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 – 180화
병법에 배수진이라는 것이 있다. 물을 등지고 싸우는 방법이다. 물러서면 물에 빠져 죽으니 이를 악물고 적과 싸워야 한다. 물에 빠져 죽느냐, 싸우다 죽느냐, 아니면 싸워서 이기느냐.
배수진을 펼친다면 싸우지 않을 방도는 없다.
종리추는 배수진을 펼쳤다. 본인이 의도했는지, 의도하지 않았는데 일이 그렇게 되었는지는 종리추만이 알겠지만.
앞에는 드넓은 황하가 펼쳐졌다. 황하에는 자그마한 섬 두 개가 외롭게 버티고 있다. 모도와 자도다. 천외천 총단이 있는 곳이다. 비객이 있고 천외천 고수들이 운집해 있으며, 무공이 사람을 질리게 하는 천객이 있다.
그들만 상대하는 것도 벅차다. 비객과 천외천 고수들이야 살문 살수들이 어떻게 막아본다 해도 천객을 상대할 사람은 종리추밖에 없다. 모진아만 불구가 되지 않았어도, 형영신마만 살아 있었어도 어떻게 해볼 수 있었으련만.
적사와 방삼이 있지만 과연 그들이 얼마나 잘 싸워줄 수 있을지. 살문 살수들을 더욱 질리게 만드는 것은 무림 군웅들이다. 형영신마를 쫓을 때처럼, 팔부령에서처럼 한 명 두 명 모여들기 시작한 무림 군웅들이 떼를 이뤄 살문 살수들을 에워쌌다. 날개가 달려 하늘로 날아가거나 황하를 건너가지 않는 한 무림 군웅들과의 일전은 피할 수 없을 듯싶다. 그야말로 완벽한 배수진이다.
완벽한 함정에 걸렸다고도 할 수 있지만 살문 살수들 입장에서는 모자도로 찾아온 것 자체가 죽음의 길이었으니 배수진이라고 말해도 좋을 듯싶다.
날씨는 매우 흐렸다. 비가 오려는지 낮부터 우중충한 구름이 하늘을 뒤덮었다. 흐린 날씨를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럴까? 살수들은 맑은 날씨보다 흐린 날씨가 좋다. 세상의 빛이 잠들수록 몸을 숨길 공간은 넓어진다.
밤이 되니 상황은 더욱 좋아졌다. 별 하나 떠 있지 않은 어두컴컴한 하늘.
종리추는 살수들이 좋아하는 어둠을 버리고 모닥불을 피우게 했다.
종리추의 명령은 늘 이해하기 어렵다.
낮에는 주변 곳곳에 팻말을 박았다.
“내일 살문은 모도에서 천외천과 생사 결전을 벌인다. 살문에 원한이 있는 자 모두 와라. 시체에게라도 칼질을 하고 싶은 자는 와라. 살점을 뜯고, 뼈마디를 부러뜨리겠다는 자들 모두 와라. 하지만 목숨을 내놓을 각오도 하여야 한다. 살문을 공격하는 자, 천외천이 아니라 천신이라도 베어 넘길 것인즉…….”
격문이다.
일반적인 공고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충동질하고 있다. 그런 팻말을 읽는다면 살문에 원한이 없는 자라도 모도로 향하리라. 중원인들이 하찮게 여기는 살수 문파가 감히 중원 무림인의 명예에 먹칠을 하고 있으니, 한낱 살수 문파 따위가 절정 세가나 된 듯이 행세하고 있으니.
천외천 무인들만 상대하기도 벅차다.
천외천 무인들보다는 무공이 떨어진다고 해도 손이 하나라도 더 늘어서 좋을 건 없다. 하물며 기인이 별처럼 많은 무림인데 어떤 절정 고수가 등장할지 어떻게 아는가. 하지만 살문 살수들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널빤지를 구해 종리추가 말한 대로 적었고 무림 군웅들이 운집한 곳으로 스며들어 팻말을 세웠다. 한 사람당 십여 개씩 세웠으니 근처에만 무려 백여 개의 팻말이 세워져 있는 셈이다.
은원을 한 번에 해결한다고 하지만 너무 무모하지 않은가.
“주공, 불을 피우면… 불을 피울 만큼 춥지도 않은데…”
어지간해서는 말대꾸 한마디 하지 않는 유구지만 지금 명령은 의아할 수밖에 없다.
“불을 피워. 모두들 시마공을 풀고 나와. 오늘은 괜찮아. 아무도 공격해 오는 사람 없어.”
마지막 말은 혼잣말처럼 조용했다.
