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26권 13화 – 격돌! 가장 비싼 비기 대 가장 깊은 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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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뢰도 26권 13화 – 격돌! 가장 비싼 비기 대 가장 깊은 오의

격돌! 가장 비싼 비기 대 가장 깊은 오의

– 무당 극(極)

삼 년 전.

갈효봉 습격 사건이 있었던 무당산에서의 일이 끝난 직후 현운은 잠시 짬을 얻어 사문인 무당파에 들렀다. 사부님을 만나뵙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무당산 습격 사건이 벌어졌을 때, 그는 거의 아무 일도 못했던 것이다. 검에 마음을 주입하고 뜻만으로 항아리 안의 물을 회전시키는 수업을 쌓 았는데도 별다른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재습격해 온 갈효봉을 정면으로 상대한 것은 후배인 모용휘였다. 그리고 그 천재 소년이라 불리는 모용휘조차 감당 할 수 없었던 갈효봉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린 것은 의외로 대사형 비류연이었다.

그는 잡어(雜魚)들이나 상대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다시 무당산에 올랐다. 그리고 자신이 했던 수련과 그때 있었던 습격 사건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부님에게 가르침을 청하기 위해서였다.

“강해지고 싶다라……. 이 사부는 너에게 이미 모든 것을 가르쳤다. 태극혜검의 요결까지 너에게 전했는데 더 이상 무엇이 남아 있겠느냐?”

사부인 청운자는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고 말했지만, 현운으로선 그 말만으로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하지만…….”

태극혜검은 무당파 최고 검공인 태극검의 최종 요결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태극검은 요결을 안다 해서 그것만으로 익힐 수 있는 검공이 아니라는 데 있 었다.

“제자는 아직 태극검의 오의를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 그 성취도 오성(五成)에 불과합니다.”

아직 절반 정도밖에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태극검은 형태도 초식도 없는 무형의 검. 그 나이에 그 정도까지 익힌 것도 장한 일이다.”

“하지만…….”

“초식에서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니라. 그것은 곧 자신을 얽매고 있는 관습에서 벗어난다는 일. 그것이 누구에게나 가능하다면 누구도 고생할 일은 없겠지.”

태극검은 그 심득이 너무 깊기 때문에 평생 익혀도 그 끝을 보지 못한다고 불릴 정도였다.

“제자, 아직까지 안개 속을 헤매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이 안개 속을 나아가게 해줄 길잡이였다.

“하긴 아직 너에게는 넘어야 할 벽이 있구나.”

즉, 현운에게 약점이 있다는 뜻이었다.

“벽이라 하시면…… 그것이 무엇이옵니까?”

“지금으로서는 극쾌(極)를 당해낼 수 없다.”

극쾌가 바로 벽이었던 것이다.

“오성의 태극검으로는 극쾌를 이겨낼 수 없다. 그러니 극쾌의 무공을 사용하는 자를 만나면 태극검은 사용하지 않도록 하거라.”

태극검의 근간이 되는 태극결은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누르는 힘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상극이 있듯 태극검에도 천적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극쾌였다. 부드러 움은 강함을 누를 수 있지만 빠름은 부드러움을 끊을 수 있었다.

“가위바위보랑 비슷하지.”

“가위바위보, 말씀이십니까?”

“그래. 유(柔:부드러움)란 보자기다. 보자기는 바위, 즉 강(强:강함)을 제압할 수 있다. 하지만 쾌()는 가위다. 보자기는 바위를 감쌀 수 있지만 가위에게는 잘리 고 말지.”

“그럼 극쾌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어찌해야 합니까?”

극쾌의 무공을 만나면 무조건 태극검이 무력화된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분명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수백 년 동안 무당파 최고의 검공으로 전해 져 내려올 수 있었겠는가. 현운의 예상대로 그의 사부는 해답을 가지고 있었다.

“무형의 보자기가 되면 된다.”

그러나 이해하기 쉬운 해답은 아니었다.

“무형의 보자기요?”

