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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冬天) – 514화


그로서는 경험이 전무하다 할 수 있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괜히 끼여들어 도연과 호흡을 맞추는 것보단 지켜보는 쪽이 좀더 이득을 본다는 것을 새삼 느꼈던 것이다.

이번에는 좀더 냉철한 시각에서 살펴보기 위해 내키지 않은 역심무극결까지 끌어올렸지만 아쉽게도 소용이 없게 되어버렸다.


“도옹∼천!”

그사이 옷을 갈아입은 화정이가 그를 부르며 달려왔기 때문이다. 그것이 공교롭게도 금무량과 도연의 사이였기에 공격을 가하던 금무량은 깜짝 놀랐다.

그녀가 오기 전에 끝낼 줄 알았는데 난데없이 경공을 사용해서 속력을 배가했기 때문이다. 다급해진 그는 정신 없이 공세를 거두어 들였지만 절반도 채 거두어들이기 전에 화정이가 끼여들었다.

“응? 모지?”

오로지 동천만을 바라보며 달려갔던 화정이가 좌측에서의 만만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그것을 쳐냈다. 힘을 제어하지 않았기에 음(陰)한 기운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다.

“우웃? 이, 이것은!”

금무량은 엄청난 음기를 느끼고 대경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기 딴에는 소녀를 생각해서 내공을 거두어들이는 상황이었는데, 자신이 전 공력을 사용해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 갈 정도의 음기가 밀려오자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바로 그때 화정이의 뒤에서 소연의 외침이 들려왔다.

“화정아, 안 돼!”

화정이는 행동을 멈추고 소연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뭐가 안 돼?”

그녀가 행동을 멈추자 금무량에게 쏟아지던 음기가 자연스럽게 그녀의 소매 속으로 갈무리되어 들어갔다. 이 또한 본능적으로 행해진 것이었다.

한숨을 돌린 소연은 다리가 풀리는지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는 약간 창백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냐, 됐어. 다… 해결되었어.”

화정이는 뭐가 뭔지 알 수 없었지만 곧 관심을 끊고 동천에게 마저 달려가 그를 껴안았다. 아직은 그녀의 키가 컸기에 껴안는 입장인 것이다. 금세 떨어진 그녀는 자신의 옷 여기저기를 들어 보이며 동천에게 자랑했다.

“나 옷 새로 갈아입었다? 봐봐, 예쁘지? 예쁘지? 헤헤, 소연도 이거 예쁘다고 그랬어.”

동천은 싸움이 중지된 것이 못내 아쉽긴 했지만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는 금무량의 얼굴을 보고있자니 우쭐함이 절로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그 우쭐함의 근원이 화정이었으니 어찌 그녀를 칭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과연 화정이로다. 네가 그 옷을 입고 있으니 하늘에서 내려오던 선녀들이 추녀가 되고, 평소에 미녀라며 나돌아다니던 여인들이 네 미모에 자신들의 추함을 깨닫고 방문을 꼭꼭 걸어 잠가 두문불출을 하겠구나! 하하하!”

화정이가 듣기에는 약간 어지러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칭찬 받고 있다는 것쯤은 그녀도 이해할 수 있었다. 동천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까르르 거리던 화정이는 작은 주인이 다가와 주의 섞인 눈초리를 보내자 슬그머니 멈추고 딴청을 피웠다.

허나 그것만으로는 작은 주인의 꾸지람을 피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는지 바닥의 흙을 한 움큼 쥔 뒤에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소연, 이 흙이 너무 아름다워.”

화정이의 행동을 접한 소연은 골치 아프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내가 못 살아. 꽃이랑 흙을 혼동하면 어떻게 하니.”

“에헤, 그런가? 그럼 꽃으로 바꿀게. 꽃, 꽃, 꽃이 어디 있을까. 꽃이… 아? 저기 있다!”

들꽃을 찾아 꺾어온 화정이의 행동은 미워할래야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었다. 결국 소연은 힘을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주는 선에서 마무리를 지었다.

“저, 저 빛나고 있는 소녀는 누구인가!”

놀람이 가시지 않은 금무량이 말까지 더듬어가며 도연에게 묻자 그가 공손히 대답해주었다.

“그것은 제 주군에게 물어보셔야 할겁니다.”

“어째서? 누가 되었던 알고있는 사람이 가르쳐주면 되는 것이 아닌가.”

“맞는 말씀이오나, 저도 알고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도연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동천이 여태껏 화정이를 데리고 있으면서 별다른 직위를 내려주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시녀나 수하라고 하기엔 부려 먹는 것이 없고 친구나 말동무라고 하기엔 마구 대하는 정도가 심하니 도무지 무슨 생각으로 데리고 있는 것인지 그 누구도 알고있지 않았던 것이다.