“주공이 변했어. 혈살편복, 형영신마가 죽었을 때부터. 전에는 싸늘하기가 서릿발 같았는데 이제는 조용해. 너무 조용해서 숨 막힐 것 같아.”
유구는 토를 달지 못했다. 종리추가 시킨 대로 마른 가지를 주워 와 모닥불을 피웠다.
타닥! 타탁….!
모닥불이 기세 좋게 타올랐다. 모닥불 주변으로 살문 살수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종리추가 왜 시마공을 풀라고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문주의 말마따나 오늘 공격해 오는 무인들이 없다 손 치더라도 살문 살수들의 인원 동향을 적에게 알려줄 필요는 없다는 것이 살문 살수들 생각이었다.
단지 생각일 뿐이다. 종리추가 모이라고 했으니 모여야 한다. 종리추의 말은 천명보다도 앞선다.
종리추는 술을 내왔다. 안주는 건포. 간단하게 요기를 때우는 식량이지만 술안주로도 적합하다.
“향기가 무척 맑군요. 중원에 와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죽엽청이에요. 팔대명주 중 하나라고 해서 이해하지 못했는데… 허허, 이제야 이 죽엽청 맛을 알 것 같습니다.”
모진아가 싱글벙글 웃었다. 모진아는 초라해 보인다. 작은 키에 비쩍 마른 몸, 더군다나 다리 하나까지 잃어서 쪽박만 들면 여지없이 걸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모진아는 다리를 잃은 이후 더 여유로워졌다. 다리를 잃기 전이 날카롭게 곤두선 칼날이었다면, 지금은 은은히 빛을 발하는 고검의 모습이다.
초라하게 보이는 것은 그의 육체이지만 그를 보는 사람은 절대 초라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주공, 귀한 걸 구하셨습니다. 언제…”
후사도가 목이 메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 죽엽청이 비록 중원 팔대명주에 속하는 고급 술이지만 언제든지 구해 마실 수 있는 술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 살문 살수들에게는 죽엽청 한 잔도 호사로 여겨졌다.
“어폐가 있군. 우린 사람 목숨을 주머니 속에 든 물건처럼 집어넣었다 꺼냈다 하는 살수들이야. 술 한 잔에 목이 메일 정도인가? 약해졌군.”
“주공, 아닙니다. 목이 메이다니요. 술이 너무 마시고 싶어서… 술이라면 열 가지 약재가 버무려진 이 죽엽청이 단연 최고죠.”
후사도가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살문 살수들은 말없이 술병을 집어 들어 마시기 시작했다.
음양철극도, 비망신사도, 광부도, 좌리살검도, 덩치가 산만한 혼세천왕도 묵묵히 술병을 기울였다. 모진아와 유구처럼 중원인들과는 어딘가 달라 보이는 사령 살수 두 명도 적사 옆에서 술을 마셨다.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은 이게 전부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릴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모두 죽고 열 손가락을 간신히 넘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살수들의 운명이 이런 건지도 모른다. 타인을 죽여왔듯이 자신도 죽을 날이 있는 게다. 오늘은 얼굴을 맞대고 술잔을 기울이지만 내일은 이 중에 또 누가 차디찬 땅 위에 몸을 뉘이게 될지도…..
“내일은 모자도로 들어간다.”
종리추가 죽음의 명령을 내렸지만 살문 살수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모자도로 들어가리라는 생각은 벌써부터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아무런 공격도 없었던 것은 함정을 파고 기다린다는 뜻이겠지.”
“….”
“살수에게 함정을 판다… 그건 아마도 기습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일 거야. 살수에게는 그만한 함정이 없지. 모자도의 지형을 살펴보건대 안으로 파고들면 승산이 있다. 하지만 파고들기가 쉽지 않을 거야.”
종리추는 남의 일처럼 담담하게 말했다.
그것 역시 짐작하고 있던 터였다. 모자도 강변에 무인들이 모여있다. 천외천 무인들일 게다. 비객도 포함되어 있을 터이고.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는다. 모자도까지 왔으니 배짱 있으면 들어와 보라는 식이다. 너희들은 도망도 갈 수 없다고 조롱하는 듯하다. 실제로 살문 입장이 모자도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고 말았지만.
“주공, 저흰 주공께 백전을 배웠습니다. 백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늘과 땅, 그리고 시기. 지형을 얻고 공격 시기를 얻으라고 하셨습니다. 날이 밝으면 필패입니다. 차라리 지금 공격을…”
음양철극이 말했지만 종리추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형은 저들이 얻었다. 천기도 저들 편이다. 지금 가나 내일 가나 저들은 준비하고 있어. 시기를 정하는 것은 우리지만 이미 때마저도 저들에게 주어졌다.”
