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28권 12화 – 풍어(豊)들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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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뢰도 28권 12화 – 풍어(豊)들의 역습

풍어(豊)들의 역습

-장작 말리기

“이거 참, 화끈한 아가씨들이로구만.”

“자신들만으로 이 어르신들을 상대하겠다니.”

“어르신들의 손길이 그리웠던 게냐? 크흐흐흐흐흐!”

채홍칠마가 노골적으로 쾌재를 불렀다.

단숨에 열한 명에 달하는 미녀들을 취할 수 있다니, 횡재도 이런 횡재가 따로 없었다. 그동안은 낚싯대를 가지고 한 마리씩 낚다가 이번에는 한 번에 그물을 던져 싹쓸이하는 기분이었다. 월척, 아니, 풍어다! 그것도 대풍(大風)!

‘만선(滿船)이다! 에헤라디야!’

‘이걸로 일주일 밤낮은 여인들의 살 속에 묻혀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이 아니 좋을쏘냐.”

그러나 그렇게 외치는 그들은, 자신이 낚으려 했던 물고기가 잉어가 아니라 상어일 경우는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던 모양이다.

“맞는 말씀입니다. 다만 이런 잡다한 일에 직접 심로(心勞)를 들이실 필요는 없는 듯하니, 손을 고르는 일은 첫째에게 맡기심이 어떨는지요.”

물빛 머리를 한 여인의 차분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말하자 옆에서 붉은 머리칼의 여인이 거들었다.

“그도 그렇습니다. 침울해진 아이들도 다듬을 겸, 적절하군요.”

두 사람의 말에 현의부인은 마지못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효인!”

군사를 부리는 듯 위엄찬 한마디에 뒤에 서 있던 여덟 여인 중 첫째가 앞으로 나섰다.

칠흑처럼 검고 긴 머리를 하얀 호피(虎皮)로 질끈 동여매고, 양쪽 팔에는 마찬가지로 백호피로 된 토시를 두른 여인이었다. 단호하면서도 시원시원해 보이는 그녀 는 등에 두 자루의 도를 메고 있었는데,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도 전신에서 날카로운 도를 연상시키는 예기(氣)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특히 그녀의 짙고 검은 눈 동자에서는 대호(大虎)의 기백이 갈무리되어 있어서, 보통 사람은 그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릴 것 같았다. 그것은 그녀가 무형의 도기를 눈빛에 갈무리 할 수 있는 ‘검심안(劍心眼)’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했지만, 직접 눈을 들여다보기 전에는 잘 알아챌 수 없는 특징이기도 했다.

“네! 첫째 효인(寅)이 대부인의 명을 받듭니다.”

그녀가 공수하며 말했다. 즉, 이제부터는 모녀지간이 아니라 공식적인 신마가의 일원으로서 명을 받들겠다는 뜻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현의부인이 짧게 덧붙였다. “길이 바쁘니, 일다경(-茶頃)이다.”

빨리 가야 하니까 차 한 잔 마실 시간에 모두 처리하라는 뜻이었다. 효인이라 한 여인은 이에 지체없이 답했다.

“예, 그럼 동시에 셋을 쓰겠습니다! 여섯째 효민, 일곱째 효효!”

“네, 대매!”

옥소를 든 여인과 은빛의 금(琴)을 든 여인이 기다렸다는 듯 앞으로 나섰다.

효민이라 불린 여인은 흑단 같은 머리칼을 은비녀로 한 번 살짝 틀어 올린 후 길게 늘어뜨렸는데, 풍성한 머리칼이 허벅지까지 올 정도로 길었다. 늘어뜨린 머리칼 은 무릎까지 내려오는 백비단으로 단정히 묶고 있어서, 흑백의 조화가 매우 선명한 여인이었다. 오른손에 옥소를 든 그녀는 한눈에 보기에도 과묵하고 조신한 모습 으로 걸어나왔는데, 발걸음 하나하나에도 교양과 우아함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반면 효효라 불린 장신의 여인은 기다란 은금을 등에 짊어지고도 가뿐하게 성큼성큼 걸어나오더니, 나오자마자 심각한 얼굴로 손목을 풀며 낭랑하게 물었다. “대매, 창(槍)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 상황엔 보기도 싫은 놈들이고, 길도 바쁜데..

평소에는 창을 쓰는 모양이었다.

