다.
“할수있겠느냐?”
“예!”
제자의 힘찬 대답에 다시한번 말을했다.
“힘들지도 모른다! 그래도 할수있겠느냐?”
동천은 힘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할 수 있습니다!”
“좋다. 그러기 위해 우선 기합을 한 번 넣어보자. 자 따라해 봐라. 아자!”
“아자!”
“아자!!”
“아자!!”
“나는 할수있다아아! 아자!”
“할 수 있다! 아자!”
역천은 방금전까지 둘이 마주보며 소리치다가 이번에는 먼 산을 가리키며 소릴쳤다.
“자.. 이번에는 저 먼 산을 향해 소릴 질러보자. 난 할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두 팔을 하늘높이 들어 올리며..
“아자! 아자!! 아자아아!!!”
“아자! 아자!! 아자아아아!!!”
서로 마주보는 제자의 눈이 빛난다.. 사부의 눈또한 빛난다.. 두 사제의 결의에 찬 눈빛은 꺼져갈줄 모르고 그렇게 밤새 빛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