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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冬天) – 506화


걸어서 오솔길을 걸어가면은 1.

잠시 외출하려는 듯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동굴의 입구까지 걸어나간 민묘희는 뒤따라온 소연에게 조용히 말했다.

“빙염청약석을 구하기 위해 열흘간 출타할 것이니 동굴을 잘 지키고, 그 동안 출입을 금했던 이 호실과 사 호실의 녀석들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거라.”

고개를 끄덕이던 소연은 기겁을 하고 물었다.

“이, 이 호실도요? 하지만 그곳에는 색마가…….”

민묘희는 딱 잘라 말했다.

“괜찮아, 내공을 모두 폐쇄 시켰으니까. 정 뭐하면 먹을 것을 그 근처에다 내려놓고 나오 거라. 이제 됐느냐?”

일이 이렇게 됐는데 소연의 성격상 어떻게 거부를 하겠는가.

“예, 말씀대로 할게요. 그런데 만일 안 계시는 중간에 그 운성현이란 강시가 깨어나면 어떻게 하죠?”

민묘희는 안심하라는 듯 표정을 풀었다.

“그것도 걱정 말거라. 다녀올 동안 음기를 흡수하지 못하게 조치를 취해놓았으니 깨어날 염려는 없을 것이다.”

내심 안도한 소연은 말 나온 김에 마저 물어보았다.

“그런데 이 호실의 사람들은 언제 내보내실 거예요? 기왕이면 지금 내보내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민묘희는 의외라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내가 언제 너에게 그런 말도 했었느냐?”

소연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예, 인면지주가 나타나기 두어 달 전에 지나치듯 말씀하셨잖아요. 이쯤 되면 어느 정도 정신을 차렸을 테니 이 호실의 녀석들을 조만간 내보내야겠군, 이라고요.”

소연이 그녀의 어감과 몸짓까지 흉내내며 말해주자 민묘희는 묘한 얼굴을 하고 답해주었다.

“그것은 운성현이 깨어나는 대로 시행할 것이니라. 그러니 괜한 생각은 말고 너는 지금의 일에만 충실하면 된다.”

“예, 민낭.”

조금 주눅이 든 소연은 내키지 않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떠나는 사고를 향해 빨리 다녀오라며 손을 흔들어준 그녀는 사고의 모습이 수풀 사이로 사라질 때까지 그곳에서 서 있다가 이제부터 해야할 일을 깨닫고 안으로 들어갔다.

“할 일은 여러 가지인데 뭐부터 해야하나? 그래, 그 동안 그 아저씨들을 보지 못한 게 거의 2년에 다다랐으니 그쪽부터 해결해야겠다.”

민묘희의 어깨너머로 배운 탓에 지금의 소연은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음식 솜씨를 가지고있었다. 민묘희가 처음 그녀의 음식에 입을 대고 기절초풍했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실로 비약적인 발전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공을 들여 만든 음식을 들고 지하실로 내려간 그녀는 그간의 공백에 부담감이 느껴지는지 막상 사 호실의 문을 열려고 하자 머뭇거리기만 했다.

‘괜찮아. 고작해야 2년도 안됐는데 그분들이 달라져 계실 리가 있겠어?’

심신을 추스리고 철문을 열어 제킨 그녀는 안에서 심한 악취가 풍겨 나오자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열 일곱이었다. 지금도 덜렁거리긴 하지만 적어도 어렸을 때처럼 철없는 짓을 할 나이가 아닌 것이다.

“저어, 식사 왔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던 그녀는 아무 낌새가 없자 살며시 고개를 들었다.

“아앗?”

처참한 몰골의 사내들 셋이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모습은 충분히 소연을 당혹케 만들었다. 마를 대로 마른 온몸에 상처투성이는 기본이었고,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못해 곪아 터지고있는 부위가 한둘이 아니었다. 썩어 가는 부위에 구더기가 기어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음식을 내려놓고 주춤주춤 다가간 소연은 한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 울먹이는 얼굴로 물었다.

“사, 살아들, 계신가요?”

민묘희의 목소리가 아닌 것을 깨달았는지 대주가 푹 꺼진 눈을 들어 상대방을 살폈다. 소연을 확인한 그는 힘겹게 웃음 지었다.

“너로구나. 그 동안 보지 못해서, 헉헉. 얼굴도 잊어먹을 뻔했단다.”

주르륵 눈물을 흘린 그녀는 어찌해야할지를 몰라 우두커니 서있어야만 했다.

“왜 이렇게 되신 거죠? 저, 저는 민낭께서 출입을 금하기에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만 했었는데…….”

부대주는 메마른 입술을 적시고 입을 열었다.

