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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冬天) – 727화


재활의 시간.

“으으. 윽!”

정신을 차린 동천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절로 ‘으으.’ 하는 신음소리를 흘렸다. 서서히 의식은 살아나는데 그와 비례하여 전신이 쪼개질 듯한 고통이 갈수록 생생해지자 골골거리는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정적으로 그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살짝 돌리려다 목이 부러지는 통증에 괴성을 질러댔다.

“끄에엑! 어이쿠! 흐엑?”

괴성을 질러댄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것조차 몸에 영향을 주어 죽을 만큼의 고통이 전해지자 본능적으로 살고자 했음인지 동천은 이를 악물고 안면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이고, 나 죽네! 흐미이! 내 몸이 왜 이렇게 된 거지?’

별로 예쁘지도 않은 시신 앞에서 책을 읽었던 것까지는 기억이 났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왜 자신이 이런 몸 상태가 되었는지 기억이 하나도 없었다. 헌데, 기억을 떠올리려 하자 이상한 기억들이 마구 헝클어진 채 하나 둘씩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아윽, 이젠 정신까지 이상해졌나. 왜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들이 자꾸 떠오르는 거야?’

그러고 보니 그런 것에 상관할 시간이 없었다. 재빨리 귀의흡수신공을 운용하여 고통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흐윽? 으으으!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처음엔 내공을 일으키는 것만 해도 온 몸이 부서질 것처럼 고통스러웠지만 자꾸 익숙해지고 귀의흡수신공 자체가 몸을 보(保)하는 성질이 탁월하다 보니,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 이상 통증은 여전했어도 결코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평소의 그였다면 당연히 못 견딜 정도의 고통이었지만 모든 것은 상대적이라서 죽을 만큼의 고통에서 벗어나자 아직도 온몸이 바스러질 정도의 고통이었음에도 그나마 살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크으! 정신이 몽롱해졌을 당시의 석실 같은데, 그 석실의 바닥이 이렇게 따듯했었나?’

만년온옥 위에 누워있는 상태인 동천은 바닥이라 착각하고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곧 혼자가 된 듯한 기분에 답답하고 불안했으며 숨이 막힐 듯 한 고요는 그의 불안감을 더욱 고조시키는데 한 몫을 하고 있었다.

역의 동천이 급한 불은 껐으나 그도 너무 많은 기력을 소비하여 무의식의 공간으로 물러났던 것인데, 시간이 흘러 깨어난 동천으로서는 이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는 현실이 두렵고 막막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어? 옆에 누가 있잖아?’

이제까지는 너무도 아프고 혼란스러워 자신의 몸만 생각했기 때문에 경황이 없었지만 차차 주위를 느껴볼 정도로 정신을 분산시킬 수 있는 상황이 되자 동천은 자신의 바로 옆에 누군가 누워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여, 누구인지 알아보려고 눈동자를 있는 힘껏 옆쪽으로 돌렸지만 보이는 것이라곤 어두운 벽면뿐이었다.

“거, 거기. 으으, 아퍼라. 거기 누굽니까?”

개미 만한 목소리로 물어본 동천은 잠시 기다려도 상대가 묵묵부답이자 성격 특유의 짜증을 냈다.

‘아으 씨! 안 그래도 아파 죽겠는데 성질까지 돋구게 만드네? 옆에 도대체 언놈의 인간이 누워서 신경을 긁는 거야?’

일단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슬슬 안정감이 찾아오고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여봐요. 자요? 큭, 아야야. 우띠, 말하다 목에 충격이 같잖아요. 이봐요. 대답 안 해요? 진짜 자요? 자냐? 자?”

거기까지 말하던 동천은 순간 자신이 운기 도중에 말을 했음을 깨닫고 화들짝 놀랐다. 귀의흡수신공이 다른 내공심법들 보단 제약이 자유로운 편이어서 힘겹게 말을 할 수는 있었지만 이렇게 몸 상태가 말이 아닌 상황에서까지 전혀 힘들지 않게 말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 이럴 수가! 혹시, 난 천재?’

무턱대고 이상한 결론에 빠져버린 동천은 서둘러 자신이 무리 없이 말을 꺼낼 수 있었던 원인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공과 기타 여러 가지들을 살펴보았음에도 몸 구석구석이 엉망진창이라는 암담한 현실만을 건져냈을 따름이었다. 그토록 쉽게 움직였던 손가락들이 약간이라도 움직일라치면 부서져 내릴 듯한 통증을 호소했던 것이다.

