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15권 7화 – 2막 3장 소녀,소년을 만나다 – 소년과 소녀의 이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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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뢰도 15권 7화 – 2막 3장 소녀,소년을 만나다 – 소년과 소녀의 이중주

– 2막 3장

소녀,소년을 만나다 – 소년과 소녀의 이중주

– 소년은 소녀의 보석처럼 빛나는 활기 가득한 두 눈동자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마치 태양빛을 밀봉한 흑진주처럼 그것은 밝고 건강하고 생명이 넘쳐흘렀다. 그 래서 소년은 소녀의 두 눈동자가 좋았다.

소녀가 그를 본 것은 파도가 흰 거품을 내며 부서지는 해변의 돌출된 단애에서였다.

그는 수십 마리의 바닷새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는데, 잘못 보면 습격당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하얀 새들이 사내의 주위에 몰려들어 있었 다. 바다 갈매기가 그의 어깨에 아무런 저항도 경계심도 없이 앉는다.

무척 신비스런 소년이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소년이라고 불리기에도, 청년이라고 불리기에도 사실 무리가 있었다. 열여덟 살이나 열아홉 살쯤 되었을까? 애젊다는 표현이 무척 어울릴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근방에서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처음 보는 분이로군요. 실례가 안 된다면 신분을 알 수 있을까요?”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소년의 시선이 천천히 돌아왔다.

무척이나 처연하고, 허무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빛이 보이지 않았다. 꼭 먼지로 빚어놓은 사람 같았다. 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그의 눈은 그녀의 왼쪽 가슴에 있 는 문양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백홍의 문양? 검각?”

그는 한눈에 비상백홍의 문양을 알아보았다. 적어도 일반인은 아니라는 의미였다. 그는 강호인이었다.

독고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검각의 제자예요. 이곳에는 무슨 일이죠? 전 검각의 순찰을 담당하는 보안책임자로서 꼭 그 이유에 대해 알아야겠어요.”

물론 보안 책임자라는 말은 장난이었다.

아직 그녀의 쌍익으로는 아무런 지위를 맡을 수 없었다. 지위를 가지지 않는다는 것은 전문적인 책임이 따르지 않는다는 이야기와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자립할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의미와도 같았고, 그녀가 아직도 피보호자의 신분임을 자각시켜주는 일이기도 했다. 독립심이 남의 배 이상으로 투철한 그녀에게 이것은 매우 괴로운 일이었다. 그 때문에 그녀는 더욱더 이 순찰 도는 일에 집착하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럼 보안책임자님, 당신의 질문에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소생은 그저 장대하게 펼쳐진 창공을 바라보며 상쾌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실린 소금 내음을 맡고 있었을 뿐입니다. 이곳은 해풍이 시원하니까요. 무겁던 마음의 짐도 조금은 덜어가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희망적인 관측이긴 하나 나 자신마저도 망 각하게 만들어줄지 모르죠.”

일순간 그가 지은 표정은 너무나 슬픔으로 가득 찬 것이었기에 지켜보던 독고령의 마음까지 아련해졌다. 그에게는 보는 이를 자연스럽게 감화시키고 마는 매력이 있었다. 그녀로서는 처음 접하는 유형의 인물이었다. 그래서 더욱더 신선하고 자극적이고 효과적이었다.

두근! 두근!

심장의 고동이 느닷없이 빨라졌다. 장거리를 쉬지 않고 달린 듯한 느낌이었다.

“어, 왜 이러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이름이 뭐예요?”

독고령이 물었다. 보안책임자로서 외부인의 신원을 확인해야겠다는 사명감에서 비롯된 질문은 아니었다.

소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음…, 잊어버렸어요!”

한참을 고민하던 소년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대답했다. 표정만 놓고 본다면 오늘 아침 반찬이 무엇인지 얘기하는 줄로 착각하고 말았을 것이다. “호, 혹시 기억상실?”

호들갑스럽게 들뜬 목소리의 반문이 튀어나왔다.