“모, 모두 운명의 장난이지. 하지만 주, 죽기 전에 너라도 보았으니 여, 여한은, 끄윽….”

그의 고개가 툭 꺾이자 놀란 소연은 다급히 소리쳤다.

“안돼요! 아, 안돼요!”

소연이 울먹이며 다가오자 꺾어져있던 부대주의 고개가 발딱 치켜들어졌다. 이어 그는 통쾌하게 웃었다.

“푸하하, 이 정도로 죽을 리가 있나! 역시, 순진하기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구나! 하하하!”

갑작스런 상황에 어정쩡해진 소연은 딱딱하게 굳은 자세로 부대주를 따라 웃고있는 나머지 두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어찌나 밝게 웃는지 걱정해주었던 소연이 다 무안해질 정도였다.

“너, 너무들 하세요!”

그녀의 항의 섞인 목소리에 웃음을 그친 그들은 모든 고통을 초월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대주가 입을 열었다.

“우리의 신분이 탄로 나고 부터는 출입을 금하게된 것으로 알고있었는데 오늘은 어떻게 된 일이냐.”

소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분이 탄로 나다니요?”

대주는 그간의 일들을 간략하고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해주었다. 듣는 내내 어쩔 줄을 몰라하던 그녀는, 이 모든 일이 자신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생각되자 죄스러운 마음에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할지 몰라 울먹이기만 했다. 그들이 의아하여 묻자, 먼저 사죄를 올린 그녀는 자신의 신분과 어떻게 역마패를 알아보았는지에 대해 후련하게 설명해주었다.

“그, 그렇다면 네가 정말로 소전주님의 시녀였다는 말이냐?”

소연을 눈물을 닦아가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에, 전 정말 아저씨들이 역마대원인 줄도 모르고 민낭께 말씀드렸던 거예요. 알았다면 입을 다물고있었을 텐데…….”

“지금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소전주님은? 소전주님은 무사하시더냐?”

대주의 다급한 물음에 소연은 그걸 왜 자신에게 물어보냐는 식으로 쳐다보았다.

“아시다시피 전 3년간 이곳에서 머물러있었을 뿐이에요.”

답답한 듯 부대주가 이어 말했다.

“그러니까 묻는 것이 아니냐! 설마, 이 호실에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

소연은 아직도 이해 못한 얼굴로 물었다.

“이 호실이요? 예, 민낭께서 그곳에는 색마가 있어 저에게는 무리라고 하시며 출입을 엄금하셨거든요.”

“바보 같은! 그곳에 소전주님과 도연이 갇혀 있다는 말이다!”

“……!”

한 순간 멍해진 소연은 잘못 들었는가 싶어 부들부들 떨어가며 대주에게 물었다.

“뭐, 뭐라고 하셨어요? 지, 지금, 뭐, 뭐라고….”

무리하게 흥분한 탓에 대주와 부대주가 숨결을 고르자 잠자코 있던 군영이 그들을 대신해 침착하게 말해주었다.

“어째서 그 여자가 거짓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니 이미 소전주님의 신분을 알아내시고 우리와 같은 상태로 되어버리셨는지도 모르지. 어쨌든 이 호실에는 소전주님이 갇혀 계시다. 우리들은 그분을 뒤따라 이곳에 왔다가…….”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었던 소연은 어디로 어떻게 가고있는지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흥분과 초조, 그리고 기쁨과 걱정이 교차되는 심정이었다.

‘이곳에 계셨다니…. 이곳에 계셨는데도 몰랐다니!’

끼이익!

그녀는 뛰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헐떡이며 이 호실의 철문을 열었다. 주인님의 얼굴을 확인해야하는데 눈물이 자꾸 솟아나 내부가 흐릿하게만 보일 뿐이었다. 그녀가 눈물을 닦아내며 주춤거리자 동천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어? 민낭이 아니네?”

실로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였다. 예전의 앳된 목소리는 아니었어도 그 목소리가 주인님의 목소리라는 것쯤은 간파해낼 수 있었다. 주인님이라는 확신이 들자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그토록 원했던 주인님의 목소리를 듣게되자 그녀의 놀란 몸이 민감한 반응을 나타낸 것이었다. 주인님의 얼굴을 확인해야 하는데 눈물은 멈출 줄을 몰랐다. 그런 그녀의 귀로 누군가에게 의견을 묻는 듯한 주인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저 여자 이쁘긴 한데 미친 거 아니냐? 아무리 울 데가 없어도 그렇지, 이런 곳에서 우는 걸 보면 확실히 정상이 아닌 것 같아. 안 그래?”

걸걸한 목소리가 답했다.