뒤쪽에 조용히 서 있을 때는 분명 그 큰 키에도 불구하고 별달리 눈에 띄지 않았건만, 한 번 몸을 움직이고 입을 열기 시작하니 묘하게 사람들의 눈을 잡아끄는 여 인이었다. 그것이 그 고아한 은금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호기로움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여인들에 비해 평범한 외모임에도 불구하고 반짝거리는 생기 때문인지 는 알 수가 없었다.

“됐다. 도착하기도 전에 치마 옆을 뜯고 날뛸 셈이냐?”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끊은 대매 효인은 마지막으로 한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막내…… 효묘야.”

“네, 네, 네!”

기다렸다는 듯 손을 번쩍 들며 여인들의 맨 뒤에서 누군가가 앞으로 나왔다.

열네다섯 살이나 되었을까. 여덟 명 중 가장 키가 작고 귀여워 보이는 인상에, 양 갈래로 땋은 머리를 돌돌돌 말아서 밑으로 길게 늘어뜨린 소녀의 모습이었다. 걸 음걸이가 마치 한 마리 검은 고양이를 연상케 하는 그녀는 어울리지 않게 어쩐지 울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앞으로 나선 숫자는 그렇게 겨우 세 명이었다. 약간 떨어진 곳에서 그것을 지켜본 남궁상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이상하군요, 대사형.”

남궁상이 작은 목소리로 의문을 표했다.

“뭐가?”

아까부터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주시하며 입을 다물고 있던 비류연이 짧게 반문했다.

“그렇지 않습니까, 나타난 흉적들은 모두 여덟인데 겨우 셋밖에 내보지 않았단 말입니다.”

“너 바보냐?”

“저, 바보 아닌데요?”

“근데 왜 당연한 걸 물어? 그만큼 자신있다는 얘기지.”

“자신이요?”

“그래. 저런 놈 여덟쯤은 자신들 셋으로 충분하다는 자신감이지.”

대체 얼마나 자신감이 강하기에…….

남궁상은 앞으로 나선 여인들을 새삼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하나같이 젊고 어리지 않은 여인들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알 수 없는 경륜이 느껴졌다. 심지어 막 내라는 소녀조차도, 무림에 첫 출두한 애송이 여협 같은 분위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더는 필요없겠지? 딱 일다경이다.”

“네, 대매.”

그 말을 끝으로 대매라 불린 여인은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남아 있는 자매들 앞에서 팔짱을 낀 채 당당히 섰다. 이 싸움에 자신은 나서지 않겠다는 명명백백한 선 언이었다.

“적마 형님, 이런 씹어 먹을 계집들을 다 봤답니까?!”

“이 어르신들을 아주 우습게 여기는가 보구나.”

채홍칠마들은 여인들의 시건방진 행각에 기가 막힌 모양이었다.

“건방진 년들, 기대하고 있거라! 금방 열락으로 보내줄 테니!”

잔인한 음소를 흘리곤 차마 입에 담기도 추저분한 욕을 아무렇지도 않게 날리며 채홍칠색마가 여인들을 향해 덮쳐들었다.

이때만 해도 이들 채홍칠마는 자신만만했다. 여차할 경우에는 색마계의 지존이라 할 수 있는 형님이 그들의 뒤에 버티고 있었다. 그러니 두려울 것이 어디 있겠는 가.

때문에 그들은 이 검은 흉복을 입은 여인들이 금방 자신들 앞에 알몸뚱이가 되어 나뒹굴게 될 것이라는 것에 대해,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전신의 음기(陰氣)한 조각 남기지 않은 채 자신들의 영양분이 될 것이라는 것에 대해 한 점의 의혹도 없었다.

채홍이라는 것은 무지개를 채집하다는 뜻이다. 여기서 무지개를 물론 여인을 뜻한다. 그들에게 여인은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채집의 대상이었다. 아이들이 나비와 같은 곤충을 채집하듯, 그들은 나비 대신 살아 있는 여인을 채집할 뿐이었다.

이 당당한 채집가들은 자신들의 별호에 알맞게 각자 빨주노초파남보로 나뉘어 총 일곱 가지 색깔의 의복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서열도 이 색깔 순으로 정해져 있 었다. 첫째 색마가 적(赤)색마, 맨 끝이 자(紫)색마라는 식이었다.

그들이 오랫동안 잡히지 않고 활동을 계속하며 여인들에게 지속적인 재앙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의형인 초운으로부터 흡정유음마공과 색색칠변신공을 전수받아 단련했기 때문이었다.

