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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冬天) – 43화


“으-왓!”

동천은 죽는다는 생각이 들 때, 꿈에서 깨어났다. 온몸에는 땀이 흥건했다. 그런데, 손을 들여다보자, 손등에 미끌미끌한 액체가 묻어서 번들거리고 있는 게 보였다. 놀랍고 당황해서 다시 쳐다보자, 손등에 묻어있던 액체는 그 흔적조차 없었다.

“설마.. 꿈인데!”

쉽사리 믿고 싶지 않았던 동천은 곧, 개꿈이라 믿고, 훌훌 자리를 털며 일어났다. 바깥에 나온 동천은 상쾌한 새벽 공기를 한껏, 들이마셨다. 간밤의 꿈은 정말로 신기했다. 마치, 실제로 일어났던 것처럼, 그 느낌이 아직도 생생히 남아있었다. 무심코 손을 들어 손등을 쳐다본 동천은 한참을 생각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 배고프다.”

소연과 아침을 같이 먹고, 사부에게 다시 불려가게 된 동천은 이번에는 자기 혼자 가보겠다고,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며, 도면(圖面) 한 장을 달랑 들고 유유히 걸어갔다. 늦어도 일각이면 도착할 거리지만, 무려 반 시진이 걸려도 사부가 계신 곳을 찾아가지 못했던 동천은 열받아서 다시 도면을 내려다봤다.

“이씨.. 소연이 가짜를 준 거 아냐? 뭐, 이따위가 다 있어?”

한참 동안 짜증 내며 도면을 쳐다보고 있을 때 즐비하게 늘어선 집들 중에서 하나의 문이 조용히 열리더니, 사십 대가량의 청수한 느낌을 풍기는 중년의 사나이가 나왔다. 그것을 본 동천은 잘됐다 싶어, 얼른 그 사내에게 달려갔다.

“어이! 이봐!”

종가진(鍾假眞)은 바람 좀 쐴 겸 문을 열고 나오는데 웬 꼬마가 자신에게 어이, 이봐. 라고 말하면서 달려오길래, 하도 기가차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때, 그 아이가 자신에게 종이 한 장을 쥐여주며, 나불거렸다.

“이거 좀 보고 사부님이 계신 곳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줘. 여기 까만 점이 보이지? 이게 내가 가야 할 곳을 표시해둔 곳이거든? 그거 보고, 여기가 어딘지 좀 가르쳐줘.”

“어? 여긴…”

종가진은 동천이 가리킨 곳을 보고, 좀 놀랐다. 까만 점이 표시된 곳은 바로, 약왕전의 전주인 역천이 기거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뭐가, 잘못됐어?”

“하하하.. 아니오. 그래, 공자가 바로 약전주님의 제자요?”

동천은 종가진의 말투가 왠지, 사부와 맞먹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 혹시, 여기 사람 아니신…”

“하하.. 역시, 총명하구려. 나는 약전주님의 초대로 이곳에 잠시, 머물게 된 신성(神聖) 종가진(鍾假眞)이라 하오. 만나게 되어서 반갑소. 하하하..”

동천은 종가진이 웃으며 손을 내밀자, 얼떨결에 마주 잡았다. 순간, 종가진의 눈이 빛을 발했다가, 잠잠해졌다. 그리고는 무엇이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 거렸다. 동천은 그 모습이 이상하자, 아까처럼 반말은 못하고, 존댓말을 써서 물어보았다.

“어? 왜 그러시죠?”

종가진은 동천의 손을 잡는 순간, 잘 발달된 근골의 느낌에 의혹을 가졌다. 자신이 듣기로는 약왕전의 소전주가 무공을 모르는 아이라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조금 있자, 의혹(疑惑)이 놀람으로 바뀌었다. 근골은 무공으로 인하여 발달된 게 분명한데, 몸에 내공이 전혀 흐르지 않는 것이었다. 이유를 모르는 종가진으로서는 고개를 갸웃, 거릴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자존심도 무척 상했다.

현(現) 무림에서 정도(正道) 최고의 의원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자신이 지금, 눈앞의 현상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의학의 길은 끝이 없으므로, 약소전주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흠.. 놀랍구려. 근골은 무공으로 발달된 듯한데, 몸에는 어떻게 내공이 없는 것이오. 어렵지 않다면, 이 종모에게 가르쳐줄 수 없겠소?”

“어려워서 안 되겠는데요?”

동천은 귀찮아서 무심코 한 얘기였지만, 종가진은 어떤 말 못 할 사연이 있는 것 같아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종가진이 동천의 말에 아쉬워할 때, 동천은 종가진이 빨리 도면을 보고, 여기가 어딘지 가르쳐 줬으면.. 했다.

