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 – 187화
석실 문을 밀치자 밝은 햇살이 빗살처럼 쏟아졌다.
후개는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바깥 세상에 적응했다. 제일 먼저 보이는 얼굴은 분운추월이다. 작고 깡마른 몸집이 얼마나 심고가 깊었으면 반쪽이 되었다.
무불신개도 있고 화두망도 있다.
이들은 자신이 연공 수련을 하고 있는 동안 석실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을 게다. 세상에 문파는 많지만 장로 세 명이 목숨을 바쳐 호법을 서주는 문파가 얼마나 될까.
‘개방을 지켜야 해. 내 손으로.’
후개는 가슴이 뻐근했다. 그러나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장로들 너머로 호법들의 얼굴이 보인다.
수천 호법, 수동 호법, 수풍 호법…. 그리고 수지 호법도 긴장된 얼굴로 서 있다.
‘수지 호법이? 음….! 일책이 실패했군.’
“출관을 축하드립니다.”
“방주님, 출관을 축하드립니다.”
장로와 호법들이 앞다투어 달려왔다. 이들은 궁금해하고 있다. 과연 타구봉법 수련은 완성한 것인가.
후개는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지만 우선 급한 것부터 물었다.
“수지 호법이 여기 있는 것을 보니 종리추의 일책이 실패한 모양이군요. 그럼 이책으로 들어섰을 텐데, 어느 정도나 진행되었는지요?”
후개는 분운추월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지는 것을 보았다.
우는 것도 아니고 웃는 것도 아닌 복잡한 표정이다. 분운추월의 그러한 표정은 천재로 소문난 후개에게 일말의 안도감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하하! 특별히 하실 말씀이 있으신 게군요.”
음성도 사뭇 여유로워졌다.
“그것보다 방주님, 수련은 어느 정도나….”
분운추월도 자신이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사태가 아직은 긴박하지 않은 것이다.
“염려해 주신 덕분에 약간의 성취를 보았습니다.”
“약간이라면 어느 정도나…?”
“글쎄요? 뭐라고 말할 수가 없는데… 굳이 말하자면 일성 정도라고 해야겠습니다.”
“이, 일성….!”
장로와 호법들의 눈에 실망스러운 빛이 어렸다.
아무리 강한 무공이라 해도 일성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평생을 무공만 갈고닦아 왔는데 무공을 모를까. 일성을 수련했다면 이제 겨우 모양새만 갖춘 격이다.
“하하하! 너무 심려 마세요. 비록 일성이지만 천객을 상대할 수 있을 거예요.”
후개의 말에 장로와 호법들은 눈을 부릅떴다.
놀란 눈빛이 아니라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이다.
“자, 그럼 이제 종리추의 영웅담을 들어볼 차례인 것 같습니다. 이 장로님이 종리추가 살아 있다고 말씀하셨으니 어디 들어보겠습니다. 종리추가 얼마나 활약했는지.”
“방주, 제가 언제 그런 말을…”
“하하! 방금 전에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표정으로.”
“끄응!”
분운추월은 머리를 긁적였다.
분운추월의 말은 경이로움의 연속이다.
‘직감이 틀리지 않았군. 종리추는 숙적이야. 평생의 숙적. 아마도 길고 긴 싸움이 될 듯싶어.’
후개는 자신이 어떻게 천재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지 의아스러움마저 들었다. 종리추는 어느 문파에 몸을 담았어도 장문인이 될 수 있는 자다. 그가 개방에 입문했다면 후개는 자신이 아니라 종리추의 몫이 되었을 것 같다.
자신은 도저히 종리추처럼 할 자신이 없다.
겨우 열댓 명 가지고 비객과 천외천의 고수들을 상대할 배짱이 있을까? 마음에서 일어나는 직감의 무공을 가진 천객들을 그렇게 당당히 상대할 수 있었을까?
천객이 모두 죽고 백천의 한 명만 살아남았다니. 하양 진인이 무당파로 돌아갔다니.
‘어쩌면 정말 사마령이 탄생할지도…’
후개는 어깨가 무거웠다.
중원 무림에 사마령이 탄생한다는 소리는 정도 무림인들이 못났다는 소리와 진배없다. 어떻게 살수들의 신이 탄생할 수 있단 말인가.
비객이 싫었다. 천외천이 싫었다. 그들은 스스로 살수가 된 것이나 다름없다.
정도 문파 출신이라는 것 외에 살수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
사마외도가 따로 있는가.
천외천이 생김으로 해서 개방에도 내분이 일어났다. 개방 역사상 최대의 위기라고 해도 좋을 위기를 방주로 취임하기도 전에 막아야 될 형편이다.
종리추가 좋아서 개방의 정보를 넘겨준 것이 아니다.
