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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冬天) – 635화


그제야 사정화가 움직였음을 간파한 동천은 자신도 모르게 헛바람을 들이켰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감았던 눈을 더욱 질끈 감았다.

‘정화야, 아직은 때가 아니니라! 그러니 이 몸의 혈도가 다 풀 때까지만 기다려다오!’

혈도를 무사히 풀고 난 후에도 딱히 대처방안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석상처럼 굳어 있는 것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에는 커다란 차이점이 있었다. 그것은 딱히 언급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차이였다.

그리고 어설프나마 혈도를 뚫는 동안 생각해 둔 것이 있었는데 바로 귀의흡수신공으로 사정화의 음약을 해소하는 방안이었다.

음약(淫藥)이란 사람의 성욕을 극대화시켜 정숙한 여인도 단숨에 요부로 만들 수 있는 사악한 물질이었는데, 남자이건 여자이건 간에 음약에 중독 된 당사자가 그 기운을 이성에게 쏟아 붓지 않는 한 스스로의 능력으로는 해소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즘 시대의 음약들은 성분이 조잡할뿐더러 당한 사람의 의지력만 강하다면 충분히 견디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물론 예전이라면 꿈도 못 꿀 이야기였다. 그 시절에는 섣불리 다가가 의지력만으로 극복하라고 말했다간 같은 동성이라도 당할 수밖에 없는, 그래서 본의 아니게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되는 어처구니가 없는 사건이 발생할 정도의 강력한 음약들이 즐비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7백년 전.

정(正)·사(邪)·마(魔)를 가리지 않은 색마말살계획(色魔抹殺計劃)이 극적으로 타결되는 바람에 색마란 색마들의 씨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볼 수 없었을 정도로 아주 바싹 말라 버렸던 시기가 있었다. 사실, 물과 기름이나 다름없었던 정과 사·마가 단합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었는데, 그 계기를 만들어 준 인물이 바로 훗날 색마들의 세계에서 역적(逆賊)으로 회자되는 천상공자(天上公子) 좌상(坐相)이라는 색마였다.

이 자는 나이 120세에 주안술 중에서 최고의 주안술이라고 인정받는 미형제염술(美形製念術)을 창안하여(색마들도 이 주안술만큼은 그 가치를 인정했다) 천상공자라는 고상한 외호에 어울리지 않게 처녀에다가 치마만 둘렀다 하면 소리 소문 없이 다가가 쓱싹 해치웠으니……. 가히 여타의 색마들이 그를 폄하하여 껄떡쇠라 지어준 외호를 사용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인간 말종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겁 대가리를 상실한 껄떡쇠가 정·사·마를 대표하는 실세들의 딸들을 덮쳤다는 데에 있었다. 당연히 불같이 대노한 실세들은 한시적인 연합을 구축했고, 그 불똥이 색마란 작자들은 다 말살해버려야 한다는 방향으로 흘러 향후 100년 간 색마들의 암흑시대가 도래하게 되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히 뛰어난 음약들의 제조비법은 하나 둘씩 소실되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거의 모든 음약제조법들이 소실되어 단맥이 되었다고 여겨지는 500년 전을 기점으로 그 이전에 만들어진 음약은 최상품. 그 이후부터 현재로 내려오는 음약들은 상품, 중품, 중하품으로 나뉘어지게 되었다. 하품은 현재 나돌고 있는 것이어서 족보를 따지지 않아 그러한 기준에서는 빠져 버린 것이다.

이야기가 잠깐 밖으로 흘렀다. 중심으로 돌아와 설명을 계속 하자면 동천은 자연의 기운을 끌어 모아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까지 치료할 수 있었던 귀의흡수신공으로 충분히 사정화의 음약을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것은 가능한 일이었다. 단! 사정화가 중독 된 음약이 현 시대의 조잡한 음약이라고 가정했을 때 말이다.

“으음! 으흐응!”

실로 원색적인 비음이 조용한 석실에 은근히 울려 퍼졌다. 사정화의 입에서 흘러나왔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자극적인 신음소리였다.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을 뻔했던 동천은 아무래도 하품의 음약이 아닌 것 같자 적잖이 당황했다.

