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 – 134화
중원이 발칵 뒤집혔다.
살수들이 무더기로 죽어 나갔다. 살수들은 각 성에서 활개를 쳤지만 눈으로 볼 수는 없었다. 보는 것도 원치 않았다. 살수를 보게 될 경우는 자신이 죽을 때이니까.
요즘은 살수를 너무 쉽게 본다.
잔혹하게 죽은 시신은 어김없이 살수다.
누가 되었든 상관없다. 허리가 잘리고, 머리가 열십자로 갈라진 시신은 틀림없이 살수다. 또 머리가 베여져 청부를 받던 곳에 놓인 자도 살수다.
그들 중에는 평소 부담 없이 웃고 떠들던 자도 있고, 만만하게 보고 주먹질을 한 자도 있었으며, 모두가 조롱하던 미친 자도 있다.
잔혹하게 살해당한 자는 살수다.
이런 생각은 또 다른 살인을 불러왔다.
머리가 쌓인 청부 장소에 머리가 늘었다. 하루가 지나면 하나둘씩 새로운 머리가 얹어졌다. 잔혹한 죽음이 발견된 날, 하루 만에 갈 수 없는 곳에서 또 다른 잔혹한 죽음이 발견되었다.
유사 살인이다.
사람들은 살수에게 청부하는 대신 자신이 직접 살인을 하고 살수로 뒤집어씌웠다.
진위를 판가름하기는 어렵다.
살인 현장을 목격하기 전에는.
중원이 발칵 뒤집힌 또 다른 사건도 많다.
한량이 길 가던 여인에게 지분거렸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했다. 여자를 두들겨 팼다는 이유로 죽은 자도 있고, 사람을 위협했다는 이유로 죽은 자도 있다.
그들을 죽인 자는 무인이었다고 한다.
여자도 있고, 사내도 있었다. 공통점이라면 한결같이 뛰어난 무공을 지녔다는 것이다.
중원은 무법천지가 되었다.
살수들만큼이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하오문이다.
하오문은 마부들이 모인 마문을 제외하면 모두 환영받지 못하는 직업이다.
배수, 당연히 꺼린다.
배수 때문에 일생을 망친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이든 자기 것을 슬쩍해 가는 사람이 곱게 보일 리 없다.
소투, 미치도록 싫다.
도박꾼, 자기 돈으로 자기가 노름하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하겠지만 노름꾼에게 거덜 난 경험이 있는 사람의 말은 다르다. 도박꾼이야말로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기녀… 그나마 조금 낫다. 세상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사내들에게는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있을수록 좋으리라. 물론 돈이 넉넉한 사내들에게만.
기녀를 미워하는 사람도 있다.
기녀의 목적이 술과 몸을 팔아 돈을 불리는 것이니 어찌 미워하는 사람이 없을 수 있을까. 기녀에게 서방을 빼앗긴 여인은 물론이고 어제까지만 해도 ‘너 없이는 못 살겠다’는 말을 중얼거리던 사내도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하루아침에 알거지가 되었을 때, 또는 기녀에게 쌀쌀한 냉대를 받았을 때는 원수처럼 미워해 칼부림을 하는 경우도 왕왕 본다.
어쨌든 하오문은 약간의 잘못만으로도 사람을 죽이는 무인들의 표적이 되었다.
하오문주는 다급히 모지 회합을 열었다.
각 성에 있던 모지들은 한달음에 달려왔다.
죽음이 이어지고 있는 절강성과 강서성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상태였다.
“죽은 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 헤아릴 수도 없습니다. 그놈들은 인간도 아닙니다. 무조건 죽여댑니다. 어떻게 백주대낮에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그만! 그런 말을 듣자고 회합을 연 게 아니다. 놈들이 누구인지 파악해 냈나?”
“…”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개방과 버금가는 정보력을 지닌 하오문이지만 무작정 살상을 벌이고 있는 무인들에 대해서는 조그만 정보도 알아내지 못했다.
그들은 기루에 들지 않았다. 기루에 들렀을 때는 사람을 죽일 때뿐이고, 그럴 때면 으레 살아 있는 목숨 모두를 죽인다. 사람뿐만이 아니라 개, 고양이까지도.
그들은 완벽하게 죽임으로써 자신들을 철저히 숨기고 있다.
“천 모지, 뭐라고 한마디라도 해 보지?”
개봉 망주에서 하오문주 복위를 성사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하남성 모지가 된 천은탁이 고개를 숙였다.
구파일방이 팔부령 싸움에서 물러나고 소림사가 봉문을 선포했을 때, 하오문주는 무림에 대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구파일방을 주시하라고 했다.
사전에 변화의 조짐을 읽은 것이다.