“그래, 제아무리 날카로운 가위라 해도 형체가 없는 보자기는 벨 수 없지 않겠느냐?”

그렇기야 하지만, 어쩐지 말장난처럼 보이기도 했다.

“무형의 보자기라니… 제자에겐 무초(無招)의 경지보다 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팟 하고 와 닿는 것이 없었다.

“그것은 즉, 태극결이 팔성의 경지에 다다라 풍우만곡의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는 뜻이다.”

“풍우만곡의 경지라니요? 그런 경지가 있다는 것은 처음 듣습니다.”

“물론이다. 그 경지는 자격이 없는 자에게는 그 이름조차 알려주지 않는 경지이다.”

현운은 지금까지 그런 경지가 있다는 것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당연하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여 가르쳐 주지 않은 것이다. 그 산에 올라갈 만한 자 격이 갖추어지지 않은 자에게 헛바람을 주입할 수는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즉, 그 말은 그곳부터가 진짜 비전 중의 비전이라는 뜻이었다. 외부에 함부로 알리지 않 는 비인부전(非人不傳)의 경지.

““따라오너라.”

현운이 청운자를 따라간 곳은 무당산의 심처에 은밀히 위치한 수련장이었다. 나무들에 가려져 일반 제자들은 접근이 금지된 곳이기도 했다. 그 연무장 한쪽에 마 치 거대한 벌집처럼 생긴 물체가 커다란 쇠 바퀴 위에 올려져 있었다. 자세히 보니 각 구멍마다 뾰족한 화살촉들이 머리를 내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건 대체…….”

““풍우살상시(風雨殺傷矢)’라 불리는 무기다. 기관의 힘으로 수십 대의 화살을 동시에 날려 보내는 장치이지.”

강호에서 쓰기보다는 군대에서 전쟁 시에나 쓰일 법한 그런 물건이었다. 대체 청정한 도가 문파 한가운데 이런 흉험한 물건이 있다니, 현운은 쉽사리 믿겨지지가 않았다.

“이런 물건이 왜 이곳에……?”

“그것을 이 사부에게 쏘아보거라.”

사부의 갑작스런 주문에 현운은 깜짝 놀랐다.

“저보고 사부 살해의 죄를 짊어지란 말씀이십니까?”

“그 정도로 이 사부가 죽을 것 같으냐? 안심하고 쏘아보거라.”

“그, 그래도…….”

사부 청운자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우유부단한 성격은 여전하구나.”

쯧쯧, 혀를 차는 청운자의 모습에 현운은 송구스러워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면목없습니다, 사부님.”

확실히 그 성격은 예전부터 지적을 받아도 잘 고쳐지지가 않았다.

“좀 더 이 사부를 믿어보거라. 자, 쏘아보거라. 보여줄 것이 있으니. 뭐 하느냐, 어서 쏘지 않고!”

그렇게까지 사부님이 말씀하시는데 그래도 역시 사부님을 못 믿겠습니다’라고 대답할 수는 없었다.

“아, 알겠습니다.”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기관 발사 장치를 당기는 그의 손에는 여전히 망설임이 남아 있었다.

철컹!

둔중한 쇳소리와 함께 ‘풍우살상시’가 작동하면서 수십 발의 화살이 청운자를 향해 쏘아졌다. 현운은 눈을 질끈 감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두 눈 똑똑히 뜨고 지켜 보라는 사부님의 엄명 때문에 그리 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날아오는 화살비 앞에서도 청운자는 태연했다.

스으으으윽!

청운자의 검이 허공에서 동심원을 그렸다.

그리고……

“이, 이럴 수가!”

현운은 자신이 본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대체 어떻게?!”

그 무수히 쏟아지는 화살비 속에서도 청운자는 멀쩡했다. 그리고 어느 화살 하나 청운자의 몸에 닿은 것은 없었다. 그렇다고 부러지거나 잘려져 나간 것도 없었다. 그 화살들은 청운자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있었다.

“보았느냐?”

“네, 보았습니다.” “얼마나 알겠더냐?”

“반 정도…….”

