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간
악몽(惡夢)
달이 별의 바다 위에 걸렸다.
성해(海)로부터 피어오른 안개라도 되는 듯 달무리가 달 주위를 은은하게 감싼다.
깊디깊은 밤.
지상에 고루 내리는 월광의 비 아래서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꿈을 꾼다. 밤은 누구에게나 어김없이 공통적으로 찾아오건만 심술맞은 숙면은 사람을 심하게 가리는 모양인지 차별이 극심한 듯하다.
“헉!”
비명에 가까운 기함을 토함과 동시에 침구를 세차게 걷어차며 독고령은 침상에서 벌떡 일어났다.
“허억허억허억!”
조금 전 격렬한 사투를 치르기라도 한 것처럼 그 호흡이 매우 거칠고 불안정했다. 그녀의 전신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지독한 악몽이라도 꾼 것일까?
“어째서… 어째서 지금 또다시 그때의 꿈을…….”
가능하다면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악몽이었다.
“큭!”
또 다시 왼쪽 눈에 극심한 통증이 찾아왔다. 입술을 꽉 깨물며 급히 왼손으로 그 위를 지그시 눌렀다. 불에 달구어진 인두가 왼쪽 안구 안을 마구잡이 휘젓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제는 그만 잊고 싶었다. 이제는 그만 괴로워하고 싶었다. 하지만 영혼의 근저에 새겨진 과거의 상처는 너무나 깊고 선명했다.
“사부님..”
항상 하해와 같은 은혜와 사랑으로 자신을 감싸준 사부의 얼굴이 아련히 뇌리 속에 떠올랐다. 복받쳐오는 그리움에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떨어뜨렸다. 갑자기 사 부님이 너무나 보고 싶었다.
아직도 악몽의 잔해가 그녀의 심저(心底)에 새겨진 깊은 상처를 마구잡이로 파헤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