인면수심을 죽이든 명분을 찾든 사람을 죽일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후개라는 신분만 아니었다면 종리추의 제안을 거절했을 게다.
불행히도 그는 후개다. 개방을 이끌어갈 차기 방장이며, 용두 방주가 살해된 지금에는 방주로 취임해야 할 입장이다. 그리고 취임하기 전에 천외천에 대한 일을 해결해야 한다.
후개는 솔직히 천객들을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흑봉광괴가 개방도를 절반이나 잠식한 마당에는 더욱더 상대할 힘을 잃었다. 암살도 서슴지 않는 비객과 천외천 고수들을 상대하기에는 이쪽이 너무 무력했다.
삼십육로 타구봉법을 수련할 동안 시간을 끌어줄 것이 필요했고, 종리추가 적합한 제안을 해온 것뿐이다.
종리추는 지금도 적이고 앞으로도 적으로 남으리라.
“일 장로가 회합을 소집했다고 했습니까?”
“닷새 후 정오, 칠성각입니다.”
“숨어야겠어요.”
“네?”
“회합을 소집한다는 전갈은 언제 받으셨죠?”
“닷새 전에…..”
흑봉광괴는 개방 방규는 어기지 않았다.
장로가 회합을 소집할 경우에는 십일 전에 통문을 돌려야 한다. 자잘한 일에 불과하지만 작은 일에도 서릿발이 내릴 수 있다.
“비객들이 움직이고 있을 거예요. 모도에서 여기까지 오는 시간은 하루면 족하죠. 어쩌면… 내가 나올 때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군요.”
방주의 연공실에는 두 개의 장치가 되어 있다.
첫 번째 장치는 장로나 호법들이 호법을 서준다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장치다. 절정 고수로 명성을 드날린 고수들이 비바람을 맞아가며 호법을 서주는데 누가 침범할 생각을 하겠는가.
또 하나의 장치는 석문이다. 석문은 강제로 열 수 없다.
기관에 의해 작동되면 열고 들어가는 것과 나오는 것이 한 번씩 순차적으로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 열고 들어간 사람이 있으면 본인이 열고 나오기 전까지는 들어갈 수 없는 문이다. 강제로 열려고 할 경우 석문은 붕괴한다.
연공실에는 또 하나의 비밀 문이 있는데 오직 방주만이 알고 있다.
삼십육로 타구봉법이 비전이듯 방주의 연공실은 타구봉법을 수련하기 위한 비밀 장소인 것이다.
“그럼!”
“주변 어딘가에 매복하고 있을 게 틀림없어요. 일 장로가 회합을 열기 전에 몇 사람은 죽어야겠지요. 그중 하나가 저. 후개가 없어지면 거리낄 것이 없겠죠.”
“설마 일 장로가 그렇게까지!”
“아닙니다. 아니에요. 일 장로 뜻이 아닙니다. 아마도 백천의 뜻이겠죠. 천외천은 백천의가 장악하고 있으니 백천의의 뜻이 맞을 겁니다. 일 장로도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하하! 제가 천외천에 가입했어도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을 겁니다. 후개가 아니라면 말이죠.”
“방주 그럼 지금이라도….”
“그래요. 숨어야지요, 회합이 열리기 전까지는. 연락할 사람들에게 밀마를 넣으세요. 한 명이라도 귀한 목숨 희생시켜서는 안 됩니다.”
후개는 차분했다.
분운추월은 후개의 명을 받들기 위해 몸을 일으켰으나 움직이지 못했다.
대신 후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분운추월의 얼굴에 긴장이 서렸다.
“음….!”
화두망이 신음을 토하며 봉을 움켜잡았다.
원래 성격이 불같이 성급한 화두망이다. 장문인이라도 불의를 저지르면 가차 없이 봉을 내지를 사람이다.
“성급하게 움직이지 마세요. 살수의 특징은 무음, 무형입니다. 한 명쯤은 기꺼이 목숨을 내놓는 독심도 있죠. 하나의 종적을 잡아냈다고 공격했다가는 되려 당합니다.”
무림에서 잔뼈가 굵은 화두망이 그 정도를 모를 사람이 아니다.
후개는 비객들에게 말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정정당당하게 모습을 밝히고 무공 대 무공으로 겨루자고. 그러면 사양하지 않겠노라고.
천외천 살수가 온 것은 틀림없다. 그들이 살수 비기인 은신술을 사용하고 있지만 기의 흐름에 특히 민감한 분운추월이나 후개의 이목까지 속이지는 못했다.