현운이 말끝을 흐리며 대답했다. 어쩌면 그 이하일지도 몰랐다.

“잡았느냐?”

느닷없이 묻는 질문, 상당히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이다. 그러나 현운은 대답했다.

“실마리는 잡았습니다.”

“그럼 됐다.”

청운자는 그 정도에도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었다.

“네가 본 바로 방금 전 그것이 바로 태극검 팔성의 경지인 풍우만곡의 경지이다.”

그리고는 덧붙였다.

“풍우만곡이란, 바로 검으로 바람을 휘게 하고, 바람이 화살을 휘게 하는 경지이다. 마치 손발이 늘어난 것처럼 주변의 공기를 뒤흔들어 주변의 것을 움직일 수 있 게 하는 경지이다. 도성님의 표류무상기가 그 궁극의 형태라 할 수 있지. 나 역시 아직 그 경지에 이르려면 부족하다. 이 사부는 아직까지 검 주위의 바람만 움직일 수 있지만, 도성 그분은 수 장 밖의 바람도 손가락 하나로 움직이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지에 다다르려면 어찌해야 합니까?”

“회전의 힘이다. 회전의 힘을 깨달아라.”

“회전의 힘 말입니까?”

현운은 눈이 동그래졌다. 뭔가 땅을 파야 할 것 같은 충동이 드는 힘이었다.

“그렇다. 이번 합숙 훈련은 너에게 크나큰 힘이 될 것이다. 잊지 말거라. 검이 바람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너의 뜻이, 의지가 바람과 비를 움직이는 것이라는 것을. 기억하거라, 네가 받았다던 ‘항아리 훈련’을! 그 항아리가 바로 풍우만곡의 경지로 들어가는 입구다.”

정말 그런가, 현운은 믿을 수가 없었다. 항아리 훈련이라 함은 무당산 합숙훈련 때 비류연이 주작단에게 강제로 시킨 훈련으로, 기와 의지의 힘으로 무당산 합숙훈 련 때 손을 대지 않고 항아리 속에 가득 차 있는 물을 회전시키는 수련이었다. 그 수련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는 회전하는 물의 힘으로 항아리를 깰 수 있는 사람들 뿐이었다. 그 무의미하고 쓸데없는 수련을 한답시고 얼마나 많은 친구들이 차례차례 빈사 상태로 쓰러져 갔던가. 수련을 끝마쳐도 강해졌다는 기분은 별로 들지 않 던, 아직도 그냥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치가 떨리는 그런 수련이었다.

“그 무의미해 보이던 훈련이 풍우만곡의 경지로 가는 입구라고?”

그가 보지 못했던 것을 아무래도 사부님은 보고 계신 모양이었다. 하지만 사부님의 눈이 삐었다고 말할 만큼 현운은 막돼먹지 않았다.

“더욱 수련에 정진하도록 하여라. 그리하면 태극검의 끝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오직 조사이신 장삼봉 조사께서만이 이루셨다는 그 경지, 누구나 꿈에 그리는 그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말인즉슨 풍우만곡의 경지 위에 더 높은 경지가 있다는 뜻이었다.

“그 꿈의 경지란 대체 어떤 경지입니까?”

풍우만곡의 경지를 알려주고 보여주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런 경지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자체가 도전자로서의 자격을 얻었다고 할 수 있었다. 즉, 사부님 에게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나 현운은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풍우만곡의 최고 경지가 표류무상기라 하셨습니다. 그것보다 더 높은 경지란 말씀이십니까?”

청운자는 망설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풍우만곡의 팔성의 경지이니 그보다 높은 십성과 십이성의 경지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 그것은 정말로 검선의 경지라 불릴 만한 경지이다. 우리 무당파에서도 전설로 전해져 올 뿐인 경지이다.”

즉, 그의 사부의 청운자 역시 도달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무당제일고수라 불리는 ‘그분’ 역시도 도달하지 못한 경지라는 이야기였다.

“그 경지가 대체 무엇입니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현운이 물었다.

