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26권 17화 – 락비오의 수련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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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뢰도 26권 17화 – 락비오의 수련 과정

락비오의 수련 과정

-금강반탄강기의 수련

힘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무언가를 강제하는 힘이다. 때문에 세계는 힘있는 자의 논리에 의해 돌아간다. 아무리 이치에 맞는 주장이라 해도 힘이 없으면 그저 허망한 메아리에 불과 했다. 설혹 그것이 법과 규칙이라 해도 말이다.

때문에 락비오는 힘을 추구했다. 세상이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하기 위해서는 그 귀를 자신에게로 가져올 힘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강한 무공을 찾 았다.

강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에게 있어 강하다는 것은 쓰러지지 않는 것이었다.

어떠한 힘에도 쓰러지지 않는 힘, 최후의 순간에 모든 것이 쓰러졌을 때 강철의 탑처럼 홀로 서 있을 수 있는 힘이야말로 그가 추구하는 힘이었다. 멸문지화를 당 한 그를 거둔 스승은 그에게 그것을 가르쳐 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무공은 수련 과정이 너무나 힘들어 대부분이 중도에 포기하고 마는 그런 무공이었다. 뼈와 살을 강철처럼 단단하게 만들어 도검불침의 몸으로 만드는 그 과정은 너무나 험난했기에 그것을 채 익히지 못하고 죽는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단련법은 있지만 그것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그의 스승 역시 그때까지 후계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였다. 한 사람은 가르칠 제자가 필요했고, 한 사람은 자신을 강철로 단련시켜 줄 스승이 필요했다. 그리하여 하나의 사제관계가 맺어졌다. 그리고 미친 듯한 수행과 단련의 나날들이 이어졌다. 그것은 지옥이라 부를 만한 것이었지만, 그렇기에 그 지옥은 그의 힘을 뒷받침하는 세계가 되어주었다.

지옥을 헤쳐 나왔다는 사실이 그의 정신에 힘을 불어넣어 주고 있었다. 물론 지옥을 겪고 나온 그의 몸은 어떤 외부의 충격에도 부서지지 않고 쓰러지지 않는 단단 한 강철의 탑이 되어 있었다.

그가 익힌 무공의 이름은 ‘금강반탄신공’이라고 했다.

이 무공을 완성한 날 그의 사부는 그에게 무언가를 자신의 손으로 완성한 장인만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자부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너는 지옥의 불길로 완성된 강철이다. 이제 어떤 힘도 너를 쓰러뜨릴 수 없을 것이다.”

금강반탄신공은 사람들한테는 일종의 호신강기라고 생각되어지고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이 능력의 진가를 아는 자는 없었다. 그리고 그는 이 신공을 이용해 전임 십번대 대장을 쓰러뜨리고 대장 직에 올랐다. 그의 힘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 대장 역시 그가 가진 힘의 진수를 간파하지는 못했다. 물론 그러니 패배했 겠지만 말이다.

‘금강반탄신공’과 ‘강순천갑’

이 둘만 있으면 그는 어느 상대도 두렵지 않았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무공이 가진 비밀을 간파한 사람은 아직까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때문에 모두들 그 앞에 패배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껏 한 내기는 언제나 일방적인 그의 승리로 끝났다.

그의 방어는 무적이었다.

그 누구도 그의 방어를 뚫는 자는 없었다.

그는 자신의 힘을 믿고 있었다.

“나 자신은 힘을 지닌 존재이다.”

그것이 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주춧돌이었다. 그리고 그 주춧돌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무너진 적이 없었다.

“나의 몸은 금강(金剛)이다! 나의 신공이 깨지는 일은 절대로 없다!”

락비오는 이렇게 당당하게 외칠 자격이 있었다. 그만큼 그는 이 신공을 연마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던 것이다.

“글쎄요, 이 세상에 절대란 건 절대로 없어서요.”

그 정도 말에 기죽을 비류연은 절대 아니었다.

“뇌섬일시!”

좀 전에 무적의 강순천갑을 꿰뚫었던 일격이 비류연의 주먹에서 다시 한 번 뻗어 나왔다. 뇌광 같은 섬광이 락비오의 몸을 꿰뚫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상한 현상 이 일어났다.

두―웅!

비류연의 주먹이 접촉하고 있는 부위를 중심으로 북 치는 소리와 함께 파문 같은 것이 락비오의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마치 호수에 돌멩이 하나를 던졌을 때와 같 은 그런 동심원의 파문이었다. 락비오의 입가에 의기양양한 미소가 맺혔다.

“아무리 날카로운 바늘이라도 금강은 뚫을 수 없지.”

전신을 향해 퍼져 나가던 파문이 방향을 틀어 그의 오른쪽 주먹에 집중되었다. 그 순간 그 주먹이 빛나는 것처럼 보이더니,

금강반탄신공(金剛反彈神功)

비전기(秘傳)

반탄강

슈확!

