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20권 – 《비뢰도(飛刀장외극장(章外劇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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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뢰도 20권 – 《비뢰도(飛刀장외극장(章外劇場)》

《비뢰도(飛刀장외극장(章外劇場)》

第一. 나에게 돈을 보여줘!

:마천각 도착 이후

무시무시하고 살벌하게 생긴 ‘귀문’을 통과할 때만 해도 영령은 더 이상 돈 낼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때 이른 오산이었다.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던 말쑥한 차림을 한 약간 풍채 좋은 삼십대 중반의 사내가 인사했다.

“안녕하십니다, 마천각에 처음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자신을 ‘접관(접객전문관) 이청’이라 소개한 그는 사람들을 인솔해 한곳으로 안내했다. 오른쪽 오솔길을 따라 들어간 그곳은 꽤 화려하게 지은 삼층짜리 커다란 건물이었다. 자극적인 음식 냄새와 밥 냄새와 술 냄새가 호수 바람을 타고 물씬 풍겨왔다.

“이곳이 당분간 여러분이 묵으실 공식 지정 숙박업체 ‘자죽루입니다. 규칙상 노숙은 허용되지 않으니 여러분은 이곳에 이름을 등록하시고 시험 때까지 머물러 주 시기 바랍니다. 질문이나 궁금한 점 있으십니까?”

이청이 한 손으로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영령이 손을 번쩍 들었다.

“예, 그쪽 여성 분.”

“당분간이라면 얼마 정도를 말하는 거죠?”

“흠, 한 일주일쯤 걸려야 할 것 같습니다.”

“설마 여기도 숙박비를 받나요?”

숙박비가 공짜라면 당분간이 얼마가 됐든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아니라면 당분간이 얼마인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상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그런 당연한 것을 묻다니. 당연히 숙박비를 받습니다. 여러분의 밥값, 장작비, 시설관리비를 사용하시는 여러분이 안 내면 누가 내겠 습니까? 흑도에 공짜는 없습니다. 여러분도 이제 흑도에 발을 디딜 새싹들이니 그 점을 항상 잊지 말기를 당부합니다.”

“역시 그렇군요.”

내 그럴 줄 알았다는 투로 영령이 푹 한숨을 내쉬었다. 좀 전의 불길한 예감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숙박비가 다른 곳에 비해 엄청나게 비싸긴 했지만, 세 번 연속으로 당하니 이제는 별다른 충격도 없었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때때로 정신을 무디게 한다는 것을 뼈 저리게 느끼며 영령은 비단 전낭에 손을 집어넣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론 시험도 치기 전에 파산할지도…….’

第二. 마천각의 시험

:속이는 자보다 속임당한 자가 더 나쁘다

“에… 우리 마천각은 부정행위를 막지 않는다. 속이는 자보다 속아 넘어가는 자가 더 나쁘다는 게 우리의 지론이다. 그러니 속일 테면 속여봐라. 단, 완벽히 속일 수 없다면 애초부터 시도하지 마라. 우린 어설픈 속임수에 대해선 가차없이 응징을 가한다. 왜냐하면 그런 끔찍한 교훈을 얻어야 두 번 다시 서투른 재롱을 부리려 하지 않을 것임을 경험을 통해 ‘자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속임수가 전면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만큼 우린 남에게 속아 넘어가지 않기 위해 철저히 훈련받았다. 다 시 말하지만 속이는 자보다 그 속임수를 간파하지 못하는 멍청이에게 더 책임이 있다. 상황 대비도 없이 어수룩한 놈은 속아 넘어가도 싸! 그게 우리 마천각의 신념 이다. 그러니 남을 속이려면 자신의 생명을 내놓는다는 굳은 의지로 상대를 완벽하게 속여 보이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임하기 바란다. 모두들 준비됐나?” “예! 준비됐습니다!”

입각 희망자들이 일제히 큰 소리로 대답했다.