도연의 눈에서 진실을 느낀 금무량은 별다른 이의 없이 동천에게 물어보았다.

“후배야, 그렇다면 네가 말해보아라.”

동천은 뚱하게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뭐 하러?”

동천이 생각지도 못했던 건방진 말투를 사용하자 금무량은 두 눈을 부릅뜨지 않을 수 없었다.

“놈! 갑자기 말버릇이 틀려지는구나!”

본래의 성격을 드러낸 동천은 ‘어디서 개가 짖나?’ 라고 중얼거린 뒤 분노의 차있는 금무량을 흘겨보았다.

“말버릇이 틀려진 게 누군데 그러슈? 나에게는 반말을 찍찍! 까대다가 도연에게는 어떠한가, 그렇지 않은가? 하면서 비위를 맞춰주었으면서 잘도 나에게 성질을 내시네? 어이구, 낯짝도 두꺼워라!”

동네 한량들에게조차 듣지 못했던 모욕을 듣게 된 금무량은 얼굴이 터질듯이 붉어짐을 느꼈다. 분노가 극에 달해 기혈이 끓어올랐던 것이다.

“네놈의 그 입은 쌍스럽기가 그지없구나! 내 도연을 존중해준 것은 그만큼 그가 네놈보다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니라! 네놈이 빛나지 않거늘 어찌 똑같게 대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냐!”

“아아, 그러셔? 그렇다면 더욱 선배가 이 후배님에게 할말이 없지. 왜냐하면 나도 선배가 그리 빛나지 않아 이렇게 막 대하는 것이니까. 선배가 빛나지 않는다고 이 후배님에게 하대를 하듯 이 몸 또한 선배를 반딧불 똥보다 빛나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니, 선배의 말대로라면 어찌 선배가 이 후배님을 나무랄 수 있겠어? 안 그렇수?”

말로서 동천을 이기려 한다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 짓이었다. 금무량은 하는 말이 싸가지는 없어도 툭 까놓고 보면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주먹이 으스러져라 말아 쥘 뿐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동천을 혼쭐 내주고 싶었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초고수가 옆에 있었기 때문에 섣불리 상대할 수 조차 없어서 더욱 열불이 날 지경이었다.

“으으, 좋다! 이젠 전혀 빛나지 않는 어린놈아! 네 옆의 그 소저는 너와 어떠한 관계인지 가르쳐다오!”

그가 그렇게 숙이고까지 들어왔건만 동천의 행동에는 변함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정도가 심해졌다.

“참나, 세상을 그렇게 만만히 보면 쓰나. 알고 싶다면 적어도 성의가 있어야지, 성의가. 안 그렇소, 선배?”

마침내 금무량이 분노를 터트렸다.

“이놈이 보자보자 하니까 하늘 높은 줄을 모르는구나! 도저히 상종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어린놈아! 자신이 있다면 이 앞으로 나와라! 내 따끔히 훈계를 내려주리라!”

그가 다시금 검을 뽑아 바닥을 내려치자 일진광풍이 터져 나왔다. 그것을 본 동천은 속으로 뜨끔했지만 화정이를 믿고 있었기에 전혀 표정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훈계? 훈계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이 몸의 정신수양은 그 끝을 보았기에 훈계 따윈 필요 없어. 오죽했으면 위대한 이 몸의 사부님께서 ‘아아, 동천아. 내 너처럼 마음이 깨끗한 아이를 본적이 없느니라. 흑흑, 이는 사부의 복이니라!’ 라고 말하셨겠어. 이 대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몸의 마음은 명경지수(明鏡止水)와 다름없음이니 선배 따위의 훈계는 필요 없다는 이야기야. 모르긴 몰라도 지금의 내 경지라면 선인지로에 근접해 있을걸?”

얼토당토않은 소리에 기가 막혀진 금무량은 뭐라고 대꾸할 정신조차 없었다. 어느 정도 같잖은 말이어야지 반박을 할 터인데, 너무도 황당하기 그지없는지라 그저 아무 말 없이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소연은 험악해진 분위기를 해소시키기 위해 용감하게 나섰다.

“저, 저기 주인님.”

“응? 왜?”

일단 자신에게 호의적이자 안심이 되는 소연이었다.

“그게요. 주인님께서 화정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제가 한번 알아맞춰보면 안될까 해서요.”

“엥? 네가?”

“예에…….”

동천은 자못 흥미롭다는 얼굴을 했다. 아무리 화정이를 가르치게 하고 도연보다 그녀를 곁에 두고있는 시간이 많았다 하더라도 화정이의 지위의 관해서는 말을 꺼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좀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묻는 이도 없었을 뿐더러 동천 자신까지도 그 부분에 관해서 생각해 본적이 없는 상태였기에 자신과 화정이의 상하관계를 바라보는 소연의 시각은 과연 어떠할까? 라는 흥미가 유발되었고 이는 곧 허락을 의미했다.