그렇지만 알아내지 못했다. 변화가 있기는 한데 무슨 변화인지 감도 잡지 못했다.
현재는 죽음이 시작되었고, 회합을 벌이고 있는 이 시점에서도 누군가가 죽어가고 있을 터인데 단서 하나 잡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하오문 영역을 철저히 벗어나 있다.
이런 경우는 세상에 하나의 경우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을 피해 깊은 산속에 숨어 버릴 경우.
인간 같지 않은 살귀들은 그런 존재다.
“당분간 하오문 활동을 중지한다. 마문만 빼고 모두 활동을 중지시켜. 기루도 닫고 동방도 닫아. 배수나 소투도 절대 움직이지 말라고 해.”
“옛!”
근본적인 대안은 될 수 없지만 현재는 그럴 수밖에 없다.
“천 모지.”
“넷!”
“팔부령에 다녀와.”
“네?”
“내가 직접 다녀오고 싶지만 난 살천문주를 만나야 돼. 천 모지는 살문주하고 안면이 있으니까 천 모지가 직접 다녀오도록 해.”
“가서…”
“흉수들이 누군가 물어봐.”
“…”
천은탁은 대답하기 곤란했다.
살문 외장은 하오문이나 개방에 못지않은 정보망이다.
중원에 숨은 싸움이 있다면 세 문파가 암중에서 캐내는 정보 싸움이다. 개방이 하오문도에게 얻어가는 정보도 있고, 반대도 있다. 살문의 외장도 끼어들어서 서로 물고 물리는 정보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정보를 얻어들이는 근원이 다르니 정보의 질이나 방향도 다르다.
정보의 양으로 따지면 개방이 단연 앞선다. 하지만 정보의 깊이로 보면 하오문이 낫다. 살문 외장은 중간이다. 양으로 보면 개방보다는 못하지만 하오문보다는 낫고, 질로 보면 하오문보다는 못해도 개방보다는 낫다.
살문 외장의 장점은 집중력에 있다.
살문이 알고자 하는 초점이 정해지면 수가 얼마나 될지 추측할 수조차 없는 많은 사람들이 매달린다.
가장 빨리, 가장 깊이 알고자 하는 정보를 파악해 내는 데는 단연 살문이다.
살문은 살인을 저지르는 자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으리라.
천은탁은 살문주 종리추에게 흉수가 누구냐는 말을 묻기가 껄끄러웠다.
물론 천은탁은 종리추를 크게 도와주었다. 현재 살문 외장을 움직이고 있는 등천조도 그가 보내주었고, 살문 총관을 맡고 있는 벽리군도 하오문 사람이다.
모두 그가 보내주었다.
그러나 십은비가 하오문주로 복위하면서 사태가 달라졌다.
하오문은 일절 살문에 개입하지 않았고 단 한 줄의 정보도 건네지 않았다.
살문이 팔부령에 에워싸여 곤궁에 빠져 있을 때도, 돈이 없어 외장조차 움직이지 못할 때도 강 건너 불 구경하듯이 지켜보기만 했다.
‘이제 와서…’
“곤란해할 필요 없어. 그 정도로 토라질 살문주가 아냐. 하하! 천 모지, 천 모지는 살문주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군. 나보다 더 많이 만나고 접했으면서.”
“죄송합니다.”
“살문주는 대인이야. 아주 큰 그릇이지. 그래서 안심하고 관계를 끊을 수 있었던 것이고, 가서 물어봐, 틀림없이 가르쳐 줄 테니.”
“알겠습니다.”
이제야 조금 마음이 가벼워졌다.
중원에서 부는 혈풍은 구대문파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차라리 봉문을 한 소림사가 편해 보였다.
용두방주는 장로들을 소집했다. 육결인 법개도 불렀고, 하남성에 있는 오결 제자들 중 임무가 급하지 않은 제자는 빠짐없이 참석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개방이 파악하지 못한 무인 집단이 있다는 것은 큰 실책이다.
한두 명도 아니고 무리를 지어 다니는 듯한데 어떻게 모를 수 있단 말인가.
또 하나의 골칫거리도 있다.
비객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
구대문파 장문인들은 살수들을 추살하라는 연서를 띄우지 않았다.
그런데 살수들이 당한 곳을 조사해 보면 구대문파의 무공이 골고루 나오고 있다. 흔적을 없애려고 변형을 시키기는 했지만 자파의 무공에 정통한 사람들을 속일 수는 없다.
꼭 특이한 사흔을 남기지 않더라도 병기가 살을 파고든 각도와 깊이 등을 면밀히 살펴보면 짐작되는 바가 있다.
비객이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개방은 비객의 종적조차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
비객의 일원이 된 개방도는 방주의 명령조차 무시하고 살인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
파문감이다.
