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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冬天) – 515화


뒤이어 마주친 여인.

워낙에 소박한 마을이라 좋은 식사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이런 마을에서는 생필품조차 구하기가 어려웠기에 소연이 평소 물품을 구해오던 곳은 이곳이 아니라 한참을 더 가야만 나오는 곳이었다.

원래는 이곳에서 하루 묵을 생각이었지만 간사한 것이 인간이라고 했던가? 동천은 오늘 중으로 그곳에 도착할 수 있다는 소연의 말에 늦은 점심을 먹고 곧 바로 그 마을을 떠났다.


“랄라, 어제는 비가 내렸어. 너도 알고있는지. 돌아선 그 골목에서 눈물이∼, 우우. 어제 나 힘들어하던 너를 바라보면서, 이미 이별을 예감할 수가 있었어. 흐으응∼. 너에겐 너무 모자란 나란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 떠나는 널 나는 잡을 수 없는 거야. 랄라∼.”

동천 특유의 음정박자를 무시한 자·작곡이 흘러나오자 화정이가 물었다.

“동천, 지금 뭐 하는 거야?”

동천은 으쓱거리며 말했다.

“음, 이건 말이지. 남녀간의 애달픈 사연을 음률의 예술로서 승화시킨 이 주인님의 즉흥적인 자·작곡이야. 제목은 비가 내린 뒤. 캬아, 끝내준다! 니가 듣기에도 그렇지?”

화정이는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듯 검지를 볼에 가져간 채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움! 나는 잘 모르겠지만 노래 이야기는 좋았어.”

그녀가 검지를 볼에 가져갔다면 동천은 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쯧쯧, 네가 뭘 몰라서 하는 말인데 가사가 좋으면 다 좋은 거야. 그러니까 좋다고 해야하는 거라고.”

“그런 거야? 호호, 그럼 좋아. 아주 좋아!”

도연은 즐거워하는 화정이를 뒤로하고 동천에게 입을 열었다.

“주군, 대화 중에 죄송하지만 표절은 나쁜 겁니다.”

화들짝 놀란 동천은 필요 이상으로 화를 냈다.

“뭐, 뭣이라? 이 몸이 언제 무슨 표절을 했다고 그따위 망발인 것이냐! 넌 무고죄도 모르냐? 괜한 사람 범인으로 몰면 형벌을 당한다는 소리야! 알겠어?”

“…….”

도연은 잠시 다물고있던 입을 열었다.

“주군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 것으로 보아 제가 잠시 착각했던 모양입니다. 예전에 알고있는 가사와 너무도 비슷했기에 혹시나 해서 나섰던 것입니다.”

의외로 도연이 쉽게 물러서서 내심 가슴을 쓸어 내린 동천은 겨우 한숨을 돌리게 되었다. 물론 그러면서도 당당한 척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짜식이 말야. 까불고 있어!”

이어 그는 생각했다.

‘휘유! 귀신같은 놈. 예전에 한번 들었던 것을 사용했다가 하마터면 망신을 당할 뻔했구나. 내 다시는 표절 따윈 말아야지.’

그는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화정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길을 걸었다. 화정이의 대화수준이 너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도연과 농담을 주고받는 것보단 백 배, 천 배 나았기에 별다른 불평은 터트리지 않았다.

“동천동천, 내 머리카락은 긴데 강아지 머리카락은 나보다 짧았다? 그래서 길게 해주려고 머리카락을 잡아끌었더니 좋다고 깨갱거리는 거야. 호호, 잠시 후 대머리가 되었어. 재미있지? 재미있지?”

기가 차 혀를 내두른 동천은 할말을 잃었다. 개가 좋아서 깨갱거릴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그는 천진난만한 화정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마지못해 대꾸해주었다.

“언제 그랬는데?”

