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
-돈아! 돈아! 돈아! 나의 손바닥 안에서 춤춰라!
운명의 아침이 밝았다. 남궁상은 기지개를 켜며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다행히 불면증은 아니었다. 잠은 충분히 잔 듯싶었다.
“잠을 못 잔다는 것 자체가 평상심을 잃었다는 증거라고. 싸우기 전에 이미 패했다는 전조(前兆)지. 난 네가 푹 쉬고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길 바란다. 불면증 따위 의 시답잖은 병에 걸리면 죽을 줄 알아! 알겠어? 진짜로 못 잘 것 같으면 지금 부탁해. 단 한 방이면 즉각 꿈나라행이니깐.”
사양했다. 자칫 잘못 힘주면 바로 황천행이었으니까. 아직 젊은데 벌써부터 그런 곳을 방문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 말이 효과가 있긴 있었던 걸까??
어젯밤 자신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숙면을 취한 남궁상이었다.
“진짜로 하게 되었군.”
어제 관주 집무실에서의 ‘이런저런’에 관련된 것들이 대충 매듭지어지고 자리를 파할 분위기가 되었을 때 진소령이 그를 불러 세웠다.
“남궁 소협, 그러고 보니 이런저런 일들이 있어 신경을 못 쓰긴 했지만, 우리가 약속한 시간이 다가온 것 같네. 안 그런가?”
“그, 그렇습니다.”
진소령의 출중한 기억력을 원망하며 남궁상이 대답했다.
“우리들의 약속 날짜가 언제였지?”
진소령의 물음에 남궁상은 속으로 아차 했다.
“이런! 잊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 그게…….”
남궁상이 잠시 말을 어물거렸다.
처음 만난 날부터 계산하려고 하니 긴장된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그건 바로 내일이죠.”
어물거리는 남궁상 앞에 불쑥 얼굴을 들이민 것은 바로 비류연이었다.
“내, 내일이요?”
“맞아! 내일!”
‘헉! 벌써 내일이었나?”
그러고 보니 그랬던 것 같다. 대사형에게 시달리다가 그만 깜빡 잊어버리고 만 것이다.
“너, 설마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니겠지?”
비류연의 앞머리카락을 뚫고 전해지는 눈초리가 심상치 않았다. 숲 속 나무 사이에서 빛나는 먹이를 노리는 맹수의 눈빛 같았다.
“서, 설마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남궁상이 극구 부인했다.
“좋아, 일단 그렇다고 해두마. 내일 네가 이길 때까지 말이다.”
남궁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다가 쿨럭거리고 말았다. 그 말인즉슨.
“만일 지면 그 일에 대해 다시 추궁하겠다는 이야기잖아!’
이 인간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다.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그러니 안심하시고 약속 장소로 오시면 됩니다.”
비류연이 진소령에게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준비? 무슨 준비 말인가?”
그녀는 들은 바가 없었다.
“내일 와보시면 압니다.”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비류연이 대답했다.
‘준비? 그런 게 있었나?’
남궁상으로서도 금시초문이었다.
“그동안 감옥에 갇혀 있었잖아? 어느새 그런 준비를……..”
물론 감옥 안에 갇혀 있다 해서 얌전히 있을 인간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할 건 다 한 모양이었다.
자기 자신을 속박하는 건 쇠사슬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뿐이라고 평소에 큰소리 탕탕 치고 다니더니…….”
설마 말로 끝나지 않고 실천으로 옮길 줄이야……. 비류연, 정말 무서운 인간이었다. 어떤 수단인지는 대충 어림짐작이 갔다.
‘고생은 나만 한 게 아니었군!’
애들이 그 준비를 하느라 무척 시달렸을 게 안 봐도 뻔했다. 자신이 살피지 못한 곳에서 힘들게 일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것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돌아가 게 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위로가 되는 남궁상이었다.
“그래도 내가 제일 고생했지!’
그 사실만은 절대로 양보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