“으, 으띠. 그럼 뭐야. 이 몸이 돌아가셔서 혼령이 되신 것도 아니고 어떻게 운기를 하며 이렇게 자유롭게 말을 할 수…….”

그 순간, 딱 하나 시도해보지 않은 방법이 있음을 그는 깨달았다. 상단전을 활용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서둘러 상단전까지 운기를 시작했고 자신의 상단전으로 향하는 통로가 뻥 뚫려 있음에 경악했다.

‘컥? 완전히 대도시의 도로변처럼 거칠 것 없이 넓어졌잖아? 이게 도대체가!’

흥분은 금물이었으나 흥분을 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상황이었다. 상단전은 기본적으로 운기행로를 넓히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만큼 어려운 곳이었고, 현재만큼이나 넓어지려면 6갑자의 내공을 얻어 초오감력이 실현되었을 때 그제야 뚫을 수 있는 경지인 것이다.

그것도 6갑자 후 바로 이 정도까지 뚫을 수 있는 것도 아닌, 차차 더 넓혀가야만 가능한 것이었고 말이다. 물론, 동천은 이런 세세한 부분들까지는 알지 못했지만.

‘역시 난 천재였어!’

결론을 다시 천재로 끝맺은 그는 상단전이 열린 것까지는 좋은데 이걸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하자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근육이 뜯겨지는 듯한 고통에 바로 얼굴을 폈다.

‘흐미! 아파서 내 마음대로 인상도 못 쓰겠네.’

저벅저벅.

그때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뜸 긴장한 동천은 일단 눈을 살짝 감았는데, 적이라면 이렇게 방치 해놓은 이상 죽일 의도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공연히 깨 있다가 심문을 받는 낭패를 당하기 싫었던 것이다. 그래봤자 진짜 적이라면 기절한 척을 해도 단발성 회피일 뿐이겠지만 말이다.

“후우. 아직도 깨어나지들 못한 것인가?”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따스한 손이 그의 머리에 잠시 올려졌다가 조심스레 진맥을 해보고 난 뒤에 들린 목소리였다. 그는 바로 상대가 누구인지를 알아챌 수 있었다.

“으음!”

“앗? 깨어났나요?”

방금 깨어난 척 연기를 하며 눈가를 파르르 떨다 눈을 뜬 동천은 혼수상태에서 겨우 벗어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누, 누구…….”

강소홍은 기쁨이 가득한 얼굴로 대답했다.

“저예요, 강소홍. 알아보겠나요?”

“아, 예에. 윽!”

“움직이지 말아요. 전신의 근육이 손상되었고 뼈가 전체적으로 금이 간 상태인 것 같아요.”

고개를 끄덕거릴 수도 없는지라 간단히 알겠다고 답한 동천은 생각해 보니 이런 연기를 할 필요가 없었음을 깨달았다. 자기가 무슨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살아온 인생이 원체 그런 인생이다 보니 자동적으로 연기를 했던 것이다.

‘음,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뭐.’

크게 속인 것도 없어서 스스로의 행위를 정당화시킨 동천은 잠시 고통을 참느라 숨을 고르는 척 하다가 입을 열었다.

“으으,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다친 것 같은데……. 크읍! 이게 어떻게 된 거죠, 누님?”

입을 열려던 강소홍은 누님이라는 소리를 듣자 그제야 말을 놓았던 사실을 기억하곤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을 해주었다.

“그게 말이지. 화정이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기에 놀라서 이곳으로 데려온 건데…….”

“예에? 화정…, 케엑? 아이고, 동천 죽네! 흐미이! 흑흑, 하늘님 저 아파서 죽어요! 아이고, 아이고.”

화정이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는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일어나려고 고개를 들추었던 동천은 목 쪽만 아파야 하는데, 모든 신경들이 연쇄적인 반응을 보이며 온몸을 뒤흔들어 놓자 그 상황에서도 무언가 억울해서 짜증을 냈다.

‘씨팔! 오른 손이 한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라는 좋은 말씀도 있는데, 왜 목만 아파야지 온몸 전체가 다 아프냐고! 이런 썅!’

“괜찮아요? 아, 아니. 괜찮아?”

강소홍이 물었음에도 한참 동안 겉과 속으로 생난리를 치던 동천은 귀의흡수신공의 영향으로 서서히 아픔이 가시는지 눈물을 찔끔거리며 대답했다.

