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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冬天) – 6화


첫인상(一印象).

– 그 끈질기고 놀라운 생명력(生命力)에 감탄한다…-

『암흑마교(暗黑魔敎)에서 없어서는 안되고 교 내의 모든 교도들의 안전과 생명(生命)을 지켜주는 등불(燈火)과도 같은 존재인 나 귀영광의(鬼影狂醫) 역천(逆天)이 동천에게…』


짹-짹! 짹짹! 푸드득!

“아-아–함!.. 이게 뭔 소리여…”

잠결에 새 소리가 들리자 깨어난 동천은 한껏 기지개를 켜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응? 여기가 어디지?!”

순간 당황한 동천은 주위를 둘러 보다가 비로서 사비혼과의 일이 생각 났다.

동천의 그때의 일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얼굴을 있는 힘껏 꼬집어 보았다.

“아야야야! 아이구 아파라…”

무척 아픈 것을 보니 꿈은 아닌 것 같았다. 어쨋든, 동천은 있는 힘껏 꼬집은 얼굴을 마구 비비며 창가로 가서 닫혀있던 창문(窓門)을 조심스럽게 열어 제꼈다.

“삐-이걱—!”

기름칠을 갈구하는 창문의 소리를 들으며 동천은 눈 앞의 전경(前景)에 자신도 모르게 자그마한 탄성을 질렀다.

“이야–!”

어지간히도 놀랐던 모양이다.

“여기가 어디랴? 혹시 여기가 전설로만 들었던 무릉도원(武陵桃源)이 아닐까?”

동천이 창문너머로 본 것은 하나의 넓은 정원(庭園)인데 이 정원은 방원 십여장(30M)에 걸쳐서 만들어져 있는 것 같았다.

동천이 여태 살아 오면서 듣도 보지도 못했던(사실 동천이 지금껏 살아 봤자 얼마나 살아봤것냐만은…) 기화이초(奇貨異草)들과 처음보는 나무 열매 들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열매들을 먹음직 스럽게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다.

먹음직 스러운 열매들을 봐서 그런지 동천의 뱃속에서 밥을 달라는 소리가 요란 하게 들려 왔다.

“꼬르르륵–!”

“어? 그러고 보니 내가 얼마동안 자고있었던 거지? 지금 저 태양이 높이 떠올라 있는걸 보니까… 대충 점심먹을 시간인 것 같은데 뭐 먹을 만한게 없을까?”

사실 동천은 다른 시간(時間)대는 몰라도 점심 시간 만큼은 놀라우리 만치 정확하게 알아 맞췄다. 일하다가 점심쯤 되서 동천이 없어지면 주위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점심이구나 하고 일손을 멈추고 모두들 밥을 얻으러 부엌으로 갔을 정도였다. 물어보나 마나 그들이 부엌에 가면 동천은 부엌에서 어김없이 밥을 먹고 있었다.

하루는 일꾼들이 정확히 반시진(한시간.)짜리 모래시계를 가져와서 내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정확히 오시초((午時初): 오전 11시-12시)에 모래시계를 엎어 놓고 정오((正午): 12시)가 되었을 때 과연 동천이 점심을 먹으러 가느냐 마느냐를 주제로 돈놓고 돈먹기 즉, 내기를 한적이 있었다.

물론 동천은 이 사실을 모르게 하는 것을 전제(前提)하에 벌어진 내기였다. 판의 양상은 일꾼들 서른명 중 못맞춘다가 스물 다섯명 이었고, 맞춘다가 고작 다섯명 밖에 되질 않았다.

드디어 오시초에 모래시계를 엎어놓고 일꾼들은 일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일을 하던 일꾼들은 시간이 흐르자 모래가 거의 흘러내려 윗 부분에 조금밖에 남아 있지 않은 모래시계를 한 번 쳐다보고.. 동천을 한 번 쳐다보고.. 하는식으로 일을 하는둥 마는둥 하고 있었다.

일꾼들을 책임지고 일을하게 해야하는 감독관 조차 일을 하지 않고 산만해 져있는 일꾼들을 아무런 제재(制裁)도 가하질 않았다. 그 이유는 일을 책임지고 둘러보는 감독관 역할을 맏은 황룡세가의 말단 무사중 하나인 장걸(張桀)도 이야기를 듣고, 내기판에 나중에 뛰어든 사람 이었기 때문이었다.

