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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冬天) – 54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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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휘분타(安徽分舵)의 말단무사 반형태(半形態)가 동천 일행을 발견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3일 전, 근처의 행상에게 자릿세 명목으로 술값을 갈취한 그는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다가 화정이가 동천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그냥 지나갔다. 헌데, 술집에 앉아 술을 마시려고 한잔 드는데 영 찜찜한 것이 아닌가! 마침 같은 소속의 동료가 자리에 앉기에 ‘자네 동천이라고 아는가?’ 라고 물었더니 ‘알다마다! 사가지 없기로 소문난 본교 약왕전의 소전주가 아닌가! 자넨 모르는가? 왜 있지 않은가, 몇 년 전에 약왕전의 전주가 가출한 그의 소식을 물어다 주는 이에겐 포상금 은자 100냥과 1계급의 승진을 걸었다는 것 말일세. 그런데 그건 왜 묻는가? …어? 자네 혹시?’ 라고 대답해주었다.

그는 무언가 낌새를 차린 듯한 동료를 때려눕히고 잽싸게 동천 일행의 뒤를 쫓은 뒤 상부에 보고를 올렸다.

“뭐야? 약왕전 소전주로 보이는 소년을 찾았다고?”

분타주 팽환(彭桓)은 반형태의 보고를 받고 냉큼 그와 같이 그곳으로 달려갔다. 과연, 그가 살펴보자 일전에 본교로 들어갔다가 우연히 보게된 약왕전의 소전주 동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가 커봤자 생김새가 그대로라서 단번에 확신한 것이다. 신이 난 팽환은 저 혼자 들릴 정도로 ‘아싸, 은자 100냥!’ 이라고 중얼거렸다. 분타주의 위치다 보면 아무리 역천이라 해도 승진을 시켜주기엔 어려웠기에 그도 그것을 알고 일단 확정된 은자 100냥만 불러본 것이었다.

‘헛? 혹시 분타주가 혼자 처먹으려고?’

그런 분타주의 수작에 어이가 없어진 반형태는 자신의 공이 물거품으로 끝날 것 같자 정보의 제공자를 까먹어서는 안 된다는 투로 재빨리 말을 건넸다.

“저어, 분타주님. 소인이 이 일에 계속 관여해도 될깝쇼?”

“으음? 너 아직도 있었느냐?”

그제야 반형태의 존재를 확인한 분타주는 귀찮은데 땅 한 평이나 마련해줄까 하다가(죽여서 묻는다는 뜻) 그만두었다. 말단무사의 승진 따위야 자신의 힘으로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잠시 머리를 굴려본 그는 말했다.

“너는 지금부터 네가 소속된 곳의 조장을 맡는다. 그리고 다음 지시가 있을 때까지 저기 소전주 일행의 뒤를 따르거라. 알겠느냐?”

반형태는 이 바닥이 원래 이래서 은자 100냥은 물 건너갔지만 어느 정도의 포상금이 내려질 것이 분명하고 1계급 승진이 성사되었으니 이 정도에서 만족하기로 마음먹었다.

“존명! 분부에 따르겠습니다!”

그리하여 군말 없이 동천 일행의 뒤를 쫓아간 그는 식사시간이 되어 그들이 객점으로 들어가자 은근히 근처에 자리를 잡고 그들의 말을 엿들었다.

“야, 생각보다 늦게 가는 거 아니냐? 듣자하니 아직 절반도 못간 상태라는데.”

동천이 묻자 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평탄한 길로 가자면 시일이 다소 걸리게 되어있습니다. 마음을 편히 가지시지요. 몇 년을 참았는데 그것하나 참지 못하겠습니까.”

동천은 의자의 등받이에 한 팔을 올려놓고 거들먹거렸다.

“백수 같은 소리나하고 자빠졌네. 그거야 한가한 너나 그렇지. 이 몸은 본교에 들어가서 해야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관계로 한시라도 빨리 가고 싶으니까 길 안내원을 붙이던 거지에게 물어보던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빠른 길을 찾아봐. 알았어?”

