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사슬을 벗다
-뽑혀진 못
바닥에서 일어난 칠상흔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여기저기가 먼지투성이인데도 그걸 털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자, 이제 항복…….”
연비는 말을 멈췄다. 칠상흔의 전신에서 풍겨 나오는 범상치 않은 기운 때문이었다. 저건 명백한 전의였다, 그것도 매우 강력한. 결코 항복할 자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아니었다. 이글거리는 듯한 그 전의는 지금까지 그에게서 한 번도 보지 못한 강력한 것이었다. 그 기운 너머로 새로운 결의가 느껴졌다. 그는 지금 뭔 가를 하려 하고 있었다.
철그렁!철그렁!
쿠쿠쿵!
관을 묶고 있던 쇠사슬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땅을 두드리는 소리로 미루어볼 때 한두 근의 무게가 아니었다. 속박하고 있던 쇠사슬이 모두 풀 리자 등 뒤에 메어져 있던 관이 땅에 쿵 떨어졌다.
자신을 옭매고 있던 쇠사슬을 풀어낸 칠상흔은 고개를 좌우로 꺾고 팔을 휘두르며 몸을 풀기 시작했다. 경직되어 있는 근육들을 풀기 위해서였다.
“상당히 무거워 보이는 소리군요.”
“이백 근 정도 나가지.”
“많이 무거웠을 것 같은데요?”
“덕분에 지금은 날아갈 것 같지.”
그는 관을 자기 앞으로 가져왔다. 관에는 여러 곳에 커다란 못이 박혀 있었다. 그때 관이 부르르 떨리더니 못들이 저절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내 모 두 뽑아져서 투두둑 바닥에 떨어졌다.
“난 여기 있다. 난 이제 어디로도 도망치지 않아. 그러니 내가 과거를 끊어내기 위해 무엇을 손에 넣었는지 보여주마.”
끼이이익!
마침내 오랜 시간 동안 박혀 있던 녹슨 못이 빠지고 낡은 경첩이 삐거덕거리는 비명을 지르며 뚜껑이 열렸다. 관 속에서 구 년이란 시간을 썩어가던 공기가 새바람 을 맞이하고는 탄성을 질렀다. 눅눅하고 오래된 공기에 숨막혀 하던 칼 두 자루가 마침내 환성을 내지르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구 년이란 시간이 지났고, 그동안 어떤 관리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었지만 그 두 자루의 명도는 녹 하나 슬지 않고 여전히 예전의 광휘를 간직하고 있었다. 그 두 자루의 쌍도를 바라보는 칠상흔 의 눈동자 속으로 억눌러 놓았던 기억과 추억이 세찬 물줄기처럼 지나갔다.
“역시, 그 두 자루의 쌍도가 당신이 못질까지 하며 묻어둬야 했던 과거였던 모양이군요.”
연비가 호기심 어린 어조로 말했다.
“넌 열어서는 안 될 것을 열었다. 넌 대가를 치러야 할 거다.”
“뭘로요?”
““바로 너의 죽음!”
두 자루의 쌍도를 집어 들었다. 지금까지 비교할 수 없는 기세가 두 자루의 도에서 뿜어져 나왔다.
‘저 사람이 좀 전의 그 칠상흔과 같은 인물인가?”
저 쌍도를 손에 쥔 순간부터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한 듯했다. 존재감이 달라졌다는 것은 이런 것일 것이다.
쉬익!
칠상흔의 신형이 투기장 한가운데서 사라졌다. 너무 빨라서 그렇게 느껴졌던 것이다.
쇠사슬을 벗은 그의 공격의 위력은 그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쾅!
돌연 나타난 쌍도가 현천은린의 창날을 두들겼다. 일격일격이 내부를 진탕시킬 정도로 강맹했다. 칼이 아니라 거대한 천 짜리 철추를 휘두르고 있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