그 무공 역시 변태스럽긴 해도 예측을 불허하는 변화무쌍함이 있었다, 전도유망한 형산십이검을 전멸시킬 만큼. 그들은 색마에 변태였지만, 애석하게도 강한 변태 였다.

그러니 그들이 어찌 자신들의 승리를 장담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사태는 그들의 생각대로 쉽게 흘러가 주지 않았다.

챙챙챙! 창창창!

어어어? 헉!큭! 헉!

의외라 생각해도 좋을 정도로 세 명의 여인은 실로 강했다.

당연히 자신들의 낙승(樂勝)을 예상하고 있던 채홍칠마는 의외의 강한 반격에 ‘어어어?” 하게 되다가, 곧 ‘으으으?’로 변하더니, 마침내는 ‘헉! 큭! 헉!’ 소리가 절 로 나오게 되었다.

여인들이 숫자상으로 열세에 있지 않았다면, 시작하자마자 승부가 갈렸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머지 여인들의 얼굴에는 어떤 초조감도 떠올라 있지 않았다. 압도적 인 강함이었다. 상황을 지켜보던 백삼 미남자 색정광풍 초운이 인상을 찌푸리며 개입하지 않았다면 반 다경도 안 되어 칠마들의 목이 떨어졌을 것이다.

이십대의 젊은 외모와는 달리 색정광풍 초운의 공력은 놀라웠다. 그의 쌍장이 휘둘러질 때마다 하얀 안개 같은 기운이 세 여인을 향해 쏘아져 나갔고, 그가 펼치는 한빙장의 위력은 채홍칠마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두려움을 모르는 이 여인들도 그 하얀 안개만은 직접적으로 건드리지 않았다. 옷자락이 스치는 것만으로도 모골 이 송연한 음기가 습격해 왔던 것이다. 장법의 성질도 괴이하고 음산하여 직접적으로 상대하는 것은 좋지 못할 것 같았다.

빙검은 초운이 내뿜는 장법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좀 전에 느꼈던 불쾌감이 서른 배는 증가했기 때문이다.

“저건…….”

저 나이에 도저히 익힐 수 없는 공력. 그리고 음산한 미간에 솟아오른 푸른 기운. 그것은 그가 극음의 내공을 익혔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사라진 여인들, 목내이가 되어 발견된 시체들.

빙검의 머릿속에 과거 오십여 년 전 악명을 떨쳤던 한 ‘금단의 마공’이 떠올랐다.

“저놈, 강호의 금기시된 마공을 익혔구나.”

모용휘가 깜짝 놀라 반문했다.

“그게 정말입니까, 노사님?”

“틀림없다. 저자는 ‘흡정유음마공을 익힌 게 틀림없다!”

그러자 구출대의 얼굴에 경악이 떠올랐다. 그들 역시 강호의 역사 시간에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마공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익히면 손에서 하얀 서리를 내뿜을 수 있고, 극성에 오르면 창백한 푸른색 서리, 창음상(蒼陰霜)을 내뿜을 수 있다고 한다. 스치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심맥과 피를 얼어붙게 하는 무서운 마공이었다.

“과거 구마(魔) 중 하나인 색정광마가 익혔다던 바로 그……..

말을 하는 모용휘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흡정유음마공, 별칭 백혈마공.

이 마공은 위력도 위력이지만, 진정 잔인하고 무서운 점은 그 연성 방법에 있었다. 무수한 처녀들의 음기를 흡수하여 자신의 공력을 증가시키는 무서운 무공이었 던 것이다. 무공을 펼칠 때는 여타의 한빙장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이지만, 그 연성 방법을 알게 되면 그 잔인함에 치를 떨지 않을 수 없다. 그 때문에 색정광마는 무림공적으로 지정되어 추격 척살된 것이다.

그 마공이 이런 이름없는 고개에서 나타나다니…….

흡정유음마공을 익힌 자라면 형산십이검이 당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겉은 젊어 보이지만 저 정도로 위협적인 공력을 가진 것도 이해가 갔다. 이 마공이라면, 인성 을 버리고 잔인해진 자들이 속성으로 금방 강해질 수 있었다. 저자도 처녀 백여 명의 정혈을 제물로 바치고 저렇듯 강해진 듯했다.

그런데 빙검에게는 한 가지 더 마음에 걸리는 것이 남아 있었다.