원체 색마를 혐오해서 색마를 인간으로도 보질 않고, 하나의 말살시킬 종족(?)으로 보고 있었던 동천이었기에 음약의 품질이 나뉘는 것에 관해서는 누구 못지 않게 자세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눈을 뜰 수밖에 없었던 동천은 나긋나긋한 섬섬옥수로 자신의 신체를 쓸어 내리며 천천히 몸을 비트는 사정화를 바라보게 되었다. 아직까지 그녀는 동천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한 듯 보였는데, 유려한 몸매의 곡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손을 움직이는 그녀의 모습은 왜 진작에 눈을 뜨지 않았는지 후회할 정도로 자극적인 모습이었다.

‘이런 젠장! 적어도 중품 아니면 상품의 음약이잖아?’

중하품이거나 하품이면 사정화의 성격상 절대로 저러한 행동을 보일 수가 없었다. 그녀가 뜻밖에도 평소 아무도 모르게 음란한 행위를 즐겼었다면 모를까, 그 정도의 음약들은 흥분하는 자신을 느끼고 그 기운을 한곳으로 몰아넣을 준비를 했어야 정상이었던 것이다. 동천은 새삼 사라진 자인설의 품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음란한 아줌마 같으니라고! 평소에 행실이 어떻기에 최소한 중품의 음약을 소지하고 있었던 거야? 이제 그런 음약들은 구하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일 정도로 어려운 판인데 말이야.’

만일 자인설이 들었다면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되돌아와 반쯤 죽여 놓았을 정도의 험한 말들이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자인설도 그 출처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음약이었는데, 그저 그녀의 의부가 이것은 음약이니 건드릴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해서 그렇게만 알고 있다가 오늘에야 사용한 것일 뿐 자세한 것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것만은 확실한 것이 사정화가 흡입한 음약은 적어도 상품 이상이었다. 이 음약에 중독되면 스스로의 의지로는 거의 해독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여하튼, 그 뒤로도 자인설의 욕을 마구 쏟아낸 동천은 곧 한가롭게 욕이나 퍼부을 여유가 없음을 알 수 있었다.

“아아, 하아아!”

음약의 기운이 온몸에 퍼질 대로 퍼졌는지 깨어난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져만 가기 시작했다. 애타게 몸부림치는 그녀의 관능적인 몸짓은 노을처럼 빛나는 석실의 바닥과 잘 어우러져 폭발적인 유혹의 향연을 예견하는 듯했다.

‘켁? 하늘이시여! 제발, 저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소서!’

이건 진심이었다.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아가씨의 음란한 행위가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까지는 좋았다. 그도 사람이고 남자인 이상 흥분하지 않으면 고자였다. 그러나 아무리 솔직한 그의 심정이 ‘빨리 벗어!’라고 해도, 나중에 벌어질 결과를 생각한다면 여기에서 무너지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후에 처참하게 죽고 싶지 않으려면 조기에 마음을 추스르는 게 살 길이었던 것이다

‘으으, 안 되겠다. 일단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아혈 먼저 풀고, 정화가 엉겨붙기 전에 나머지 혈들이 다 풀리기를 기원하자. 그래, 그러는 수밖에 없겠어.’

그러고 보니, 인체의 혈도 중에서 제일 풀기가 쉬운 것이 아혈이었다. 왜냐하면 이 혈은 여타의 점혈법과 연계되지 않는 극소수의 혈들 중에 하나였기 때문이다.

점혈법이나 금제가 풀기 난해한 이유는 진기의 흐르는 통로를 인위적으로 막아 놓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막혀진 수십 개의 혈들이 하나 하나씩 서로 반응하여 거미줄처럼 더욱 견고하게 작용해서 풀기 어려운 이유가 더욱 컸다.

거기에다 시전한 사람의 화후에 따라 같은 점혈법이라도 천차만별의 효과를 나타내었으니, 이 점혈법이란 괴물은 충분히 연구 될 가치가 있는 무공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었다.

“하아! 하아! 도, 동천?”

“어헉? 아, 뚫렸네? 아니, 그게 아니라. 아가씨! 정신이 드세요?”

사정화가 그의 존재를 눈치챈 동시에 아혈이 뚫린 동천은 서둘러 아가씨의 현재 상황을 알아내고자 했다.