한줄기 섬광이 비류연을 향해 뻗어 나왔다. 비류연은 급히 고개를 돌려 직격을 피해냈다. 그러나 어깻죽지 위가 쓸려 나가는 것을 피할 수는 없었다. 락비오의 손 에서 발사된 반탄강은 비류연을 지나 오 장 뒤의 벽에 거대한 균열을 만들어냈다. 조금만 늦었으면 어깨뼈가 박살났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자, 어떠냐? 이제 항복해야 할 쪽이 누구인지 확실히 알았겠지?”

비류연은 그 말에는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은 채 다른 것에 몰두해 있었다. 그저 단단해서 바늘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가 더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했다.

“흐음, 타격력을 흡수한 다음 그것을 힘으로 바꿔 쏘아 보낸 건가?”

방금 전 락비오가 보여준 기술을 분석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기존에 근육과 피부를 강철처럼 단련하는 호체기공과는 확실히 다른 방식의 기공이었다. 게다가 받 은 충격을 공격에 이용하는 방식은 상당히 독특하고 놀라웠다.

“이봐, 내 말 듣고 있는 거냐?”

물론 비류연은 듣고 있지 않았다.

“좀, 조용히 해요. 생각하는 데 방해되잖아요. 덩치가 곰이라고 눈치도 곰이라니, 쯧쯧쯧.”

비류연이 딱하다는 듯 혀를 찼다. 덩치 커지는 데 밥 한 숟갈 보태준 것도 없으면서 감히 저런 소리를 지껄이다니, 락비오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물론 비류연은 말은 그렇게 하지만 경계를 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행히 락비오는 되받아치기에 집중하기 위해서인지 먼저 공격해 들어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서 있는 표적이라… 확실히 비류연의 구미를 자극하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겉보기에는 맛있어 보이는 먹이지만 함부로 물었다가는 큰코다치는 수가 있었다. “하지만 완전하지는 않아.”

저 금강반탄신공도 다른 여타의 호신기공과 같은 약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타격에는 강하지만 참격(斬擊)에는 약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상당한 수준 의 제련을 거쳤을 테니 평범한 칼질 따위는 콧방귀 정도로 막아낼 것이다. 하지만 비류연은 아직 검강이 실린 참격을 막아내는 호체기공이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 했다.

‘확, 써버려? 비뢰도??’

저 보기 괴로운 불끈불끈 근육의 갑옷을 꿰뚫을 만한 필살의 기술 몇 가지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안 돼, 죽이면 안 되잖아…… 죽이면…….”

필살의 기술이라고 괜히 불리는 게 아니다. 그런 기술들은 위력이 강한 만큼 적을 반드시 섬멸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랬다가는 일을 수습할 때 겉잡 을 수가 없게 되어버린다.

대장을 잃어버린 부하들의 반응은 두 가지다. 뿔뿔이 흩어지거나 아니면 눈이 뒤집힌 채 일제히 달려들거나. 저 많은 근육덩어리들이 한꺼번에 덤벼들면 상당히 곤란했다. 결국 피가 피를 부르는 형국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곤란했다. 바로 앞의 싸움은 승리할지 몰라도 더 큰 싸움에서 패배하게 되는 것이다. 나예린을 구출하 지 못하면 이런 거대 근육 덩치에게 이겨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사지를 꿰뚫어 버리는 방법도 되도록이면 피하는 게 좋았다. 가장 깔끔하고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했다. 참격이 아니라 가장 자신있어하는 타격으로 저 덩치를 쓰러뜨릴 필요가 있었다. 지금 비류연에게 필요한 건 압도적인 승리였다.

“어떻게 한다…… 육체의 갑옷, 육체의 갑옷…..”

락비오와 대치한 채 비류연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걸 써볼까?”

번뜩 하고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생각 하나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의 틈’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왜 그렇게 판관을 싫어하는 거죠?”

비류연이 살짝 물었다.

“법의 정의는 힘의 정의를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법은 힘 앞에서 무력해!”

락비오의 대답은 무척이나 단호했다. 그리고 그 단호함은 과거의 경험이 뒷받침되는 그런 확고함이었다. 뭔가가 있었던 게 분명했다.

“호오, 아버지가 판관이었다면서요? 판관의 아들이니 누구보다 법과 규칙을 잘 준수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맛보기로 한번 찔러본다.

“닥쳐라!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락비오가 불같이 화를 터뜨렸다. 그것은 즉, 정곡이었던 것이다.

“어머, 민감하시긴. 왜, 찔리는 데라도 있어요? 하긴 판관의 아들이 이런 곳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걸 부모님이 아시면 무척 슬퍼하시지 않겠어요?”

사실 아버지가 판관이었다는 것은, 정사로 나누었을 때 한없이 정도 쪽에 가까웠다. 그런데 왜 그 자식은 지금 흑도의 최고 교육 기관에서 대장 직을 맡고 있는 것 일까?

분명 사연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

“닥쳐라! 내 양친은 모두 죽었다. 어리석게도 법을 신봉하다 힘의 정의에 의해!”

격앙된 목소리로 락비오가 소리쳤다. 그 사연이 그의 정신적인 상처와 매우 연관이 높을 게 분명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까지 지나치게 높을 줄은 몰랐던 비

류연은 약간 미안한 마음으로,

‘좋았어, 흔들렸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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