“안 가르쳐 줄 건가요?”

“응? 뭘 말이오?”

“나 참, 지금. 신성께서 들고 계신 것 말예요!”

종가진은 그제서야 자신의 손에 종이가 들려있는 게 느껴졌다.

“이런.. 이런, 실례를.. 흠흠. 어디 보자..”

잠시, 도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종가진은 씨익, 웃더니 보고 있던 종이를 돌려주며, 얘기했다.

“하하하… 모르겠군요.”

“….. .”

종가진은 소전주가 자신이 건네준 종이를 받으면서도, 눈은 자신의 얼굴에서 떠나지 않자, 어깨를 으쓱, 하고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흠.. 미안하게 됐습니다. 하하하, 너무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십시오. 제가, 너무 무안하지 않습니까?”

‘무안하라고 쳐다보는 거다.. 이 자식아!’

“으으음… 그래요? 어쩔 수 없죠. 나중에 봐요.”

사부님이 초청해온 인간만 아니었으면, 지랄을 해봤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어서 어쩔 수 없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았다.

“약소전주.. 정말, 미안합니다.”

“됐어요. 갈게요..”

주먹을 꽉, 잡고 걸어가는데 뒤에서 종가진이 떠들어댔다.

“하하하.. 정말 미안합니다!”

‘빨리, 걸어가자.. 재수 없는 자식…’

뛰어가는 건 속 보이는 짓인 것 같아서, 걸음을 빨리했다.

“하하하.. 잘, 찾아가기 바랍니다!!”

열 뻗치는 걸 가까스로 참고서 가는데 드디어, 모퉁이가 보였다. 모퉁이를 돌자, 그제서야 열라게 뛰어갔다. 어느 정도 뛰어 가자, 종가진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는데, 그 인간은 끈덕지게도 동천에게 잘 가라고 하는 것 같았다.

“으윽, 씨발놈, 신성(神聖)? 신성 좋아하네. 실성(失性)이다, 씨발아! 으아악! 열받아. 모르면, 처음부터 모른다고 해야지, 아는 척하면서 감히 나에게 모른다고 해? 으.. 두고 봐라…”

하하하.. 하고, 웃는 종가진의 모습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한참을 지랄거리던 동천은 지나가는 하인 몇 명을 붙잡고, 물어보는 과정(過程)을 거쳐, 다행히 도면을 볼 줄 아는 하인을 만나, 역천에게 가는 길을 알 수 있었다. 그때, 보초를 교대하러 가던 연호를 만나게 되었다. 무심코 걷다가 동천을 발견한 연호는, 반가운 마음에 동천에게 달려와 깍듯이 인사를 했다.

“하하하.. 안녕하…”

“퍽!”

“억-!”

인사를 하는데, 갑작스레 눈을 맞은 연호는 눈앞에 폭죽이 터지는 느낌을 받았다. 동천이 비록, 지금은 내공이 없기는 했지만, 항광의 힘으로 뼈와 근육이 어느 정도 재편성됐었기 때문에 어른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동천의 주먹은 무시 못 할 정도였다. 연호는 왼쪽 눈을 부여잡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아무 이유 없이 맞은 연호는 그렇다 치고, 자의가 아닌 타의(?)로 때린 동천도 어이없어하긴 매 한 가지였다. 자신이 때려놓고, 왜 때렸는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어? 내가 왜 때린 거지? 이봐, 연호. 괜찮아?”

눈을 비비고 있던 연호는 무지하게 아팠지만, 소전주의 면전에서 인상을 찡그릴 수 없기에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괘.. 악!”

또다시 동천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먹이 저절로 움직여 연호의 턱주가리를 올려쳤다. 동천은 일어서며 말하던 연호가 다시 자빠질 때, 그제서야 느끼는 게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때리는 이유는 연호의 웃음 때문이었다. 연호가 웃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손이 반응한 것이다.

“이봐, 미안해.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네가 웃어서 그런 거라고, 네가 웃으니까 내 손이 저절로 움직인 거야!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웃으면 안 돼!”

연호는 소전주가 지금,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했다. 심심할 때 자신이 보이자, 놀이 대상으로 생각하고는 자신을 때렸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화가 치밀었지만, 어쩌겠는가? 신분이 낮은걸….

“괜찮습니다. 하하..”

순간, 동천의 주먹이 다시 움직였다.

“퍼-억!”

“케엑-!”

콧등을 정면으로 맞은 연호는 쌍코피를 휘날리며, 뒤로 자빠졌다. 스스로 움직이는 자신의 손을 신기하게 쳐다보던 동천은 그제서야, 연호가 쓰러졌다는 게 생각났다.