“꿀꺽!”

모래가 거의 떨어져 내려 손톱 정도만 남아 있는 시점(時點)에서 어느 한 일꾼의 침넘어 가는 소리에 주위의 긴장감은 한층더 달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기의 한가운데 서있던 동천은 아무것도 모른체 주위의 일꾼들이 일을 하는둥 마는둥 하자 동천도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혼자 놀고 있다가 그것도 지겨운지 땅바닥에 쭈그리고 앉자서 애ᄁ은 땅바닥만 조그마한 돌로 그그극! 그그극! 소리를 내면서 금을 긋고 있었다.

드디어 모래시계의 모래가 대여섯 알만 남기고 떨어지고 있을 때 동천이 때를 맞춰 점심을 먹으러 간다에 걸었던 여섯명은(나중에 돈을건 장걸은 동천에게 걸었다.) 아무리 생각 해도 글른 것 같다는 생각에 한숨을 내쉬고 있었고 나머지 스물 다섯명은 흥분된 기색(氣色)들을 감추지 못하며 이겼다는 듯이 서로들 얼굴을 마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그때 웃고 있던 사람들 중에서 어느 한 일꾼이 떨어지는 모래알을 세고 있었다.

“다섯..”

“꿀꺽!”

“넷..”

“꾸울-꺽!”

“세엣..”

“꾸우-우울-꺽!”

“두울..”

“꼬르르륵-!”

긴장감을 더 해가는 상황(狀況)에서 어느 한 일꾼이 갑자기 요란한 뱃고동 소리를 내자 순간적으로 모두들 인상을 팍-! 찡그렸지만 앞의 말처럼 그것은 어디까지나 순간적인 일이었다.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흥분(興奮)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들떠있을 때 숫자를 세던 그 이름모를 일꾼은 얼른 제 정신을 차리고는 동천의 눈치를 살피면서 동천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조그마한 목소리로 모래알을 세려고 살며시 입을 열었다.

“하나…”

순간적으로 시간의 흐름이 정지되자 모두들 숨을 멈추고는 동천을 바라보았다.

땅바닥에 앉자서 돌을 가지고 장난을 치던 동천은 마지막 모래알이 떨어지자 갑자기 눈빛이 바뀌더니 바닥에서 얼른 일어나면서 바지를 툭툭! 털고는 부엌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입을 열었다.

“어? 밥먹으러갈 시간이네?”

그 순간 환호성과 울분에 찬 목소리가 교차 하면서 여기 저기서 웅성 거리고 있었다.

“으아아…,,”

한순간의 기대가 무너지는 소리…

“야호!! 이십오대 육! 이게 얼마냐?”

절망감에서 벗어난 환호성…

“으아악! 말도 안돼!! 이건 비리가 있다..!!”

지가 못맞춘다에 걸었다가 졌으면서도 끝까지 인정하질 못하는 소리…

“젠장! 오는 일당 다 날라 갔네..”

내기에서 졌을 때 약방(藥房)의 감초(甘草)처럼 나오는 소리…

“나무아비타불…”

여태까지 일해서 번돈을 몽땅 투자 했다가 잃어버려 해탈(解脫)의 경지(境地)에 들어선 소리…

어쨌든 이 말도 안되는 사건이 있은 후로 그 현장에서 동천의 신기(神奇)를 직접 목격(目擊)했던 일꾼들은 동천을 가르켜 -걸어 다니는 오후(午後)의 밥통- 이라고 별명을 지어줬다…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 보던 동천은 나무 열매를 따먹기로 했다.

“읏-샤!”

동천은 방문으로 나가는 수고 없이 곧바로 창문으로 잽싸게 뛰어내려서 과일 나무쪽으로 달려 나갔다.

“에이–! 오긴 다 왔는데 여기를 어떻게 올라가지?”

막상 나무 앞에 오자 멀리서 보던 것 과는 달리 나무가 굉장히 높다는 것을 실감했다.

“나무를 타고 올라가 봐? 아냐! 그러다가 떨어지면 나중에 그일(?)할 때 큰일날 테고…”

나무주위를 한참 뱅뱅 돌면서 생각을 하던 동천은 발에 돌이 걸리는 것을 느꼈다.

