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冬天) – 534화
화정이는 그것이 고양이라고 굳게 믿고있었다. 온 몸이 눈처럼 희고 귀가 유난히 큰 그것은 고양이라고 하기엔 두어 배 가량 컸지만 고양이 외에 본 적이 없었던 그녀로서는 대입될만한 다른 동물이 없었다. 그래서 손을 내민 그녀가 그 동물을 불렀다.
“쭈쭈쭈, 고양아. 쭈쭈, 고양아, 이리 와봐.”
어디서 하는 짓은 보았는지 그녀치고는 어색하지 않게 동물을 불렀다.
“…….”
그러나 그 동물은 전혀 무반응이었다. 미세하게 위아래로 흔들리던 그 동물은 그 후로도 자꾸 귀찮게 하는 화정이가 짜증났던지 맹수의 손톱 저리 가라할 정도의 날카로운 발톱을 내민 뒤 사정없이 긁어버렸다.
까깡! 정확히 화정이의 손등을 긁자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불똥이 튀었다. 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일이었지만 당사자인 화정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행동했다. 그녀는 더더욱 경계자세가 되어버린 동물을 바라보며 핀잔을 주었다.
“너어, 자꾸 그러면 때찌 해준다?”
“크르르릉!”
그녀가 하는 말을 알아들었는지 그 동물이 발톱 못지 않게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위협적으로 대처했다. 순간 위아래로 흔들거리던 동물의 몸이 진정되었다. 그리곤 그 동물이 디딤 발로 밟고있던 곳이 반 바퀴 휘잉 돌았다. 신형을 반 바퀴 돌린 사내가 차갑게 말했다.
“내 너에게 설총에 대한 관심을 끊으라고 몇 번을 말했더냐.”
여전히 사내를 경계하는 화정이가 약간을 생각한 뒤 자신 있게 대답했다.
“음음! 두 번이다 뭐!”
마치 그게 어떠냐는 막무가내 식이었다. 그때, 그제야 설총의 위협감에서 벗어난 소연이 재빨리 화정이를 잡아끌었다.
“어휴, 내가 못 살아. 화정아, 저 동물에게는 다가가지 말라고 했잖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공자님.”
사내는 대화를 나누는 것도 귀찮은 듯 소연의 사과를 무시하고 다시 걸어갔다. 어깨 위의 그 동물은 그곳에서 지내는 것이 익숙한지 편안하게 몸을 꼬아 뒤쪽의 소연 일행에게 고개를 돌려놓았다. 아마도 계속 귀찮게 하는 화정이를 의식한 듯 싶었다.
“치이, 놀기 싫으면 나도 안 놀아! 난 방울방울이 하고 놀 거다, 뭐!”
나름대로 삐친 화정이가 가슴속을 뒤지더니 우윳빛 감도는 작은 구슬을 꺼내들었다. 그러고는 분풀이를 하듯 그것을 마구 주물럭거렸다.
찌꾹! 찌꾹! 쯔이―꾹! 그 손길이 어찌나 무식하던지 소연이 다 걱정할 정도였다.
“화정아, 그거 그러다 터져.”
순간 화정이가 주춤했다. 그녀는 살살 주무르며 말했다.
“이제 안 터져. 그냥 노는 거야. 정말이야.”
그때 어느새 다가온 사내가 다소 흥분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그것을 나에게 줄 수 있겠느냐?”
화정이는 무슨 소리냐는 듯 쥐고있는 손을 뒤로 돌렸다.
“안 돼. 이건 동천이 잘 가지고 있으라고 했단 말야.”
그녀가 완강히 거부하자 그 사이 흥분을 가라앉힌 사내가 품속에서 시릴 듯이 빛나는 작은 단도를 꺼내들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어떠하냐. 우리 일족의 위대하신 선조님들 중 한 분의 어금니로 만든 **청명아(淸明牙)**다. 이것으로 바꾸지 않겠느냐?”
빛나는 것이 호기심 있기는 했지만 워낙 병장기에 무관심했던 화정인지라 당연히 내어줄 리가 없었다.