“앗! 연호. 이봐! 괜찮아? 젠장.. 그러니까 내가 웃지 말랬잖아! 어? 기절했네? 코까지 주저앉고.. 아프겠다… 에이그.. 할 수 없지, 치료는 해줘야 하니..!”

연호가 기절하자, 동천은 지나가는 다른 하인을 만날 때까지, 연호의 한쪽 다리를 질질 끌고, 걸어 다녔다. 연호에겐 다행히 동천이 잡일을 하던, 하인을 일찍 만나 기절한 연호를 건네줄 수 있었다. 연호를 건네준 동천은 좀 늦은 것 같기에 걸음을 빨리했다.

“아….?”

바삐 걸어가던 동천은 아까의 무의식적인 반응에 생각나는 게 있었다.

“맞아, 아까 그 실성한 자식의 웃음소리 때문이었어…”

참 빨리도 깨달았다….. 화가 났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이 맞은 건 아니었기 때문에 좀, 걸어가자, 그런 일도 곧 잊어버렸다.

조금 후에, 암약전에 제대로 찾아간 동천은 안으로 들어가자, 방 앞에서 매향이 서있는 게 보였다. 매향은 동천을 보자, 공손히 인사를 했다.

“안녕 하셨습니까? 전주님께서 손님들과 기다리고 계십니다.”

“어, 그래. 그리고.. 체한 건 나았어?”

순간, 매향은 움찔했다.

“예… 염려해주신 덕분에 어느 정도 차도가 있었습니다. 어서,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매향이 문을 열어주자, 동천은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네 사람이 있었는데, 한 명은 당연히 역천이었고, 나머지 이남일녀(二男一女)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동천이 들어오자, 넷이서 담소(談笑)를 즐기던 역천은 동천을 반기면서, 손짓으로 자신의 옆자리에 앉으라는 시늉을 했다. 사부의 손짓에 동천이 자리에 앉자, 역천은 동천에게 세 사람을 차례로 소개시켜 줬다. 소개는 역천의 바로, 오른쪽에 있는 사람부터 시작했다.

“제자야, 인사드려라. 이분은 혈각(血閣)의 각주(閣主)이신 혈수(血手) 초무강(肖武强)이시다.”

혈수라는 사부의 말에 동천의 시선은 당연히 초무강의 손에 고정됐다. 그러나, 자신의 예상과는 달리, 붉은색이 아니자 의아해했다.

“하하하.. 자네가 역전주님의 제자인 동천인가?”

초무강의 웃음을 들은 동천은 하마터면, 초무강의 얼굴을 후려칠 뻔했다. 아직도 종가진의 여파가 남아있었던 것이었다. 등에서 저절로, 식은땀이 솟아났다. 그러나 식은땀은 식은땀이고, 인사는 인사였기 때문에 어제 배웠던, 포권지례를 취했다.

“아.. 예. 동천이라 합니다. 앞으로 많은 지도 편달(指導鞭撻) 바랍니다.”

동천의 깍듯한 인사에 모두들 만족해했다. 동천이 잘해내자, 역천은 두 번째로 유일한 여자인 중년의 여인을 소개시켜 주었다.

“그리고, 이분은 요림(妖林)의 림주(林主)이신, 요화(妖花) 금요랑(金妖郞)이시다. 인사드려라.”

금요랑은 별호에서 알 수 있듯이 야시시하게 생긴 게, 중년의 나이로 보이지만 젊은 여인들과 비교해도 손색(遜色)이 없을듯한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동천은 금요랑이 웃으면서, 자신에게 살짝 눈웃음을 치자, 속으로 ‘미친년 지랄하네..’라고 생각했다.

“호호, 잘생긴 소전주님. 만나서 반가워요. 나중에 크면, 이 누나에게 놀러 와요. 예쁜 애들이 많으니까…”

놀러 오라는 걸, 마다할 동천이 아니었다.

“예, 잘 부탁드립니다.”

“호호, 얼른 컸으면 좋겠네?”

역천은 둘의 인사가 끝나자, 마지막으로 세 번째 인물을 소개시켜줬다.

“마지막으로… 이분은 아수전(阿修傳)의 아수마황(阿修魔皇) 유혼(幽魂)이시다.”

유혼은 아수마황이라는 별호답지 않게, 푸근한 인상을 주었다. 동천은 앞서 두 사람보다, 푸근한 인상의 유혼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반갑네. 자주 만나세나.”

음성 또한 푸근한 맛이 있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동천이 인사를 모두 끝마치자, 역천은 전음으로 밖에 있던 매향에게 술상을 봐오라고 시켰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족히 여섯 자 정도의 길쭉한 상이 들어왔다.

“자..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저의 제자 녀석을 보시러 오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 잔씩 들기 바랍니다.”

