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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冬天) – 30화


한참을 욕을 하며 앞으로 걸어나가던 동천은 눈앞의 광경에 깜짝 놀랐다. 이 부근은 아까 동천이 올 때 지나갔던 곳이라는 데에선 아무런 이의도 없었지만, 지금 동천이 깜짝 놀라고 있는 이유는 이 지형(地形)이 변해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한참을 서있던 동천은 시간이 흐르자 어느 정도 정신을 차렸다.

“어? 어떻게 된 거지? 한 오장 정도가 시원하게 뚫려있네? 후아! 설마.. 이곳을 그 변태 늙은이가 바뀌 놓은 것은 아니겠지? 그래, 아닐 거야.. 음..! 아니라면 이 상황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 거냐구-우!!”

동천이 씨부렁거리면서 그 문제의 현장(現場)에 도달하자 그제서야 제대로 된 상황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파괴된 부분을 주의 깊게 살펴보던 동천은 분명히 사람이 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부서진 바위 부근에서 심하게 파손이 되어 있지만 덜 파손이 된 밑부분을 보면 무려 다섯 치(15Cm) 정도나 되는 주먹 자국이 파여 있었다. 그리고 다른 곳을 찾아보면 곳곳에 채인 자국들도 간간이 보였다.

“우와..! 이거 녹은 자국 아냐? 세상에나.. 바위가 녹아버리다니.. 그 노인. 굉장히 세구나. 참? 그런데 만약에 이곳을 부숴놓은 게 그 늙은이라면 왜 이렇게 쓸데없는 짓을 한 거지?”

자기 때문이란 걸 전혀 모르는 동천으로서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맞아! 아마 그 늙은이가 미쳐서 그랬을 거야. 아암. 그렇고말고. 안 그러면 왜 이런 짓을 했겠어? 잠깐? 그렇다면 나는 미친 늙은이한테 시술을 받게 되는 거잖아? 음.. 그러면 안 되지.. 아! 맞아. 그 늙은이가 나한테 힘 자랑을 하고 싶어서 이런 짓을 한 걸 거야! 좋아. 히히히! 안 그렇다 해도 그렇다고 치지 뭐!”

동천은 자기 편한 대로 상상을 했다.

“에.. 어쨌든 이런 곳에서 운기조식을 할 수도 없고.. 이 근처에서 돌아다니다가 마땅한 곳이 나오면 그곳에서 운기조식을 해야겠다. 그럼, 가볼까?”

조금만 걸어가도 해골들이 보였지만 이제는 해골이 눈에 들어와도 무시하고.. 아니, 오히려 그 해골을 발로 툭툭! 차면서 걸어갈 정도로 간댕이가 커졌다.


치이익..

뭔가 고온의 열을 받아서 녹는 듯한 소리가 동굴 안을 울려 퍼졌다. 메스꺼운 냄새가 나는 게 녹는 듯한이 아니고 녹는 게 확실했다.

치이이익…

또다시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항광은 무표정한 얼굴로 책들을 녹여버리고 있었다. 그러나 표정과는 달리 목소리는 격앙(激昻)돼 있었다.

“재수 없는 냉가(冷家).. 그중에.. 뿌드드득! 냉가의 꼬마 새끼!! 내가 미쳤지.. 그때 도움을 받았을 때 그냥 고맙다고 한 다음 그냥 내 갈 길을 가버렸으면 될 것을..!”

“츄아악..!”

이제는 하나씩 녹여버리는 것도 지겨운 듯 손을 한번 휘두르자 수십여 권의 책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앞다투어 녹아버리기 시작했다. 동굴 안에서는 메스꺼운 냄새가 차올랐다.

“끄-응! 아무리 노력을 해봐도 화가 쉽게 풀리지 않는군…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그 꼬마 냉가 자식이 내 비급을 보았을 때 얼른 다가가서 비급을 훔치려 했다고, 한 다음 본때를 보여줬어야 하는 건데. 음.. 진짜 아깝다.”

못내 아쉬워하는 항광이었다.

그러나 항광의 성격이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그 생각을 참는 성격이 아니었다.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참을 수가 없다..! 참을 수가.. 으아-아-아아!! 아무리 생각해도 재수 없는 꼬마 새끼이!! 으아아아!!”

콰-앙! 쾅! 후두두둑! 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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