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미지

동천(冬天) – 90화


두 번째는 소연이었다. 주인님이 자신보고 똘마니 둘이라고 하자 깜짝 놀란 소연은 얼굴을 붉히며 항의했다.

“주인님! 그게 무슨 소리예요? 똘마니라니요? 저 싫어요! 바꿔주세요!”

듣고 보니 여자보고 똘마니라고 하기에 좀 그러기에 동천은 입을 오물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동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어. 바꿔줄게. 뭘로 할까…? 으음.. 똘녀. 맞아! 똘녀 어떠냐?”

소연은 고개를 세차게 도리도리 저었다.

“싫어요.. 싫어요! 좋은 거 다 내비두고 똘녀가 뭐예요! 전 또라이하면 했지, 똘녀는 싫어요!”

“그럼 또라이 해.”

“아까 싫다고 했잖아요. 싫어요.”

동천은 짜증을 냈다.

“에이씨.. 그럼 뭘로 해줘!”

소연은 주인님이 자신의 의사를 물어오자 주인의 맘이 변하기 전에 얼른 머리를 굴렸다.

“음.. 음… 저는 군사(軍師)나 할래요.”

동천은 의외의 말에 놀라 했다.

“응? 뭐라고?”

소연은 주인님이 못 알아듣는 것 같자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왜 있잖아요. 어떤 무리를 통솔하는 직책..”

소연의 말에 어이없어진 동천은 네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손을 저었다. 그런 주인의 행동에 소연은 만족했는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감사합니다.”

동천은 말도 안 된다는 식으로 손을 저었는데 소연이 지 혼자 생각하고 결단을 내리자 한소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여기서 또 안 된다고 하면 지랄할까 봐 그냥 내비두었다. 동천은 일이 잘 해결되었기에 수련을 불렀다.

“야, 빨리 하나 골라. 누굴 데려갈 거야.”

수련은 쥐 잡는 일에 아무래도 남자가 더 낫겠다고 잠깐 동안 생각했지만 좀 더 생각해보니 언니가 당당하게 쥐를 잘 잡는다고 말했고 또 부담이 없기에 언니를 고르기로 했다.

“언니로 할게.”

그러자 갑자기 소연이 소리쳤다.

“그게 무슨 말이야!”

수련은 고르라고 해서 골랐는데 언니가 이상한 반응을 보이자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동천도 놀라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수련이 조심스레 다시 물었다.

“언니.. 왜 그래?”

그러자 소연은 손을 들어 손가락을 좌우로 까닥이면서 말을 하였다.

“언니가 아니라 군사님…. 이라고 불러줘야지.”

그제서야 언니의 뜻을 알아챈 수련은 깔깔 웃으며 방금 얻은 직책을 불러주었다.

“자.. 군사님. 어서 가실까요? 호호!”

“그래! 호호호! 같이 가줄게!”

그런 둘을 동천은 한심한 눈으로 바라봤다.

‘두 년들이 잘들 논다..’

그런 동천의 마음을 모르는지 소연은 신이 나서 동천에게 말했다.

“가도 돼요?”

“그래.”

동천이 허락하자 소연은 얼른 가고 싶은지 옆에 있는 수련을 재촉했다.

“다녀올게요. 수련아, 가자!”

“네, 언니…!”

둘이 나가자 동천은 자신의 의자로 다가가서 풀썩! 앉았다. 동천은 힘껏! 기지개를 켰다.

“으다다다다닷! 에휴.. 뭐, 알아서 잘 하겠지.”


오랜만에 둘이서 걸어가게 된 소연과 수련은 쥐를 잡으러 간다는 것을 잊을 정도로 즐겁게 얘기를 나누며 걸어갔다. 소연보다 약간 앞서 걸어가던 수련이 말했다.

“그동안 동천이 언니 괴롭히지 않았어요?”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잠시 망설였지만 소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잘해주셔.”

수련은 의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물었다.

“정말?”

마치, 거짓말이지?라고 묻는 것 같은 동생의 표정에 소연은 애써 웃어주었다.

“호호, 정말이야. 내가 너한테 뭐하러 거짓말을 하겠니?”

잠시 언니를 바라보던 수련은 생각나는 게 있어 말꼬리를 돌렸다.

“알았어.. 참? 그런데 아까 왜 그렇게 펄쩍 뛰었어요?”

“응? 뭘?”

“아이… 있잖아요. 아까.. 동천이 똘녀라고 하니까 또라이하면 했지 똘녀는 안 한다고 펄쩍! 뛰었잖아요. 그거 왜 그런 거예요?”