“싫어. 화정이는 관심 없어.”
인상을 찌푸린 사내는 생각을 바꾸어 여인이라면 누구라도 탐낼만한 아이 주먹 크기의 **보옥(寶玉)**을 꺼내들었다. 보옥의 내부에는 액체 같은 것이 일렁이며 빛을 투과시켰는데 그것을 보고있노라면 절로 감탄사가 나올만한 자연이 내려준 천연의 빛깔을 내뿜었다.
“우와, 그거 예쁘다!”
화정이가 손을 내밀어 잡아채려 하자 사내가 얼른 거두어들였다.
“네 것과 바꾼다면 바로 건네주마.”
주춤한 화정이가 물었다.
“내 것과?”
“그렇다. 바꾸겠느냐?”
회심의 미소를 지은 사내가 보옥을 가지고 만지작거리자 이번만큼은 화정이도 고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으음! 음음! 으으으음! 동천이 가지고 있으랬는데…….”
길게 끌어봤자 좋을 것 없다고 판단한 사내는 재차 말했다.
“이것은 여름에는 차갑고 겨울에는 따듯해지며 가지고만 있어도 내공증진에 탁월한 도움이 되는 우리 가문의 **진환한열보옥(眞幻寒熱寶玉)**이라는 것이다. 아마도 네가 그것과 이것을 바꾼다면 동천도 잘 했다고 칭찬해줄 것이다.”
그것이 주효했는지 화정이가 반색했다.
“와아, 그럴까? 동천이 정말 칭찬해줄까?”
“당연하고 말고.”
일이 쉽게 풀리는 것 같아 사내가 조용히 미소를 짓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도연이 끼여들었다.
“화정아, 급할 것 없어. 곧 있으면 만날 주군께 차후 물어보고 바꾸는 것이 어떻겠니?”
‘아니, 이놈이?’
대번에 얼굴을 굳힌 사내가 도연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그는 다분히 위협적으로 말했다.
“이 일은 네가 나설 자리가 아니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어찌나 대단했던지, 풀어졌던 화정이의 경각심이 처음으로 돌아가 버릴 정도였다. 물러선 화정이는 사내에게 경계하는 눈초리를 보였다. 그녀는 인면지주의 알을 가슴속으로 다시 집어넣은 뒤 말했다.
“싫어. 안 바꿔. 안 바꿀 거야.”
다된 밥을 놓치게 된 사내는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지려는 얼굴을 진정시키며 화정이에게 한번 더 권유했다.
“잘 생각해보거라. 흔치 않은 기회이다. 지금이 아니면 나도 바꾸지 않을 예정이니까 말이다.”
화정이는 매몰차게 혀를 내밀었다.
“메롱! 메롱메롱! 절대 안 바꾸지―롱!”
“으음…….”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말없이 화정이를 바라보던 사내가 미련 없이 신형을 돌려 다시 가던 길을 걸어갔다. 일련, 평정심을 되찾은 듯한 행동이었으나 그의 말아 쥔 주먹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분노를 참지 못해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색은 안 했지만 다 잡은 고기를 놓쳐 원통했던 것이다.
“캬아아아!”
주인의 분노를 그대로 이어받은 듯 새하얀 맹수가 사람들을 놀려보며 으르렁거렸다. 그것을 본 화정이는 ‘너만하냐? 나도 한다.’ 라는 식으로 캬아아, 거렸다가 소연에게 단단히 혼나고 그만 두었다. 소연으로서는 분위기 파악 못하는 화정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극약처방을 한 것이다. 그렇게 여러 가지 자잘한 사건들을 인내하며 사흘동안 사내를 쫓아갔던 도연은 드디어 참을 수 없었던지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입을 열었다.
“죄송스러운 질문이지만 주군이 이렇게까지 멀리 떨어져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제가 어리석게 나섰다고 생각하시면 목적지만이라도 말씀해주실 수 없는지요.”