“맞아! 돌을 던져서 떨어 뜨리면 되겠구나…! 히히히!! 이래서 사람은 머리가 좋아야 한다니까!”

동천은 발밑에 널려있는 돌중에 손에 딱 알맞는 돌을 집어들어 과일을 향해 집어 던졌다.

“촤악–! 우수수수…!”

동천이 던진 돌맹이는 포물선을 그리면서 열매를 향해 날라가다가 열매에서 조금 벗어난 곳을 맞추면서 떨어졌다.

“에이! 나뭇잎만 맞았네… 어디 다시한번!”

동천이 다시 돌을 집어들어 과일을 향해 던지려 할 때 갑자기 뒤에서 차갑고 냉막한 소리가 들렸다.

“뭐하는 거지?”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동천은 아무 생각없이 돌아서면서 말했다.

“보면 모르…..”

순간 뒤를 돌아보며 말하던 동천은 눈앞이 환해 지는 것을 느꼈다. 동천 보다 한 두어살 정도 나이가 들어보이는 꼬마 여자아이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는데 아직 어리나 그 아름다움이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다.

오똑하게 솟아오른 앙증맞은 코와 약간의 흠이라할 수 있는 차가운 눈빛 이었지만 그것이 여자아이의 아름다움에 젼혀 지장을 주지않았다.

오히려 특유의 차가운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뭐하는 거냐고..”

동천이 놀란 눈으로 자신을 쳐다 보면서 아무말도 하질 않자 꼬마 여자 아이는 재차 물어 봤다.

“아..!”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동천은 이번에는 제정신 으로 다시 요리조리 쳐다보며 말했다.

“너 정말 예쁘구나.. 추연이 보다 훨씬 더 예뻐… 아니, 추연은 상대도 안될 것 같은데?”

동천이 자신의 질문에 대답을 않고 동문서답(東問西答)식 으로 이상한 말을 하자 여자아이는 슬슬 짜증이 나는 것을 느끼며 더욱더 싸늘하게 명령조(命令調)로 말했다.

“뭐하는 거냐고 물었다!”

동천은 자신의 잘못은 생각하질 못하고, 꼬마 여자애가 겁대가리 없이 눈을 치켜 세우며 한 대 칠 듯이 물어오자 기분이 별로 좋질 않았다.

“어? 이 계집애가 얼굴은 예쁜데 말은 싸가지 없게 하네!”

동천의 어이없어 하는 소리를 듣자 동천보다 더 어이없어 하던 여자아이는 눈쌀을 살짝 찌푸리더니 손바닥으로 동천의 빰을 그대로 갈겨 버렸다.

“짝-!”

뺨을 정통(正統)으로 맞았는지 동천의 얼굴에선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아야!”

동천은 순간적으로 얼굴이 돌아가면서 얼굴이 화끈해 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입안이 짭짤한게 어디 한곳이 터진 것 같았다.

“퉤! 야이 계집애야!”

동천의 욕을 듣는 순간 꼬마여자 아이는 다시 어이 없어 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곧바로 신색을 가다듬고는 이번에는 손바닥에 오성(五成)정도의 내력(內力)을 집중 시키더니 그대로 팔을 휘둘렀다.

“짜악–!”

동천은 상대편이 어이없어 하자 쫄았구나 하고, 히죽! 웃고 있었다. 그렇게 마음 놓고 있는데 아까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이 밀려오자 동천은 고통의 신음성을 흘렸다.

“억-!”

두 번째는 장난이 아니었다. 아픈건 둘째치고 골이 띵 한게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몸은 비틀거리고 있었지만 유일하게 입만은 살아서 나불거렸다.

“너.. 너이 계집애.. 한. 한번만 더때리면..!”

꼬마 여자아이는 동천이 그래도 정신을 못차리고 다시 개기려고 들자 이번에는 아주 죽일 듯이 쳐다 보며 말했다.

“더때리면!”

역시 살아 있는건 입뿐 이라서 꼬마 계집애가 째려보며 화난 표정으로 말을하자 금새 쫄아 버렸다.

“아니.. 그.. 그냥 해본말이야..”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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