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미지

동천(冬天) – 374화


파아아아!

피가 솟구쳐 올라왔다. 피는 도연의 얼굴에 튀었고, 옆에서 삿대질을 하고있던 동천의 얼굴에도 튀었다.

“피, 피가. 피가……. 꼴까닥!”

이런 것에 의외로 심약했던 동천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모로 쓰러져버렸다. 도연은 그런 주군에게까지 신경을 쓸 틈이 없었다. 갈라진 틈에서 꾸역꾸역 피가 흘러나왔던 것이다. 검은 피였다. 그것은 그만큼 상부의 몸 상태가 나쁘다는 증거였다.

“제길!”

눈물이 나오고 입안이 바싹 타들어 갔다. 아울러 비릿한 피내음은 숨을 쉴 수도 없을 정도였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때 오로지 상처부위만 눌러 막고있던 도연에게 퍼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그래, 꼬매야 해.”

급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곧 그의 눈에 띄는 작은 소쿠리가 있었다. 분명 거기에는 도연이 원하던 것이 있을 것만 같았다. 헌데 문제는 상처를 틀어 막아야 하는 그의 신세였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도연은 기절해있는 동천을 불렀다.

“주, 주군! 주군 깨어나십시오!”

도연이 내공을 일으켜 동천의 고막을 때렸음에도 불구하고 동천은 깨어날 생각 조차 안 했다. 아마도 본능이 깨어나지 말라고 시키는 것 같았다. 그 뒤로 몇 번 더 동천을 불러 제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안되겠다고 생각한 도연은 얼른 소쿠리로 달려가 피 뭍은 손으로 마구 뒤적였다. 그리고 기쁨에 찬 도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있다!”

도연은 얼른 바늘과 실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상부에게 되돌아왔다.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나, 나는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도연은 마음속으로 수없이 다짐을 했으나 정작 바늘에 실을 끼는 것만 해도 상당한 시간을 소비해야했다. 어찌해서 용케 바늘구멍에 실을 꿴 도연은 이불로 엉켜있는 피를 닦아내고 상처부위를 들여다보았다. 상처는 생각했던 것보다 작았지만 문제는 찔린 깊이였다. 내장을 상하게 했다면 꼬매봤자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중얼거렸다.

“후우, 시작하자.”

도연은 엄지와 중지로 살집을 두툼하게 잡고 난 후, 차마 바늘을 찌르지 못하고 망설이다가 눈을 딱 감고 찔러 넣었다.

푹.

손끝에서 전해지는 묘한 느낌이 역겨움을 자아냈다.

“우웁!”

갑자기 욕지기가 올라왔다. 도연은 욕지기를 억누르고 입안까지 차 오른 것들을 다시 삼켜버렸다. 시큼한 냄새가 입안을 맴돌았다. 아울러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그의 손은 기계적으로 상처 부위를 꿰매고 있었다.

‘죽일 수는 없다. 사, 살려야. 살려야한다. 죽일 수는…….’

의식보다는 무의식이 지배하는 상태인 것이다. 그런 도연의 정신이 되돌아 온 것은 바늘이 자신의 손가락을 찌르고 나서였다.

“윽! 으응? 내, 내가 언제 이렇게 까지 꿰맸지?”

잠시 당황했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비록 엉성하게 꿰매긴 했어도 더 이상 피는 흐르지 않았다. 도연의 입장에서는 아주 다행인 것이다. 이제 그가 할 일은 다 했다. 다음은 주군인 동천의 차례였다. 기진맥진해하던 도연은 얼른 정신을 차리고 동천을 불렀다.

“일어나시지요. 주군!”

도연은 동천의 몸을 거칠게 흔들었다. 그러나 동천의 풀린 눈은 되돌아올 줄을 몰랐다. 당황한 도연은 급기야 동천의 뺨을 때리면서까지 깨우려했다.

“주군! 아주 급합니다! 주군!”

아픈 것은 아는 것일까? 동천은 세 대에서 네 대로 넘어오는 시점에서 게슴츠레 눈을 떴다.