“뭔가가 계속 걸리는데 그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군.’

한 가지 알 수 없는 의혹이 개운치 못하게 계속 뇌리에 맴돌고 있었다.

“아직 저놈, 본실력을 모두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변하는 것은 없을 테지만..

‘설마 이년들이 이렇게 강할 줄이야!’

백삼의 미남자 색정광풍 초운은 속으로 침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서 수를 쓰지 않으면 순식간에…

커다란 은금을 방패처럼 쓰는 계집 하나가 다른 계집들을 감싸는 가운데, 이따금 쐐애액 허공을 가르며 옥소가 휘둘러진다. 그 사이사이에는 요상하게 연검을 휘 두르는 꼬마가 단검까지 날리고 있어서 다들 급소를 지키느라 급급했다.

이대로는 다른 일곱 명이 위험했다. 오랫동안 공들여 키운 녀석들이었다. 갈증에 시달리는 자신에게 언제나 싱싱한 처녀들을 공급해 주는 귀중한 일꾼들을 여기서 잃을 수는 없었다.

그때 그의 눈에 저 뒤쪽에 서 있는 세 부인의 모습이 들어왔다.

검은 흉복을 입은 팔선자 중 다섯은 채홍칠마의 퇴로를 차단하기 위해 사방으로 이동해 있었기 때문에, 현의부인을 비롯한 세 귀부인만 동떨어진 채 남아 있었다. ‘분명 어머니라 했겠다?”

저렇게 젊은 부인들이 다 큰 처자들을 낳았을 리가 없으니 계모임이 틀림없었다. 어느 부잣집인진 몰라도, 꽤나 행세하는 무림세가 가주가 애첩들을 들인 것이리라.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셋이나! 아주 복이 터졌구만!’

권세있는 무림세가의 가주가 후처를 들이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후처를 들일 때의 가장 큰 기준은…… 용모! 세가의 딸자식들이야 어릴 때부터 단련을 받았겠지만, 새로 들인 애첩들이라면 당연히 얼굴만 보고 데려왔을 것이 아닌가? 검이나 도를 숨긴 흔적도 없고, 딸들이 여덟 명이나 이들을 감싸며 보호하 는 것을 보니 틀림없는 일이었다.

‘흐흐흐, 저거라면!’

사람의 발목을 잡는 데 인질만큼 좋은 게 어디 있겠는가. 그 인질이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소중하면 소중할수록 더욱더 효과적인 법이었다.

“저 세 년을 잡아! 그럼 다른 년들은 그냥 다 넘어오게 돼 있어!”

색정광풍 초운이 세 명의 부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계모들이 인질로 잡혀도 이렇게 기세 좋게 있을지 한번 보자!”

그 뻔뻔한 외침에 첫째 딸이 분개하며 외쳤다.

“멈춰라! 무도한 것들!”

그러나 첫째 딸의 외침을 귓가로 흘려들으며 색마들이 한꺼번에 세 부인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색색칠변겁탈진을 펼쳐라!”

색정광풍의 지시에 따라 일곱 명은 세 부인을 사방에서 에워싸듯 포위해 버렸다. 그들은 악인에 색마에 변태였기에, 어떤 도덕적 망설임도 주저함도 없었다.

이 진법은 그들이 강호 여고수를 안정적으로 납치해서 겁탈하기 위해 만든 초 비겁한 합격진이었다. 이 진법에 갇힌 여인은 일곱 명이 동시에 내뿜는 ‘음심파(陰 心)’와 ‘칠덕신력(七德神力)’이 뒤섞인 ‘칠덕신풍’에 순식간에 옷이 찢겨 나가고, 사방에서 쏟아지는 손가락에 점혈되어 손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한 채 먹이가 되 고 만다. 그 뒤에 그 여인에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지옥뿐이었다.

모든 계획은 완벽했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치명적인 한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자신이 상대하는 여성들의 얼굴에 배어 있는 어둡고 무거운 표정, 그것이 단순히 공포감 때문이라고 단정짓고 만 것이었다.

몸이 움찔했다. 몸이 움찔한 쪽은 부인들 쪽이 아니라, 합격진을 펼치고 있는 채홍칠마 쪽이었다. 세 여인을 에워싼 그들은 어디선가 뿜어져 나온 농후한 살기에 순간 몸을 움찔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살기의 출처가 이 세 여인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뒤에서 쫓아오는 딸들이, 포위된 계모들 때문에 끼어들지 못한 채 살기만을 뿜어내는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색마들에게 포위당했면서도 세 부인의 얼굴에선 어두운 표정마저 사라졌다. 아마 하도 두려워서 정신을 놓은 모양이었다.

