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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冬天) – 611화


건드린 대가.

암흑대전에는 실로 오랜만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대충 세어봐도 100명이 넘어 보이는 이들 하나 하나가 결코 암흑마교에서 간과할 수 없는 자들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들이 바로 암흑마교의 7할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으니 오늘의 회의는 정말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없었다. 긴 대전의 좌우로는 주요 요인들이 서열에 맞게 늘어서 있었고, 대전의 안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검붉은 자단목으로 만들어진 웅장한 의자가 보였는데 그것은 다리에서부터 시작한 양쪽의 용들이 똬리를 틀 듯 승천하는 모습과 더불어 살아있는 듯한 색채를 덧입힌 덕분에 한층 더 생동감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둘이 말이다. 특이할 만한 것은 의자들이 동일 선상에 놓여져 있기는 했지만 하나는 높고 다른 하나는 약간 낮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간과할 정도의 무거운 침묵이 대전 안을 감도는 가운데 입구 쪽에서 건장한 사내가 소리쳤다.

“교주님과 부교주님 이하 장로님들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순간 대전에 정적이 일었다.

사람들은 일제히 자세를 바로 잡고 고개를 숙여 공경을 표했다.

그들은 교주 일행이 지나가는 동안 그 자세를 계속 유지했다.

교주인 냉소천은 상단의 의자에 앉았고 부교주 사비혼은 하단의 의자에 앉았다.

그런 그들의 좌우로 여섯 명씩 장로들이 나란히 선 것을 확인한 냉소천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

“편히들 고개를 드시오.”

사람들은 소리 없이 고개를 원위치 시킨 후 냉소천을 주목했다.

오랜만에 수많은 눈동자를 한 몸에 받게된 냉소천은 희미하게 웃더니 본론으로 들어갔다.

“근 8년 동안 먼지만 날리던 이곳에 다시 오니 감회가 새롭소이다. 허나, 이런 자리가 마련되었다는 것은 본교에 있어서 기회가 아니면 위기라고 말할 수 있소. 다행히도 이번 또한 8년 전과 마찬가지로 기회라고 볼 수 있겠구려.”

8년 전의 일이란

천마삼해(天魔三海)

를 차지하는 것이었다.

그 당시, 부교주인 사비혼이 직접 나서서 성공리에 일을 마쳤던 기억을 떠올린 사람들은 그때의 감동이 새삼 전해져오자 미세하게 몸을 떨었다.

“모두들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겠지만 마침내 때가 왔다고 보았기에 오늘의 자리를 마련하였소. 바로

천마대제(天魔大帝)

님의 무학이 담긴

천마동(天魔洞)

에 관한 것인데, 그동안 강호에서 벌어진 천마도해와 천마지가의 사건들을 종합해보고 또 그것을 바탕으로 소재지를 찾는데 주력한 결과 우리측의 정보기관은 사천성(四川省) 쪽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소.”

드디어 최상층부 외에는 거론된 적이 없던 천마동의 소재지가 대략이나마 언급되자 사람들의 눈에서는 마광(魔光)이 번뜩이기 시작했다.

그나마 대낮이어서 볼만했지, 캄캄한 밤이었다면 기괴한 진풍경이 벌어졌을지도 몰랐다.

“뚜렷한 확증이라도 있는 것입니까?”

누군가 물었고 모두의 시선은 그에게로 쏠렸다.

그 사내는 눈매가 매서운 것과 대조적으로 새하얀 백의를 입고있었는데 특이할만한 점은 그의 양손이 모두 붉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무례하게 교주의 지시도 없이 질문을 한 사내가 그이자 내심 그럴 만도 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바로 냉철한 심기와 더불어 패도적으로 유명한

혈각(血閣)

의 각주인

초무강(肖武强)

이었던 것이다.

부드럽게 웃음 진 냉소천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물론이네. 먼저 천마도해와 천마지가는 사천성에서 제일 많이 풀려 나왔고, 그곳에서 나온 것들만이 진본에 가장 가까운 것들이었기 때문이네.”

초무강은 짐짓 눈살을 찌푸렸다.

“그것만 가지고는 섣불리 사천성을 꼽을 수 없다고 봅니다.”

냉소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나 끝까지 듣고 이의를 제기하게.”

“죄송합니다.”

냉소천은 초무강의 사과를 받아들였는지 그 문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어찌 그것뿐이라면 사천성을 의심했겠는가. 천마지가를 연구하던 본좌와 부교주는 한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네. 그것은 바로 천마지가와 천마지가를 서로 맞붙인 후에 진기를 주입하면 지도의 일부분이 완성된다는 것이네.”

순간 장내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천마의 무공구결이 담긴 것 외에는 그다지 소용없으리라 보았던 천마지가에 그런 효용이 있었을 줄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잠시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도록 지켜보던 냉소천은 손을 들어 주위의 소란을 종식시켰다.