“이놈아, 왜 애꿎은 처자를 미쳤다고 몰아세워? 미친 건 네놈이잖아!”

“이씨! 내가 언제 미쳤다고 지랄이야? 그냥 따분해서 몸부림을 좀 친 거지.”

이어 변성기가 지난 듯한 도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보다 저 소녀…, 어디선가 본듯하지 않습니까?”

“뭐? 글세, 그러고 보니 낯은 익은데?”

“흑흑흑!”

자신의 감정을 주체 못한 소연은 바닥에 주저앉아 큰 소리로 엉엉 울어댔다. 어서 일어나 주인님께 자신의 존재를 알려야하는데 복 받히는 설움은 아무리 울어도 그칠 줄을 몰랐다. 서로들 현 상황을 분석하기에 여념이 없던 동천 일행은 끊임없이 쏟아져 내리는 그녀의 눈물이 신기했는지, 나중에는 그거 쳐다보느라고 할말을 잃게되었다.

동천은 나직이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어떻게 된 게 하는 짓이 꼭 소연이 같…….”

무언가 깨달은 듯한 동천이 말끝을 흐리자 그제야 소연의 울음도 뚝 그쳤다. 눈물을 멈춘 그녀는 두려움과 설레는 눈빛으로 동천을 올려다보았다. 제대로 닦지도 못해 상거지가 다름없는 모습이었지만 그 사이로 드러난 평범한 이목구비는 틀림없이 그녀가 알고있었던 그 얼굴이었다.

“주, 주인님….”

“너, 너어!”

충격을 받은 듯 동천의 눈이 부릅떠졌다. 소연은 가벼이 날아올라 동천의 품에 안겼다.

“와앙, 주인님!”

향긋한 내음이 확 끼쳐왔다. 동천은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보듬어주려 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양손이 쇠사슬에 매달려있는 탓도 있지만 열흘 동안 자리를 비우게될 민묘희가 그에 걸 맞는 수십 종의 금제를 걸어놨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겨우 안면근육을 풀었을 때 그녀가 찾아온 것이었다.

“니, 니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지?”

꿈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확인한 소연은 눈물을 닦고 어설프게 웃었다.

“헤헤, 그렇게 됐어요.”

“그렇게 되긴 뭐가 그렇게 돼! 자세히 말해봐!”

동천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올라갔지만, 그것은 화를 내고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소연은 웃음 진 얼굴을 유지하며 대답할 수 있었다.

“그게 말씀을 드리자면 너무 길어서 지금은 무리고요, 우선은 욕통을 가져와서 목욕물을 받아줄게요. 지금 주인님은 너무 냄새가 나거든요.”

코를 킁킁거려 형식적으로 냄새를 맡아 본 동천은 그보다 당장에 급한 것을 원했다.

“열쇠 있지? 먼저 이 쇠고랑부터 풀어 줘. 움직임에 제약도 많고 아주 불편해 죽겠다니까?”

들어줄 수 없는 부탁이자 소연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죄송해요. 풀어드리고는 싶지만 열쇠는 민낭이 따로 보관하고 계셔서 무리예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요.”

그사이 놀람을 감춘 도연은 차분한 신색으로 나섰다.

“소연아, 믿기 지는 않지만 우선 반갑다라고 해야할까? 하지만 민낭이 언제 눈치챌지도 모르는 이 상황에서 목욕물을 받겠다니.”

도연에게 시선을 돌린 그녀는 뒤늦게 아는 척을 해서 미안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괜찮아. 민낭께서는 오늘 출타하셔서 앞으로 열흘간은 이곳에 안 계실 거거든.”

열흘간 없을 거라는 소리에 귀가 번쩍한 동천은 무조건 소연의 편을 들어주었다.

“열흘? 고럼고럼! 소연이 그렇다는데, 그 할망구가 무슨 힘이 있다고 빨리 돌아오겠어? 히히, 열흘이라.”

주인님의 부추김에 기분이 좋아진 소연은 목욕물 준비를 하러 신형을 틀었다.

“호호, 조금만 기다리세요.”

“자암깐!”

중소구가 손을 들어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자 소연은 주춤 물러섰다. 상대가 모르는 사람이거니와, 대머리가 되다시피 한 중년인이 느끼한(?) 시선으로 그녀를 훑어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 저, 저 사람이 민낭께서 말씀한 그 색마로구나! 과, 과연!’

뭐가 ‘과연’ 이란 말인가. 지레 겁을 집어먹은 그녀는 떨어졌던 동천에게 슬금슬금 다가가며 말했다.

“마, 말씀하세요. 하지만 수, 수상한 짓은 마세요. 전 무공도 익혀서 만만치 않거든요.”