백전을 가르침받을 때를 상기하면 이런 경우는 필사다. 살 수 있는 구멍이 전혀 없다.
“주공, 이런 말씀을 드려야 될지 모르지만… 우선 용서를.”
“말해봐.”
“주공께서 하시는 일에는 늘 이유가 있지만, 이번 일만은 이유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죽음이 두려워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우리 죽음이 무슨 가치가 있는지 알고 싶어서…”
후사도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살문 살수들 모두 궁금했지만 묻지 못하던 물음이다. 종리추는 모닥불을 지그시 응시하다가 빙긋 웃음을 머금고 소고를 쳐다보았다.
“모르겠소?”
소고는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술을 좋아하지 않아 같이 마시지는 않았지만 살문 살수들의 뜨거운 마음을 마셨다. 살문 살수들의 활활 타오르는 마음은 모닥불보다 뜨거웠다.
“아름다워.”
사내의 얼굴이 아름답게 보인 것은 처음이다.
종리추의 얼굴은 아름다웠다. 모닥불에 비쳐 반쯤 불그스름하게 변해 있는 모습이 노을에 비친 모습처럼 아름다웠다.
소고가 입을 열었다.
“생쥐가 굴로 쫓겨 들어가면 굶어 죽는 수밖에 없어. 팔부령에 갇혀 있는 신세라면 굴로 쫓겨 들어간 생쥐 꼴이지. 어떻게든 밖으로 나왔어야 해. 그건 알겠지만… 이번 일만은…”
“너무 무모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하지 않았다. 어차피 결과는 정해져 있는데 그런 말을 해봤자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래, 우리는 어차피 나왔어야 해. 잘 나왔어. 난 다른 방법을 생각했는데… 천객과 싸운 후 이 방법도 좋다는 생각이 들더군. 나쁜 방법이 아냐.”
“죽으면 무슨 소용인데? 살수는 어떤 경우든 제일 먼저 목숨부터 보존해야 한다고 말한 사람이 누군데?”
소고는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따지고 싶었다. 자신이라면 팔부령에 틀어박혀 천천히 일을 추진했을 게다. 사실 급하지도 않았다. 살천문주가 활동하고 있고 살문 외장도 활발하게 움직였다. 천외천이 움직일 것을 예상하면 활동 폭이 대폭 줄어들겠지만 살문의 명맥은 보존할 수 있다. 무엇보다 팔부령에는 소림 무승들이 진을 치고 있다. 그들은 어떤 장벽보다도 뛰어난 방어막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서둘러 움직일 이유가 없다.
“모두들 팔부령을 생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팔부령에 있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지.”
종리추는 소고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말했다.
“모두들 소림승들을 종이 호랑이로 아는데, 가장 무서운 사람들은 그들이야.”
“주공, 그 말씀은……”
혼세천왕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되묻다가 입을 다물었다.
“구파일방을 우습게 보면 안 돼. 질곡은 있었지만 항상 무림사를 주도해 온 문파는 구파일방이야. 천외천이 아니라 구파일방.”
더 더욱 이해할 수 없다. 구파일방은 종리추 말마따나 종이 호랑이로 전락한 지 오래인데. 소림승들은 무공 수련에만 열중하고 있는데…. 무공 수련이란 게 하루 이틀 사이에 일취월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소림승들이 진정으로 봉을 잡는 날, 살문은 팔부령에서 한 걸음도 빠져나오지 못해.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지. 난 소림승이 움직이기까지 오 년 정도를 생각했는데 시기가 빨라졌어.”
삼 년이면 소림 봉문이 끝난다. 소림은 봉문을 푼 다음에도 무림사에 일절 간섭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무림이 소림을 원하면 간여하게 될 게다.
종리추는 그때쯤 육십칠단승이나 백팔나한이 원하는 바대로 무공 성취를 이룰 것이라 말하고 있다. 소림오선사가 참패한 치욕을 갚을 수 있을 만큼.
종리추가 기간을 오 년으로 잡은 것은 소림사가 무림이 원할 때까지 기다리는 기간까지를 포함한 것일 게다.
“그랬어. 그게 있었어. 오 년…. 살문이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은 최장 오 년뿐이었어.”
소림 무승들이 무공 수련을 끝낸 후 얼마만한 경지를 이룰지는 모른다.
하지만 종리추가 말한 대로라면 살문은 움직이지 못한다. 팔부령에 틀어박혀 화전민으로 전락한 채 평생을 보내야 한다. 그야말로 유배 생활이다.
종리추는 거부했고 움직였다.
“다를 게 없어. 오 년 후나 지금이나. 하지만 이런 식으로 바위에 부딪친다 해도… 설령 천외천과 싸워 이긴다 해도 오 년 후에는 어떻게 할 건데?”