도연은 별 다른 말없이 주군의 명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 대답이 끝난 후 음식들이 나오자 동천 일행은 식사를 시작했고 반형태는 좋은 거 알아냈다는 생각에 밖으로 빠져나와 팽환에게 보고를 올렸다. 보고를 접한 팽환은 대뜸 눈살을 찌푸렸다.

“정말이더냐? 그들 일행이 본교로 돌아간다는 것이?”

반형태는 분타주가 왜 뭐 씹은 표정일까 했지만 일단 말을 꺼냈고, 또 거짓말도 아니었기에 자신 있게 대답했다.

“예, 분타주님. 가능한 빠르게 갈 요량인지 본교로 가는 지름길까지 찾고 있었습니다.”

팽환은 반형태의 짐작대로 기분이 저하된 상태였다. 제 발로 돌아가는 인간을 찾아 줘봤자 역천이 그다지 좋아할 것 같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으음! 일단 찾았다고만 전해주자!’

약간의 술수를 부린 그는 전서구를 띄워 동천 일행을 찾았다고 연락을 한 뒤, 며칠 뒤에 대단한 노고 끝에 알아냈다는 듯 소전주 일행이 본교로 돌아가고 있다는 두 번째 소식을 전해주었다. 팽환의 의도대로 역천은 뛸 듯이 기뻐했고 그래서 사정화에게 달려갔던 것이다. 여하튼, 팽환은 자신의 생각대로 상황이 돌아가는 것 같자 흐뭇한 마음에 계속 반형태에게 뒤를 쫓으라고 명령했다.


“야, 제대로 가긴 가는 거냐?”

암흑마교로 향한 지 열흘째가 되던 날 동천이 도연에게 의심스러운 눈길로 그렇게 물었다. 도연은 대답해주었다.

“네.”

너무 허무한 답변이었는지 동천이 다시 물었다.

“진짜야?”

“네.”

“정말?”

“네.”

“너 병쉰이야?”

“…….”

동천은 도연이 입을 벌리려다 닫는 것을 보고 내심 아쉬워하며 점잖게 다시 물었다.

“대답이 없는 걸 보면 정신은 아직 멀쩡하구나. 헌데, 이 몸께서 이렇게 험난한 산길을 타고 올라가셔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더냐.”

그 문제에 관해서는 소연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주인님께서 가능한 빠른 길로 가셨으면 해서 이쪽으로 잡은 거잖아요.”

동천이 노발대발했다.

“야! 누가 이런 개 같은 험로(險路)로 빨리 가시고자 했냐? 길이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가던 길로 갔을 거 아냐!”

늘 그랬지만 소연은 괜히 말해줬다가 좋은 소리도 못 들었다. 그녀는 더 이상 대화를 나눠봤자 자기만 손해라는 생각에 입을 다물었다.

“으아아! 재미없다! 심심한데 확 불이라도 질러버릴까?”

동천은 가도 가도 산이고 지저귀는 새소리 밖에 없자 갑갑해서 죽겠는지 괜히 신경질을 냈다. 천성이 도심지에서 사는 성격이었기에 재미있는 놀이거리가 없는 이런 곳은 영 취미가 아닌 것이다. 결정적으로 맛난 음식들도 없고.

“흐아, 들었던 것보다 성질이 아주 개판인 놈이로구나.”

오늘도 동천 일행의 뒤를 몰래 뒤쫓는 반형태는 거의 삼십여장이 뒤떨어진 곳에서도 들리는 저 ‘불 지를까보다!’ 소리에 혀를 내둘렀다. 물론 아무도 없는 적적산중(寂寂山中)에 소리 좀 질러서 안 들릴 리가 만무하지만 잊을 만하면 소리를 질러대는 통에 어느 정도 감을 잡은 반형태였다. 좀더 신중하게 몸을 사리고 거리까지 더욱 벌린 그는 동천 일행 중 하나가 산 고개를 넘어가는 와중에 ‘으악!’ 하고 소리를 질러대자 혹여 어떻게 된 것은 아닐까싶어 재빨리 달려갔다. 그들이 잘못되면 대외명분상 은신호위를 맡고있는 그에게 모든 책임이 전가되기 때문이다.