“하지만 이 천마지가에도 제약이 따르네. 같은 무공구결이 담긴 천마지가끼리가 아니라면 아무리 내공을 주입해도 지도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일세. 자아, 여기까지가 끝인데 자네는 더 할말이 있는가?”

초무강은 쉽사리 표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말문을 열었다.

“실로 대단한 발견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소신이 궁금한 것은 두 가지인데 그 하나가 이번 천마지가에 떠오른 지도가 어느 정도까지 지세(地勢)를 담고 있으며, 다른 하나는 누가 보아도 인위적으로 퍼진 이 천마지가와 천마도해를 어느 정도까지 믿어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초무강이 이번 일에 가장 핵심적인 문제들만을 꼽아서 물어보자 이의가 없는 눈치들이었다.

더불어 그들은 교주의 대답을 기다리는 눈치를 보였다.

그러자 냉소천도 주저할 것 없이 초무강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음, 확인한 결과 천마지가는 하나의 무공이 완성되려면 총 5장이 필요하네. 그러나 무림에 퍼진 천마지가는 하나의 무공 당 총 4장만이 유포되었으며 방대한 심득은 기재되어 있지 않네. 즉, 천마동이 열려야만 나머지 부분들의 진위여부를 알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다소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지.”

거기에서 약간의 침묵을 내비친 냉소천은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듯 주위를 살짝 둘러본 후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

“어쩌다 보니 두 번째 물음부터 답해주기는 했지만 본교가 천마동을 포기하기엔 너무도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관계로 조심은 하겠으나 손을 놓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라네.”

이 문제만큼은 마냥 손을 놓고 있기엔 무림계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크기에 초무강을 비롯한 사람들은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단 이번 사태는 그들만 수상하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었고, 타 세력들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만에 하나’ 라는 경우가 존재했다.

그래서 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손을 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만일 천마의 무공을 다른 자, 혹은 여럿이 얻게 된다면 무림의 판도는 수십 년 내에 변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첫 번째 질문에 답변을 해주자면 장당 지세의 범위는 방원 30리일세.”

그 말을 듣자 사람들은 다소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4장 합쳐 120리라면 넓기는 해도 지도가 가리키는 곳이 어디인지만 알면 천마동을 찾는 데에는 그다지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다음에 이어지는 냉소천의 말에 자신들의 생각을 급히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으로 끝이면 좋겠지만 천마대제님의 각 무공 당 다른 지세가 그려져 있음이 밝혀진 바. 검법(劍法), 도법(刀法), 지법(指法), 신법(身法), 보법(步法), 장법(掌法), 수법(手法), 심법(心法)……. 후우! 이렇게 총 여덟 가지의 무공 당 방원 120리의 지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네.”

“헛? 그렇게나?”

“이럴 수가! 그렇다면 실로…….”

놀란 사람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저마다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장장 960리나 되는 곳에서 천마동의 위치를 찾자면 못 찾을 리는 없을 테지만 문제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암흑마교에서만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으리라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으음, 정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 같군요.”

냉소천은 다른 사람들이 떠들던 말던 오직 초무강만을 주시하고 있다가 그가 중얼거리자 그제야 입을 열었다.

“본교는 현재 넉 장의 천마지가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 2장이 내용이 다른 도법. 나머지 2장은 각각 검법과 지법일세. 우리는 겨우 2장을 살펴보고 속단할 수 없었지만 지세가 워낙에 험난해 보이자 사천성과 맞물려 그곳을 의심하게 되었던 것일세. 이제 자네는 궁금했던 문제가 해결되었으며 본좌가 어째서 사천성에 무게를 두었는지 확실히 이해하셨는가?”

확실히 흠잡을 곳이 없자 초무강은 고개를 숙이며 양손을 내밀어 포권을 취했다.

“무지를 깨우쳐주어 감사합니다. 소신은 확실하게 이해를 했으며 더 이상의 궁금증은 없습니다.”

사실상 냉소천으로서도 모두에게 설명해주었어야 할 내용이었으므로 그다지 노여워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부교주파의 인물이 질문을 하여 그것이 조금 언짢았을 뿐이었다.

“알겠네. 그럼 다른 사람들은 방금 한 이야기들 중에 더 궁금한 것이 없소이까?”

사람들은 생각하는 듯 했지만 현재로서는 딱히 없는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냉소천은 충분히 시간을 주었음에도 나서는 이가 없자 다음으로 넘어갔다.

“좋소. 차후 질문이 생각난다면 언제든지 손을 들어도 무방하오. 그럼 이제 세부적인 현안에 들어가겠소. 첫째, 타 천마지가를 지닌 세력과 손을 잡아야 하는가. 둘째, 사천성 수색에 필요한 인원은 얼마만큼이나 잡는가. 셋째, 그에 따른 지출감소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 넷째…….”

냉소천은 힘있게 회의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마치, 나머지 사람들은 들러리로 보일 정도로 그의 진행솜씨는 탁월했는데 그래서인지 회의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명을 받은 수뇌부들은 각자가 맡은 세부사항들을 계획하여 제출하기 위해 암흑대전을 속속들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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