“으음……. 꿈을 꿨어. 아주 지독한 꿈이었어.”

도연은 범벅이 되었던 눈물이 메말라 괴기해진 얼굴로 말했다.

“꿈이 아닙니다.”

“뭐?”

그제야 동천은 발딱 일어났다. 그리고 피로 물든 도연의 얼굴과 주변 상황을 돌아볼 수 있었다.

“으으, 그럼 정말이었단 말야? 야! 빠, 빨리 톡껴!”

도연은 도망치려는 동천의 상의를 얼른 잡아챘다.

“안됩니다! 어찌해서 제가 상처를 꿰맸으니 다음은 주군이 맡아야합니다!”

그러나 도연의 바램은 부질없는 것이었다.

“어? 이 자식이 어딜 잡아?”

화가난 동천은 몸을 반 바퀴 돌려 뒤돌아 찼다. 덕분에 도연은 정확히 배를 얻어맞고야 말았다.

“크윽!”

채 방비를 못했던 도연의 상체가 급격히 허물어졌다.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알았을까? 때리고 나서도 오만가지 인상을 쓰고있던 동천은 도연을 한 대 더 걷어차고 소리쳤다.

“에이 씨!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그 소리에 쓰러져있던 도연의 고개가 바짝 쳐 들렸다. 기회라고 생각한 그는 고통스런 와중에서도 입을 열었다.

“가, 간단합니다. 주군께서 그 기공술로 상처부위를 다독여주시면 적어도 저 상처로 인해 숨이 끊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니까…….”

“됐어! 다 알아들었어! 으으, 씨팔! 이씨팔! 삼씨팔!”

기실 치료해준답시고 상대를 잔뜩 겁먹게 하고 그냥 가려했었던 동천은 일이 이렇게 틀어져 기분이 영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도연이 무슨 재주를 부렸는지 몰라도 상처를 꿰맸다는 것이었다. 아마 그였다면 밥을 준다고 해도 못했을 것이 분명했다. 동천은 자신이 없었다. 오늘 치료했던 두 노인도 치료할 자신이 없었는데 운이 따라줘서 완치가 된 것이었다. 치료한 놈이 놀랐다면 어떻게 된 상황인지 다 알리라. 그런 행운이 또 따라줄 지는 미지수. 하지만 동천은 일단 허리띠를 풀고 내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리며 상부의 상처에 살며시 두 손을 얹었다.

“형님, 옥동자님께서 왜 이리 안 나오시는 걸까요?”

동천의 명대로 이청과 함께 10여장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상주는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그것은 이청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청이 상주와 자못 다른 점이 있다면 옥동자님을 믿는 정도가 대단하다는 것이었다.

“어허! 때가되면 나오실 것을!”

상주는 찔끔했다. 그리고 곧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다.

“죄송합니다. 제가 급한 마음에…….”

이청은 표정을 풀고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나 또한 다급한데 내 어찌 자네의 그런 심정을 모르겠는가. 그러지 말고 우리 조금만 더 기다려 보세나.”

“예, 형님.”

이청과 상주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어서 옥동자님께서 나오기를 기다렸다. 오랫동안 서있는 것은 꽤 힘든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에 더해 기다리기까지 하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었다. 한 시진 여가 지났을까? 기다리고 기다리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상주는 더 기다려 보자는 이청의 만류를 뿌리치고 자신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막상 방문 앞에 다다르자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저기, 옥동자님들. 제 아들놈을 다 고치셨습니까?”

안에서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이에 불안해진 상주는 다시 한번 물었다.

“옥동자님들, 다 고치셨습니까?”

역시 대답이 없었다. ‘혹시, 노하신 게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고개를 숙이고 어쩔 줄을 몰라하던 상주는 갑자기 발 밑의 무엇을 보고 눈을 부릅떴다. 있어야 할 옥동자님들의 신발이 없었던 것이다.

‘서, 설마?’

다급해진 상주는 재빨리 문을 열어 제쳤다. 그리고…….

“끄아아악! 사, 상부야!”