거기까지는 기억을 떠올리기가 힘에 부치는지 화정이는 ‘음, 음!’ 거리며 앓는 소리를 했다. 그러던 그녀는 갑자기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기억나! 기억나! 동천이 멀리멀리 사라지고 소연과 둘이서 재미없게 놀았을 때 그랬어.”

동천은 더 이상 화정이의 말을 들어줄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쳇, 화정이와 대화를 지속하자니 이 몸의 수준까지 떨어지겠구나. 그렇다고 대화상대를 소연이로 바꾸자니 걔는 또 아까 일 때문에 피하고만 있고…….’

볼에 뽀뽀를 당한 뒤 도망쳤다가 다시 나타난 소연은 그 후로 동천을 기피했다.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돌리는 것이, 싫어서그런 것 같지는 않았는데 몇 번 말을 건넸다가 본의 아니게 씹힌 후로는 동천도 굳이 대화를 시도하지 않고 있는 중이었다.

어쩌다 말한다고 해도 도연이나 화정이를 경유해서 왔다갔다만 할 뿐이었다.

“너도 참 쓸데없는 짓만 하고 다녔다. 그런 짓하고 다니면 재미있디?”

동천은 화정이에게 가벼운 핀잔을 주었다. 정작 그가 약왕전에서 했던 일들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지만 자신의 삶은 깨끗했다고 주장하는 그였기에 서슴없이 말하고있는 것이다.

주인의 꾸지람을 대번에 느낀 화정이는 미움을 받지 않기 위해 재빨리 변명을 했다.

“아니야, 아니야. 원래는 안 하려고 했어. 그리고 그 후로는 강아지의 머리카락을 길게 하려고도 안 했어. 화정이는 그저 소연이 막 울면서 동천만 찾고 나하고는 놀아주지도 않아서 그랬던 것 뿐이야. 정말이야. 정말이야, 동천.”

“아?”

화정이의 변명 중에 놀람을 표한 소연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지 오랜만에 침묵을 깨트렸다.

“내, 내가 언제 그랬다고 그러니? 화정이 너 혼나볼래?”

“그랬잖아! 그랬잖아! 동천, 살려줘.”

동천은 부산하게 자신의 뒤로 숨는 화정이를 받아들인 뒤 소리 없이 웃으며 소연에게 말했다.

“흐응, 우리 소연이가 이 주인님을 그리워하며 목놓아 울었다고?”

소연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고개를 내저었다. 어찌나 창피하던지 눈물이 다 날 정도였다.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요. 화정이가… 화정이가 생각 없이 지어낸 이야기예요.”

동천은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다.

“화정이가? 우와, 화정이가 거짓말 할 줄도 안다는 소리야? 이는 개미가 일손을 놓고 빈둥거린다는 소리와 다를 바 없으니 과연 믿어야 할지 고민되는걸?”

“정말이에요. 정말이에요…….”

소연은 너무도 당황스럽고 정신이 없어서 같은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또한 더 이상 대화를 지속할 용기가 없었기에 재빨리 동천에게 등을 돌렸다.

내심 재미있어진 동천은 살며시 다가가 소연의 어깨를 붙잡고 물었다.

“도대체 무엇이 정말이라는 걸까나? 화정이의 거짓말이 정말이라는 걸까나, 아니면 우리 소연의 거짓말이 정말이라는 걸까나? 응? 응?”

부르르르!

동천에게 잡혀 몸이 경직되어버린 소연은 그 여파로 다리에서부터 시작해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다행이 주저앉진 않았지만 이 상태로는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 자명했다.

잡고있는 손을 통해 이러한 소연의 상태를 접한 동천은 그녀가 애처롭게 떨고만 있자 잠시 머뭇거리게 되었다.

‘이걸 계속 골려 줘, 말어? 끄응! 이거 갈등 때리네?’

고민을 하면 할수록 흥미가 반감되어가고 마침내 모든 흥미 거리를 잃어버린 그는 이쯤에서 그만두기로 결정을 내렸다. 헌데, 잡고있던 손을 떼려는 찰나 어디선가 여인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호호, 남아의 풍류는 즐거움을 자아낸다더니 본 소녀가 오늘에야 그것을 직접 견식 하게 되는군요!”