물론 첫째 딸인 효인은 이 사태를 그냥 두고 볼 만큼 수동적이지 않았다. 그녀는 당장 동생들과 함께 저 끈적끈적하고 불쾌한 진법을 단숨에 깨버리려고 했다. “되었다, 효인아.”

때마침 대부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그녀는 주저없이 자신의 생각을 실행했을 것이다.

“죄송합니다, 어머니. 제 불찰로 어머님들을 번거롭게 만들어 드렸습니다.”

안색이 창백해진 효인이 대부인을 향해 사과했다. 그녀는 마음이 강철처럼 단련되어 있어 좀처럼 경동되지 않는 성격이었는데, 이번 사태에선 도저히 평정을 유지 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러자 붉은 머리칼의 여인이 혀를 찼다.

“괜찮다, 이 멍청한 사내들이 이토록 무모한 짓을 저지를 줄 네가 어찌 짐작조차 할 수 있었겠느냐?”

“지금이라도 당장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저희들의 과실이니 직접 처리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딱 부러질 정도로 단호한 의지가 깃들어 있는 목소리였다. 그러나 대부인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다, 이 일은 내 직접 처리하마.”

“…..!”

여덟 명의 여인은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태평하게 싸움을 관전하고 있던 나머지 두 부인도 조금 놀란 듯했다.

“큰언니께서 직접 나설 필요까지는 없지 않겠습니까? 무엇하면 이 동생이 나서지요.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쓸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채홍칠마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투로 붉은 머리칼의 여인이 말했다. 또 한 명의 부인도 조용히 덧붙였다.

“시간도 아직 많이 지체된 것은 아니니 일을 크게 벌이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현의부인은 두 부인들의 만류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그럼 저 여덟은 자네들에게 맡기겠네.”

그 말에 붉은 머리칼의 여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힘있게 말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큰언니. 저놈들은 제가 처리토록 하지요.”

채홍칠마는 각기 다른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 다섯째 청색마는, 왠지 약간 새침한 듯 조신해 보이는 유부녀만 보면 욕망을 참을 수가 없는 특수한 체질이었다.

“후르릅, 잘 먹겠습니다!”

마음이 급해진 채홍칠마 중 다섯 째 청색마가 푸른빛이 감도는 머리카락을 하고 있는 부인을 향해 손을 뻗었다.

푹!

“어라?”

그의 손이 순간적으로 멈추었다. 여자를 덮칠 때 단 한 번도 중도에 멈춘 적이 없는 것을 자랑으로 삼는 그의 몸이 우뚝 멈추어 있었다. 익익익, 억지로 손을 뻗는 다. 그러나 그와 물빛 머리칼의 여인 사이에는 무한한 거리가 벌어진 듯, 그의 손은 여인에게 닿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방금 전 ‘푹!’하는 소린 뭐였지??

그제야 좀 전에 살짝 들렸던 소리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약간 아래서 들린 듯한 기분이었는데…….

시선을 살짝 아래로 내려다본다. 그제야 그것이 청색마의 눈에 들어왔다.

차갑고 새하얗게 언 얼음 꼬챙이가 그의 복부를 꿰뚫고 있었다.

상처 주위가 급속히 얼어붙었기 때문일까, 아픔도 출혈도 없다. 다만 그 꼬챙이 때문에 더 이상 가까이 갈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얼음 꼬챙이는 완만한 곡선을 그리 며 여인의 왼손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녀의 왼손에는 짧은 막대기가 들려져 있었는데, 그것은 마치 날이 없는 칼자루나 자루만 남은 채찍처럼 보였다. 얼음이 그 채 찍 자루의 채찍을 대신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또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하반신의 감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다리가 천근만근 무거웠다.

아무리 복부를 찔렸다 해도 왜 다리 아래로 감각이 없을까?

그는 약간 더 힘을 내서 다리를 움직여 보려 했다.

쩌적!

다시 한 번 이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뭔가의 파열음. 그는 소리가 울려 퍼진 곳을 향해 시선을 내리깔았다.