“우리 시험관들을 시험에 들게 하지 말기 바란다. 우린 너무 많은 속임수들을 보고 또 그것들을 파훼해 왔다. 이제 지겹다. 그런데도 아직 새롭게 시도할 만한 기발 한 꼼수가 남았다면 얼마든지 시도해도 좋다. 단, 아무리 기발한 생각이라도 발각되는 순간 그 생각은 더 이상 기발하지 않게 된다는 것을 유념토록! 그때 자네들은 자신이 왜 그런 허접한 생각을 품었는지 후회하게 될 것이다. 우린 그 순간을 기쁘게 기다릴 것이다.”

입각 희망자들은 모두들 숨을 죽인 채 그의 말을 경청했다. 그중에는 영령도 있었다.

‘속일 테면 속여보라니…….’

시험 감독관의 일장연설은 영령의 사고방식과 전혀 반대였다. 의혹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뭐 이런 곳이 다 있지? 이래도 되긴 되는 건가?”

전면 부정행위 허용이라니……. 입각 시험이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그럼 시작!”

第三. 입발림 말은 위험해

금영호의 무용담

“듣고 싶지? 듣고 싶지?”

금영호가 간절한 어조로 현운에게 물었다.

“그 넓적한 얼굴, 너무 바싹 들이밀지 말게. 부담스럽네.”

“그럼 듣고 싶다고 말하게.”

여전히 거대한 얼굴을 치우지 않은 채 금영호가 말했다.

‘숫제 협박이군.’

“그래, 내가 뭘 듣고 싶다고 해야 되나?”

“물론 삼성무제 결승전 같은 특별한 때나 쓰는 대연무장 비무대를 빌려낸 나의 수완이지.”

“그러고 보니 나중에 들어준다고 했었지!’

역시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함부로 내뱉지 않는 게 좋았다.

“그래, 좋은 수단이었네. 어떻게 한 건가?”

마지못해 현운이 물었다.

“어흠! 자네 뭘 좀 아는군. 담당을 구워삶느라 이 몸이 고생 좀 했지. 하지만 내 계산에 의하면 아미신녀 진소령의 이름값이면 충분히 통할 거라 계산했네.” 금영호에게 있어 거래 성공담은 무인의 무용담과 그 맥을 같이했다.

“대체 어떻게 했나?”

“알고 싶나?”

“물론! 꼭 알고 싶네!”

이럴 땐 빨리빨리 맞장구 쳐주는 게 보다 빨리 끝낼 수 있는 방법이었다.

“좋아! 그럼 가르쳐 주지. 난 우선 비무대를 관리하고 있는 이 노사를 찾아갔다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지.”

금영호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이 노사님! 아미신녀입니다, 아미신녀! 아시죠? 아미신녀! 엄청난 미인에 엄청나게 강하다는 그 유명한 아미파의 아미신녀 말입니다. 강호에 얼굴을 잘 안 내밀 기로 유명한, 뭇 남성들의 애간장을 최강 화력으로 태우는 그 아미신녀 말입니다. 이름은 들어보셨겠죠? 보고 싶지 않으세요?”

“그때쯤 이 노사가 고개를 끄덕였겠군.”

현운이 흥을 돋우기 위해 장단을 넣었다.

“그렇지. 게다가 이 노사는 마흔이 다 된 지금도 아직 미혼(未婚)이거든.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더군.”

“그래서?”

“난 때를 놓치지 않고 말했지. 역시 노사님도 그러셨군요. 저도 그렇습니다. 우린 동지군요. 게다가 아미신녀라면 바로 천하오검수의 일인 아닙니까? 그런 유명한 고수의 무공을 견식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천무학관 관도들의 안계가 넓어지지 않겠습니까?”

금영호는 마치 눈앞에 이 노사가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마치 그때를 잘라 오늘에 붙여놓은 것 같았다.

“그랬더니?”