소년은 소녀의 두 눈에서 별의 모래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호기심이라는 이름을 지닌 부담스런 빛이었다.

“아니…, 그렇게 노골적인 눈빛으로 바라보는 건 좀 실례 아닐까요?”

독고령은 “어머, 기억상실이라니! 나 그런 거 처음 봤어!’라는 눈으로 소년을 보고 있었다. 확실히 도가 지나친 결례였다.

“기억상실… 아니에요?”

시무룩하게 변한 얼굴을 한 소녀의 반문은 소년의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의 선을 그었다. 독고령과 만난 뒤 처음 보이는 미소였다.

“설마요! 하지만 지금의 저에겐 그게 필요할지도 모르겠군요.”

농담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는 기억상실증에 걸리기를 열망하고 있었다. 아니, 열망 정도가 아니라 정말 절실했다.

“이름을 잊어버리고 싶다라……? 자신을 묶고 있는 주박에서 벗어나고 싶은 건가요?”

별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인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정곡이었다. 무의식중에 독고령은 그의 가장 강력한 욕망을 간파해낸 것이다. 그래서 그는 웃을 수 없었다. “느닷없이 정곡을 찔리니 매우 아프군요.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 없는 이름……. 그것은 숙명의 다른 형태인지도 모릅니다.”

그 젊은이의 눈동자는 무척이나 깊어 보였다. 언뜻 보기엔 노회하기까지 한 그런 모습이었다. 저런 심원한 눈빛은 환갑을 넘은 노강호에게나 어울릴까, 약관 이십 세의 젊은이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눈빛이었다.

저 나이에 저런 깊은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은 그가 지고 있는 짐의 무게가 범상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아직 젊은 나이임에도 그가 짊어진 숙업의 짐 은 실로 녹록치 않은 모양이었다.

주역(周易)에 따르면, 동양사상에 따르면 운명은 바꿀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숙명은 말 그대로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라 절대 바뀌지 않는다. 숙명을 탓 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하지만 운명을 바꾸기 위해 움직이지 않는 것 역시 어리석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과연 어느 쪽일까?

“하지만 과연 이름을 잊는다 해서 마음이 편해질 수 있을까요?”

한기(氣)가 일 정도로 예리한 비수에 심장을 관통당하면 이런 느낌일까? 가장 아픈 곳을 찔린 소년은 격렬한 고통에 가슴을 움켜잡았다. 씁쓸한 고소가 입가를 타고 좌우로 번져나갔다.

“그것이 불가능함을 아는 게 저 자신의 불행인지도 모르죠. 하지만 지금은 어깨를 짓누르는 이름을 잊고 잠깐이라도 좋으니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게 솔직한 심정 이군요. 그것이 비록 현실도피라는 이름의 임시방편이라 해도……. 저에게는 무척이나 절실하군요.”

그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은 무척이나 피곤하고 쓸쓸해 보였다.

도대체 어떤 인생을 걸어왔기에 저 나이에 저런 표정을 하게 된 것일까? 독고령은 부쩍 호기심을 느끼는 자신을 보며 놀라워했다.

이성에게 이 정도로까지 호기심을 느끼다니…….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음…,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어때요?”

활짝 웃음 지으며 독고령이 말을 이었다.

“과거의 이름은 지금 잊어버리는 거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름이 없다면 너무 불편하겠죠? 그러니깐 제가 특별히 새 이름을 지어주겠어요. 그 이름을 달고 있는 동안은 과거의 이름이 붙어 있던 자신을 잊고 새로 태어난 사람처럼 생활해봐요!”

소녀의 당돌한 제안에 소년은 잠시 고민에 잠겼다.

이 느닷없고 당돌한 제안에 그는 어떻게 대꾸해야 좋을지 쉽사리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실로 매력적인 제안이라는 사실은 부정하려야 부정할 수 가 없었다.

“이름을 잊는다라…….”

그것은 명(名)이라는 주박에 걸린 저주로부터 도망치는 일이었다.