“좋아좋아! 하하, 내 허락하지!”

소연은 주인님이 허락한 그 상황에서 엉뚱하게도 다른 생각을 했다. 보통때 같았으면 히히거리며 웃었을 것이 분명한데 보통사람과 다를 바 없이 웃었으니 그쪽에 관심이 쏠릴 만도 한 것이다.

‘예전부터 주인님의 가식적인 웃음과 행동들은 다 감지되었는데 방금 전의 웃음은 너무도 자연스럽구나. 어떻게 된 일일까?’

그녀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동천의 천박한 웃음은 어렸을 적부터 입에 밴 것이었기에 오늘날까지 버리지 못한 잘못된 버릇들 중에 하나였으나 아까 전 도연과 금무량의 대화에서 전율을 느낀 후 도연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 무 의식적으로 자연스런 웃음을 터트리게 된 것이었다.

천박한 웃음을 짓는 한 절대로 도연보다 나아질 수 없다는 동천의 본능이 작용한 것이기는 했지만 과연 그것이 얼마만큼이나 지속될는지……. 아직까지는 미지수라 할 수 있었다.

“야, 아무리 이 몸이 잘생겼기로서니 그렇게 빤히 바라보면 어떻게 해.”

주인의 엉뚱한 말에 얼굴을 붉힌 소연은 급히 고개를 내리고 어쩔 줄을 몰라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호호, 소연의 얼굴이 빨갛다! 빨갛다!”

동천은 본의 아니게 놀리는 입장이 된 화정이의 머리를 꽁 때려준 뒤 소연을 재촉했다.

“얼굴은 나중에 붉혀도 되니까 빨리 말해봐. 저기 저 별로 빛나지 않는 선배도 네 대답을 기다리고 있잖아. 마음이 대해처럼 넓은 이 몸은 충분히 기다려 줄 수 있지만 뭔지 모르게 바빠 보이는 저 선배는 별로 기다려 줄 수 없는 모양이니까.”

동천의 이야기가 급소를 찌른 듯 금무량이 갑자기 ‘앗?’ 하고 혼잣말을 터트렸다. 그는 곤란한 표정으로 끙끙거리면서도 아무 말 없이 소연의 대답을 기다렸다. 자신이 재촉하면 동천의 말이 맞는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동천의 말은 소연이 정신 차리게 할 정도로서 손색이 없었다.

“죄, 죄송합니다. 주인님께서 생각하시는 화정이와의 관계는 비록 핏줄이 섞이진 않았지만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어?”

예상의 범위를 뛰어넘은 소연의 대답에 동천의 눈이 커졌다. 잠시 후 한 손으로 턱을 매만지며 고개를 숙인 그는 머리를 긁기도 하고 목덜미를 매만지기도 하다가 돌연 크게 웃었다.

“파하하! 이거이거 소연에게 한방 먹었는걸? 흐응, 그래. 그럴 수도 있겠어. 내 성씨를 붙여 주었으니 그때부터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반만 맞추었으니 상은 반만 주기로 할까?”

소연은 재빨리 손을 내저었다.

“상이라뇨. 저는 그런 것 필요 없어요. 또 그걸 바라고 나선 것도 아니고요.”

그런다고 순순히 응할 동천이 아니었다.

“괜찮아, 이리 와봐. 아무나 주는 것은 아니지만 특별히 주도록 할거니까. 이건 너니까 주는 거라고.”

그는 주춤하는 그녀를 잡아끌었고, 두 번이나 사양할 만큼 대단한 일도 아니었기에 소연도 이번에는 순순히 다가갔다.

“그러시다 면 받겠지만 무슨 상을 주시려고…….”

줄 것도 없는 개털이란 것을 잘 알고있는 그녀로서는 당연한 질문이었다. 이에 살며시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긴 동천은 장난스럽게 얼굴을 들이대며 말했다.

“흐응, 뭐 긴 뭐야. 뽀뽀지.”

쪽!

“아…, 아앗? 난 몰라!”

불시에 당해 어찌할 바를 몰라하던 그녀는 생글거리고있는 동천을 밀쳐내고 저 멀리 도망쳐 버렸다. 비록 볼에다 한 뽀뽀였지만 서로들 어린 나이라고 할 수 없는 사이였기에 창피함을 느끼고 달아난 것이다.

“히야∼.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도망치면서도 잘도 뛰어가네? 그래도 손가락 사이로 볼 건 다 보나보지? 하하!”

신나고 즐거워하는 동천의 영역에 금무량이 끼어들어 소리쳤다.

“발칙한 어린놈이로구나! 보는 눈이 많거늘!”

동천은 구시렁거렸다.

