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미지

동천(冬天) – 607화


“화정아. 연화하고 그만 놀고, 대신에 저기 도연하고 싸우고 있는 계집애랑 같이 한 번 놀아보거라.”

그제야 동천 쪽에 반응을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난 화정이는 확실하게 이해하지 못했던 듯 동천에게 되물었다.

“놀아? 어떻게 놀아?”

동천은 이미 했던 말에 자세한 첨부까지 해줘야하자 다소 짜증을 내며 이야기해주었다.

“어떻게 놀긴 뭘 어떻게 놀아! 말 안 듣는 애 때려주기 놀이하면서 노는 거지!”

그러자 화정이는 금세 시무룩한 표정이 되었다.

“히잉, 그럼 내가 맞는 거야?”

여태까지 동천하고 말 안 듣는 애 때려주기 놀이를 하면서 단 한번도 주인을 때려본 역사가 없었던 그녀로서는 당연히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동천은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얘가 그런 각도에서 생각할 줄도 아네? 음, 확실히 이 몸의 지도를 받고 나니까 머리가 제법 좋아졌군. 하하하!’

잘 되면 모두 자신의 탓으로 돌린 동천은 앞서 두 번 설명으로 인하여 찡그렸던 인상을 부드럽게 펴주었다.

아울러 그는 다시 폼을 잡고 화정이에게 대답해주었다.

“후후, 아니란다. 이번에는 저기 빨간 옷을 입고 있는 계집애가 말 안 듣는 아이니까 마음껏 때려줘도 되느니라.”

“우아! 정말?”

눈을 반짝인 화정이가 묻자 동천은 바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정말이고 말고. 내 언제 너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있었더냐?”

그런 적이 많았던지 화정이는 말할까 말까 고민하는 듯 하다가 주인의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응. 저번에 안 때린다고 하고 때리고, 그 전에는 밥 많이 먹어도 안 때린다고 하고 때리고, 그그 전에는 가위바위보해서 이기면 안 때린다면서 이겼는데도 때리고, 그그그 전에는……. 음음, 어쨌든 거짓말은 많이 했는 걸?”

동천은 화정이가 말한 모든 거짓말의 결말이 맞았다는 이야기로 끝나자 크게 깨닫고 뉘우쳤다.

‘아! 저게 덜 맞았구나.’

대놓고 저따위로 말하는 것 자체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동천은 단둘이 되었을 때 확실하게 기강을 잡아놔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허허, 약소전주. 계속 그러고 계시다간 아까운 수하만 하나 잃겠구려.』

난데없이 들린 좌봉공의 전음에 깜짝 놀란 동천은 그러고 보니 화정이를 불러놓고 정작 농담 따먹기나 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급히 도연 쪽으로 눈을 돌린 동천은 왼쪽 어깻죽지를 힘없이 늘어트린 도연이 한 손으로 상대방의 공세를 힘겹게 막아내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고 그는 재빨리 화정이에게 명령했다.

“야! 빨리 가서 패! 안 패? 저러다 도연이 자식 죽게 생겼잖아!”

“응? 아, 알았어. 화내지 마.”

험악해진 주인의 목소리에 찔끔해진 화정이는 표홀히 날아올라 우문자혜와 도연의 사이에 끼여들었다.

그러자 동천 못지 않게 살벌해진 우문자혜는 검을 가볍게 휘둘러 묻어있던 피를 걷어낸 뒤 화정이를 노려보았다.

“뭐 하는 계집인지 몰라도 다치기 전에 물러서라. 적어도 같은 여자끼리는 피를 보고 싶지 않으니까.”

그녀로서는 많이 봐준 것이었지만 화정이는 전혀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던 듯 해맑게 웃으며 쑤욱 다가섰다.

“헤헤, 그러지 말고 같이 놀자. 별로 아프게 안 때릴게.”

척 보아도 모자란 얼굴과 행동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우문자혜의 사정이 아니었다.

분노한 그녀는 끝까지 나서지 않고 수하들을 내보내는 동천을 잠깐 노려본 후에 도연에게서 화정이에게로 검의 방향을 바꾸었다.

“어리석은 것!”

팔성(八成)의 진기를 끌어 올려 검 끝에 기를 갈무리한 그녀는 번개같이 화정이의 요혈을 노리고 들어갔다.

그것을 본 좌봉공은 나직이 감탄했다.

“호오,

검기상인(劍氣傷人)

의 경지란 말인가?”

검기상인이란 말 그대로 검기만으로도 사람을 상하게 할 수 있는 경지로서, 최소한 이 갑자의 내공이 없이는 시전하기가 불가능한 경지였다.