스윽, 도연을 쳐다본 사내는 괘씸한 행동도 있고 해서 싸늘하게 냉대를 하려했다. 그러나 공과 사는 구분해야했기에 하찮은 물건을 던지듯 말을 툭 내뱉었다.
“황룡산(黃龍山).”
“아∼ 해봐.”
한 숟갈을 떠준 손의 주인공이 그렇게 말하자 받아먹는 입장의 인간이 자연스럽게 따랐다.
“아아∼압! 우물우물. 꿀꺽! 우와, 이거 진짜 산삼이네?”
탕을 끓어와 동천에게 한 입 떠 먹인 미호는 살짝 눈을 흘기며 말했다.
“당연하지. 인삼도 아니고 할 일없이 산삼가지고 장난칠 리가 없잖아. 내가 뭐 사흘 내내 양 많은 음식물들을 씹어서 넣어준 줄 아니? 매 끼니마다 90년에서 200년까지 골고루 씹어서 넣어줬다고. 훗, 근데 너 진짜 산삼 싫어하더라. 안면을 비트는 것은 예사고 아예 전신까지 골고루 비틀어주던데? 이렇게, 요렇게, 이, 이렇게 말야. 호호호!”
그것은 예전에 산삼 3뿌리를 연속으로 먹다가 생긴 후천적인 증상이었는데 그녀가 생으로 씹어 먹이자 그의 몸이 저절로 반응한 듯 싶었다. 물론 깨어난 지금은 먹이기 수월하게 탕으로 끓여왔고 말이다. 동천은 그때의 행동을 재연해주고 있는 미호에게 개의치 않다는 듯 말했다.
“됐어. 대인은 그런 것에 구애되지 않는 거야. 그런 것은 소인배나 신경 쓰는 거라구. 아암, 얌냠.”
그는 산삼치고 꽤 괜찮은 맛이자 금새 내용물을 비워낼 수 있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산삼정도면 다시 한번 안면을 비트는 수고를 감내하더라도 먹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동천은 대번에 따듯해지는 자신의 신체를 느끼며 이제야 수긍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깨어나니까 자잘한 외상 외에는 전혀 이상이 없었던 거구나. 쳇, 난 또 대단하신 이 몸이 무의식중에 계속 귀의흡수신공을 운용한 줄 알았지?’
그가 외상은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아니었다. 작은 상처보다 큰 상처가 월등히 많았으며, 특히 갈라진 그의 옆구리는 조금이라도 무리했을 시 다시 터질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때문에 절대 안정을 요하는 것이고.
“앗? 그러고 보니! 내 일행들은 어떻게 됐지?”
등 따스하고 배 부르자 갑자기 그것에 생각이 미쳤다. 미호는 같은 말을 반복하는 동천을 바라보며 대단하다는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와아, 너 그 버릇도 여전하구나. 이번이 벌써 세 번째 물음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니?”
동천은 나 몰라라 행동했다.
“버릇이고 뭐고 빨리 대답이나 해봐.”
“좋아,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다. 알겠어?”
“알았어, 알았어.”
어째 믿음이 가지 않았지만 그녀는 바로 대답해주었다.
“그들은 내 동료가 데리고 오고 있어. 아마도 나흘 후에는 도착할거야. 그리고 미리 대답해주자면 내 동료의 이름은 **신지(神地)**야. 됐지? 더 이상은 비밀이니까 물어봐도 가르쳐 줄 수가 없어.”
동천은 뭔가 물어볼 여지가 있으면 다 비밀이라고 하자 뚱하게 대꾸했다.
“쳇, 대단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뭔 놈의 비밀이냐?”
그녀가 살며시 비음을 내며 물었다.
“흐응, 삐졌어?”
“안 삐졌어. 내가 애냐?”
미호가 깔깔거리며 웃으려는 순간 어디에선가 동물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냐아옹∼.”
동천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야옹? 이게 무슨 고양이 소리냐?”