땅을 딛고 있는 발바닥부터 그의 오른 다리 위로 거대한 균열이 가 있었다. 쩍 하니 갈라져 있었다, 사람의 다리가 마치 도자기처럼.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자신의 다리가!

그런데도 통증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출혈도 없다.

그는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갈라진 틈 사이로 새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그제야 그는 자신의 하반신 전체가 꽁꽁 얼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고통스러워할 수도, 움직일 수 도 없었던 것이다.

“어, 어떻게…….”

청색마는 망연자실한 시선으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약간 소심한 듯 혹은 생각에 잠긴 듯 무표정했기에 아무것도 읽어낼 수 없었다. 그녀는 그의 시선을 외면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무시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 여인이 살짝 왼손을 흔들자, 그의 복부를 관통하고 있던 얼음 채찍이 뽑혀 나갔다.

쩌저적! 쩌저적! 쩍쩍!

그리고 다음 순간, 얼음 채찍의 끝이 빠져나간 구멍을 중심으로 아래쪽을 향해 균열이 내달렸다.

“내 다리! 내 다리!”

그가 핼쑥해진 얼굴로 외치는 도중에도 균열은 줄어들기는커녕 더욱더 심해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청색마의 몸이 무너졌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는 그렇게 무절제하게 놀려대던 하반신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이다.

전신의 반이 무너져 내린 그는 두 눈을 부릅뜬 채 움직임을 멈췄다. 자신의 몸이 무너져 내리는 엄청난 공포를 견디지 못하고 눈을 뜬 채 심장이 멎어버렸던 것이 다.

촤르륵.

청색마의 복부에서 뽑혀 나온 얼음 채찍은 이윽고 물이 되어 땅으로 흘러내렸다. 그리고는 이내 땅속에 스며들어 사라졌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는 채찍의 손잡이 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이 예기치 못한 상황에 남은 채홍칠마들, 아니, 육마(六魔)는 당황했다.

그러나 피 한 방울 흐르지 않다 보니 전혀 현실감이 없었다. 마치 어디선가 밀려온 파도에 모래성이 스러지는 광경과도 같았다.

그들의 머리는, 참을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위해 치열한 분투를 치르고 있었다. 그나마 가장 빠르게 이 심리적 저항을 뛰어넘어 현실을 받아들인 것은 채홍칠 마 중 첫째인 적색마였다. 그는 서둘러 의동생들을 흔들어 깨웠다.

“정신 차려! 제대로 된 색마는 이 정도 일에 쫄아드는 게 아냐! 잊었냐? 우린 색마! 여자들이 치를 떨며 경멸하고 한편으로 두려워 마지않는 정진정명한 색마들이 다. 색마가 여자를 앞에 두고 쫄아서 어쩌겠다는 거냐? 색마의 의지를 보여주자! 저년을 한꺼번에 덮쳐!”

그 순간, 불꽃처럼 붉은 머리칼을 지닌 여인이 호통을 쳤다.

“멍청한 녀석들, 아까 못 들었느냐? 그쪽이 아니고 이쪽이나 덮쳐 보려무나!”

그녀의 머리카락은 홍염에 물든 듯 붉게 나부꼈고, 그녀의 두 눈에서 섬광 같은 불꽃의 편린(片鱗)이 금빛을 내며 번쩍였다. 그리고 그녀의 모습은 한순간에 사라 졌다.

“커헉!”

그녀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녀의 왼 손아귀에는 적색마의 얼굴이 잡혀 있었다. 그녀는 어느새 적색마의 머리통을 움켜쥔 채 그의 옆에 서 있었던 것이다. “네놈의 머리통은 장식인 것 같으니 좀 가볍게 해주어야겠구나!”

그 무시무시한 호통을 들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염도의 입에서 나직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정말 엄청나게 빠른 순신(瞬身)이군!”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순식간에 꺼졌다가 다시 거리를 두고 피어오른 느낌이었다.

과연 자신은 저만한 속력을 낼 수 있을까?

유독 보법에 능숙하지 못한 염도는 저도 모르게 자신을 돌아보고 있었다. 빙검에게 매번 골탕을 먹는 것도 다 그놈의 보법이 원흉 아닌가! 그동안 빙검 몰래 연습 은 해두었는데, 얼마나 성과가 있을지 미지수였다.

머리가 붙잡힌 적색마의 귀에서 취이이익 주전자 물 끓는 소리와 함께 새하얀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저건 대체.