일반적인 검기(劍氣)와는 차원을 달리 하는 것이 바로 검기상인이었는데, 일반적인 검기는 그저 뿌리기만 하면 그 뒤를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것인 반면에 이 검기상인의 경지는 반드시 회수와 운용의 묘가 어우러져야만 시전할 수 있는 고난이도의 수법이었다.

헌데, 그런 것을 고작 이십대 초반의 여인이 시전했으니 좌봉공으로서는 감탄할 만도 했던 것이다.

“아, 반짝인다. 호호, 예뻐라.”

화정이는 우문자혜의 검 끝에 모여있는 희뿌연 기류에 흥미를 느꼈는지 피할 생각도 않고 그것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우문자혜는 자신이 시전한 공격이 얼마나 강하고 무서운가를 잘 알고 있었던 탓에 잠깐 흔들렸다. 허나, 곧 마음을 독하게 먹고 그대로 검을 내질렀다.

피리리릿! 순간적으로 비산하는 검기에 바람마저 갈렸고 흩어지는 듯 싶었던 검기들은 사방을 차단한 채 화정이에게 폭사되었다.

“엇!

은하멸절검법(銀河滅絶劍法)

?”

두 눈을 부릅뜬 좌봉공은 소리쳤다. 하지만 소리친 그 자신도 확신하지 못하는 목소리였는데 다행히도 엽파라는 청년이 짧게 대답해주었다.

“그렇소. 은하멸절검법이오.”

정말로 은하멸절검법이자 좌봉공은 깊게 침음했다.

‘으음! 저 검법이 인세에 다시 등장했을 줄이야.’

좌봉공이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은하멸절검법은 300여 년 전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은하신녀(銀河神女) 우문약빙(宇文若氷)

의 성명절기였었기 때문이다. 무림 역사상 여인으로서 그 무위를 가장 찬란하게 빛낸

천하십오대여검객(天下十五大女劍客)

중에 한 명으로 손꼽히는 그녀의 은하멸절검법은 ‘빛나는 검기가 하늘을 뒤덮고, 그것이 지나간 자리에는 오직 은하신녀만이 고고하리라.’ 라는 구절이 더 유명했던 검법이었는데 아쉽게도 그녀를 끝으로 후인을 찾지 못하여 사장(死藏)되었다고 결론시 되었던 무공을 이런 자리에서 다시 보게 되자 좌봉공은 수하인 듯한 여인의 무공이 저렇다면 필시 소공이라는 자는 혈사교 내에서 교주와 상당히 밀접한 관계에 놓인 신분일 것임을 유추해낼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마음은 무거워졌지만 그사이 잔영(殘影)을 남기고 검세를 벗어난 화정이는 반대로 생글거리며 우문자혜의 검법을 칭찬해주었다.

“우와, 그거 멋있다! 다시 해줘봐. 응? 아이, 다시 해줘봐∼.”

우문자혜는 상대가 피한 것은 둘째 치고서라도 저렇듯 부담 없이 한번 더 요구하는 화정이의 요구에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 필시, 객잔 안에서 보고 계실 소공을 의식해서인지 더욱더 그러했다.

“으득! 제법 믿을 만한 계집을 보냈다 이거지?”

매섭게 이를 간 그녀는 티클 만큼의 자만심도 버린 채 검을 상단전에 바로 세운 뒤 전신의 기를 모아 검신(劍身)으로 흘려 보냈다.

우웅웅웅! 집약된 진기의 충돌로 인하여 미세한 울림소리가 검신에서부터 울려 퍼지자 우문자혜의 장삼이 심하게 펄럭거리기 시작했다.

이는 흡사 태산이라도 쪼갤 듯한 기세였는데 멀찌감치 떨어져서 도연이 죽었나 살았나 발로 툭툭 건드려보던 동천이 기겁을 하고 돌아볼 정도였다면 말 다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화정아! 웬만하면 피해!”

급해진 동천이 소리쳤지만 화정이는 생긋 웃더니 누가 떨군 것인지 모를 바닥의 검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우문자혜가 두 번째 공격을 시도했다.

“요망한 꼬마야, 이미 늦었다! 하압!”

마침내 전심전력을 다한 그녀의 검법이 환상인 듯 새하얀 빛무리를 토해냈다.

십이성 대성하지는 못했으나 은하멸절검법의 7초식 중 다섯 번째 초식인

낙성무저섬(落星無低閃)

은 정녕 하늘에서 쏟아지는

유성우(流星雨)

처럼 화정이의 전신을 초토화시킬 기세였다.

‘아이고, 저런 멍청한 계집 같으니라고! 서, 설마 죽는 건 아니겠지?’