어차피 그들은 비객이 되는 순간 문파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안면이 있는 제자가 눈앞에서 죽어가도 아는 척을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장문인들이 그러면서 제자들에게만 문파에 애착을 가지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렇게 안면을 바꿀 수 있는가.
“어떻게 생각하느냐?”
용두방주는 지혜가 뛰어난 후계에게 물었다.
장로들과 법개, 오결 제자들이 모두 모이려면 앞으로도 사나흘 정도는 더 있어야 한다.
용두방주는 그 시간조차도 아까웠다.
마음이 몹시 쫓겼다.
“당연한 일입니다. 비객이란 말이 나왔을 때부터 이런 일은 예상했어야 합니다.”
후계는 차분했다.
“뭐라고? 이런 일을 예상했어야 한다?”
“자고로 힘을 가진 사람은 써 보고 싶어 하는 게 이치입니다. 구대문파는 비객에게 면제부를 주었습니다. 구대문파의 모든 것을 이용할 수 있는 권한까지 주었습니다. 중원에서 그들처럼 강한 권력을 지닌 문파는 없었습니다. 그들은 비객이 아니라 문파입니다.”
“음…!”
용두방주는 신음했다.
그도 같은 생각을 했다. 비객의 행동이 어긋나는 순간부터.
“그럼 어찌하면 좋을까?”
“지금이라도 비객에게 준 권한을 회수하는 게 유일한 대안입니다. 저희 개방은 정보를 주지 말아야 합니다. 아무 정보도, 아무리 하찮은 정보도 줘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용두방주는 후계의 말을 이해했다. 그러면서도 물은 것은 후계가 자신의 생각과 다른 말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객을 장님에 귀머거리로 만들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팔다리라도 잘라서 움직이지 못하게 해야죠. 정보는 필요할 때만 주면 됩니다. 살문을 치고자 한다면 살문에 대한 정보만 주면 됩니다. 그러잖아도 힘을 쓰지 못해 안달 난 사람에게 싸우라고 채근하면 안 됩니다.”
“그래, 그렇지 휴우! 십망이 있을 때가 훨씬 나았어. 십망이 있었을 때는 많은 마두를 중원 밖으로 몰아냈지. 무림에는 죽었다고 공표했지만… 중원 밖으로 몰아낸 것만도 성공이야. 그들은 다시는 중원에 들어오지 못했으니까!”
“혈영신마도 그럴 운명이었습니다. 혈영신마는 피하지 않을 생각이었으니 죽였겠죠. 이쪽도 많은 사람이 죽었겠지만.”
“그래, 그렇게 끝냈어야 돼. 종리추… 그자가 무림을 이렇게 몰아갔어.”
“방주답지 않으십니다.”
“…?”
용두방주는 후계를 바라봤다.
“잘나면 제 탓, 못나면 부모 탓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조가 신랄하구나.”
“장로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면 이렇게까지 드릴 말씀은 아니지만 방주님께서 하셨으니 이리 말씀드리는 겁니다.”
“결국 비객을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는 이야기군.”
후계는 소림승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혜명 대사를 비롯해 산속에서 풀을 뜯어 먹으며 무공 수련에 맹진하고 있는 무승들…
왜 개방은 그러지 못하는 것일까.
“살문 대 개방. 좋은 승부가 날 것 같은데요?”
“네 말이 과하구나. 감히 살문 따위를 개방과 비교하다니! 쯧!”
“일 대 일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
“일 대 일로… 살문 살수와 무공을 겨룰 수 있는 문파를 알고 있습니다.”
“…?”
“소림사입니다.”
“무엇을 본 게냐?”
“방주님께서 들으신 것을 보았습니다.”
팔부령에는 개방도들이 머물러 있다. 민가에 머물고 있는 그들은 소림 무승들이 각고의 수련을 하고 있는 장면을 목도했다.
용두방주는 오래전에 그런 보고를 받았다.
“이번에 분운추월을 따라갔다가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게구나.”
“개방에는 그런 사람들이 없습니다.”
용두방주의 안색에 노기가 스몄다. 그러나 후계는 태연했다.
“개방도 절대 강자를 키워야 합니다. 비객 같은 편법이 아니라 개방 자체의 힘을.”
“네가 맡아.”
“…!”
후계의 눈이 빛났다.
“무재를 직접 뽑고 양성해. 이번 비객 사건에는 관여하지 말고.”
용두방주는 시선을 돌렸다.
‘역시 방주님!’
용두방주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수천 명의 개방도 중에 선택되고 선택된 사람이 될 수 있다. 무공도 제일이어야 할 뿐 아니라 다른 면도 탁월해야 한다.
후계를 선정하는 일은 그래서 어렵다.