“쳇! 보기 싫었으면 기억에서 지우면 되지 않소이까.”

지우라고 해서 그게 어디 마음처럼 쉽게 지워지는 것이던가? 웃음을 고치긴 했어도 심보는 아직 인가보다.

‘저! 저! 끄응, 이제는 전혀 빛나고 있지 않음이야!’

여기까지 와서 손을 쓰기도 뭐했던 금무량은 조금만 더 참기로 했다.

“좋다! 내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더 묻고 사라져주마!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시간이 없으니 이번에는 도연 자네에게 묻겠네!”

화정이가 자신에게도 뽀뽀해달라고 주군에게 달라붙는 광경을 지켜보던 도연은 황급히 정신을 집중하여 금무량에게 포권을 취했다.

“아는 한도 내에서 답변해드리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금무량이 물었다.

“저 소녀의 내력은 어떻게 되는가. 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으나 아까 전 경험해 본 바로는 도무지 저 나이에 이룰 수 없는 경지였기에 물어보는 것일세.”

“그것은…….”

도연은 내심 당황했다. 설마 또다시 화정이에 관해 물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사실 지금의 질문은 동천과 화정이의 상하관계를 묻는 것 따위보다 훨씬 더 난감한 질문이었다.

그녀가 강시라는 것과 인면지주의 힘을 얻었다는 것들은 함부로 발설할 만큼 가벼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험난한 강호에서는 인면지주를 흡수한 인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표적이 될 소지가 높았고, 강시라는 것 또한 정신을 파괴하고 다시 만든다면 재료비를 거저먹는 셈이니 섣불리 가르쳐줄 수도 없는 노릇인 것이다.

그런 이유로 도연이 난감해하자 이번에도 동천이 나섰다.

“지당하신 말씀! 그것에 관해서는 특별히 이 후배님께서 가르쳐드리도록 하겠소. 얘는 원래 총명한 아이였는데 영약을 잘못 흡수해서 지능이 낮아진 것이외다. 그래서 내공은 높지만 상황 대처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것이고.”

금무량은 그제야 이해가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음, 그렇군. 그렇다면 잘못 흡수한 그 영약의 이름이 무엇이더냐.”

동천은 팔짱을 끼고 느긋하게 말했다.

“그것까지 말해달라고? 알아서 무엇하게? 또한 지금의 질문은 마지막 질문을 초과하는 셈이니 대답해줄 이유가 없어 보이는구려?”

동천이 경박하게 대꾸하긴 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자신이 홧김에 분명 마지막 질문을 한다고 소리쳤기 때문이다. 분하기는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질문을 할 수가 없었다.

“젠장, 빛나지 않는 네놈 말이 맞구나! 내 지금은 찾아야 할 사람들이 있어 여기에서 헤어진다마는 도연에게 볼일이 있기에 나중이라도 다시 찾아올 터이니 그렇게 알거라!”

동천은 가볍게 대꾸했다.

“뭐 그러시던 지.”

들을 가치도 없다는 투의 대답에 으득, 이를 간 금무량은 신형을 움직이며 도연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

“또 보세!”

흥분해있어서 본의 아니게 말이 거칠었다.

“예, 살펴 가시지요.”

이 자리에 있기도 싫었는지 금무량이 사라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가 간 방향을 알고있는 동천은 끼고있던 팔짱을 풀었다.

“어? 저 자식이 간 방향, 형운곡 아니냐?”

“그렇군요. 주군의 말씀이 맞습니다.”

도연의 목소리에는 우려가 담겨있었다. 그러나 동천은 좋아서 키득거렸다.

“킥킥, 무량수불인지 개수불인지 민낭에게 잡히려고 환장했구나! 아하하, 쌤통이다!”

확실히 금무량의 실력이 대단했긴 하지만 형운곡은 무력만으로 어찌해볼 만한 곳이 아니었다. 그것을 절실히 느낀 당사자가 도연이었고, 그걸 아는 그로서는 밉지 않은 금무량을 그대로 두고있기가 뭐했다.

“주군, 허락하신다면 제가 금 선배님을 쫓아가 조언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동천은 뚱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래그래. 네가 그 개수불을 걱정하는 마음이 가상하구나. 근데 넌 이 몸의 입에서 어떠한 말씀이 나오길 기대하고 그따위 질문을 한 거냐?”

동천의 대답은 이미 나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도연은 이렇게 된 이상 금무량의 안위에 행운을 빌어줄 따름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만 두겠습니다.”

“좋아좋아. 네가 말 길을 잘 알아듣는구나. 이 주군은 참으로 흡족하도다! 하하,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했더니 배가 고프구나. 어서 이 몸을 대접해준다던 그 집으로 안내하거라.”

“예, 주군.”

그는 무표정하게 앞장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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