‘제발 아무 일도 없어라! 그렇게되면 힘들게 얻은 조장자리 날아간다. 아울러 내 목숨도 말이다!’

헐레벌떡 고개를 넘어간 그는 눈앞의 광경에 일순 할말을 잃었다.

“야! 여기 육포에 벌레가 들어갔잖아! 어쩔겨? 엉?”

육포 담당이었던 소연은 주인님의 불호령에 빌고 또 빌었다.

“죄송해요, 주인님. 벌레도 맛있는 건 알아 가지고 몰래 들어왔나 봐요. 한번만 봐주세요.”

동천은 이 기회에 확실한 위엄을 보이고자 눈알을 부리려다… 말았다. 대신 그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다소 얼이 빠진 듯한 표정의 반형태가 서 있었다. 이는 동천만이 느낀 것이 아니라 모든 일행들이 느낀 것이어서 동시에 반형태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그들의 모습은 언뜻 괴기스러움이 묻어났다.

풀썩!

반형태는 저도 모르게 주저앉았다. 동천은 상대를 어느 정도 가늠한 뒤에 물었다.

“댁은 뭐요?”

정신을 차린 반형태는 입술을 축이며 말을 돌렸다.

“아? 그게 그러니까… 에에, 기, 길을 잘못 들어 헤매고있는데 어디에선가 으악! 하는 비명소리가 들려서 달려왔더니 아무것도 아니어서……. 여하튼 그래서 잠시 상황정리에 골몰하고 이, 있었던 것이외다.”

동천은 어째 수상한 감을 느꼈다. 그러나 초면에 캐묻기도 뭐해서 넘어가 주었다.

“그랬던 거요? 뭐, 여긴 아무 이상도 없었던 거니까 가던 길 계속 가보시오.”

“예에, 그럼.”

살았다고 생각한 반형태는 재빨리 그들을 지나쳐갔다. 그때 동천이 소리쳤다.

“자암∼깐!”

깜짝 놀라 멈춘 반형태가 살며시 신형을 돌렸다.

“왜에…….”

동천은 대단히 의심스런 눈길을 보내며 물었다.

“당신 말야. 방금 전에 길을 잘못 들어서 헤매고있다고 하지 않았어?”

“그, 그랬지요.”

“그런데 길을 잃었다는 인간이 어떻게 빠져나가는 길을 물어보거나 하지도 않고 그냥 갈 수가 있지?”

의외로 예리한 지적에 반형태가 놀라했다.

‘이럴 수가! 사악한 놈들은 머리가 나름대로 좋다더니 틀린 말이 아니었구나!’

그는 잠깐 ‘그런데 나는 왜 머리가 나쁘지?’ 라고 의문을 표했으나 중요한 것이 아니었기에 쓸데없는 생각을 지워버렸다. 그는 침착한 뒤 지체 없이 말했다.

“그것은 너무도 당황하여 까먹고 그냥 갔던 것이오. 내 안 그래도 돌아서서 물어보려고 했었소.”

동천은 시간을 주지 않고 물었다.

“그렇다면 또 한가지. 댁은 왜 이 몸의 말투에 기분 나빠하지 않는 거지? 이 몸의 지금 말투는 추궁하는 말투와 더불어 아랫사람들을 대하는 어감과 하등 다를 것이 없는데 말야.”

틀린 말이 아니자 도연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반형태는 더 이상 머리가 딸려서 변명할 거리가 생각나지 않자 포기하고 사실대로 불었다. 만일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해 들키게 되면 분타주 팽환이 신분을 밝히라고 했던 것이다. 사실은 당연히 반형태가 들킬 줄 알고 팽환이 계획 하에 시킨 것이었지만.