“예, 이제 좀 괜찮네요. 그런데 어떻게 된 상황이죠? 아! 그럼, 옆에 누워 있는 사람이 화정이였어요?”

강소홍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된 것이냐 하면…….”

그녀는 화정이가 쓰러진 상황부터 설명을 해주려고 하다가 이내 생각을 바꾸어 제일 처음의 사건부터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했다.

어차피 앞부분도 들려줘야 했기 때문에 기왕이면 혼란이 가중되지 않게끔 처음부터 알려주고자 했던 것이다. 그 배려 때문인지 동천은 듣는 내내 심각해지기만 했을 뿐 의문을 제기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같이 누워 있었던 거군요.”

강소홍은 동천의 처지가 안쓰러웠는지 괜히 자신이 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맞아. 한창 비급을 보며 진본인지 확인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실신을 하더라고. 그래서 급히 눕힐 곳을 찾다가 뒤늦게 그녀와 내가 깨어났을 때 누워있던 돌침상이 따듯했다는 것을 깨닫고 혹시나 예사 물건이 아닐까 싶어 데려왔는데, 뜻밖에도 네가 그곳에 누워서 기절해 있었던 거야. 그때 네 몰골을 생각하면 살아난 것이 기적이었어.”

이야기를 종합해 보자면 자신은 중간 석실에서 기절을 했는데,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몸이 엉망이 된 채로 나타나 좌측 석실의 만년온옥 위에서 실신을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처음과 끝은 확인이 되었지만 중간 부분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그런데 제가 누워있는 이 돌침상이 만년온옥 맞아요?”

동천은 동천이었던지 갑자기 엉뚱한 곳으로 빠졌다. 이는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기 때문에 당황한 강소홍은 등골에 땀이 맺히는 것이 다 느껴질 정도였다.

“그, 그래. 틀림없어. 왜냐하면 비급들만 있는 줄 알았던 책들 중 한 권이 이곳 3군데의 석실에 구비된 모든 것들을 기재하고 있더라고. 참고로 중간 석실에 있는 수정관은 소재가 천년빙(千年氷)이야.”

“헉? 정말이에요? 아야야.”

북해에서만 극소량으로 추출된다는 얼음의 결정체인 천년빙은 음공(陰功)을 익힌 무인에게 있어서 그 어떤 보물과도 바꿀 수가 없는 천고의 보물이었다.

얼음이면서도 그다지 차갑지 않았으며(그런 이유 때문에 무지한 자는 알아보지 못한다.), 상극인 불에 칠주야를 녹이지 않는 한 끄떡도 없었고, 무리하지 않으면서 조금씩 음기를 흡수하는 방법을 택한다면 알아서 음기를 회복하는 놀라운 자생력까지 갖추고 있었다.

일정시간만을 지닌 채 운기를 하고 다음 날 다시 사용하는 식으로 매일 반복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헌데, 그것이 한 덩이도 아니고 무려 거대한 수정관으로까지 만들어지다니?

그 정도의 부피라면 일정시간이 아니라 하루 12시진을 매일 같이 사용해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계속 사용할 수 있을 게 분명했다.

소비되는 음한지기보다 채워지는 음한지기가 더욱 많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것을 값으로 따지자면 음한지공의 문파나 고수들에게 있어서는 가히 천문학적인 액수가 매겨질 것이 분명하리라.

‘으아! 그게 돈으로 따지면 얼마랴? 으흐흐, 내 꺼다. 그건 내 꺼야! 응? 아참, 이 몸이 지금 그걸 생각할 때가 아니지? 이런 바보 같으니라고!’

“누님, 제가 이곳에 얼마나 누워있었죠?”

강소홍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동안 내가 이곳 저곳을 돌아다녀 봤는데, 나가서 보니까 동공의 갈라진 틈 사이로 작은 햇살이 들어오더라고. 아까 다시 한번 둘러 봤을 때는 빛이 사라진 후였으니까 아마도 지금은 저녁 무렵일 거야.”

“음! 그럼 그때 동안 화정이는 단 한번도 깨어난 적이 없나요?”

강소홍은 씁쓸하게 미소지었다.

“없어. 네가 방금 깨어나기 전까지는 너도 그랬고.”

