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16권 5화 – 검후(后)의 신위(神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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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뢰도 16권 5화 – 검후(后)의 신위(神威)

검후(后)의 신위(神威)

-십초지적(招之敵)

유명이 지나친 검후와 일개 무명소졸인 비류연과의 갑작스런 대결.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것은 이런 경우를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때문에 사람들이 비류연을 보는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았 다.

예뻐 보일 이유가 어디에도 없었다.

천무삼성의 일인 검후 이옥상. 존경하는 사람보다 존경하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게 더 빠른 강호의 명사 중의 명사였다. 이미 전설이 된 이름이었다. 검후란 명(名) 은! 그런데 감히 그 전설에 거스르려 하는 주제를 모르는 녀석이 나타났으니 어찌 그 불손함이 곱게 보일 수 있겠는가.

손에 땀을 쥐며 지켜보는 관중 가운데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여 애써 주위로부터 정신병자 취급을 받으려 하는 사람은 매우 현명하게도 한 명도 없었다. 이런 경우 항상 그렇듯이 누가 이기느냐는 전혀 관심거리가 되지 못한다. 이미 승자는 정해져 있다고 사람들은 믿기 때문이다. 어떻게 다른 경우를 상 정할 수 있단 말인가? 당신은 내일 해와 달과 별이 다시 뜨지 않을까봐 시시콜콜 걱정하는가? 이 대결 역시 마찬가지였다.

관중의 관심사는 이미 승패를 초월해 있었다. 오히려 저 앞머리를 눈앞까지 내리고 있는 무명소졸 녀석이 과연 일 초를 버티느냐 삼 초를 버티느냐라든가, 검후에 게 용서를 구할 때 이마를 땅에 찧으며 고두를 하고 빌 것인지 아니면 지문이 지워질 때까지 싹싹 빌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물구나무를 서서 한 바퀴 돈 다음 ‘멍’ 하 고 짖을 것인지 하는 조롱 섞인 전망과 관련된 이야기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다.

당연히 비류연이 이기리라 생각하는 정신나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녹록하게 당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몇몇을 빼고는. 여기서 비류연이 이긴다는 데 판돈을 건다는 것은 당장 뇌를 해부해봐야 할 정도로, 정신 상태의 안정성 여부를 의심받게 될 만한 모험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의 관심은 부차적인 문제로 넘어갔다. 과연 저 애송이 무명 잡졸이 얼마나 검후의 공격을 견뎌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

중인 사이로 여러 가지 의견이 오갔다.

일초지적이냐 아니면 삼초지적이냐? 대충 의견이 이 두 가지 형태로 압축되어지는 듯했다. 십 초는커녕 오 초까지 버텨내는 기적을 보이리라 생각하는 이도 없는 듯했다. 그렇다. 한마디로 비류연은 개무시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십 초라고라고라?”

여기저기서 코웃음이 터져 나왔다.

“설마~ 농담이겠지……?”

“검후의 십 초를 받아낸다고? 말도 안 돼!”

“일 초나 제대로 견뎌낼 수 있겠어? 지 주제에?”

“그러고 보니 더러운 방법을 써서 학관에 입학했다고 하던데?”

“그래? 그러고 보니 실력도 없는 주제에 그런 비천한 신분으로, 게다가 근본도 알 수 없는 놈이 어떻게 들어왔는지 사람들이 궁금해하더군. 그러고는 말하더군. 실 력으로 들어왔을 리 없다고 말야. 하하!”

모용휘는 그 예민한 청각으로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그런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비류연에게 반감을 가진 이들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 친구 의 대인 관계 형성이 거의 없는 점을 미루어보면 저들 중에 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게 분명했다. 그들은 아마도 돌고 도는 풍문이나 곁가지 지식, 비약과 추론을 통해 멋대로 상상해낸 상(象)을 비류연에게 대입시켜 멋대로 분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이 경우 그들의 정신세계 속에서 그리고 그들이 속한 집단 속에서는 비류연을 씹고 비난하고 매도하는 것은 의심할 바 없는 정의(正義)일 터였다. 그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그렇게 믿고 있음에 분명했다. 그중에는 심지어 정의를 실현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 이들도 있는 듯했다. 이유는 딱히 없었다. 그냥 자신들의 추론이 그럴듯하다는 것이었다.

