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21권 – 비류연과 그 일당들의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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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뢰도 21권 – 비류연과 그 일당들의 좌담회

비류연과 그 일당들의 좌담회

(어디선가 커다란 웃음소리가 들린다.)

으하하하하하!

으하하하하하하하!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

효룡:뭐, 뭔가? 그 웃음소리는!

비류연역시 주인공은 우주불멸의 존재라 그 말이지. 그에 대한 자축의 웃음이라고나 할까. 전체는 하나, 하나는 전체! 내가 곧 우주라는 이야기지. 음하하하하하! 효룡자네, 괜찮나? 약 줄까?

비류연:어허! 하지만 이걸로 이번 권에서 주인공이 된통 당할 거라던 예고는 헛소문임이 밝혀진 것이지.

효룡:응? 자네 근데 이번 권에 나오긴 나왔나?

비류연:당연하지. 주인공 빼고 이야기가 진행될 리가 없잖아?

효룡난 못 봤는데?

장홍:나도.

모용휘:저도요.

비류연:허어, 잘 찾아보면 있어. 두 눈 부릅뜨고 찾아보면 말이야. 너도 이제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질 때가 됐잖아? 인간들이란… 고정관념 때문에 바로 코앞에 있 는 것도 제대로 못 보다니. 쯧쯧쯧.

효룡:그 딱하다는 듯한 혓소리는 그만 내줬으면 좋겠군. 듣고 있자니 왠지 불쾌하네.

장홍:맞네. 게다가 자네도 어차피 인간이잖아?

비류연:아냐! 달라!

장홍:뭐가 다르단 건가? 그럼 대체 뭔가?

비류연:난 단순히 인간이 아냐! 난 주인공이야!

효룡&장홍&모용휘:…….

장홍:어지간히 강판당할까 봐 노심초사했나 보군. 그렇게 주인공에 집착하는 걸 보니.

효룡요즘은 인간 아닌 게 주인공이 되는 게 대세라서 그런 모양입니다. 자신이 인간인 게 탄로나면 주인공 자리에서 떨려날까 두려운 거죠.

장홍하지만 인간 아닌 게 주인공인 건 저쪽 서역 너머의 이야기 아니었나? 거의 이계(異界)나 다름없는 곳이지. 그리고 이미 그 유행은 한물 간 걸로 알고 있는데? 요즘은 ‘인간 아닌 것들은 준주연 정도일걸?

쿵!

모용휘: (충격 받은 표정을 지으며) 그, 그럼 전 인간이 아니었던 겁니까?

장홍:(의아함을 감추지 못하며) 아니, 자넨 또 왜?

모용휘:전준주연이잖아요!!!

장홍:(효룡에게 소곤소곤!) 마음에 두고 있었군.

효룡: (소곤소곤!) 그러게요. 꽤 집착하는데요?

비류연:가끔 그쪽 애들이 우리 쪽 애들을 납치해 가는 일도 있는 것 같더군. 그리고 거기랑 여긴 거리가 상당하니까 여기선 이제야 뒤처진 유행이 득세할 가능성도 있지.

장홍:어차피 유행이란 건 세상처럼 항상 변하니, 다음번에 ‘어떤 게 주인공으로 각광 받을지는 알 수 없는 것 아닌가?

효룡:그러게요. 다음번은 뭘까요? 저도 ‘그게’ 될 수 있을까요?

장홍자넨 이미 인간이니까 때가 늦었지. 그냥 밤에 길을 가다가 ‘그쪽’으로 납치당하는 걸 바라는 게 더 빠를 것 같군.

효룡:그런가요. 그것참 안타깝네요……..

장홍:뭐, 죽었다 환생할 때 용가리 같은 걸로 태어날 수도 있는 거니까 끝까지 희망을 버리진 말게.

비류연:그거야말로 유행 지난 것 아닌가?

장홍:어허! 유행이란 돌고 도는 거야. 언제가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어.