소리가 들린 쪽은 알겠는데 상대가 멀리 떨어져있음인지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동천은 기겁을 하고 주저 앉아버린 소연을 일으켜 세워주며 한곳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소연은 여태껏 잘 버티다가 어이없게 놀라 주저 앉은 것이 창피했던지 뜨거워진 얼굴을 차마 들지 못했다. 그런 그녀의 얼굴이 뜨거워지던 차가워지던 놀릴 마음이 사라져버린 동천은 의문의 여인에게 질문을 던졌다.

“거기 누구요!”

숲 속 멀리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어린 공자는 상관할 필요가 없어요. 소녀는 이곳을 지나치다가 잠시 즐거움을 참을 수 없어 웃었던 것뿐이니까요. 본 소녀는 이제 곧 사라질 사람이니, 제겐 관심을 끊고 옆의 소저와 계속 풍류를 즐기시길 바래요. 호호호!”

‘나, 난 몰라!’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의 소연이 저 혼자 어찌할 바를 몰라하자, 그것을 힐끔 바라본 동천은 굳이 무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상대를 끌어내고 싶어졌다.

“하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웃는 여인은 필시 추녀일 것이외다!”

“으음?”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음인지 놀람을 터트린 상대 쪽에서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계속 이어질 것만 같던 그 침묵은 의외로 쉽게 깨어졌다.

“어린 공자의 기지가 참으로 대단하군요. 호호, 좋아요. 바쁘긴 하지만 추녀가 될 생각이 없으니 잠시 시간을 내보겠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끝남과 동시에 수풀이 흔들렸다. 뒤이어 단정하게 두 갈래로 머리를 틀어 올린 묘령의 소녀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아? 내 나이 또래로 보여지는데 아름답기가 그지없구나!’

소연은 방금 전까지 그녀에게 창피를 당한 입장이었으면서도 상대의 아름다움에 절대로 시기심을 드러내지 않았다. 천성이 착한 탓도 있지만 상대가 주인님에게 풍류를 들먹이며 자신을 끌어들인 것이 마냥 싫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한순간 묘령의 소녀와 눈이 마주친 그녀는 순진한 시골처녀처럼 어정쩡한 인사를 했다.

“아, 안녕하세요?”

모령의 소녀는 눈을 반짝였다.

“어머? 인사 고마워요. 제가 먼저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한발 늦어버렸네요.”

처음 본 사이라 어색한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상대가 회답을 해왔기에 소연도 대답을 해줘야했다.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 뭐.”

“호호, 마음이 너그럽군요? 하지만 너무 좋기만 해도 문제가 있어요. 방금 전만 해도 그렇거든요. 꼼짝도 못하고 있었잖아요? 으음, 만일 제가 끼여들지 않았더라면 좀더 낯뜨거운 진행이 이어졌을 지도……. 어머, 난 몰라.”

겉으로는 부끄러운 듯 양 볼을 감싸쥐며 수줍은 행동을 취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웃음을 짓고있는 것이 확연히 드러났다.

이는 상대를 기만하는 것으로 오인될 수도 있었으나 악의가 없다는 것이 느껴지기에 누구 하나 화내는 사람이 없었다.

동천은 철없는 화정이가 그녀의 행동을 따라하자 남몰래 옆구리를 꼬집어 준 뒤 격식을 차리며 나섰다.

“저는 동천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제 일행들인 도연과 소연, 그리고 화정이죠.”

묘령의 소녀는 살풋이 웃으며 한 명 한 명 소개가 될 때마다 인사를 해주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저는 철묘심(鐵妙心)이라고 해요. 음, 그런데 어쩌죠? 여기 멋진 소녀 분들이 계셔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약속대로 이렇게 얼굴도 드러냈고 바쁜 일정 또한 있으니 그만 헤어져야겠어요.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 이해해주겠죠? 호호!”