“그래요, 이름을 잊는다는 것은 그 이름을 지녔던 자신을 잊는다는 것 아니겠어요? 새 이름이 붙어 있는 동안은 과거를 잠시 잊고 쉬는 거예요. 딴 사람이 되는 거 죠. 마치 경극의 배우가 된 것처럼 말이에요!”

독고령은 소년의 응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그냥 다음 단계로 넘어가버렸다.

“그럼 뭐라고 지으면 좋을까요? ‘야’ 나 ‘너’라고 부를 수도 없고 말이죠. 그렇다고 무명씨라고 하기엔 너무 진부하고……..”

상대의 답변은 들을 생각도 않고 독고령이 쉴새없이 말했다. 상대 소년이 끌려다니는 형국이었다.

“그래요, 그럼 은명이라고 하는 게 어때요?”

“은명?”

“그래요. 이름을 감추었으니깐. 감출 은(隱), 이름 명(名), 합쳐서 은명(隱名)!”

그렇게 말하며 독고령이 활짝 웃었다. 아무런 사심도 찾아볼 수 없는 해맑은 미소였다.

“은명..”

잠시 입안의 혀 위에 놓고 돌리며 음미해본다. 좋은 울림, 무척 마음에 와닿는 느낌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아요?”

소녀의 기분은 전천후(全天候)가 악천후(惡天候)라 했던가? 금방 시무룩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자 소년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무래도 대답이 늦은 것이 오해를 산 듯했다.

의외의 곳에서 의외의 인물로부터 내뻗어진 구원의 손길……. 그 손을 잡을 것인가, 놓을 것인가 하는 선택은 소년의 몫이었다. 그리고 소년은 마침내 결정했다. “아녜요, 좋아요! 은명, 아주 마음에 드는 이름이에요. 당신은 하늘이 제게 보내준 구원의 손길인지도 모르겠군요.”

그렇게 해서 소년은 소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어머, 구원의 손길이라니. 지나친 과장이에요.”

소녀도 소년을 따라서 함께 활짝 웃었다.

“글쎄요, 난 진심인데……”

그가 이렇게 진심으로 웃은 것이 일 년 만에 처음이라는 사실을 소녀는 이때 알지 못했다.

“그럼 잠시 나갔다 올게!”

“다녀오세요, 독고 사자!”

싱글벙글한 얼굴로 손을 흔들며 나가는 독고령을 배웅하며 나예린이 말했다. 요즘 들어 자주 보이는 모습이었다.

“예린아, 이리 좀 와볼래?”

저 멀리서 유수경이 손짓하며 나예린을 불렀다.

“예, 유 사자? 무슨 일이시죠?”

누가 들을까 저어하는지 유수경이 귓속말로 물었다.

“요즘 소령의 모습이 자주 보이질 않는구나. 어딜 저렇게 쏘다니는지 혹시 짚이는 일 없니?”

“글쎄요? 저로서는 짐작 가는 바가 없습니다.”

지나치게 어른스런 어조로 나예린이 대답했다.

‘정말 이 애도 귀염성이 없다니깐…….’

유수경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왠지 이 아이는 정말이지 상대하고 있기가 부담스러웠다.

“죄송합니다, 귀엽지 못해서.”

나예린의 무뚝뚝한 말에 유수경은 흠칫 놀라 몸을 뺐다.

“아…하하하…무, 무슨 말인지…….?”

순간 이렇게까지 마음을 읽혀버리면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든 얼버무리려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얼굴에 쓰여 있습니다.”

인형 같은 목소리로 나예린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저, 정말?”

유수경은 당황하며 자신을 얼굴 이곳저곳을 만졌다. 물론 글자 따위가 쓰여 있을 리가 없다.

“아하하하… 아하하…….”

얼굴이 홍시처럼 빨갛게 물든 유수경이 다시 단속적인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와중에도 나예린의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의 변화가 없다. 마치 대리석 조각상 같은 모습이었다.

“그, 그건 그렇고 요즘 남자라도 생긴 걸까? 정말 자주 나가는구나, 소령은! 아하하하하!”