“공(空).간(間).만(灣).곡(曲).”

청운자는 한 자 한 자 깊이 새겨들으라는 듯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운의 귀에는 그 소리가 마치 사자후(獅子吼)처럼 들렸다.

“전설에는 그렇게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어떤 경지인지는 나조차도 알 수 없구나.”

그리고 사부님이 그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을 그는 지금도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있었다.

“깊어져라!”

***

“풍우만곡(風雨彎曲)이라…….’

시험해 볼 수밖에. 연습도 없이 곧바로 실전이란 점이 아쉽긴 했지만, 지금은 할 수밖에 없었다. 현운은 검극을 앞으로 내밀며 검끝에 의식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돌아라[回]!!’

태극혜검의 힘의 원천은 회전의 힘.

의식을 집중하고 집중하고 또 집중한다.

그때의 무당산에서 대사형이 시켰던 항아리의 물을 돌리는 수련을 생각한다. 항아리 속의 물이 소용돌이치자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종국에 가서는 항아리가 깨졌 던 일을. 거기까지 성공시킨 사람은 남자 중에선 남궁상과 현운뿐이었다. 그 이후 물론 탈진하고 말았지만. 그때 탈진해 쓰러진 그들을 향해 대사형이 뭐라고 했더 라?

“좋아, 방금 그 감각을 기억해 둬라. 그게 기본이니까. 그리고 이 말도 기억해 둬라. 바람이 가볍겠냐 물이 가볍겠냐?”

마지막 말은 정말이지 뜬금없는 말이었다. 왜 그때 그런 말을 했을까,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알 것 같았다.

바람이 가볍냐 물이 가볍냐.

당연히 바람이 가볍다. 그렇다면 무거운 걸 움직이는 게 쉬울까 가벼운 걸 움직이는 게 쉬울까? 그 답도 이미 정해져 있었다.

“나도 어리석었구나. 그때 이미 다 배웠었는데…….

풍우만곡의 모든 것이 다 갖추어져 있었는데, 그는 자기 자신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이미 풍우만곡의 실마리는 손에 쥐어져 있었 던 것을, 다른 곳에서 찾는답시고 먼 길을 돌아왔던 것이다.

‘회전의 요체의 중심 축을 고정하는 것이야말로 회전의 기본.’

항아리 수련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도 이 축을 염상(念想:이미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손에는 회전축에 가장 어울리는 물건이 들려 있었다.

현운은 자신이 내뻗은 검을 축으로 세상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의 검을 중심으로 바람이 천천히 돌기 시작했다, 천천히.

‘돌았다!’

현운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물처럼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바람이 되는 게 보였다. 이제 남은 그 회전을 더욱 키워 자신의 영역을 늘려 나가는 것이다.

‘. . . . . . ! ‘

그 삼엄한 기세를 남해왕도 느꼈는지 표정에서 여유가 사라져 간다. 현운에게서 점점 더 빈틈이 사라져 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오시오. 난 언제든 준비가 되어 있소.”

현운이 전혼을 향해 차분한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호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상당히 자신만만하군?”

“오늘 당신에게 무당 태극검의 진수를 보여주겠소. 지금부터 보여줄 이것이 지금 내가 가진 전부요.”

현운의 검극이 살짝 앞으로 숙여진다. 언제든지 오라는 듯한 도발 자세였다.

“그게 자네의 전재산이라면 나도 그에 상응하는 기술을 보여주어야겠지. 장담하건대 이번 기술은 내가 가진 어떤 기술보다 더 값비싼 기술이라네.”

“가장 값비싼 기술?”

그렇다는 것은..

“좀 전에 말했지만 난 사람의 목숨을 끊은 돈은 회수하지 않지. 저승길의 노잣돈으로 쓰라고 보내준다네. 때문에 나는 일전일전에 나의 생명과 혼을 불어넣지. 비 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하지만 이번 일격만큼은 특별히 막대한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네. 그래도 자네의 목숨을 살 수 없는지 꼭 시험해 봐야겠네. 맞아. 이 기술 이야말로 내가 가진 최강의 기술이라 할 수 있지.”