역천의 말에 제일 활달한 금요랑이 웃으며 대답했다.

“호호호.. 바쁘긴요. 그리고, 이런 경사스러운 날에 안 오면 되나요? 저는 이렇게 잘생긴 소전주를 보자, 잘 왔다는 생각까지 드는걸요?”

금요랑의 말에 모두들 한바탕 웃었다. 그중에 동천이 제일 좋아했는데, 칭찬에 약했던 동천은 잘생겼다는 금요랑의 말에 아까 미친년이라고 생각한 걸 금방 취소했다. 독한 술을 마실 수 없었던 동천은 역천의 배려(配慮)로 달짝지근한 과일주를 마실 수 있었다. 한 번 마셔본 동천은 달고, 맛있자, 홀짝홀짝. 잘도 들이켰다. 그렇게 근 한 시진 정도를 마셔댄 동천은 과일주가 아무리 달다 한들, 그것도 일종의 술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취해버렸다. 동천은 머리가 어질어질하던 가운데, 아까 금요랑이 나중에 크면, 놀러 오라던 말이 생각났다. 마침, 금요랑이 자신의 옆자리에 앉아 있었으므로, 조용히 물어봤다.

“저기요..”

“응? 뭐지요?”

금요랑도 취기가 돌았는지, 얼굴에 은은한 홍조를 띠고 있었다. 동천은 말할 때 풍기는 금요랑의 향긋한 입 냄새에 한순간 아찔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욕정(欲情)을 느꼈다는 게 아니라, 그 향긋한 냄새가 이상하게도 동천의 몸을 부웅! 뜨게 하는듯한 느낌을 주었던 것이었다. 한순간 멍해있던 동천은 금요랑이 궁금하다는 듯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자,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그게요. 아까, 하신 말씀 중에 크면, 놀러 오라고 했는데, 꼭 커서 놀러가야 하는 건가요?”

금요랑은 동천이 귀엽다고 생각했다.

“호호호,, 아니예요. 잘생긴 소전주님이 오신다면, 이 누나는 언제든지 환영(歡迎)이예요.”

“정말인가요?”

동천은 언제든지 와도 좋다고 하자, 취기 때문에 말하는 목소리가 들떠있었다.

“그럼요. 이 누나가 뭐 하러 거짓말을 하겠어요?”

‘히히히.. 나중에 가서, 맛있는 거 많이 달라고 해야지!’

거기가 어딘지 몰랐던 동천은 마냥 좋아했다.

금요랑의 대답에 마지막까지 즐겁게 술을 마셨던 동천은 이각 여가 지나자, 결국은 취기에 못 이겨 뻗어버렸다. 동천이 뻗어버리자, 역천은 술자리를 이만 그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의 주인공이 뻗었으니, 더 이상의 진행은 무의미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이런.. 제자 놈이 드디어 맛이 갔군요. 하하. 오늘은 이만함이 어떻겠습니까?”

역천의 물음에 모두들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일 먼저 일어난 건, 초무강이었다.

“오늘 대화(對話), 즐거웠습니다. 며칠 후에 다시 뵙죠.”

초무강이 먼저 나서자, 나머지도 인사를 나누고는 밖으로 나갔다. 매향은 모두들 나가자, 역천의 명으로 술에 취해있는 동천을 업고 나갔다. 문앞까지 사람들을 배웅했던 역천은 오늘 모임은 성공적이라고 생각하며, 즐거워했다.

‘어휴, 하필이면 왜 나야?’

동천만 보면, 왠지 모르게 불안감을 느꼈던 매향은 속으로 짜증을 내며, 바쁘게 달려갔다. 빨리 달려가자, 업혀있던 동천은 매향의 걸음걸음마다, 움찔움찔했다.

“으. 으. 으.. 으…”

동천은 움찔할 때마다, 그 박자에 맞춰 자그마한 소리까지 냈다. 매향은 그 소리를 듣고, 속으로 가지가지 한다고 생각했다. 그 소리가 듣기 싫어 더 빨리 달리자, 그 충격에 동천은 살풋이 눈을 떴다. 눈을 떴을 때 몸이 계속, 출렁거리자, 속이 울렁거리는 게 기분이 몹시 안 좋았다. 자신이 업혀서 이동되고 있다는 걸 깨달은 동천은 좀 천천히 달리라고 말했다.

“이.. 봐아…. 조. 옵!”

“예?”

뒤에서 소전주의 목소리가 들리자, 매향은 무심결에 고개를 돌렸다. 순간, 시큼한 냄새가 나더니, 싯누렇고, 끈적끈적한 게 자신의 얼굴에 퍼부어지는 것이 보였다. 순간의 의지로 피해보려 했지만,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우웩! 우욱,, 웨엑-!”

“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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