모용휘는 저들 중 비류연과 직접 대화를 나눠보거나 혹은 어깨라도 스치고 지나간 이들이 몇이나 될지 궁금했다. 그러자 자신의 일이 아닌데도 갑자기 열이 받기 시작했다. 약간 제멋대로고, 오만하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지만, 그런 소리를 들을 만큼은 아니었다. 그는 친구에게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내주기로 했다. 질 건 분명 하지만, 열심히 버텨보라는 내용의 격려였다.

“자 이제 할 마음이 생겼겠지? 그렇다면 이제 검을 들어라.”

이제는 다른 대답을 들을 수 있으리라 검후는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기대는 또다시 묵살되고 말았다.

“들지 못합니다.”

비류연이 대답했다.

“또, 왜!”

검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당연하지 않습니까? 전 검을 쓰지 않으니깐요. 모든 무인이 검을 애병으로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이라구요.”

“뭣이라? 무인이 검을 들지 않고 또 무엇을 든단 말이냐? 검이야말로 만병지왕이다!”

“그런데 저쪽 분은 그 이야기에 찬성하지 않으시는 것 같은데요?”

비류연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 그곳에는 시근덕거리며 ‘검은 샌님이나 쓰는 장난감! 도야말로 무인의 기개!’라고 외쳐대고 있는 도성이 있었다. 그 옆에서 검성 이 말리고 있었지만, 그도 도성에게 그다지 좋은 말을 듣지는 못했다. 시꺼! 네놈도 한패지! 이 나쁜 검쟁이 녀석들! 도야말로 무인의 꿈이야!’라는 말이 좋은 말이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또 다르겠지만 말이다. 검후가 다시 말했다.

“그럼 너의 무기를 꺼내 들어라!”

““저의 무기라면 굳이 꺼내 들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들은 언제 어디서든 항상 준비되어 있으니깐요.”

“호오? 그것 참 흥미로운 이야기로구나. 너의 마음이 그것들 모두를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것은 저의 마음이 가는 곳으로 함께 움직입니다. 그것은 저의 손발과 마찬가집니다.”

“내가 너를 얕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구나. 좋다, 어쨌든 약속은 약속이다. 지금부터 십 초를 받아내면 네가 이긴 것이다. 처음에는 가볍게 몸을 푸는 의미에서 이 것으로 상대해주마!”

검후가 손에 꺼내든 것, 그것은 바로 누에에서 뽑은 실로 짜 만든 나풀나풀하고 하늘하늘한 체대였다.

“그걸로 상대하시게요?”

“왜, 문제라도 있느냐?”

“아뇨. 이미 무기의 제약을 벗어난 사람의 손에 무엇이 들려 있든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비류연의 말은 매우 옳은 말이었다.

“조심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

검후의 신형이 사람들의 시야에서 갑작스레 사라졌다.

“어?”

사람들이 채 놀라기도 전에, 비류연이 채 놀라기도 전에 검후의 신형은 비류연의 바로 코앞까지 육박해 있었다. 그리고 단숨에 상대를 자신의 간격 안으로 끌어들 인 검후는 사정 따윈 보지 않고 우수를 힘껏 내리쳤다.

콰콰콰콰쾅!

산이 부르르 떠는 진동과 함께 대지가 갈라졌다. 충격파는 아귀처럼 흙과 자갈과 먼지를 먹어치웠고, 덕분에 대지에는 거대한 홈이 파였다.

흉폭한 충격파의 이빨은 배가 고팠던지 비류연의 오 장 뒤에 서 있던 아름드리나무까지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다리가 없는 탓에 충격파의 직격을 미처 피하지 못 한 그 아름드리나무는 곧 천둥 신의 북소리 같은 단말마 비명을 지르며 요란스레 부서져 내렸다. 세월의 풍상 속에서 수백 년을 버텨온 나무 한 그루가 순식간에 이 쑤시개 더미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흙먼지가 뭉게구름처럼 일어났고, 그 서른 배의 시간을 들여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가라앉았다.

“저거… 아무래도 진심인 것 같은데…….”

“으음,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군.”

도성과 검성의 얼굴이 약간 굳어졌다. 설마 까마득한 후배를 상대로 손속을 섞음에 있어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임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마, 말도 안 돼!”