그녀가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귀엽게 웃었지만 동천에게는 별 소용이 없었다.

‘눈깔에 이물질이 들어갔나, 어디에서 천한 짓거리를 하고 지랄이야? 에잉! 나도 모르겠다. 상관하기도 귀찮으니 지 맘대로 하라지!’

한마디로 김이 팍 샜다. 딱히 뭘 바라고 숲 속에서 나오게 한 것도 아니었지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왔다가 일사천리로 간다고 하자 무언가 시원섭섭했던 것이다.

이런 동천과는 달리 냉정함을 유지하고있던 도연은 알아서 그 흐름을 끊어주었다.

“철 소저께서 무사히 일정을 마치시길 바라겠습니다.”

철묘심은 살짝 눈웃음지었다.

“말씀만으로도 벌써 해결할 것 같군요. 고마움의 뜻으로 한 가지 정보를 제공해주죠. 당신들은 곧 나타나는 작은 마을로 향하는 것인가요?”

도연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철묘심은 다시 물었다.

“적어도 오늘 하루는 그 마을에서 묵을 생각이겠죠?”

도연은 그녀가 왜 이런 질문들을 하는 것인지 의아했지만 일단 알고있는 그대로 가르쳐주었다.

“확실하진 않습니다. 주군께서 마음이 변하시면 요기만 하고 지나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별일이 없는 한 하루 정도 머물 것 같습니다.”

철묘심은 주군이라는 말이 의외였는지 동천 쪽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러나 잠깐일 뿐이었고 다시금 도연에게 시선을 맞추었다.

“역시 그랬군요. 그렇다면 충고하건 데 요기만 하고 그곳을 그냥 지나치던지……. 아니아니, 그럴 것도 없이 이 산을 가로질러 일주일쯤 뒤에 나오는 마을 쪽으로 방향을 트세요.”

“어째서 입니까?”

상대가 장난으로 말하는 것 같지 않아 차분히 물어보자 철묘심이 대답했다.

“으음…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아, 그래요. 보물지도가 있는데 탐욕에 눈먼 강호인들이 이 일대에 몰려들고있기 때문이죠. 제가 가라고 제시한 마을도 그 영향권에 머물러있긴 하지만 적어도 이 부근보다는 안전하기에 권해주었던 거예요.”

‘호오, 보물지도라고?’

보물이야기가 나오자 동천의 눈에서 생기가 돌았다. 철묘심은 탐욕에 눈먼 강호인들 중에 동천도 낄 소지가 있음을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신이 난 동천이 물었다.

“가르쳐주셔서 감사한데요, 그 보물지도가 정확히 무엇이기에 강호인들이 몰려드는 겁니까?”

그가 상세한 정보를 원하자 철묘심 시원스럽게 가르쳐주었다. 굳이 숨길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천마도해(天魔圖解)라고 알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에? 천마도해?”

깜짝 놀라 목소리를 높인 동천은 있을 수 없는 일에 곧 귀만 버렸다고 생각했다. 천마도해라면 황룡세가의 가주인 황룡굉에게 넘겼는데, 그것이 어찌 이런 외진 곳에서 나돌아다닐 수 있다는 말인가.

그는 시큰둥한 마음이 들었지만 기왕에 이렇게 된 거 계속 놀란 척 해주자고 마음먹었다.

“우와! 천마도해가 나타났다는 말입니까? 수년 전부터 떠돌던 이야기가 진짜로 일어났군요? 전설의 천마가 묻혀있다는 장소를 나타내는 지도가 있다는 소문 말입니다. 이거 정말 놀라운걸? 하하, 강호가 뒤집어 질만도 하겠어.”

동천이 필요 이상으로 목소리를 높여 말하는데 화정이가 끼여들었다.

“동천, 천마도해가 뭐야?”