소고는 실없이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에 마른 가지를 던져 넣었다.
살수들의 인생은 하루를 기약하지 못하는데 오 년 후까지 생각해서 무엇하랴. 당장 내일 모자도로 들어가는 것만 해도 섶을 지고 지옥불 속을 뛰어드는 격인데.
“훗! 모두들 죽음을 생각하고 있군. 얼굴 표정들이 그래.”
죽음을 생각하지 않으면 무얼 생각하는가.
“법은 삼장뿐이야.”
“법삼장!”
광부가 단단한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놀라 소리쳤다.
“정전!”
유구도 깜짝 놀라 술병을 떨어뜨렸다.
백전을 수련하지 않은 소고와 소여은, 적사, 비망신사만이 이해하지 못한 눈빛으로 주위를 돌아본다. 법삼장은 무엇이고, 정전은 또 무엇인가.
“도로가 불량하여 지리를 얻지 못할 때, 지원을 받기 어려울 때, 기습을 하기 어렵고 계책으로 적을 유인하지 못할 때, 이럴 때 사용하는 싸움이 정전이다. 정전이란 정예로 싸우는 싸움이다. 정예로 천천히 하나씩 뚫고 나가는 우직한 싸움이다. 법삼장이라는 말이 있다. 살인자는 사형에 처하고 상해한 자나 훔친 자나 벌을 준다. 무수한 율법을 폐지하고 오직 세 가지 형벌만 남겨 둔다. 명령에 즉각 반응시키기 위해 가장 간단한 법만을 남겨둔 것이다. 정전에는 요령이 없다. 지닌 무공으로 최선을 다해 싸우는 방법밖에는. 최후의 순간 둘 중에 하나는 부서져 깨진다는 심정으로 사용해야 한다.”
지금이 그토록 절박한 시기였던가?
피해 가려면 피해 갈 수도 있었는데… 피하는 것이 죽음보다 못한 것이었던가.
종리추의 선택이 일면 옳아 보이기도 했다. 천외천과 싸워서 이길 수만 있다면, 그렇다면 살문과 싸우려고 작정할 문파는 극히 드물게 된다.
향후 일 년이 될지, 이 년이 될지, 오 년이 될지 모르지만 한동안은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다.
“혼세천왕.”
종리추가 혼세천왕을 불렀다.
“네, 주공.”
“내일 모도로 들어갈 때 넌 이걸 가져가.”
종리추는 묵직해 보이는 포대 자루를 내밀었다.
“이게 뭔지….”
“이게 살문을 살려줄지도 모르지.”
“살문을 살려줄 물건이요? 흐흐흐. 걱정 마십시오. 제가 이놈을 꼭 붙들고 있겠습니다.”
살문 살수들은 화약을 생각했다.
옛날 살문으로 쳐들어온 살천문 살수와 공동파 문도를 화약으로 죽였다. 건물을 무너뜨려서.
이번에는 무너뜨릴 건물도 없다. 그렇다면…. 폭사다. 포대 자루에 든 분량 정도라면 능히 십 장 정도는 초토화시킬 수 있다.
왜 혼세천왕에게 저걸 맡겼을까?
혼세천왕은 죽은 유회, 천왕검제와 거력을 다투던 역사다. 그라면 아마도 일검이나 이검쯤 맞아도 쓰러지지 않고 꿋꿋이 맡은 일을 처리해 낼 게다.
“주공은 죽음을 생각하고 있어, 내일 싸움에.”
좌중은 입을 열어 떠들 수도 없을 만큼 무거운 적막에 휘감겼다.
“흐흐, 생각 밖으로 가벼운데요?”
혼세천왕이 싱글거리며 말했지만 누구 하나 말대답을 하지 않았다.
좌중의 무거운 분위기를 해소라도 하듯 적사가 몸을 일으켜 소여은에게 다가갔다.
언제부터인가 소여은의 상처는 적사가 치료해 주었다.
소여은은 징그럽다며 몸을 움츠렸지만 적사의 눈길을 보고는 몸을 맡겨 버렸다.
“아직 힘들겠어.”
“그런 소리 마. 무공 수련하는 것 봤잖아. 너보다는 한 수 위야.”
“그래.”
“….?”
“하지만 몸이 완쾌될 때까지는 내게 맡겨.”
“미친놈, 네 몸이나 잘 간수해.”
싸우는 듯 투박한 말이 오고 갔지만 누구 한 사람 농을 걸지 않았다.
투박한 말속에 깃든 정감도 꼬투리 잡지 않았다.
모두들 무거운 게다. 마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