한숨을 내쉰 소연은 그런 것도 모르냐는 듯이 말해주었다.

“너, 똘녀의 속뜻이 뭔 줄 알아?”

알 리가 없는 수련은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아뇨. 그게 무슨 뜻인데요?”

그러자 소연은 두 주먹을 다잡더니 화를 삭히는 행동을 보였다. 옆에서 수련이 왜 저러나.. 하고 있자 그걸 눈치챈 소연은 두 주먹에 힘을 풀었다.

“휴.. 그건 돌은 년이라는 뜻이라구.”

딴에는 정말 속 깊은 뜻이 있는 줄 알고 한순간 긴장했던 수련은 맥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에이.. 아니겠지. 음.. 혹시, 똘똘한 여자를 줄인 말이 아닐까요?”

동생에게 한심하다는 소리를 할 수 없었던 소연은 이마에 손을 얹어놓고 눈을 감았다. 그러다가 손을 내렸다.

“아니야. 잘 들어.. 똘똘한 여자를 줄인 말은 따로 있어. 뭔 줄 알아? 바로 돌은 년이야!”

언니의 말에 이상함을 느낀 수련은 아미를 찌푸렸다. 수련은 머릿속으로 하나의 공식(公式)을 그려봤다.

‘똘녀의 속뜻은? 돌은 년. 돌은 년의 원뜻은? 똘똘한 여자. 똘똘한 여자를 줄인 말은? 돌은 년. 돌은 년을 줄인 말은? 똘녀. 다시 똘녀의 속뜻은? 돌은 년. 돌은 년의 줄인 말은? 똘녀. 으으…. 똘녀를 늘린 말은? 똘똘한 여자.. 그리고 똘똘한….’

“꺄-악!! 머리 아파!!!”


동천은 심각한 안색으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도연은 원래 무표정이었기에 어떠한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화정이는 동천의 뒤에서 내내 웃고 있었다. 그 정도 웃음 지은 얼굴을 하고 있으면 안면에 쥐가 날만도 하지만 어색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잠시 시선을 아래로 깔고 있던 동천이 눈을 들어 도연을 보았다.

“으-음.. 잘 해낼까?”

동천이 묵직한 신음 소리를 토해내며 물어오자 도연은 곧바로 대답해주었다.

“그녀라면 문제가 없을 겁니다.”

도연의 말에 수긍의 표시를 한 동천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 잘 해내겠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고개를 숙인 동천은 그 자세에서 갑자기 상체를 뒤로 젖히며 대소했다.

“우히히히! 어떠냐? 이만하면 나도 수준급이지? 그렇지?”

동천은 방금 전까지 문파 이끌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도연의 입에서는 이 짓 그만하면 안 되겠냐는 말이 맴돌았지만 주인이 원하는 것이라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주 잘하셨습니다.”

그 말에 동천은 더욱더 신나 했다.

“좋아, 좋아! 이젠 상대 우두머리 조지기 놀이 해보자.”

도연은 문득, 어머니가 생각났다.


그 무렵, 수련과 소연은 사정화의 정원을 거닐고 있었다. 수련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위축되는지 겁을 먹었다. 그 모습에 소연은 피식! 웃어준 후 앞서 걸어나갔다. 마침내 문 앞에 당도하자 소연은 수련에게 문을 열어달라는 시늉을 했다. 이 집의 주인이니 예의상 열어달라는 의미였다. 수련도 그것을 눈치챘는지 언니의 뒤에서 숨어있다가 문을 열고는 재빠르게 다시 소연의 뒤로 숨었다.

“막대 없니?”

“예?”

갑자기 들려온 말에 놀랐는지 수련은 깜짝 놀라 했다. 이에 소연은 언니답게 뒤돌아 수련의 어깨를 집어주었다. 소연은 다시 물었다.

“쥐를 잡아야 하는데 막대가 필요해. 가능한 한 길면서 그리고 단단한 걸로 부탁해.”

그제서야 알아들은 수련은 자신의 어깨에 올려진 소연의 손을 잡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거요? 두 개 있었는데 하나는 윗층에 있구요. 다른 하나는 제 방에 있으니까 방으로 가서 줄게요.”

말을 하면서도 땀을 흘리자 소연은 수련의 얼굴에 흐르는 땀방울을 닦아주었다. 수련은 자신의 얼굴에 땀이 많이 맺혀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떨어져서 언니의 손이 스치지 않은 부분을 찾아 닦았다.

“가보자.”

“네.”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