자신이 화정이었다면 벌써 물러서도 물러섰을 상황이어서 그런지 동천은 아무리 그녀가 초혼강시를 뛰어넘었다 하더라도 강시는 강시라는 생각에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화정이는 그런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문자혜의 검법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감탄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우와! 멋지다! 와! 와!”

누가 보더라도 정신이 박약한 소녀가 죽음에 몸을 내던진 형국이었다. 좌봉공 조차도 화정이의 무모한 행동에 눈살을 찌푸렸는데 그는 약소전주가 위험하지 않는 이상 나설 이유가 없었으므로 엽파라는 청년만 견제하면 자신의 할 일은 다 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놀랍군, 놀라워! 혈사교에서 언제 저런 인재를 키웠단 말인가! 으음, 아무래도 오늘은 길(吉)보다는 흉(凶)이 더할 하루 같으니 이쪽에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헉? 저, 저것은?’

어쩐 일인지 몰라도 기겁을 한 좌봉공이 차후에 벌어질 상황을 대처하다 말고 두 눈을 부릅떴다.

이유인즉, 화정이를 향하여 쏟아져 내리던 빛무리들이 채 그녀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사방으로 튕겨져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슈아아악! 콰쾅! 쾅! 화정이를 중심으로 정확히 반으로 갈라진 빛무리들은 제 갈길을 잃고 튕겨져 나가 주위를 초토화시켰다.

믿기 힘들었지만 화정이는 검을 휘둘러 우문자혜의 검세를 가른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자신의 주인이 입을 쩍 벌리고 있건 말건 발끝에 힘을 모아 대지를 박찼다.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간 그녀는 창백해진 얼굴의 우문자혜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검을 들었다.

“헤헤, 재밌었어. 이제 아프더라도 좀 참아. 알았지?”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인 화정이는 잠시 후 검 끝에 진기를 갈무리하기 시작했다.

헌데, 어디에선가 많이 본 듯한 장면이어서 그런 것일까? 그것을 본 우문자혜는 핼쑥해진 얼굴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거, 검기상인…….”

다소 투박해 보였지만 확실히 운용의 묘에서 보자면 검기상인이었다.

아마도 아까 보았을 때 예뻐 보여서 나름대로 따라한 듯 싶었는데 그것은 우문자혜가 시전했을 때보다 더욱 밝고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기실 우문자혜는 방금 전의 한 수에 모든 내력을 소진한 상태여서 손가락 하나조차 움직일 힘이 없는 상태였는데 화정이가 내공 면에서까지 자신보다 훨씬 우위를 점하고 있을 뿐더러 소리 없이 자신의 검세를 갈랐던 검법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절로 주눅이 들고 비참해지는지라 반항할 생각을 애당초 버렸다.

‘자신 있게 나섰다가 이런 꼴이라니……. 흑흑, 도저히 소공을 뵐 면목이 없음이니 차라리 깨끗하게 죽자!’

화정이가 죽일 리도 없었지만 그것을 알 턱이 없던 그녀는 죽음을 각오한 얼굴로 다가오는 상대의 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러자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었음인지 엽파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안되겠군.”

엽파는 좌봉공과의 암묵적인 대치를 깨고 우문자혜에게로 신형을 날렸다.

채 한 호흡이 가시기도 전에 도착한 그는 찔러오는 화정이의 검과 도를 섞어 어렵지 않게 공세를 해소시킨 뒤 자연스럽게 진기를 일으켜 우문자혜를 뒤로 밀어냈다.

그런 다음 도를 거꾸로 쥐며 화정이에게 포권을 취했다.

“다음은 이 엽모가 나서겠으니 너그럽게 상대해주시기 바라오.”

“엽파! 무슨 짓이지? 나를 더욱 비참하게 할 생각이야?”

창졸간에 뒤로 밀린 우문자혜가 독기를 머금고 힘겹게 자세를 잡았다.

그러나 엽파는 전혀 미동도 않고 화정이를 주시하며 그녀에게 대꾸했다.

“그렇다고 죽을 일도 아니다. 실력의 모자람을 알았다면 더욱 매진하여 다음에 네 실력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쉽게 자신을 포기한 것에 대한 보이지 않는 꾸짖음이자 우문자혜는 도저히 반박의 말을 입 밖으로 흘려 내보낼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그저 피가 베어 나오도록 입술을 잘근 깨무는 수밖에 없었다.

“하하, 오늘 자혜가 안계를 넓힌 셈이로구나!”

이 사람들은 멀쩡한 입구를 놔두고 부수어진 곳에서 나오기를 즐겨하는지 웃으며 등장한 새로운 사내 역시 그곳에서 나왔다.