모용휘는 자신이 보고 있는 광경을 이해할 수 없었다.

“보면 모르겠냐? 증기(蒸氣)다.”

옆에서 보고 있던 빙검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예? 증기라뇨?”

“저 색마 놈의 몸 안에 있는 물이 비등점 이상의 온도에서 끓다 보니 그 증기가 인체의 구멍으로 뿜어져 나오는 것이다. 귀는 시작일 뿐이지.”

옆에서 말을 받아 설명하는 염도의 말대로, 곧이어 두 귀를 제외한 나머지 오공에서도 하얀 증기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뿜어져 나왔다.

염열계 무공을 극성으로 익힌 자만이 가능한 기사로, 살아 있는 채로 그 몸 안의 물을 끓이기 때문에 엄청난 고통을 주게 된다. 어지간한 악당에게도 좀처럼 쓰지 않는 무시무시한 수법이었다.

“속칭 ‘장작 말리기’라고도 하지.”

염도의 말에는 어딘지 씁쓸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장작 말리기요?”

그렇게 불리는 이유는 굳이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칠공에서 증기를 뿜어낸 적색마의 몸이 점점 쭈그러들고 있었던 것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인체의 팔 할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물이 빠져나가는데 어떻게 멀 쩡한 형상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마치 목내이(乃伊:미라) 같군요.”

눈살을 찌푸리며 모용휘가 말했다.

“잔인하다 생각하느냐?”

“…….”

모용휘는 대답하지 않았다. 무언의 긍정이었다. 그러자 염도가 말했다.

“너는 최근에 발견된 여인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들었느냐?”

“아!”

그제야 모용휘는 깨닫는 바가 있었다. 저 붉은 머리 여인이 일부러 저 수법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너희들이 수많은 불쌍한 처녀들을 고목나무처럼 만들었으니, 네놈들도 똑같이 겪어보라는 뜻이었던 것이다. 화르르르륵.

곧 인체 발화가 일어났다. 그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지방이 연소 온도를 넘어선 것이다. 인체에 가득 차 있는 수분이 비등점을 넘기며 증발하자, 말라 버린 몸은 더 욱더 불이 붙기 좋은 상태가 되었다. 원래 젖은 장작보다 마른 장작이 더 잘 타는 법이다.

“난 일대일 주의다만, 한꺼번에 덤빈다니 어쩔 수가 없구나.”

붉은 머리의 여인은 감히 그녀들에게 침을 흘리며 달려든 색마들을 곱게 돌려보내 줄 만큼 멍청하지 않았다. 그녀의 기준에선, 이런 걸 돌려보내 주는 것은 착한 게 아니라 멍청한 짓이었다.

“다 함께 ‘홍염지옥’으로 보내주마!”

죽기 전에는 절대로 개과천선하지 않는 쥐새끼 같은 놈들이 이 세상에는 분명히 있다. 그런 놈들은 하루빨리 천벌을 내려주는 게 세상을 위해서, 또 그 머저리 같 은 영혼을 위해서 좋은 일이다. 그래야 다음 생으로 넘어가 개과천선의 기회를 얻을 게 아닌가.

채홍칠마의 우두머리라 할 수 있는 적색마가 허무하지만 무시무시한 수법으로 불타 죽자 그들 사이엔 혼란이 발생했다. 그제야 그들은 뭔가 일이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도망쳐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평범하고도 무난한 결론에 도달했다.

이미 일곱 중 둘이 떨어져 나갔으니 포위진을 더 이상 유지하는 것도 무의미했다.

“후퇴한다!”

방금 서열 일위가 된 주색마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미 늦었다. 한 번 열린 지옥문은 닫히지 않는다.”

달아나려는 주색마를 향해 중지와 약지를 접어 엄지로 고정시켜, 마치 뿔 달린 동물처럼 만든 여인이 그 손을 뻗으며 외쳤다.

“쫓아가 태워라!”

화르르르르륵!

쭉 뻗은 그녀의 왼손에서 마치 화룡이라도 태어나듯, 불꽃이 무서운 기세로 뿜어져 나갔다.

“꾸웨에에에에에에엑!”

그 불꽃을 뒤집어쓴 주색마는 비명을 지르며 땅을 데굴데굴 굴렀다. 그를 격렬할 정도로 따스하게 감싼 불꽃이 조금이라도 잠잠해지길 빌면서.