그 질문의 답은 방금 전에 이야기한 동천의 말속에 들어가 있었다. 그렇기에 동천은 ‘사람이 말할 때는 정신 좀 차려서 들어!’ 라며 호통을 쳐야 정상이었지만 다른 사람의 앞이기에 부드럽게 가르쳐주었다.

“으음, 화정아? 천마도해에 관해서는 방금 이 주인님께서 말씀해줬잖아. 전설의 천마가 묻혀있는 장소를 가르쳐주는 지도라고. 그게 천마도해라고 말야. 그런데도 또 묻는다는 것은 네가 좀더 공부를 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구나. 그러니까 오늘부터 소연이에게 다시 가르침을 받도록……, 어? 야 이년… 화정아! 너 듣다 말고 어딜 가!”

화정이는 멀찌감치 떨어지며 말했다.

“화정이는 그만 들을래. 그런 건 몰라도 상관없어. 호호, 화정이는 노는 게 더 좋아.”

공부 이야기가 나오자 도망을 치는 것이다.

‘저런 배은망덕한 계집애를 봤나! 이 몸은 기껏 생각해서 가르쳐주었거늘, 고작 공부하라는 말 한마디에 꽁무니를 빼? 으으, 내 다시는 저년에게 뭘 가르쳐주나 봐라. 그랬다간 내가 사람이 아니라 개새! ……으음, 인간이다! 쳇쳇쳇!’

그래도 개새끼가 되는 것은 싫었나보다. 시일이 지나면 틀림없이 화정이가 묻는 것을 가르쳐 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한편, 철묘심은 묘한 미소를 지었다.

‘흐응, 잘 하면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수확을 얻어낼 수 있겠는걸?’

눈썰미가 탁월한 그녀는 방금 전 동천의 놀람 속에서 천마도해가 나타나 놀란 것 그 이상의 무언가가 내포되어있음을 짐작했다. 그것이 궁금해진 그녀는 시선을 가느다랗게 모았는데, 무언가 곰곰이 관찰하거나 생각할 때만 나타나는 그녀만의 독특한 버릇이었다.

“동 공자, 천마도해에 관해서 잘 알고있는 눈치군요?”

‘쳇, 아까 표정으로 드러났나?’

일단 동천은 아무 것도 모르는 척했다.

“예? 그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천마도해가 나타나서 놀란 것뿐인데 어찌해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인지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쉽사리 대답해 줄 것 같지가 않자 철묘심의 고운 아미가 살며시 찌푸려졌다.

‘보아하니 입을 다물기로 작정한 것 같구나. 그렇다면 어떻게 한다?’

찌푸린 표정을 보이지 않기 위해 살짝 고개를 돌리고 차선책에 몰두하던 그녀는 상대가 어리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간단한 수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흐음? 아무래도 동 공자에게 말못할 사연이 있는 것 같군요. 그렇다면 우리 서로 알고있는 비밀을 맞바꾸는 것이 어떨까요? 물론, 본 소녀가 알고 있는 비밀 또한 천마도해에 관한 것이에요. 그것도 아주 따끈따끈한 비밀이죠. 어떤가요?”

어떻게 보면 새로운 정보를 입수한 철묘심 쪽이 손해보는 장사일 수도 있었으나 그녀가 입수한 비밀은 유통기한이 짧은 비밀이었다. 얼마 안 있어 밝혀지게 될 비밀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악한 그녀는 단 하나의 정보라도 더 거둬들이기 위해 이렇게 제안하고있는 것이었다.

이에 다시 흥미가 동한 동천은 순간적으로 이해득실을 따진 후 그 제안에 수락하기로 마음먹었다. 자기 나름대로 생각해둔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넉살 좋게 말투를 바꾸었다.

“좋아요. 철 누님께서 먼저 말씀하세요.”

“철 누님? 호호, 제가 누님이 된 것인가요? 좋아요. 그럼 저도 동 공자를 동생으로 생각하겠어요. 아? 이렇게 되면 말을 놓아도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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