“……그렇게 되어서 본교로 소식이 전해졌고 저는 제대로 가고 계신지 확인하기 위하여 따라붙었던 것입니다.”

반형태가 은자 100냥과 1계급 승진만 빼놓고 아는 대로 대답해주자 동천이 사실인지 알아보기 위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이리 와봐.”

반형태는 재빨리 다가갔다가 한 대 맞았다.

퍽!

“크헉? 소, 소전주님. 소인이 무슨 잘못을 지었기에…….”

동천은 놀라했다.

“어? 진짜네?”

다짜고짜 때려놓고 뭐가 진짜란 말인가. 반형태는 억울한 마음이 앞서서 재빨리 물어보았다.

“느닷없이 때리시고 그게 무슨 소리이십니까?”

동천은 일단 폼을 잡고 방금 전의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자네는 너무 흥분하지 말게. 그러니까, 이 몸이 때려서 개기지 않는 것으로 보아 자네는 본교의 문도가 맞다는 소리니라.”

반형태는 동천이라는 인간을 까먹었는지 대놓고 얼굴을 구겼다.

“예에? 고작 그것 때문에 때리셨다는 말씀입니까?”

그는 반각 여를 밟혔다. 그런 뒤에야 고분고분 굽실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소, 소인이 평소 눈치가 없다는 소리를 자주 듣습니다요. 헤헤.”

동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몸이 보기에도 그래 보이는구나.”

그렇게 얻어맞고 정신을 차린 반형태는 아까 섣불리 나섰던 자신을 책망하며 길 안내를 맡게 되었다. 이 부근까지는 그가 생활했던 곳의 영역이어서 소전주의 화를 풀어주고자 좀더 빠르게 안내한다고 자처했던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그의 멍 자국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게 했지만 생각보다 내부에 충격이 없었던 듯 움직이는데 불편을 겪지는 않았다. 다만 불편이라면 ‘니가 안내해줘도 그게 그거잖아!’ 라고 소리치는 사가지 없는 소전주의 윽박지름이라고나 할까? 그는 가만히 구석에나 처박혀 있을 걸, 괜히 안내한다고 자처했던 자신을 또 한번 책망하며 산길을 헤쳐나갔다.

“으아! 길도 모르는 등쉰 같은 자식 때문에 보름이나 시간을 날렸잖아?”

산맥을 빠져나온 동천이 처음으로 터트린 불평이었다. 반형태는 한다고 했고 또 시간도 확실히 단축되었으나 소전주가 그렇다고 우기는데 뭐라고 반항하겠는가. 그래봤자 얻어맞을게 뻔한데. 그는 내심 욕이란 욕은 다 퍼부으며 죄송스러운 얼굴을 했다.

“소인이 미흡하여 생각보다 빠르게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소인도 모르는 길이라 소전주님께 맡길 것이오니 부디 넓으신 혜안으로 바른 길을 인도해주시옵소서.”

듣기 괜찮은 소리이자 동천이 대뜸 미소를 띄었다.

“하하, 네가 뭘 좀 아는구나. 그렇다면 이 몸이 앞장서서 올바른 길을 인도해주지!”

소연은 불안한 마음에 물어보았다.

“어떻게 찾아가시게요?”

동천은 말했다.

“넌 찌그러져 있어!”

“예에.”

맞을 까봐 순순히 물러난 소연은 호연화와 놀고있는 화정이의 옆으로 가서 같이 놀았다. 동천은 못마땅한 눈으로 그녀를 째려보다가 반형태에게 시선을 돌렸다.

“야, 반타작!”

이름에서 빗대어 동천이 그렇게 불렀다. 반형태는 그렇게 불리는 것에 불만이 많았지만 지가 불만이 많아봤자 하위계급이기에 내색하지 않고 대답했다.