중소구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소연은 주인님의 바로 곁이라 안심이 되는지 조금은 당당하게 말했다.

“시치미떼지 말아요. 미, 민낭이 색마라고 다 말씀해주셨단 말예요.”

“뭐, 뭣? 색마?”

중소구의 얼굴이 보기 좋게 일그러지자 반대로 동천이 낄낄거렸다.

“히히, 맞는 말이야. 이히히, 저 인간이 머리가 까진 이유는 하도 밝혀서 그런 거라니까?”

중소구는 펄쩍 뛰었다.

“이놈이 어디서 그런 말 같지도 않은 헛소리를! 이, 이보게 도 소형제. 자네가 좀 나서서 본 대인의 무죄를 증명해주게나!”

도연은 빙그레 웃으며 오해를 풀어주었고, 도연이 거짓말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있었던 소연은 몸둘 바를 몰라하며 중소구에게 몇 번이고 사과를 올렸다. 그녀가 사과를 올릴 때마다 괜찮다고 계속 답해주었던 중소구는 급한 문제부터 해결하고자했다.

“네가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모두는 모두 금제에 걸려있단다. 혹시 그걸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깜짝 놀란 소연은 동천의 몸을 살펴보며 걱정스레 물었다.

“주인님, 금제라니요? 혹시, 아프지는 않으세요? 몸은 움직이실 수 있고요? 아아,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딱딱히 굳어 계신 것 같은데 이를 어째요.”

정작 물어보고 소외를 당한 중소구는 허탈한 음성으로 그녀를 불렀다.

“이보라고, 대답은 해주고 그쪽으로 가던가 해야지.”

자신의 실수를 깨닫게된 소연은 대뜸 붉어진 얼굴로 다시 돌아왔다.

“죄송해요. 그리고 그건 민낭님의 방을 뒤져보면 어딘가에 있을 거예요. 그분은 연구 일지 빼고는 아무렇게나 어질러놓으시거든요. 훗, 어린애 같죠?”

“전혀!”

중소구의 딱딱한 대꾸에 찔끔한 소연은 자신이 무슨 말을 잘못했는가 싶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그렇게 알고 목욕 준비부터 할게요.”

동천이 잠깐 그녀를 불렀다.

“나는 당장에 필요 없으니까 나중에 준비해.”

“왜요?”

“왜 긴 왜야. 그 민낭 할망구가 금제를 하도 많이 걸어놔서 당장에 움직일 수 있는 건 얼굴의 안면근육 뿐이니까 그렇지. 정 그러면 니가 씻겨줄래?”

“아, 아뇨! 됐어요.”

됐다고 말하면서 힐끔 주인님의 몸을 훑어본 그녀는, 이상한 상상을 떠올렸는지 달아오르는 얼굴을 주체못하고 방안을 빠져나갔다.


“아아~.”

“아, 얌냠.”

소연은 동천에게 물었다.

“맛있어요?”

동천은 음식물을 삼킨 뒤에야 평을 내려줬다.

“으음, 간만의 제대로 된 식사라 그런지 꽤 맛있어.”

기왕이면 아주 맛있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던 소연은 기쁜 듯 밝게 웃었다.

“호호, 다음에는 더욱 맛있게 해드릴게요.”

“장하구나. 히히, 얼른 한 숟갈 더 떠봐.”

“예, 아~ 하세요.”

끝에서 역겹다는 듯 그들을 바라보던 중소구는 제발 그따위 짓 좀 하지 말라고 가서 빌고만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들은 움직일 수 있어도 동천은 꼼짝도 못하는 상황이니 말이다. 그는 음식을 팍팍 집어먹으며 씹는 대신 이를 갈아 분해하였다.

‘으으, 내 앓느니 죽지! 적어도 사흘은 저런 꼬락서니를 봐야할 것이 아닌가!’

도연은 중소구의 심정을 이해했는지 그저 미소지으며 음식을 먹을 뿐이었다.

“우물우물, 꿀꺽. 근데 말야. 화정이가 인면지주에 당했는데 그 음기를 흡수하기 위해서 다른 강시하고 뭐?”

목욕은 못했지만 소연이 그의 얼굴과 팔다리 정도를 가볍게 닦아줘서 그런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깨끗하게 보였다. 소연은 주인님의 입가에 붙은 밥풀 하나를 떼어주고 걱정 말라는 듯 대답했다.

“민낭의 말씀으로는 화정이와 그 운성현이란 강시가 힘을 모아서 되려 음기를 흡수하게되면 인면지주는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거래요.”

동천은 뭔가 걸리는 것이 있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의심치 않고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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