지금의 사정화는 미약하나마 이성의 끈이 연결되어 있는 상태였는데, 여태껏 혼자만 있다고 착각했다가 의식해야 할 타인의 존재를 발견하자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이를 악물고 참아내는 상황이었다.

아울러 그녀는 방금 전까지의 자신의 행동이 동천에게 다 보여졌을 거라고 생각하자 수치심에 얼굴이 벌게졌지만 주위가 어두운 편이었고 음약의 효과 때문인지 분간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한마디로 음약으로 얼굴이 달아올랐는지, 아니면 수치심 때문에 벌게졌는지를 당사자말고는 구분할 방도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동천은 계속 말을 걸었다.

“아가씨! 현재 아가씨는 음약에 중독 된 상황인데 혹시 약 기운을 한곳에 몰아 넣으실 수 있으시겠어요?”

약간 충혈 된 눈으로 거칠게 숨을 들이 내쉬던 사정화는 아랫입술을 깨물어 피를 내자 한순간 정신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어렴풋이 생각했던 음약의 중독이 사실이자 겨우 돌아왔던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지만 서둘러 대답부터 짜내었다.

“후우, 후! 아니. 그 여자에게……. 하아, 하아. 내상을 입어서 여의치가…….”

되는 게 하나도 없고 생각한 동천은 내심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런 빌어먹을 계집애야! 그냥 당하면 어디가 덧나냐? 꼭 그렇게 내상까지 입어야 속이 시원하겠어? 어이구, 내가 못 살아! 아주 못 살겠다고 이년아!’

화가 난 동천은 그녀의 탓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끓어오른 분노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간질환자처럼 푸들푸들 떨며 온몸을 벌겋게 달구고 있던 사정화는 아직 이성의 끈이 남아있을 때 죽어야 한다고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죽자! 비참한 꼴 당할 바에는 죽는 게 나아!’

안색을 굳힌 그녀는 혀를 길게 내밀고 자결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마침내 시리도록 하얀 그녀의 치아가 혀를 끊으려는 순간, 그것을 간파한 동천의 행동이 기겁하여 소리쳤다.

“아, 아가씨! 해결방법이 있어요!”

움찔!

날카롭게 파고든 동천의 목소리 덕분인지 사정화의 혀는 다행히도 무사했다. 그녀는 희망에 찬 눈으로 동천에게 물었다.

“후우, 후. 정말이야?”

동천은 대답했다.

‘야, 믿을 걸 믿어.’

비록, 속으로 대답했지만 대답해 준 것은 맞았다. 말이 나왔으니까 말이지 당장에 죽겠다고 혀를 빼물었는데 어느 누가 동천과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겠는가. 나중에 어떠한 처벌을 받게 될지는 몰라도 일단은 사람부터 살리고 봐야 했던 것이다.

“예에, 아가씨. 제가 조금 후에 움직이기만 하면 아가씨를 해독시킬 방도가 나름대로 있습니다.”

그제야 안심이 된 사정화는 그 탓인지 급속히 정신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또한 아까부터 한 자리에서만 서 있던 동천의 딱딱한 자세가 그녀의 눈 안으로 투영되자 그녀는 거의 본능적으로 변하여 지체 없이 물었다.

“하아, 하아. 왜 그렇게 서 있지? 점혈?”

동천은 서서히 변하는 그녀의 눈빛을 간파하지 못한 채 아무 생각 없이 대꾸해주었다.

“예, 아가씨. 저도 그 아줌마에게 당해서 움직일 수 없는 상태거든요. 하지만 계속 막힌 혈도를 풀고 있는 중이니까 조금만 버텨 보세요. 알았죠?”

“내, 내가 도와줄게.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뜬 동천은 다가오려는 사정화의 행동에 기겁을 하고 말렸다.

“예? 괜찮아요! 안 오셔도 되요! 남자인 제게 다가오시면 약 기운 때문에 되려 역효과를 보신다구요!”

그러나 이미 늦었다. 약 기운에 지배당한 사정화가 본능에 이끌리듯 동천에게 다가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황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던 동천은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눈 안으로 흘러 들어갔지만 따가워서 눈을 감기는 커녕 되려 눈을 부릅떴다.

