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룡승천
-붉은 화룡이 대지의 끝[艮]에서 나와 구름을 뚫고
하늘[乾]과 땅[坤]을 하나로 잇는다
천무봉 정상에서 솟구쳐 올라 하늘과 땅 사이를 이은 불꽃 기둥이 마치 승천하는 한 마리의 화룡을 연상시켰다. 감히 이 세계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광경. 그 장엄하면서도 절로 찬탄을 불러일으키는 장관을 대공자 비는 기나긴 침묵 속에서 바라보았다. 그가 서 있는 곳은 화산으로부터 한참이나 떨어진 어느 한 봉우리 였다. 그러나 붉은 기둥이 하늘과 땅 사이에 놓이는 광경은 삼천 장이나 떨어진 그곳에서도 더할 나위 없이 또렷하게 보였다.
“주군!”
그의 뒤에 시립한 충실한 수족 마천칠걸 역시 그 광경을 보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들의 불꽃은 온 세상을 다 태울 듯 드넓게 아래로 퍼져 나가는 것이었지, 하늘 을 꿰뚫을 듯 날카롭게 위로 솟구쳐서는 아니 되었다.
뭔가 잘못됐다. 면밀한 계획 아래 쌓아왔던 확신의 탑이 허물어져 내리는 굉음이 그들의 귓속에서 소리없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비록 외면하고 있다곤 하나 비 역 시도 그 생생한 울림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이것은 길조인가, 아니면 흉조인가?”
과연 운명의 여신은 어느 쪽 손을 들어줄 것인가?
天何言哉(천하언재) 告之卽應(고지즉응)!
하늘이 어찌 말을 하겠느냐만, 여쭈어보면 즉시 응해준다 했다.
그러나 말없이 올려다본 창천(蒼天)은 하얀 구름으로 입을 가린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