보통 방주직을 삼십 년 동안 이어간다 할 때, 삼십 년 동안 후계 한 명 찾아내기가 어렵다.
후계가 되었다고 해서 방주직을 자연히 이어받을 수는 없다.
개방주로 적합한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일은 후계가 되면서부터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
수십, 수백 가지의 시험에서 통과해야 한다.
용두방주는 그렇게 해서 방주직에 오른 분이다.
‘방주님… 방주님의 가장 큰 장점은 인심술이 뛰어난 거죠. 사람을 다루는 능력. 그것보다 큰 장점은 없을 겁니다.’
후계는 끊임없이 배웠다.
근 이백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건만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만큼 조용했다.
방주가 소집한 회의지만 거지들이 이토록 조용히 침묵하기는 처음이다. 그들은 언제나 웃고 떠들었으며, 술을 마셨다. 중원을 통틀어 가장 자유분방한 회의를 하는 곳이 개방이다.
오늘은 침묵과 묵직한 기류만 가득했다.
용두방주가 말을 시작했다.
“중원에 살인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을 터…”
개방도의 고개가 더 숙여졌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살인은 벌어지고 있는데, 중원에서 가장 소식에 정통하다는 개방이 단서조차 잡아내지 못하고 있으니.
“난 우리가 아무 정보도 얻지 못했다는 데 실망을 금치 못한다. 정말 그렇게 무능력했던가?”
용두방주가 이렇게 질책을 한 적은 없다.
지금 용두방주는 아주 상심에 젖어 있다. 전 같았으면 이런 일도 없었지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곤 했다. 하오문을 주시하라든지, 아니면 누구를 집중적으로 파고들라든지.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우리는 충분히 정보를 얻었어. 세 개 성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아무 정보도 얻지 못했다면 말이 안 되지. 문제는 너희들이 내게 말하지 않는다는 거야.”
개방도들의 머리가 거의 동시에 들렸다.
그들은 용두방주를 쳐다봤다.
침착한 사람은 후계뿐이다.
그도 내심으로는 그렇게 생각했다. 단지 너무 큰일인지라, 자칫 개방의 위치가 흔들릴 수도 있는 중차대한 일인지라 쉽게 입을 열지 못했을 뿐.
하지만 그도 방주가 이렇게 제자들을 모아 놓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할 줄은 미처 몰랐다.
“어느 곳이나 악을 미워하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야. 우리 개방도 마찬가지지. 일부는 내 방침이 미온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서두에 정보를 얻지 못해서 슬프다고 말한 것은 이런 뜻이야. 언제부터 우리 개방이 이렇게 분열되었는지.”
“바, 방주님! 지금 그 말씀은…!”
분운추월이 말을 꺼냈으나 너무 놀라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개방도 중에 반심을 품은 자가 있다는 말이지 않은가. 반심까지는 아니더라도 방주의 뜻과 어긋나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그것도 개방 전체가 침묵하고 있을 정도라면 상당히 저변이 넓게 확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터무니없이 강한 자들… 그런 자들은 중원천지에 몇 되지 않지. 사흘이면… 사흘 안에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야. 모두들 그렇게 알고 부지런히들 뛰어봐.”
말을 마친 용두방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들어갔다.
전에는 오랜만에 만난 제자들을 다독거리셨다. 무공은 어떤지, 고민은 없는지 꼼꼼히 물었다.
방주가 들어가고 난 다음에도 침묵은 계속 이어졌다.
방주는 마지막 수를 던졌다.
제자들에게 마음을 돌려 개방도가 될 것을 요구했다.
육결 제자 법개를 동석시킨 것은 그런 의미다.
법개와 오결 제자들이 돌아가고 난 후에도 후계와 팔장로는 움직이지 못했다.
팔장로의 대형 흑봉광괴가 말했다.
“공수래공수거.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게 인생이오. 우리 개방은 그것 하나만은 지켜왔소이다. 욕심도 버리는 것이 공수래공수거가 아니오. 이번 일은… 사제들… 뭐라고 말들 좀 해보시게.”
“…”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겉으로 내심을 드러내지 않는 몇몇 천외천 사람들 빼고는 충격이 너무 컸다.
“하나만 분명히 하겠소이다. 난 개방 사람이오. 가진 것이 없지만 하나는 가지겠소이다. 개방. 개방을 욕되게 하는 사람은 개방이 용서하지 않겠소.”
흑봉광괴가 일어나 휘적휘적 걸어 나갔다.
모자도로 돌아온 흑봉광괴는 서신을 전통에 넣고 밀봉했다.
그의 앞에는 오결 매듭을 할 걸개가 서 있다.
흑봉광괴는 걸개에게 전통을 주었다.
“발각될 시에는…”
“분사하겠습니다.”
흑봉광괴는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