이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같은 것을 지켜보던 장홍과 효룡, 윤준호는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아직 혈기방종한 그들이었기에 검성이나 도성처럼 능숙 하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

이 무슨 터무니없는 힘이란 말인가?

이 일격에 직격당하면 아무리 비류연이라도 가루가 되어 으스러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이 정말로 나풀나풀한 체대인지도 의심스러워졌다. “이것이 천무삼성이라 불리는 이들의 힘이란 말인가?”

찌릿찌릿!

아직도 정수리 백회에서 발바닥 용천까지 일직선으로 관통한 전율이 가시지 않고 있었다.

“아니요!”

나예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장흥의 말을 정정해주었다.

“아직 저분의 힘은 겨우 십분의 일 정도밖에 발휘되지 않았어요!”

뿌옇게 솟아올랐던 흙먼지가 가라앉자 그 먼지 구름 사이로 비류연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는 벼락같은 일격이 떨어진 곳으로부터 한 자밖에 되지 않은 곳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었다. 그의 정수리를 향해 매섭게 떨어지던 벼락을 간신히 피할 수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크게 놀란 기색은 아니었다. 오기로 태연함을 가장하고 있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알 수 없었다.

“휘유우우우…….”

자신의 옆에 길게 패인 대지의 상처를 보며 비류연은 긴 휘파람을 불었다.

“직격당했다면 뼈도 못 추렸을 것 같네요.”

비류연이 가볍게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하지만 검후라 칭송되는 분의 검이 이토록 단순무식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비록 빗맞았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 일격을 목격하고도 비류연의 목소리에는 여유가 있었다.

“후배를 상대하는 데 전력을 쏟을 수야 없지 않겠느냐! 방금 건 경고였다.”

별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차분한 목소리로 검후가 말했다. 네가 잘나서 피할 수 있었던 게 아니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피할 수 있을까?”

본편은 이제부터였다.

“제이 초!”

순간, 검후의 신형이 다시 중인의 시야에서 사라졌고, 다음 순간 비류연의 오른쪽 측면에 나타났다. 검후의 출수는 바람처럼 빨랐고, 미처 피하지 못하고 옆구리까 지 끌어올린 비류연의 팔뚝에 직격했다.

둥!

체대에 얻어맞은 비류연의 몸은 포물선을 그리며 붕 날아갔다. 충격파만으로도 나무를 두 동강 내는 일격이었다. 그 어마어마한 위력이 고스란히 비류연의 몸을 강타한 것이다.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제압해야 하는 체대를 강함으로 강함을 누르는 방식으로 쓰는 사람은 강호 천지에 오직 그녀 한 명밖에는 없을 것이다. 검후는 공중에 붕 뜬 상태의 비류연을 향해 재빨리 도약했다. 그는 아직 신형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검후는 인정사정 보지 않고 체대를 힘껏 내리쳤다.

“제삼 초!”

‘펑’ 하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려 퍼졌고, 그와 함께 비류연의 신형은 화살처럼 빠른 속도로 튕겨져 날아갔다. 그의 몸이 커다란 암괴에 정통으로 부딪혔다. 콰쾅!

그러자 천지를 진동시키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비류연의 몸이 부딪힌 곳을 중심으로 거미줄 같은 균열이 좌르륵 퍼져 나갔다. 엄청난 위력이었다. “이… 이럴 수가…….”

그 광경을 목격한 나예린의 얼굴이 당장에 사색이 되었다.

울려 퍼진 소리로 미루어 짐작할 때 명이 붙어 있으면 천행이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성하지는 않을 듯 보였다. 아마 비류연으로서는 강호에 나와 처음 당하는 수모였을 것이다.

“드디어 녀석도 임자를 만난 것일까??

아직 단정 짓기는 일렀다.

“죽었을까요?”

딱딱하게 굳은, 하지만 자신이 목도한 압도적인 힘에 대한 경이로움 역시 감추지 않은 채 모용휘가 물었다. 그는 방금의 공방 전체를 파악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아직 아니다.”

검성의 통찰은 정확했다. 이미 그의 안력은 흙먼지 정도로 현혹시킬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고수의 싸움이란 누가 얼마나 많이 그리고 자세히 보느냐의 싸움이었다. ‘관(觀)’과 ‘찰察)’의 싸움인 것이다. 힘은 그 다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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