상주는 아들의 이름을 목청껏 부르다 그 자리에서 실신해버렸다. 그의 비명에 이청이 얼마나 놀랐는지는 말을 안 해도 알리라. 그로부터 이틀 후. 피 칠을 해놓은 듯한 방안의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게 상부는 살아 있었다. 비록 희미한 숨결이었지만 살아있다는 것은 불변이었다.

“이놈아. 제발 눈을 뜨거라.”

부정(父情)이 물씬 풍겨 나오는 음성이었다. 그 음성의 주인공은 당연히 상주. 그는 실신지경에서 깨어난 후 이틀 내내 사경을 헤매고있는 아들을 보살펴주고 있는 중이었다. 식사를 한 두끼씩 걸러서 그런지 그의 노안이 더욱 꺼진 듯한 인상을 주었다. 그가 잠시 한숨을 내뱉는 사이 아들의 머리 위에 얹어진 물수건은 이미 뜨뜻해진지 오래였다. 상주는 찬물로 헹구기 위해 물수건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방문이 열린 것도 그때였다.

“이보게, 어떤가?”

조심스레 물어오는 주인공은 바로 이청이었다. 상주는 형님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흥! 왜 왔소?”

차디찬 대꾸. 찔끔한 이청은 자라목 부럽지 않게 목을 움츠렸다.

“이, 이보게. 너무 그러지 말게. 분명히 상부는 고쳐진 게야. 그 증거로 살아있고 배에 꿰맨 자국도 있지 않은가? 분명히 그분들은 상부를 고치시고 선계로 올라가신 게야.”

상주는 대노했다.

“말 같은 소리도 마십쇼! 내가 형님이 나쁜 저의로 그놈의 애새끼들을 데려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니까 망정이지! 아니, 다른 사람 같았으면 그랬어도 내 손에 맞아 죽었을 겁니다! 그나마 형님이니까 참는 거니 그만 나가주십시오!”

너무도 놀란 이청은 아무 말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헌데 그 상황을 기다리기도 한 듯 상부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울리는 것이 아닌가.

“으으으…….”

상주는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을 느끼며 재빨리 아들을 살폈다.

“얘, 얘야. 아들아, 깨어났느냐? 상부야!”

그나마 모자란 침으로 마른 입술을 적신 상부는 거의 울 듯한 아버지를 볼 수 있었다. 자신에게 뭐라고 하는 것 같았지만 바로 깨어나서 잘 들리지 않았다. 그는 그후로 몇 번 더 반복되는 아버지의 물음을 듣고서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상부는 힘없는 목소리로 희미하게 말했다.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의식이 꺼지기 전 뭐가 번쩍 했는데……. 으음, 그 후로는…….”

상주는 아들의 찌푸림에 혹여 어떻게 될까봐 급히 제지했다.

“그만 말해도 된다. 흑흑, 이 아비는 네가 살아났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단다.”

아비 된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의 상황에 만족해하겠지만 그 입장이 아닌 사람으로서는 그게 아니었다. 병세 치료에 제일 관심을 두고있던 이청은 재빨리 상부에게 물었다.

“상부야. 네 배는 어떠냐? 아직도 아프냐?”

이청의 물음에 상주의 흐느낌이 갑자기 멈추었다. 그도 그것이 궁금했던 것이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두 쌍의 시선을 받게된 상부는 다소 굳은 안색을 보였다.

“그렇습니다, 어르신.”

“으음. 역시…….”

“그, 그럴 수가.”

모두들 실망하는 눈치였다. 특히, 이청의 실망은 말이 아니었다. 그토록 믿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고 하니 얼마나 낙담했겠는가.

‘아아, 30년은 더 살수 있을 거라 믿고있었는데 다 거짓부렁이었단 말인가?’

알고 보니 그는 젯밥에 더욱 관심 있어하는 인물이었다. 그런 이청의 마음도 모르고 같은 분노를 공유했다고 믿고있던 상주는 분노에 몸을 떨었다.

“내 이놈의…….”