“예, 소전주님. 하명하실 일이라도.”

동천은 말했다.

“여기에서 제일 가까운 본교의 지단이 어디에 있느냐.”

‘빌어먹을 놈! 결국 지 힘으로는 못 간다는 얘기잖아? 그러면서 잘난 체는 우라질 나게 하네.’

반형태는 곧바로 대답했다.

“가장 가까운 곳이 무려 백 오십 리나 떨어져있는 영천(永川) 제 3지단(支團)입니다만…….”

그는 소전주의 상판이 대뜸 일그러지는 것을 발견하고 급히 말을 바꾸어 이었다.

“그곳보다 가까운 곳인 김천무가(金泉武家)가 여기에서 사십 리 정도에 떨어져 있습니다. 헤헤, 그곳보다 가까운 곳은 더 이상 없죠.”

동천으로서는 그곳도 멀었다. 그러나 더 이상 없다는데 어찌하랴. 그들은 그곳으로 방향을 잡았고 김천무가에서는 때아닌 귀빈들의 방문에 허겁지겁 연회를 차렸다. 김천무가의 현 가주 김장(金仗)은 위에서(암흑마교) 혹시나 모를 소전주의 방문에 대해 연락이 오긴 했어도 당연히 위상이 높고 대접 또한 융숭할 것이 분명한 영천 제 3지단을 갈 줄 알았는데 이렇게 이곳으로 찾아오자 놀라는 한편 기회라고 생각하여 풍성한 연회를 차린 것이다.

“껄껄, 그 대단한 약왕전의 소전주님께서 이런 누추한 곳엘 다 찾아오셨으니 영광일 따름입니다.”

오십 줄에 달한 김장이 주름하나 없는 얼굴로 웃어대자 동천은 사부님을 생각하여 나중에 피부관리의 비결을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마주 웃으며 대꾸했다.

“하하, 누추하다니요. 이렇게 반갑게 맞이하여 주신 것만 해도 기쁠 따름인데.”

김장은 소문으로 듣던 사가지가 어째 드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다소 안도하면서도 행여 꼬투리를 잡힐 짓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김장은 손수 술을 따라주며 다음 이야기를 진행했다.

“소문으로 듣자하니 약왕전주님의 명을 받아 강호행을 다니셨다는데 그 소문이 맞는 모양입니다.”

‘에이씨, 미성년자에게 술을 주냐? 확! 엎어버릴라!’

동천은 먹기도 싫은걸 따라주는 김장을 욕한 뒤 태연하게 말을 받았다.

“그 무슨 소리십니까? 소문이 맞다니?”

김장은 잠시 단어들의 조합을 잘 선택한 뒤 아부했다.

“너무도 훤칠한 모습에 자신감 또한 넘쳐흐르는 것이 대단한 수양을 쌓았기에 자연스레 드러나는 풍모가 아닐는지요.”

“아아, 말씀은 고마우나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훤칠한 모습과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것. 그리고 대단한 수양을 쌓은 것은 맞지만 나머지는 너무 과찬이십니다.”

김장은 그거하고 자신이 아부한 거하고 뭐가 다른지 잠시 끙끙 앓다가 그냥 좋게 생각하자고 스스로를 달랬다.

“그렇습니까? 허허, 보이는 그대로 말씀을 드린 것인데 너무 겸손한 것이 아니신 지.”

“제가 원래 한 겸손하지요. 하하하!”

반형태는 위에서 노는 놈들이 너무 같잖아 보이자 내심 실소하며 끝자락에서 술과 안주나 먹어댔다. 힐끔 소연이라는 시녀를 보자 대체로 잘 먹고있으면서도 무언가를 갈망하며 꿀꺽 침을 삼키는 것이 목격되었다. 술 때문이라는 것을 모르는 그로서는 생긴 건 예쁜데 하는 짓이 왜 저럴까… 생각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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