다른 데로 관심을 돌려보려 했지만 표정의 변화가 없으니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알 길이 없었다.

고장난명(孤掌難鳴)! 손바닥은 두 개가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이다. 혼자서 떠들어봤자 아무 소용도 없다. 이 아이는 최소한의 호기심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일 까? 어깨의 힘이 쭉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역시 그럴 리는 없나…….?”

유수경은 고개를 푹 수그리며 조용한 목소리로 뇌까렸다.

딱히 불만 같은 것은 없었다.

그는 선택받은 사람의 하나였고, 그의 집안은 그를 먹여 살리고 교육시키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부유했다. 그의 미래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었고, 그는 그런 자신과 가문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그는 자신이 보고 듣고 생각하던 모든 것이 환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의 시선과 사고는 남들의 이목을 속이기 위해 덧씌워진 인격이었다. 만들어진 가치관인 것이다. 사실 그는 그런 식으로 보고, 그런 식으로 듣고, 그런 식으로 생 각해서는 안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구성되어왔던 가치관이 한순간에 부서질 리가 없었다. 때문에 강제적인 조치가 취해졌다.

그의 가치관은 그날을 기점으로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그의 가치관은 가문의 존재 목적을 위해 다시 재구성되었다.

어떤 가치도 대가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는 자신의 숙명에 대해, 그동안 누려왔던 특권에 대해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그것은 그가 기존의 세계를 부수고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는 자신의 운명과 숙명을 주관하고 있던 신과 대면했던 것이다. 그에게 제2의 선택 따위는 존재하 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관례(冠禮 : 성인식)를 받는 게 두려웠다.

사람은 관례를 통해 새로운 이름(字)을 받고, 가문의 역사와 정체성을 계승한다. 반 사람분에서 한 사람의 진정한 인간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서 관례란 이 일반적인 의미를 훨씬 초월한 것이었다. 그것은 자신에게 새로운 숙명을 강요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숙명은 이미 그의 손을 피로 물들였다. 일생 동안 지워지지 않을 피의 흔적, 그것은 절망의 세례였는지도 모른다.

관례를 받으면 지금까지 있었던 자신이 사라져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일’을 행했을 때 이미 귀신이 되기로 결심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막상 실행한 그 일은 생각 이상으로 그를 괴롭혔다.

그래서 도망쳤다. 무작정 도망쳤다. 그리고 여기 이 남해의 작은 섬까지 다다랐다. 아직 감시의 눈은 그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숙명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었다. 다만 두고 보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여기서 그녀와 만났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만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행복이 과연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

자신할 수 없었다. 단지 자신의 무력함만을 깨닫게 될 뿐이다.

이미 알고는 있었다. 자신에게는 더 이상 행복할 자격 같은 것은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이미 가장 소중했던 것을 배신해버렸다. 그날 그의 마음은 양심과 함께 죽었다.

그래서 포기하고 있었다. 기대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와 만났다. 태양빛을 머금은 흑진주처럼 빛나는 두 눈으로 자신을 직시해주는 그녀를!

‘그녀와 함께라면 나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러나 자신을 옭매고 있는 숙명은 그렇게 가볍지 않았다. 그것을 다시 상기하자 그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서 발버둥치는 자신이 한 없이 추하게 느껴졌다. 한여름의 대낮인데도 오한이 일어난다.

“은명, 안에 있어요? 저 왔어요!”

밖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밝고 활기찬, 어둠을 모르는 그 목소리는 그때처럼 또다시 자신을 어둠에서 건져내주었다.

‘그래, 지금은 생각하지 말자. 과거의 이름을 지닌 자신을 잠시 잊어버리기로 하지 않았던가! 당분간 지금 맡은 배역에 충실하도록 하자! 한여름의 꿈이라도 좋다. 잠시 동안 이 행복을 즐기는 거다.’

그는 그렇게 결심하며 애써 얼굴에 미소를 머금었다. 풀죽은 얼굴을 그녀에게 보여줄 수는 없었다.

“여기 있어요, 령!”

밝은 목소리로 그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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