대문파 개방의 장로가 셋이나 있고, 호법이 넷이나 있으며, 차기 방주로 내정된 후개가 있는데도 암습을 가해왔을 때는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저들이 공격을 시작할 때 위기를 맞게 되리라. 후개의 말에도 불구하고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조용한 적막이 옷깃을 뚫고 들어와 살갗을 저몄다. 잠시 후 석실에서 십여 장 떨어진 수풀이 들썩였다.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노파와 노인이다.
아직도 아름다운 자태가 남아 있는 노파와 호골장한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은 노인이다.
“철권….. 비영파파…”
분운추월이 입을 떡 벌렸다. 설마 이들이 왔을 줄이야!
어떻게 이들이 개방을 공격할 수 있단 말인가. 정도라든가 사도라는 생각을 떠나서 지나온 세월 동안 쌓은 교분이 있는데. 서로 진한 농담도 서슴없이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인데.
후개는 다른 생각을 했다.
‘정녕 이들만 왔단 말인가. 다른 기운을 읽을 수 없다. 비객이 살수 문파의 은신술을 익혔다더니… 은신술을 펼친 상태에서는 감지해낼 수 없어. 이 장로나 내가 느낀 기운은 이들이 흘린 것. 비객… 무섭게 발전했군. 비객이 와 있다면 틀림없이 어려운 싸움이 될 거야.’
보이는 자와 싸우는 것은 쉽지만 보이지 않는 자와 싸우는 것은 어렵다.
다시 종리추가 떠올랐다. 그는 어떻게 이런 자들을 그리 쉽게 죽일 수 있었을까.
자신이 없지는 않았다. 어떤 자이든 공격이란 행동을 취하기 위해서는 몸을 움직여야 한다. 몸을 움직이면 기척이 일어나고, 그 순간을 잡으면 된다.
그만한 기척쯤은 잡아낼 수 있는 무공을 지녔다.
“서로 비참한 말은 하지 말자. 뜻이 다르니 가는 길도 다를 수밖에. 뜻이 달라도 양립할 수 있으면 상관없으나 그렇지도 못하니… 그렇다면 빨리 끝내는 게 좋겠지.”
철권 구양춘은 애써 무심한 표정을 유지했다.
그라고 평생 무림에서 얼굴을 맞대고 살아온 개방 장로들을 편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목숨을 빼앗으러 온 처지였기에 더욱더.
“흐흐흐! 철권 개코같은 놈! 네놈이 실성을 해도 단단히 했구나! 이놈아! 늙어서 망령이 들었으면 집 안에나 틀어박혀 있을 일이지 무엇하러 기어나와서 추태야. 추태는!”
성격 급한 화두망이 한달음에 달려나갔다.
쒜에엑….!
오른손에 들린 봉이 다짜고짜 타구십팔초를 펼쳐 철권의 머리를 노려갔다.
왼손은 회선장법이 쏟아지고.
살초다. 공격에 깃든 진기가 무지막지하게 뿜어져 나온다.
화두망은 성미가 급하기는 하지만 미련한 사람은 아니다.
철권이나 비영파파가 놀라운 고수인 것만은 틀림없지만 이들만으로 공격해 올 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싸움을 빨리 끝내야 한다. 길게 늘어지면 늘어질수록 상황이 악화된다. 어쩌면 그게 저들이 노리고 있는 점인지도 모른다.
철권의 가공함을 생각하면 주의를 십분 기울여 공격했어야 하나 앞뒤를 가릴 겨를이 없다.
“성급하군.”
철권은 물러서지 않고 권법으로 부딪쳐 왔다.
철권 구양춘은 권법 하나로 무림에 명성을 날린 사람이다. 권법이라면 각 문파마다 모두 한 가지씩은 절정 권법이 있고, 특히 진주 언가 같은 경우에는 오래전부터 권법 하나로만 명성을 날린 가문이다. 철권은 그들을 제치고 무림 삼정 중 일인으로 부각됐다. 진위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진주 언가주와의 일전에서도 반 초 차이로 승리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는 절정 고수.
부우욱….!
주먹을 휘둘렀을 뿐인데 공기가 파랑을 일으킨다.
퍼엉!
회선장법과 철권의 쇄옥철권이 정면으로 부딪쳤다.
“크윽!”
화두망은 급히 왼손을 내리고 물러섰다.
역시 쇄옥철권은 정면으로 부딪쳐서는 곤란하다. 내력을 믿고 승부를 빨리 끝내겠다는 심정으로 부딪쳐 봤는데, 이건 쇠몽둥이로 후려 맞는 것 같다. 말 그대로 역시 옥도 가루로 부숴 버리는 철권이다.
철권은 서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승부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천천히 다가섰다. 아! ‘천천히’라는 말은 부적합하다. 거리를 좁혀올 때는 천천히 다가왔지만 공격 범위에 들어섰다고 생각되는 순간 철권의 신형은 빗살이 되어 쏘아졌다.