그가 사방을 두리번거리자 창문을 넘어보는 순 백색의 고양이과 동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고양이라고 하기엔 엄청 컸지만 약간 큰 귀만 빼면 고양이의 얼굴이었기에 무슨 변종인가 싶었다. 그것을 발견한 미호는 양손을 벌려 다가온 그 녀석을 안아들었다.
“**설화(雪花)**야, 몸도 무거울 텐데 왜 나왔어. 응? 뭐라고? 아아, 그랬구나. 하지만 이 언니의 친구가 다쳐서 피치 못해 주게 된 거야. 그러니까 네가 너그러이 이해해 주렴. 알았지? 아이, 착하다.”
놀랍게도 그녀는 동물과 이야기를 나누는 듯 싶었다. 동천은 놀라했다.
‘저게 미쳤나.’
순간 미호가 홱 돌아보았다.
“영양가 없는 추측은 하지마. 그리고 설화가 보금자리에서 나온 것도 다 너 때문인데 그렇게 생각하면 섭하다, 너.”
뜨끔한 동천은 설마 하는 마음에 물어보았다.
“너 지금… 에에, 내 생각을 읽은 거냐?”
그녀는 야릇한 미소를 짓고 말했다.
“뭐 대충.”
믿을 수 없었던 동천은 진짜로 놀라했다.
“뭐어? 거짓말하지마! 너 거짓말이 얼마나 무거운 죄인지 알아? **칠거지악(七去之惡)**에도 나와있듯, ‘부인에게는 7가지 내쫓을 사항이 있으니 시부모에게 순종하지 않으면 내쫓고, 아들이 없으면 내쫓고, 음탕하면 내쫓고, 질투하면 내쫓고, 나쁜 병이 있으면 내쫓고, 말이 많으면 내쫓으며, 도둑질을 하면 내쫓는다.’ 라고 했어. 그런데……. 에에, 에? 거짓말에 대한 부분은 없네? 으음―! 좋아! 그렇다면 내가 하나 추가하지 뭐. 거짓말을 하면 내쫓는다고 말야. 여하튼 그 팔거지악에서 말하기를 거짓말하면 내쫓긴다는 거 몰라?”
미호는 간단하게 반박했다.
“하지만 그건 나하고 상관없는 거잖아. 난 시집 안간 처녀라고.”
“윽? 그, 그러니까 내 말은……. 아? 이 몸의 말씀인 즉! 지금부터 바로 잡지 않으면 나중에 그렇게 될 게 분명하다는 소리야! 알아들었어? 헤유, 힘들다.”
미호는 힘들어하는 동천의 이마를 닦아주며 자상하게 말했다.
“알았어. 그냥 때려 맞춰 본 게 맞았던 거니까 너무 흥분하지마. 이런 종류의 흥분은 네 상처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아? 그렇구나! 진정하자. 진정. 후우, 후우!”
동천은 제 몸 나쁘다는 소리를 듣자 곧바로 진정에 들어갔다. 겨우 차분한 마음으로 돌아간 그는 미호의 품에서 자신을 노려보는 듯한 설화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 꼴아 봐? 니가 이 몸을 꼴아 보면 어쩔 겨. 한 대 칠 겨?’
퍽!
“으엑? 아이쿠!”
정말로 빨랐다. 비록 발톱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이건 무슨 쇠망치로 맞는 듯한 충격이 아닌가!
“아? 동천, 괜찮아? 그러게 왜 얘를 노려봐. 안 그래도 너에게 몸보신용으로 마련해둔 먹이를 빼앗겨 화가 나있는 상태인데.”
순간적이었지만 골이 띵할 정도였다.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아픈 볼을 비빈 동천은 억울하다는 듯 물었다.
“이씨, 내가 무슨 지 먹이를 빼앗아 먹었다고 그래!”
미호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얘도 참. 뭐 긴 뭐겠어. 네가 사흘 내내 먹었던 그거지.”
그가 사흘 내내 먹었던 거라면 산삼밖에 없었다.
‘뭐야. 그렇다는 것은 고양이새끼의 먹이를 사흘 내내 이 몸께 먹였다는 소리야?’