비류연:글쎄? 남들 다 늙으면 그때 돌아올 수도 있지.

효룡:(더욱 침울해진다) 그럼 그렇게까지 해서 주인공이 되는 의미가 없잖아요! 인기없는 주인공이라니, 생각만 해도 눈물이……

장홍:아직 포기하지 말게. 용가리 말고도 아직 다른 것들이 많이 남아 있으니깐.

비류연:맞아맞아! 꼭 식상하게 용일 필욘 없지. 그 서유기에 나오는 저팔계도 있잖아? 천상의 장군이었지만 여자 밝히다가 축생도에 떨어져 돼지로 환생한 후 나 중에 맹활약했잖아!

효룡:돼지…….

모용휘:게다가 저팔졘 주인공이 아니었는데?

(모용휘가 조용히 지적했다.)

비류연:탁!(손바닥을 탁 치며) 아, 맞다! 걘 준주연이었지!

모용휘:(벼락 맞은 사람처럼 몸을 부르르 떨며) 주, 준주연……

(두 사람 모두 좌절하는 것을 본 비류연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맺힌다.)

장홍:무서븐 놈! 정신 공격을 가해 둘씩이나 쓰러트리다니! 이제 남은 건 나 하나뿐인가?! 고독한 싸움이 될 듯하군.

비류연:흐흐흐흐!

장홍:난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몸일세. 게다가 정보전과 고문을 참는 건 나의 주특기라 할 수 있지. 그렇게 쉽게 안 될 걸세!

비류연:(장홍의 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앗, 형수님!

장홍:(경기를 일으킬 듯 화들짝 놀라며) 뭐! 어, 어디?

(순식간에 고개가 뒤로 홱 돌아간다.)

비류연훗! 당황하긴! 하긴, 당연하겠죠. 칠 년씩이나 내버려 뒀으니. 화를 안 내는 게 이상한 것 아닐까요?

장홍:(가슴을 움켜쥐며) 크윽!

비류연:편지도 한 통 없이 말이야.

장홍:(무릎이 반쯤 접힌다) 크으으윽!

비류연죽었는지 살았는지 기별 하나 넣어주지 않다니, 정말 너무한 남편이지 뭐야. 이유야 어쨌든 아내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다니. 쯧쯧, 형수님도 불쌍하지, 불 쌍하고말고. 그러려면 차라리 결혼을 하지 말던가. 결혼이 장난도 아니고 말이야!

장홍:(마침내 무릎이 땅바닥을 찧는다) 크으으으으으윽!

비류연여자의 꽃다운 칠 년을 거저먹으려 들다니, 도둑놈 심보가 따로 없어요. 그리곤 이제 와서 뻔뻔스럽게 얼굴을 들이밀다니. 정말 얼굴에 철판을 깔았네요, 깔았어! 뭐, 하긴 그동안 무서워서 감히 올 생각도 못했… 어라? 장형, 지금 뭐 해?

장홍:(이미 재기불능의 상태에 빠져 버린 후였다) 보글보글보글!

비류연:(아무도 없는 주위를 휭 둘러본다. 발밑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음, 이제 남은 사람 없나?

(그의 발치에서 여전히 좌절 중인 세 사람은 가뿐히 무시당했다.)

비류연:훗후후후, 이걸로 경쟁자는 모두 제거한 것 같군. 역시 주인공은 한 사람만 있으면 충분해. 그럼 오랜만에 단독으로 마무리를 지어볼까! 요즘 계속 공동으 로 마무릴 했더니 색시같이 얌전한 얼굴을 하고선 중간에 채가는 녀석까지 나오니, 이쯤에서 한 번 누가 주인공인지 각인시켜 줄 필요가 있겠지.

(옷 맵시를 가다듬은 후)

비류연:자, 그럼 여러분! 다음 권에서도 단독 주인공 체제로 이야기가 전개될 비뢰도 대망의 22권,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해 주세요.

그럼 다음 권에서 다시 재회의 기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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