절로 심각해진 동천은 대법이 깨져 제정신을 찾은 그녀가 다시 한번 쓰러졌다는 부분을 결코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금만 상상력을 발휘해 본다면 자신의 의식이 처음 끊겼을 때 화정이의 대법이 깨졌다는 소리이고, 그녀가 실신했을 때 자신이 의식을 되찾아 만년온옥 위에 쓰러졌다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는 것은 이 몸과 영적으로 이어진 화정이가 일차적으로 끊겨 제정신을 찾았다가 이 몸이 다시 본래의 나를 회복하자 끊어졌던 영(靈)이 이어져 본래의 그녀로 되돌아간 것이 아닐까?’

자신이 유추해보고도 그럴 듯 하자 동천의 안색이 대번에 밝아졌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허면, 영이 다시 이어졌을 때 내가 정신을 차렸어야 했는데 나는 왜 그 부분이 기억에 없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지려던 사건은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되었다.

‘아하? 이 몸이 잠드셨을 때 역의 성격이 깨어나면 이 몸조차도 알지 못하니, 녀석이 그 당시에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었겠구나. 후후, 그럼 그렇지. 이 몸의 추리가 실패할 리 있을라구. 파하하! 윽? 속으로 웃어도 몸이 건들거리니 통증이 오네? 아, 짜증나! 어서 낫기나 해야지.’

짜증과는 별개로 대번에 얼굴이 밝아진 그는 서둘러 역심무극결을 시전했다. 그러자 귀의흡수신공이 역심무극결로 전환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귀의흡수신공 자체가 지니고 있는 치유의 효능까지 전환이 되어버리자 그간에 나름대로 편하게 지낼 수 있었던 동천은 돌연 나죽는다고 비명을 질러댔다. 온몸이 흡사 금단현상의 말기인 듯 엄청난 고통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당연히 내막을 몰랐던 강소홍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어 어쩔 줄을 몰라 했고, 동천은 동천 나름대로 역심무극결이고 뭐고 간에 일단 살고부터 봐야했기에 서둘러 귀의흡수신공으로 내공을 전환했다. 그는 곧 무릉도원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처럼 푸근한 안도의 미소를 떠올렸다.

“푸하, 죽는 줄 알았네.”

“괜찮아? 이제 괜찮아졌어?”

동천은 긴장한 강소홍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다시 한번 비명을 질러야 했다. 고개를 움직이려고 했으니 당연한 대가를 받은 것이다. 여하튼 그는 그것까지 잠잠해져서야 대답을 해줄 수 있었다.

“헥헥, 이러다 사람 잡겠네. 아? 저는 괜찮아요. 실수로 운기를 중단했다가 고통이 심해져서 그랬던 거예요.”

그제야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던 강소홍은 순간 놀란 토끼 마냥 눈을 크게 떴다.

“뭐? 그럼 네가 운공 도중에 말을 할 수가 있었단 말야?”

그녀가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귀의흡수신공이 아닌 타 내공심법들을 기준으로 했을 때 운공 도중에 입을 열려면 최소한 3갑자는 넘어야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 이하의 내공을 지닌 자가 운공 도중에 입을 연다면 내공이 입 밖으로 빠져나가 기가 역류되어 주화입마에 이르게 될 확률이 지극히 높았던 것이다.

“에이, 아니죠. 그게 어디 말이나 되나요? 제 수준이 뻔한데. 그게 아니고요. 주기적으로 운기를 해줬어야 했는데 그 순간을 놓쳐 버려서 통증이 심해졌다는 이야기였어요. 오해하지 마세요.”

상단전이 열린 것 외에는 딱히 설명해줄 건더기가 없자 동천은 대뜸 시치미를 떼고 없는 말을 지어냈다. 진실을 말해준다고 한들, 상단전이 열린 것과 운기 도중에 입을 열 수 있는 것과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라고 하면 그도 꿀 먹은 벙어리나 다름없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으으음.”

바로 그때 옆에서 화정이의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깨어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엇? 화정아, 깨는 거니? 야, 눈 좀 떠봐! 야! 어서 떠보라구!”

고개를 돌릴 수 없는 처지의 동천이었기에 그는 다소 무리가 가더라도 목청을 높여 그녀를 불렀다. 그러나 동천의 상태가 염려된 강소홍은 갑자기 흥분하는 그에게 진정하라고 말한 뒤 은설화의 볼을 가만히 톡톡 쳐주었다.

“이봐요. 정신이 드나요? 나 알아보겠어요?”

“으응…….”

힘겨운 듯 안면을 약간 찌푸린 그녀는 이내 천천히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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