그러나 격렬한 불꽃은 꺼지기는커녕, 그 온기로 그를 경련(痙欒)시키고 있었다. 살이 지글지글 타는 냄새가 기름 냄새와 함께 사방을 진동시켰다.

저 선명한 불꽃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갑작스럽게 뿜어져 나온 불꽃에 경악한 것은 채홍칠마뿐만이 아니었다. 같은 염열계의 무공을 익힌 염도 역시 조금 전 그녀가 보여준 한 수에 두 눈이 튀어나올 정 도로 놀랐던 것이다.

‘저게 뭐지? 저거 무공 맞나?”

그렇다면 이 짙은 냄새는 대체…….

그는 지금까지 저런 식으로 사람을 태우는 불꽃은 본 적이 없었다. 저것은 진기를 변환시킨 화기가 아니었다.

“타올라라!”

화르르르르륵.

다시 한 번 그녀의 왼 손가락에서 화룡이 입을 벌리며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 불꽃은 채홍사마 중 하나인 남색마의 몸에 들러붙는 업화가 되어 그의 몸 을 불태웠다.

일렁이는 열기와 살이 타는 냄새 속에, 짙은 기름 냄새가 염도의 코에 감지되었다.

“대체 무공을 쓰는데 왜 기름 냄새가?”

그제야 염도의 시선이 여인의 등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커다란 붉은 호리병으로 향했다. 얼마나 큰지 마치 작은 항아리를 짊어지고 있는 듯했다. 그 호리병의 겉면 에는 불꽃 ‘염(炎)’ 자가 음각되어 있었다.

‘설마…….”

염도가 눈을 부릅뜨며 그녀의 호리병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러자 명백히 보였다. 호리병의 마개가 퐁 하고 열리면서, 그곳으로부터 한 줄기 투명하고 가느다란 황색 액체가 마치 밧줄처럼 흘러나오는 것이.

그 실은 마치 의지를 가진 살아 있는 뱀처럼 그녀의 소매 뒤에 뚫린 구멍으로 들어가 팔 아랫부분을 타고 손목으로 흘러갔다. 손목 아래에서 일단 멈춘 투명한 황 색 뱀은 그녀의 중지와 약지, 그리고 엄지 사이에서 작은 불꽃이 생겨나자 갑자기 매서운 속도로 그 불꽃을 통과하더니 순식간에 거대한 화룡이 되어 먹이를 물어뜯 었다. 애초에 몸통이 순도 높은 기름으로 되어 있었으니, 그녀의 손을 떠나더라도 쉽게 사라지는 법이 없었다. 불꽃의 용에 감긴 남색마에게 기다리는 것은 까맣게 타서 재가 될 운명뿐이었다.

퐁!

그리고 저절로 열렸던 호리병의 뚜껑은 저절로 다시 닫혔다.

그녀가 쓰는 이 기름은 ‘염룡유炎龍油)’라 불리는 기름으로, 한번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엄청난 화력을 발생시킬 수 있는 특수 정제된 기름이었다.

그녀는 이 기름을 이용해, 아주 작은 불꽃으로도 업화에 견줄 만한 화염을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들어간 품은 적지 않았다. 등에 거꾸로 매달린 호

리병에서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기름을 빼온다는 것은, 그것을 도구의 힘을 빌리지 않고 허공섭물의 힘만으로 행한 뒤 불꽃을 만들어 화염으로 뿜어낸다는 것은 엄 청난 일이었던 것이다.

차라리 그 진기를 내공에 몰아넣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를 만큼.

염궁(宮)비전(秘傳)

화령신공(神功)

치화편 비술(秘術)

오룡신염(五龍神炎)

화르르르르륵.

그녀의 왼손으로부터 발출된 네 마리의 화룡이 칠마에서 막 사마가 된 채홍사마를 단숨에 불태웠다. 지옥의 업화와도 같은 불길이 그들의 몸을 태우자, 찢어지는 비명이 드높이 울려 퍼졌다.

전신이 활활 불타는데도 그들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때문에 그들은 뼈가 익고 폐가 불타고 살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심장이 재가 될 때까지 고스란히 체험해야 했 다.

그 고통을 어찌 필설로 형용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마치 홍염지옥이 현세에 나타난 듯한 무서운 광경이었다.

그리고 그 일순간이 지나자 상황은 모두 정리되었다.

색정광풍 초운이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이미 채홍칠마를 잃고 단 혼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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