부우욱….!
다시 허공을 긁는 소리가 울렸다.
오른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위에서 내려치는 화두망의 봉을 막고, 막은 후에는 막은 오른손으로 팔 위를 스쳐 안면이나 복부를 가격하는 초식 외문 측섬활타.
외문 측섬활타의 무서운 점은 초식 자체가 빠르고 정교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욱 무서운 것은 왼손이다. 왼손이 대기 중이다. 외문 측섬활타를 방어하는 동안 대기 중인 왼손은 다른 공격을 펼칠 수 있다.
화두망은 봉법을 회수하고 다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성급했어.’
화두망은 내심 후회했다.
철권 구양춘은 짧은 시간에 꺾을 수 있는 자가 아니다. 초식을 주고받으며 찰나의 틈이 나기를 기다려야 하는 절정 고수다. 어쩌면 하루 해가 꼬박 지도록 승부가 나지 않을 수도.
비영파파가 월영반을 꺼냈다.
웬만한 고수를 상대할 때는 두 개만 꺼내지만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상대를 만나면 네 개를 모두 꺼낸다.
비영파파가 꺼낸 월영반은 네 개다.
“크크큭! 할망구, 왜 그래? 늙으니 삭신이 쑤셔?”
분운추월이 비영파파 앞을 가로막았다.
“영감탱이… 영감탱이와 싸우게 될 줄이야.”
“안 싸우면 되지.”
“훗! 싱겁기는…”
“할망구도 속이 좋지 않은 모양이네?”
“시답잖은 소리 하지 마. 이 영감탱이야.”
“클클클! 그래. 어차피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우리도 빨리 끝내는 것이 좋겠지. 영광이야, 할망구. 망구가 월영반을 네 개씩이나 꺼내 들고.”
“천하에서 제일 빠른 발인데, 겨우 월영반 네 개로 상대할 수 있을지 몰라.”
“망구가 겸손은….”
비영파파와 분운추월은 오랜 세월 동안 알아왔다. 문파는 서로 다르지만 서로를 인정하고 아껴주는 마음은 사형제 못지않을 게다. 정녕 이런 날이 오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서로가 목숨을 노리고 싸우는 날이 오리라고는.
쉬익!
분운추월이 먼저 신법을 전개해 비영파파의 주변을 돌았다.
여양에서 감숙까지 하루 만에 주파하여 무림사에 대기록을 세운 분운추월이다.
개방에는 취리건곤보와 대팔건곤보 두 가지 신법이 있다.
취리건곤보는 접전 시에 주로 사용하고 대팔건곤보는 장거리를 이동할 때 주로 사용한다. 분운추월이 주변을 맴돌며 사용하는 신법은 취리건곤보이나 개방도가 익힌 취리건곤보와는 어딘지 달라 보인다. 빠르기로만 따지면 중원 제일이라는 점창파의 유운신법조차도 따라잡지 못할 속도다.
“말보다 빠르다더니 정말이었군. 영감탱이가 날이 갈수록 빨라지니. 휴우!”
비영파파는 만지작거리던 월영반 한 개를 허공에 불쑥 던졌다.
쒜에엑!
월영반은 분운추월을 노린 것이 아니라 분운추월이 신법을 전개하는 길목을 차단해갔다. 월영반은 무척 빠르다. 회전 속도가 있어서 비수보다도 강맹하며 빠르다.
그러나 월영반이 허공을 강타했을 때 분운추월은 이미 그 지점을 통과한 후였다.
쒜에엑…!!
돌아온 월영반을 다시 잡아 던졌다. 이번에는 다른 월영반도 발출됐다. 월영반 네 개가 각기 다른 방향을 향해 짓쳐갔다. 동서남북, 정확히 네 곳으로.
분운추월과의 싸움은 다리를 잡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라진다.
신법을 늦출 수 있다면 이기는 것이요, 신법을 따라잡지 못하면 진다.
휘익! 쒀에엑….!
분운추월은 허리를 살짝 굽혀 날아오는 월영반을 피해낸 다음 다시 신법을 전개했다. 결코 속도를 늦추거나 월영반을 맞받지 않았다.
월영반이라는 병기는 기병이다. 부딪치는 순간 월영반은 살아 있는 생명이 되어 재차 공격을 가해온다. 두 번째 공격을 막아낼 즈음이면 다른 월영반 세 개가 짓쳐올 시간을 갖게 된다. 천하에서 가장 빠른 발을 가진 분운추월이지만 월영반의 그물막에 갇히게 되면 요행을 바랄 수 없다.
철권과 화두망의 싸움처럼 비영파파와 분운추월의 싸움도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싸움 양상은 전혀 다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