머리를 묶어 깔끔하게 틀어 올린 준수한 용모의 사내는 이십 세 전후반인 듯 보였는데 부드러운 미소 하나만으로도 좌중을 압도할 만한 신비로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상대를 확인한 우문자혜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한쪽 무릎을 꿇었고 말이다.

“소녀는 수치스럽고 또 수치스러워 차마 소공께 고개를 들지 못하겠나이다.”

살짝 미소한 사내는 고개를 내저으며 그녀에게 다가와 손수 그녀를 일으켜주었다.

“되었다. 엽파의 말처럼 오늘 일을 거울삼아 무공에 더욱 정진하도록 하여라. 그리하면 내 오늘의 실수를 묵인해주도록 하겠느니라.”

그러자 우문자혜는 감격에 찬 얼굴로 양 볼을 붉힌 후 어린아이처럼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렸다.

“네, 네에.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동천은 그런 그들의 대화에 닭살이 돋는 듯했다.

‘아주, 지랄들을 해라.’

밥맛까지 떨어질 정도여서 진절머리를 친 동천은 욕을 내뱉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척 보아도 범상치 않은 사내이자 나름대로 조심하는 차원에서 그것을 참았다.

그때 화정이가 난감해하는 얼굴로 엽파와 우문자혜 쪽을 번갈아 보며 동천에게 물었다.

“우웅……. 동천, 나 어떻게 해야해?”

엽파를 상대해야 하는지, 아니면 우문자혜를 상대해야하는지. 그것도 아니면 새로 등장한 사내를 상대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동천은 소강상태에 접어든 상황에서 괜한 일을 더 벌이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으므로 이쯤에서 그만두기로 했다.

겸사겸사 오행은살수들과 도연의 치료가 다소 급했기 때문이었다.

“되었다. 저 여인도 많은 것을 깨달은 듯 보이니 물러서도록 하여라.”

화정이는 자신의 주인이 폼을 잡고 말하자 생글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 잘했어?”

그녀는 어서 칭찬해달라는 듯 동천에게 다가와 머리를 약간 옆으로 숙였다.

그러자 피식 웃고 난 동천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래, 잘 했다. 헌데…….”

“응? 왜?”

동천은 우문자혜를 상대할 때 화정이가 시전했던 검법이 궁금하여 물어보려고 했다.

그러나 주위의 이목이 많음을 깨닫고 그만두기로 했다. 그런 것이야 나중에 얼마든지 물어볼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해서 동천은 흡사 강아지처럼 반짝이는 눈망울로 자신을 바라보는 화정이에게 손을 내저었다.

“아냐. 잘했다고.”

“헤헤, 그건 방금 동천이 말해줬잖아.”

“그러니까 잘했다고.”

“에에, 그럼 화정이가 잘했는데 또 잘한 거야?”

동천은 모자란 화정이와 길게 이야기 해봤자 자신만 속이 터지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냥 그러려니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 그거야. 됐지?”

화정이는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힘차게 대답했다.

“응! 알았어!”

그제야 한숨을 돌린 동천은 혈사교의 소공이라는 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뒤늦게 깨닫고 그에게로 관심을 돌렸다.

“아, 인사가 늦었습니다. 저는 암흑마교 약왕전의 소전주인 동천이라고 합니다.”

빙그레 웃음 진 사내는 정중하게 인사를 받았다.

“이제 보니 명성이 자자한 약왕전주님의 제자 분이셨구려. 하하, 나는 운 좋게도 혈사교의 교주이신 사부님의 진전을 이어 받아 소교주의 자리를 맡고있는 장소량(張少亮)이라 하외다. 잘 부탁하오.”

‘윽! 이놈이 혈사교 대빵의 바로 아래인 놈이란 말야?’

신분이 높을 거라고는 대충 짐작했지만 이렇게까지 높은 자일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던 듯 동천은 내심 흠칫했다.

그러나 자신의 소교주인 냉현과도 머리싸움을 했던 동천이 다른 세력의 소교주에게 당황한 모습을 보일 리가 만무했다.

“어쩐지 범상치 않아 보이신다 했더니 혈사교의 다음 세대를 이어가실 분이셨군요? 실로 영광입니다.”

그러자 무슨 이유에서인지 장소량이 호탕하게 웃어 제켰다.

“하하, 밖에 나와서까지 이렇듯 치켜세워 주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이렇듯 암흑마교의 약소전주가 치켜세워 주니, 조금은 내 자신에 대하여 자신감이라는 것을 가질 수가 있겠구려! 말씀 고맙소이다. 하하하!”

실로 꾸밈없이 웃음을 터트린 이 사내 장소량. 동천은 훗날 한 시대를 풍미할 영웅들 중 한 명인 이 사내와 이렇듯 우연 아닌 우연으로 잠시 조우하게 된다.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