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冬天) – 4화
한섬은 거의 다 왔다는 것을 느꼈다. 아니 느꼈다고 생각한 순간 자신이 추적(追跡)하던 대상(對象)이 보였다. 그래서 그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찾았다.”
그는 자랑스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뒤에 따라오고 있는 자들을 향해 돌아 보았다.
“어-?”
없었다.. 분명히 방금전 까지 뒤에 있는걸 두눈으로 보았는데 사라진 것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앞을 쳐다 본 그는 등골이 저절로 서늘해 지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어-어떻게..?’
그들은 벌써 피투성이 노인 앞에 가있는 것이었다. 실로 놀라운 신법이라고 생각 하면서 한섬은 일행에 합류했다.
“물건은 어디있나?”
역시 말을 거는 것은 일행의 우두머리 였다. 그러자 노인은 힘들게 억지로 웃으면서 대꾸했다.
“크크크— 부교주! 이미.. 쿨럭.. 우웍..!”
그는 한사발 정도나 되는 핏물을 내뱉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이미.. 늦었소…”
만추의 늦었다는 말에 사비혼은 한순간 흠ᄍ 했다.
“무슨 소리냐!”
그러나 만추는 사비혼의 자의 싸늘한 광망(光望)을 토해내는 두 눈을 마주쳤음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표정이었다.
“다른 자(者)에게 넘어갔소.”
다른 자에게 넘어 갔다는 말에 사비혼은 인상을 잔뜩 찡그리면서 물어 보았다.
“누구냐!”
부교주의 조금 흔들리면서도 당황스러워 하는 듯한 말에 만추는 자신의 생각대로 흘러가는 분위기에 만족을 한 듯 최대한으로 음충 맞은 얼굴을 하면서 대답을 했다.
“흐-흐-흐– 절대.. 절대로… 못찾을 거외다…”
그러자 사비혼은 뒤에 시립해 있던 사람들 중 한명을 바라보며 소리 쳤다.
“일혼(一魂)!”
일혼이란 자는 뒤에서 말없이 서있다가 사비혼의 말을 듣고는 조용히 앞으로 나서며 절도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사비혼은 만추를 쳐다보면서 일혼에게 명령을 내렸다.
“뒤져봐라!”
부교주의 말에 일혼은 얼른 대답을 한후 만추에게 다가 갔다.
“존명(尊命)!”
만추에게 다가간 일혼은 혹시 모를 만추의 반격(反擊)에 대비하여 만추가 움직일수 없도록 미리 혈도를 봉쇠한 후 철저히 뒤지기 시작 했다.
일혼이란 자가 노인의 몸을 뒤지는 동안 한섬은 혼자서 경악 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부교주라는 말 때문 이었다.
그는 가만히 머리를 굴려 봤다. 평소에 근골은 좋지만 대가리가 나빠서 그의 사부에게 수도 없이 맞았지만 지금은 왠일인지 머리가 잘 돌아 가는 것을 느꼈다.
‘저자가 부교주라면 삼대마교 중 한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이고, 그정도의 인물(人物)이 손수 나서서 찾는 물건 이라면 보통 물건(物件)이 아닐테고…’
여기서 잠깐 언급(言及)하자면 마교(魔敎)는 원래 하나 였다. 지금 으로부터 일천 오백년전 불세출(不世出)의 기재(奇才)가 마교에서 탄생(誕生)했다. 그의 이름은 천마(天魔) 자강(紫剛)! 누구도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으며 전설의 신마지경(神魔之境)에 도달 했다고 까지 전해질 정도로 무서운 인물 이었다.
그러나 마교의 행운(幸運)이자 불행(不幸)은 자강이 말년에 천하(天下)를 주유하며, 수하로 끌어들인 사마(四魔)로 부터 시작 하였다.
그들은 일마(一魔)인 수라마(修羅魔) 사비(死憊), 이마(二魔)인 환마(幻魔) 사뢰영(死雷靈), 삼마(三魔)인 미요(美夭) 사아란(詞娥蘭) 그리고 마지막 사마(四魔)인 한열마(寒熱魔) 냉천(冷天)으로서 비록 천마의 무공에 굴복하여 그의 수하(手下)가 되었지만 다음 교주로 자신이 되는 꿈(夢)들은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의 무공은 당시 천마 자강만 아니면 정도(正道)의 몇몇 기인(奇人) 들만 빼고, 아니 그들과 견주어도 능히 이길만한 그런 실력(實力)들 이었다.
천마와 사마가 있는 이상 무림은 흑도(黑道)쪽으로 기울어 질수밖에 없었는데 정도에는 행운이요, 흑도에는 불행인 사건이 일어나게된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죽음(死)은 어쩔수 없는법, 천마도 인간인 이상 아무리 신마지로에 들어섣다지만 세월(歲月)의 무상함엔 어쩔수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죽으면서 다음 교주가 될 인물(人物)을 미처 지목 하지 못했다는 데에 있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십이 원로원의 권한으로 다음대의 교주를 추천(推薦) 하기에 이르렀는데, 이 고지식한 원로들이 정통(正統)을 주장(主張) 하면서 천마의 삼대 제자중 첫째인 다정마(多情魔) 야뢰(夜雷)를 지목하게 된다.
사마들은 자기들 중 하나가 될줄 알았다가 이 소식을 듣고 분개(憤慨)하여 이의(異意)를 주장하였지만, 끝내 들어 먹히지 않게 되자 반란(叛亂)을 일으 키려고 했다. 그러나 차마 그러지도 못하고 자신들을 추종(追從)하는 세력들을 이끌고 두 무리(無理)로 갈라져서 마교를 세우게 되는데 수라마 와 한열마가 하나로 합쳐서 만들어진 교(敎)가 암흑마교(暗黑魔敎)이고, 환마 와 미요가 합쳐서 탄생된 교가 환마교(幻魔敎)이다.