“대체 어떤 기술인지 궁금하구려. 나 또한 그에 어울리는 기술을 준비하도록 하겠소.”

먼저 움직인 것은 전혼 쪽이었다.

탈명매혼전命買魂錢) 최종 비기(秘技)

탈혼비천락(魂飛天落)

파산선고(宣告)

피융피융피융! 피융! 피융! 피융! 피융!

은전 주머니 가득 들어 있던 모든 은전이 폭우처럼 현운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게다가 모두 똑바로 날아가는 것도 아니었다. 어느 것은 똑바로 날아가고, 어느 것 은 날아가다 뚝 떨어지고, 어느 것은 곡선을 그리며 휘어져 들어왔다. 그러나 그 모든 도착 지점은 현운이었다. 사방에서 강기가 실린 돈이 쏟아지니 어디로도 도망 갈 길이 없었다.

막대한 적자를 각오하고 날려 보낸 필살의 기술이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폭우처럼 쏟아지는 강기전에 꿰뚫려 고슴도치가 될 게 명약관화했다.

“지금이다!”

현운의 검이 그의 앞에 존재하는 공기층을 휘저었다. 마치 국자로 솥 안을 젓듯 그의 검이 공기층을 휘젓자 바람이 휘어지며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지금 현운의 검기는 자연에 간섭하고 있었다. 자연에 거역하지 않고 순응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연을 움직인다.

사량발천근!

적은 힘으로 큰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무당 태극검의 진정한 힘이었다.

무당(武) 태극혜검(太極慧劍)

팔성의極意)

풍우만곡(風雨彎曲)

즈즈즈즈즈즈즈즈즈!

그러자 놀랍게도 현운을 향해 날아오던 수십 줄기 빛화살이 휘어지며 궤도가 비틀렸다.

퍽퍽퍽퍽퍽퍽퍽!

수십 줄기의 빛줄기가 등 뒤에 세워져 있던 벽을 꿰뚫고 들어가 박혔다. 그러나 현운의 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다.

“이럴 수가! 궤도가 휘어졌다고?!”

남해왕은 자신의 눈앞에서 버젓이 일어난 일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직도 바람은 현운과 전혼 사이에서 세차게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현운의 검이 여러 개의 동심원을 그리며 회오리치는 바람을 검신에 감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나선의 궤적을 그리며 전혼을 향해 쏘아 보냈다.

풍인참風!

파바바바바바박!

매섭게 소용돌이치는 바람의 칼날이 단단한 청석 바닥을 무서운 기세로 파헤치며 전혼을 향해 날아갔다. 풍우만곡의 힘을 방어에서 그대로 공격으로 전환한 것이 다.

“질까 보냐!”

좀 전의 기술로 은전 주머니가 몽땅 비었지만, 아직 동전 주머니는 남아 있었다. 전혼은 급히 동전들을 꺼내 날아오는 풍인(風刃)에 대항하려 했다.

콰과과과과과곽!

그러나 전혼의 손에 들렸던 동전은 날아온 풍인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사방으로 흩어졌다. 또한 전혼의 팔 역시 무사하지 못했다. 그의 소매와 옷이 너덜너덜 여기 저기 찢겨 나갔다. 덩달아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고통을 참지 못한 전혼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전혼을 난도질한 바람의 칼날은 그 여세를 늦추지 않고 전혼의 뒤에 있는 값비싼 자단목 책상까지 산산조각 내버렸다. 가짜 남해왕 뚱보가 그렇게 필사적으로 지키려 했던 자단목 책상은 방금 한 무더기의 장작더미로 변해 버린 것이다. 풍인참에 직격당한 전혼은 충격 때문 에 손가락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엉망진창이 된 전혼의 목덜미에 어느새 현운의 검이 닿아 있었다. 넋이 빠져 있는 전혼을 향해 현운이 선언했다.

“결국 당신은 나의 목숨을 살 수 없었소. 이 싸움은 나의 승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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