자신의 눈앞까지 다가온 사정화가 막힌 곳이 어디냐고 해서 가르쳐주니까 혈도는 고사하고, 달뜬 표정을 감추지 않은 체 그의 몸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헉, 저기요! 거긴 견정혈(肩井穴)이 아니라 가슴이에요. 우왓? 겨드랑이 아래쪽인 협백혈(俠白穴)이라니까 왜 엄한 옆구리는 쓰, 쓰다듬는 거예요!”

사내의 채취에 급격히 무너진 사정화는 이성이 마비되기 시작한 듯 상기 된 표정으로 세차게 도리질을 쳤다.

“모, 모르겠어. 그저…, 아아! 안아 줘!”

“케엑?”

마침내 참지 못한 그녀가 덥석 안기자 동천은 뜨거운 불덩어리가 한가득 밀착되는 듯한 황홀감을 느꼈다. 마치 오랫동안 살을 맞댄 부부처럼 부끄러움 없이 동천을 껴안고 몸을 비비기 시작한 그녀는 안타깝게도 더 이상의 진전이 없자 애타는 표정을 짓더니 본능적으로 동천을 거칠게 밀어 넘어트렸다.

“동천, 아아! 어떻게 좀 해줘! 헉헉!”

연약한 물고기처럼 동천의 위에서 팔딱거리기에 여념이 없는 사정화의 모습은 귀엽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했으며 그가 보아온 어떤 여인들보다 자극적이기까지 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자극적이지 않은 여인이 어디에 있겠느냐 만은 중요한 것이 아니니 이쯤에서 넘어가기로 하자.

여하튼, 움직이지도 못하고 사정화의 육탄공세에 그저 몸을 내맡긴 꼴이 되어버린 동천은 그녀보다 더 하면 더 했지, 절대 못 하지 않을 정도로 불이 당겨진 상태였다. 더군다나 몸이 자유로워진다 해도 그의 입장에서는 욕구를 해소할 방도가 전혀 없었으니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었다.

“으악! 으악! 그, 그만두지 못해? 으흡? 읍읍, 으으음!”

더없이 부드럽고 뜨거운 입술이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동천의 입술에 느닷없이 덮쳐들었다. 갑자기 몸이 붕 떠오르는 듯한 흥분을 만끽한 동천은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사정화와 동조하는 자신을 확인했다. 순간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린 그는 다급히 사정화의 입술을 거부했다. 그래봤자 고개도 못 돌리고 입만 꽉 닫는 것뿐이었지만 말이다.

‘안 돼! 정신차려, 동천! 지금 니가 이럴 때야? 너 나중에 인생 종 치고 싶어? 나중에 네 묘비에 사정화를 겁탈해서 죽다, 라고 쓰여지는 꼴이 보고 싶은 거야? 아니지? 아니면 지금 당장 정신차려, 임마!’

자신에 대한 질책이 확실히 효과가 있었던지 동천의 정신이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뜨거운 사정화의 혀가 밀고 들어오자 겨우 정신을 차린 동천이었건만 아쉽게도 모래성처럼 쉽게 허물어지고야 말았다.

그렇게 한동안 동천의 혀를 탐하던 사정화는 이것만으로도 성이 차질 않자 울 듯한 얼굴로 몸부림치며 입을 열었다.

“나 좀. 나 좀! 흐흐흑!”

껴안는 다거나 입을 맞추는 기본적인 행위까지는 알겠는데 남녀간의 자세한 일을 알지 못했던 그녀는 가면 갈수록 커져만가는 욕구에 미칠 것만 같았다. 입맞춤 정도로는 고작 미봉책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것을 보고 차라리 자신이 미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동천은 아직도 막혀 있는 혈도가 4개나 되자 새삼 사정화와의 입맞춤이 아쉬워졌다.

더 하지 못해서 그렇다는 게 아니라, 물론 그것도 있었지만 그 시간에 혈도를 풀었으면 벌써 다 풀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 후회한들 무엇하겠는가. 지금이라도 노력을 해보는 수밖에.

‘그렇지만…, 그렇지만……. 이렇게 귀엽고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순진하게 변해서는 물기를 머금은 눈으로 눈앞에서 비비고 난리를 치는데 나 보고 어쩌란 말이더냐! 크아악! 이년아, 제발 좀 여건을 만들어 달란 말이야아아! 흑흑흑, 제발…….’

찌익! 찌이이익!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던 동천은 갑작스런 소음에 정신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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