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冬天) – 618화
제 2진이 모두 출발하고 난 뒤에 공허하게 남겨진 대로변에서 한 사내가 바퀴 달린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 사내의 뒤에는 여지없이 아름다운 여인이 서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이것 참! 먼 길을 떠나는 것을 빌미로 잠시 배웅이나 해주려고 했건만…….”
다소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공영수가 혼자 중얼거리자 뒤쪽의 미소가 살며시 웃으며 그를 달래주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인연이 아니었나 봅니다. 그만 발길을 돌리시지요.”
확실히 그 수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자 공영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끼릭끼릭.
불협화음을 발산하는 의자를 밀기 시작한 미소는 근처에 세워진 마차에서 멈춘 뒤 마부를 시켜 공영수를 안아 앉혀달라고 부탁했다.
그런 뒤 공영수가 무사히 올라타자 뒤이어 따라 들어가 마주 앉았다.
마차는 곧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도 아쉽다고 생각하시나요?”
공영수는 혼자 곰곰이 생각하고 있다가 눈을 들어 미소를 바라보았다.
그는 피식 웃고는 말했다.
“그 문제는 잊기로 했는데 자네가 다시 떠오르게끔 만들었네.”
그러자 미소는 짐짓 죄송스러운 척했다.
“어마, 그랬나요? 이를 어쩌죠?”
공영수는 말했다.
“마음에도 없는 사과는 말게. 그보다 혈각에 묻혀서 가시리라 여겼던 사 아가씨께서 사제의 마차에 올라타시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야.”
원래 그는 배웅해준다는 핑계로 동천의 마차에 올라타 자신이 선물한 작설차 문제를 비롯하여 냉현이 의심하고 있는 독공여부를 조사하려고 했었다.
밀폐된 공간에서 단 둘이 된 상황만큼이나 그런 일을 처리하는데 더 없이 좋은 조건이 없었기 때문이다.
헌데, 겨우 기회를 포착한 그 순간에 사정화가 나타나 그대로 같이 떠나가 버릴 줄이야!
그것은 공영수를 비롯하여 미소까지도 예측하지 못한 사건으로서 그들이 아닌 다른 누가 되었더라도 그렇게 되리라고는 예측할 수 없었을 것이 분명했다.
“아마도 소전주님의 운이 아직은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공영수는 알 수 없는 미소를 떠올렸다.
그는 잠시 헝클어진 계획들을 정리하려는 듯 눈을 감았다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다시 눈을 떴다.
“미소, 자네 생각이 틀렸네.”
미소는 약간의 시간이 흐른 상황이어서 이미 자신이 내뱉었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긴 상태였다.
그랬기에 잠깐 어리둥절해 했다.
“네?”
공영수는 말했다.
“사제는 ‘아직은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 이 아니라, ‘한동안은 상승세를 타게 되어 있다’ 고 말해야 정확한 것이라는 게지.”
미소는 흥미로운 이야기에 관심을 가졌다.
“왜지요?”
공영수는 말했다.
“왜냐하면 이번의 사천행이 그것을 반증해주고 있기 때문이네.”
정색을 한 미소는 계속 물었다.
“소녀는 생각이 짧아 공자께서 말씀하신 이상은 유추해 낼 수가 없군요.”
공영수는 어째 분위기가 점점 냉랭해지자 일부러 웃음을 짓고 상대의 질문에 답해주었다.
“후후, 이 사천행은 말일세. 결국 성공하게끔 되어있다네. 그러니 어찌 사제의 상승세가 쉽사리 꺾일 수 있겠는가.”
눈살을 찌푸린 미소는 공영수가 무언가 알고 있는 듯 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표정을 풀고 다시 미소하며 일부러 웃음진 공영수의 흐름을 이어받았다.
“결국 성공하게끔 되어있다니요? 호호, 신이 아닌 이상 그것을 어찌 안다고 자부하시는 건가요?”
공영수는 그녀의 생각을 읽었던지 자신이 내비칠 수 있는 심기는 거기까지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에……. 그저 그런 느낌이 들었을 따름이네. 후후, 왜냐하면 사제는 예전부터 남들이 진가를 알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나 할까? 하하하!”
공영수는 오랜만에 크게 웃는 것이었던지 한동안 그 웃음을 그칠 생각을 안 했다.
미소는 그런 공영수를 바라보며 그가 했던 말들을 분석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곧 크게 단서가 될만한 이야기는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결국 그녀는 웃고있는 공영수를 바라보기만 할 뿐 특별한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탄 마차는 약왕전을 향해 달리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