사실 일마(一魔)니 이마(二魔)등 이런 호칭(呼稱)은 무공 순위(順位) 에서 비롯 된 것이 아니라 천마가 거둬들인 순서대로 지어진 것이었다.
이렇게 되다보니 암흑마교는 자칫 잘못하다 분열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일마인 수라마가 먼저 교주로 내정(內定)되고 사마인 한열마가 부교주 로서 다음 교주로 내정되어 한 번은 내가 한 번은 니가 하는 식으로 내려져 오게 되었다. 이렇게 되니 비록 대(代)를 이어 가면서 교주와 부교주를 바꾼 다지만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서 은근히 경쟁심이 붙는 것은 어쩔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도리어 행(幸)이 되어 서로의 무공을 발전(發展)시키는 계기(契機)가 되었다.
암흑마교(暗黑魔敎)는 그렇다 치고 환마교(幻魔敎)는 문제가 없었다. 그 이유는 환마 와 미요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기 때문이었다.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천마(天魔)에게 지고도 항복을 안하던 미요가 환마에게 이끌려 그의 수하로 들어 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요가 환마에게 반했기 때문에 환마교(幻魔敎)를 세울 때에도 아무런 문제(問題)가 없었다.
환마교를 세운 후(後)에도 자신의 사랑을 확실히 보여주기 위함과 동시에 후세의 분란(紛亂)을 막기위해 미요(美夭)는 자신의 진전(進展)을 이은 제자(弟子)에게 후대(後代)의 교주부터 그의 부인(婦人)이되는 동시에 부교주 이상의 신분을 주지않았다.
하지만 만약에 부인이 되기를 거부 하려면 교주의 허락이 있어야 했다. 만약에 그래도 교주가 허락을 하지 않는다면 마지막 수단(手段)으로 교주와 비무(比武)를 해서 교주를 이겨야 한다는 조건(條件)이 제시 되었지만 이를 거부 하는 제자는 극히 드물었다고 한다.
한편, 마교의 교주로 등극(登極)된 다정마 야뢰는 외호에 걸맞지 않게 천마의 나머지 두제자를 암살(暗殺)하기에 이르렀다. 이유는 분란(紛亂)의 방지였지만, 실질적인 목적은 천마의 무공이 탐이 났기 때문 이었다.
사실 천마가 제자를 세명이나 거둔 이유는 자신의 무공이 너무 엄청나서 한사람이 익힐수 없다는 것을 알고 천마일해 부터 천마삼해 까지 세권으로 나누어서 각각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었기 때문 이었다.
천마일해 의 무공은 오직 검법(劍法)뿐이지만 평생을 걸쳐도 그 극의(極意)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천마의 생각으로 한가지 밖에 넣지 않았다.
천마이해 의 무공은 도법(刀法)과 보법(步法)으로 구성 되어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야뢰는 천마이해 밖에 얻지 못했다.
왜냐하면, 삼제자인 비천야호(飛天夜虎) 영진(英珍)이 천마의 무공 중에서 경공술(輕功術)과 지법(指法), 그리고 권법(拳法)을 익혔기 때문에 중상(重傷)을 입은 상태 에서도 경공술을 발휘해 포위망(包圍網)을 뚫고 사라졌기 때문 이었다.
야뢰는 자신이 나서지 않은 것을 후회 했지만 어쩔수 없었다. 그 후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았던 그 무공비급이 아주 우연히 만추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처음에 그는 이 비급을 교주에게 바치려다가 생각을 바꿨다. 만약 자신이 이 무공을 익히면 마교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세력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 했기 때문 이었다. 그러나 수라마교의 추적술은 삼대 마교중 일석을 차지할 정도로 굉장했기 때문에 감히 경거망동(輕擧妄動)하지 못하고 비밀 스럽게 무공을 익혀 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미처 모르고 있는 것이 있었으니 천마의 무공은 그 어떠한 것이든지 삼성(三成)을 넘지 못하면 신체상의 변화(變化)가 나타나는데 눈(目) 의 변화가 그것 이었다.
일단 천마의 무공을 익히면 눈에서 푸른 마기(魔氣)가 뿜어져 나오는데 성취도가 낮(低)을수록 마기가 더욱 강렬해 지는 것이었다. 이 사실을 아는자는 굉장히 드물었는데 그 이유는 천마가 애초에 제자들에게 무공을 가르쳐 줄 때 무공의 성취도(成就道)가 삼성(三成)을 넘지 못하면 눈에서 푸른 마기가 흐르기 때문에 보기 흉하다는 이유로 제자들에게 삼성이 넘을때 까지 폐관(閉關)을 해서 삼성을 넘기기 전에는 절대로 나오지도 말라는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후대로 내려오면서 선조의 유지(維持)를 어길수가 없었기 때문에 후세(後世)에 천마의 무공을 익히는 사람들은 꼭 이 사항을 지켰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는 이들이 극히 드문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이것을 알 리가 없는 만추는 천마의 무공을 익히다가 태상장로에게 들키고 말았다.
사실 암흑마교의 추적술 로도 충분히 쫓아올 수 있었지만 세상에 비밀(秘密)은 없는법… 이일은 극비(極秘)에 속했으므로 특별히 부교주와 그의 친위대 가 나서서 이 일을 처리하게 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