“그야 뻔하지. 뭐라고 말하겠나? 당연히 그렇다고 말하지. 이때 이미 이 노사는 내 말을 들어줄 모든 준비 자세가 되어 있었단 그 말씀이야! 그 기회를 놓치면 내가 어찌 ‘대금호상회의 황금호랑이 금영호’라고 할 수 있겠나! 난 조금 풀 죽은 목소리로 말했지. 그런데요… 노사님… 저기 상대가 천하오검수란 위명을 지닌 아미신

녀인데 아무리 저희들의 부탁이라 해도 조그맣고 초라한 비무장에서 무공을 펼쳐 보이지는 않지 않겠습니까? 그… 저… 왜 체면이라는 게 있잖습니까? 체면이란 게.”

“이 노사는 다시 그렇다고 했겠고?”

현운이 다시 끼어들었지만 흥분한 금영호는 말을 막지 말라며 손을 휘휘 저었다.

“이 노사님, 격이 높은 사람에겐 그에 걸맞은 대우가 필요한 법입니다. 그걸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 그것 자체로 무례입니다. 그것은 천무학관의 명성에 먹칠을 하 는 것과 똑같은 일입니다. 우리 대(大) 천무학관이 사람 보는 눈 없다는 소리를 들어서야 되겠습니까? 안 되죠. 암, 안 되고말고요! 여기저기 널려 있는 작은 무대로 는 도저히 격에 맞지 않습니다. 매우 특별하고 넓고 깨끗한 무대가 필요합니다!”

금영호는 그때의 여운을 즐기기 위해서 여기서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래서? 그래서 어찌 되었나?”

어느새 끼어든 노학이 그를 재촉했다.

“그랬더니 나한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이렇게 묻더군.”

그때를 재현이라도 하듯 금영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현운의 면상 가까이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게 어딘가?”

한껏 무게 잡은 말투였다.

“그래서 자넨 ‘오직 여기뿐!’이라고 했단 말이군. 그리고 승낙을 받아냈고.”

“바로 그런 거지. 마지막에 가서 잠시 망설이긴 했지만, 관계자가 되면 혹시 아미신녀를 직접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흔쾌히 승낙하더군. 에헴!”

금영호가 어떠냐는 듯, 대단하지 않느냐는 듯, 자랑스럽다는 듯 가슴을 앞으로 내밀었다. 물론 덩달아 그의 똥배도 앞으로 나왔다.

“그 똥배 좀 들이밀지 말아요, 부담스럽게시리.”

남궁산산이 옆에서 불평을 한마디 했다. 며칠간의 준비 때문에 그녀의 얼굴 역시 무척 수척해져 있었다.

“어허, 이건 똥배가 아니오, 남궁 소저!”

금영호가 뱃살을 출렁거리며 항의했다.

“그게 똥배가 아니면 뭐가 똥밴데요?”

자랑스럽게 자신의 똥배를 ‘퉁퉁!’ 치며 금영호가 뻐기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이건 내 인격이오, 인격.”

그 말에 주작단의 여성들은 모두들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나참, 기가 막혀서…… 남자의 똥배는 수치라는 말도 못 들어봤나?”

저런 말을 저토록 뻔뻔스럽게 말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그녀들 모두 거대한 문화적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아냐아냐, 저 친구 말도 일리가 있네!”

옆에서 있던 노학이 맞장구쳤다.

‘웬일로 저 녀석이 금영호의 말에 맞장구를 치지??

항상 알부자집 도령인 금영호와 사이가 안 좋은 거지 노학이었던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 한마디에서 밝혀졌다.

“저 녀석 인격엔 똥만 들어차 있잖아.”

그러면 그렇지. 그제야 그들은 자신의 친구 중 하나가 열이 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안심했다.

인격의 깊이는 금방 드러났다.

“뭐라고! 죽어볼 테냐, 이 거지새끼야!”

금영호가 발끈하며 바락 소리쳤다.

“음, 역시 인격의 깊이는 똥배의 돌출 높이에 비례하지 않는군.”

당삼이 학술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반비례일 수도 있잖아? 그 부분도 고려해야지, 당삼!”

당문혜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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