상당히 찜찜했지만 산삼이 누구 애 이름도 아닌 이상 참기로 했다. 그것보다도 그는 고양이의 먹이로 산삼을 주는 그녀가 이상하게 보였다. 그나마 미친…으로 시작하는 것을 많이 순화시킨 것이다. 그것을 눈치챘는지 미호가 안고있던 설화를 들어 보였다.
“너는 당연히 모르겠지만 얘가 바로 그 유명한 **설산묘화(雪山猫花)**야.”
들어본 이름이자 동천이 아는 척 나섰다.
“어? 설산묘화라면 꽃 이름인데?”
“호호, 그걸 알고있으면 자연히 같은 이름을 지닌 설산묘화라는 동물도 알게되었을 텐데 모르고 있었니?”
동천은 재빨리 말을 바꾸었다.
“으응…, 그러고 보니까 생각난다. 그래, 알고 있었어. 헹, 누가 모를까 봐?”
당연히 동천의 거짓말이었으나 미호는 그냥 넘어갔다.
“역시 알고 있었네? 얘가 바로 그 설산묘화야. 동토(凍土)의 땅 북해와 인접한 설산에서만 서식하는 영물로서 그 수가 얼마 없고, 잡아채는 힘과 무는 힘이 호랑이와 비견된다는 그 맹수야. 헌데, 얘와 설총은 태어날 때 신지가 **만년옥과(萬年玉果)**를 먹여서 보통 동족들 보다 몇 배의 힘을 자랑하지.”
“설총?”
동천이 의문을 제시하자 그녀가 깜빡했다는 얼굴을 했다.
“아, 내가 말을 안 했나? 설총은 또 다른 설산묘화로서 설화의 남편이야. 둘이 한 쌍이지. 그리고… 짜잔!”
그녀는 동천의 눈앞에서 설화를 치켜들고 살짝 흔들어주었다. 동천은 저게 뭐 하는 짓인가 했다.
“그게 뭐……, 어? 혹시 얘 새끼 뱄냐?”
미호는 살짝 웃은 뒤 설화를 보듬어 안았다.
“맞았어. 아마도 모레 정도에 출산을 할 것 같아. 그래서 몸보신하라고 산삼 몇 뿌리를 마련해두었던 건데 하필이면 네가 다칠게 뭐니? 산삼을 안 쓰자니 네 내상이 악화될 것 같고, 그것을 너에게 쓰자니 출산을 앞둔 설화에게 미안하고. 하아, 내가 얼마나 고심했을지 조금은 알겠지?”
‘알긴 개뿔!’
동천은 전혀 미안한 감이 없었다. 당연한 것이 아무리 영물인들 하나 사람 목숨이 귀하지 동물 목숨이 귀하겠는가? 더군다나 동천의 입장에서 말이다. 그것을 본 미호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 동천이 괘씸했던지 대뜸 동천의 코를 잡고 흔들어댔다.
“빨리 말해. 알겠어, 모르겠어?”
“아야야야! 아, 알았어, 알았어! 네 고충을 이해해! 됐지? 됐지?”
만족한 미호는 산뜻하게 동천의 코를 놔주었다. 그녀는 생각보다 동천이 아파하자 달래듯이 살짝 말했다.
“아팠어? 미안해. 대신, 설화가 새끼를 낳으면 내가 한 마리 선물해줄게.”
‘우씨, 이건 병 주고 약주고도 아니고.’
심통이 난 동천은 뚱하게 반응했다.
“됐어. 고양이 새끼 가져가서 뭐하게.”
라고는 말했지만 눈빛을 보자 정말로 안 주면 어쩌나 하는 눈빛이었다. 희귀한 것이라고 하자 속으로는 탐이 났던 것이다.
“정말? 정말로 안 줘도 돼?”
이번에도 됐다고 할까 말까 망설이던 동천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뭐어, 네가 정 원한다면야. 험!”
미호는 동천을 흘겨보았다.
“흐응! 어째 찜찜하기는 하지만……. 좋아, 넘어가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