‘애새끼들을!’이라는 뒷말이 나오려할 때였다.

“그런데 여태껏 저를 괴롭혔던 복통은 없는 것 같습니다.”

상주는 급히 욕설을 삼키고 눈을 똥그랗게 떴다.

“그게 무슨 소리냐? 방금 아직도 배가 아프다고 하지 않았더냐!”

상부는 아버지가 오해를 했다는 것을 깨닫고 조용히 웃었다. 크게 웃으면 당연히 그에 따른 응징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제 말은 예전처럼 창자가 뒤틀리고 찢어지는 듯한 고통 때문이 아니라 그 옥동자님께서 제 배를 째서 그런지 그 때문에 배가 아프다고 한 겁니다. 그분께서 좀 아플 거라고 하더니 정말로 아프네요. 헌데 그분은 어디 가셨습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상주는 너무도 기뻐서 뭐라고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러고 보니, 지금 아들의 혈색은 예전보다 훨씬 좋아진 상태였다. 다만 그것을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했던 것은 아들의 죽음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상주가 말을 못하고 입술을 달싹일 때 기다렸다는 듯 이청이 호탕하게 웃었다.

“푸하하하! 그럼, 그렇지! 이보게 상주! 이래도 아니라고 믿겠는가?”

“아닙니다요 형님. 아아, 이를 어쩐다. 그것도 모르고 옥동자님들을 욕했으니. 나 같은 건 죽어야 혀.”

이청은 자신이 마치 동천이라도 된 양 상주를 용서했다.

“괜찮네. 지극이면 감천이라고. 자네의 부성을 그 누가 탓하겠는가? 으하하!”

이청은 30년 수명연장을 생각하며 기뻐했고, 지금의 상황을 이해 못했던 상부는 얼떨떨할 따름이었다.

“실례합니다.”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였다. 그들이 전혀 들어본 바가 없는 다른 목소리였다. 세 사람의 시선은 열려진 방문 밖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구레나룻을 멋들어지게 기른 사내가 서있었다. 사내는 간소한 옷차림과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상대가 실례한다고 물었다면 응당 대꾸가 있어야 하는 법. 상주는 자신의 집인지라 자리에서 일어나 타지 인을 맞았다.

“허허, 이 인적이 드문 곳엔 어쩐 일로 오셨소?”

사내는 푸근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상주는 상대의 웃음에 약간이나마 가지고 있었던 경계심을 버렸다.

“사람? 누구를 찾소? 옆집 공가네? 아니면 저기 산마루의 오가네?”

사내는 손을 내저으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

“하하! 아닙니다. 제가 찾고 있는 사람은 어린 분입니다. 이걸 보십시오. 이렇게 생겼습니다.”

사내의 손에는 어느새 두 장의 그림이 들려 있었다. 그 그림 안의 아이들은 영락없는 동천과 도연이었다. 그들의 얼굴을 확인한 상주는 흠칫했다.

“이, 이분들은 왜…….”

목소리가 떨리는 게 확연히 느껴질 정도였다. 사내의 눈빛이 찰나간 번뜩인 것도 그때였다.

“아시는군요.”

상주는 이미 말이 나온지라 굳이 숨기지는 않았다.

“그렇소이다. 이 비천한 것이 알고있긴 하지만 댁이 왜 이분들을 찾는지 알아야만 가르쳐 드리겠소.”

그리 어려울 것이 없었던지 사내의 입이 수월하게 열렸다. 그는 그림 안의 동천을 가리키며 말했다.

“실은 전 이분의 밑에서 일을 하고있는 자입니다. 헌데 이분께서 머물러 계셔야 할 곳에 안 계시고 잠시 밖으로 나오셨기에 찾고있는 중입니다. 이제 됐습니까?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합니까?”

설명이고 뭐고 할 필요가 없었다. 상주가 바닥에 넙죽 엎드려 그에게 모든 것을 말했기 때문이다.

“아이고, 천상에서 오신 분들이군요! 실은…….”

상주는 사내가 물어보지도 않았던 것까지 자세히 설명해주었고, 사내는 침착한 얼굴로 상주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었다. 너무도 세세히 말해 줘 자칫 지겨운 이야기였으나 그는 그 와중에도 건질 것이 없나 살피는 중이었다.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던 듯 사내는 이야기의 맥락 중 한가지를 유추 할 수가 있었다. 사내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상주의 집을 벗어나 수하들과 만나기로 한 곳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찾긴 제대로 찾은 모양이로군. 문제는 소 전주님의 가출동기였는데 알고 보니 “그것” 때문이었는가? 으음, 아직은 섣부른 감이 있으니 좀더 지켜보면 알겠지.’

촌락의 총 아홉 가구 중 세 가구를 맡기로 했던 사내는 처음 방문한 곳이 상주의 집이었던지라 천천히 걸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들보다 약간 일찍 도착한 상태였다. 그의 수하들이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것은 그로부터 반각도 채 안 되는 시간이 지난 후였다.

“대주님, 죄송합니다. 제가 갔던 곳에는 그분들을 보았다는 자들이 없었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먼저 기다리고 있었던 대주는 상주의 집에서와는 다르게 냉기가 흐르는 얼굴로 말했다. 그는 상주의 집을 가리켰다.

“됐다. 내가 이미 알아냈으니 이제부터 저 집의 주변을 경계로 그분의 흔적을 찾는다.”

“옛!”

“알겠습니다!”

역마대(逆魔隊)의 대주는 번개같이 앞서나가는 수하들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리고 수하들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작은 산봉우리를 의미 없이 감상했다. 사실 그는 역천에게 동천을 찾는 것 외에 다른 한가지 명령을 받들고있는 상태였다. 그는 며칠전의 일을 상기시켰다.

“가서 어떻게 된 일인지 철저하게 조사해서 이 몸의 사랑스런 제자를 데려와! 알겠어?”

역천의 유일한 직속 무력기관인 역마대의 대주는 얼굴이 땅에 닿을 정도로 세차게 머리를 조아렸다.

“존명!”

촌각을 다투는 일이라고 생각한 그는 급히 소 전주를 찾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때 할말이 다 끝났다고 생각한 역천이 그를 제지시켰다.

“잠깐!”

대주는 의아심 없는 얼굴로 전주를 향해 신형을 돌렸다.

“하명하십시오.”

역천은 조금 망설이는 듯하다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제자를 찾아오는 것도 좋은데 말야. 이 몸께서는 한가지 의문이 있다. 그것이 뭐냐! 바로 사랑스런 제자가 과연 무슨 이유 때문에 가출을 했냐는 것이다. 물론 내부적으로 따로 조사를 하겠지만 니가 사랑스런 제자를 찾았을 때 무슨 중대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 명령체계를 바꾸어도 좋다. 즉, 니 대가리로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면 적어도 그 일을 끝마칠 때까지 뒤에서 은밀히 지켜주란 말이다. 알겠냐? 이해하겠어?”

순간 대주의 눈빛이 약간 흔들렸다. 명령체계를 독단적으로 뒤바꿀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전주님이 자신을 믿는다는 것인데, 만일 일이 잘못된다면 큰 누(累)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그는 흔들리는 눈빛과는 다르게 힘차게 대답했다.

“명을 받듭니다!”

“좋아좋아!”

역천은 할말을 다 했다는 듯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뒤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얼른 뒤를 돌아 본 역천은 허리 부근에 금침이 깊숙히 박혀 사경을 헤매고있는 사내를 볼 수 있었다.

“으잉? 여태 이러고 있었냐?”

대주의 생각은 거기에서 그쳤다. 수하들이 흔적을 찾아냈다는 보고를 올린 것이다. 그는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을 털어냈다. 지금은 무엇보다 소 전주를 찾는 것이 우선 이었던 것이다.

‘차차, 알게 되겠지.’

그는 위의 생각을 하면서도 소 전주에게 다른 이유가 없기를 바랬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일이 상당히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앞일은 오직 하늘만이 알고있을 뿐이었다.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