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 – 87화
무림은 조용했다.
거대한 피바람의 징조나 문파 간의 알력 같은 징조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한낮의 열기가 대지를 이글이글 태우는 정오 종리추는 소고와 마주 앉았다.
창문이란 창문은 모두 활짝 열어놓았지만 바람 한 점 없는 무더운 날씨는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등에 땀방울이 맺히게 했다.
“살수들을 수련시킨다고 들었는데, 끝났어?”
“아직 멀었습니다.”
소고나 종리추가 차를 마시는 모습이 한가해 보였다. 하릴없는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여유롭게 한담을 나누는 듯이 보였다.
“보름이나 기다리셨다고 들었습니다.”
“오래 머물렀지. 살문 구경도 좀 하고. 하지만 아직도 구경하지 못한 데가 있어.”
“그렇습니까?”
“내원하고 지하 밀실. 풋! 그곳만은 보여주지 않던데? 주인이 있다면서.”
“있죠. 전각은 수하들의 거처지만 저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습니다. 그들만의 공간이니까요.”
소고가 눈을 반짝였다.
“수하를 사람으로 인정하는군.”
“…”
“정이 들었어.”
“…”
“수하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 있겠어?”
“후후, 벌써 사지에 들어와 있습니다.”
“호호호! 그렇지, 벌써 사지에 들어와있지.”
“…”
“다행이야, 살수들이 강해 보여서. 아니, 강해 보이는 게 아니라 강한 거지. 소문난 무인들이 픽픽 쓰러지니 정말 강한 거야.”
“묵월광은 어떻습니까?”
“묵월광?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
“…”
종리추는 더는 묻지 않았다. 소고도 묵월광이라는 말 자체도 언급하려고 들지 않는다.
“묵월광을 움직여야겠어.”
“알겠습니다.”
“그래.”
그날 저녁, 해거름이 질 무렵 소고는 돌아갔다.
소고는 바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녀는 대외산 정상에 올라 저녁놀에 물든 살문을 굽어보았다.
“일살.”
“넷!”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음성과 동시에 더위를 더욱 부채질하는 답답한 음성이 들렸다.
“전각에 있는 자들은 어떤 수준인가?”
“강해 보입니다.”
“그 말은 강하지 않다는 뜻이군.”
“…”
“넌 진짜 강한 자를 보면 대답을 미루지. 강한 것을 인정하기 싫어서. 서슴없이 강한 자라고 말하는 것은 얼마든지 죽일 수 있다는 뜻이야. 안 그래?”
대답이 없었다.
이게 습관이다. 그는 정말 긍정해야 할 때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전각에는 열일곱 명의 살수가 있다고 들었어. 그중에 상대하기 버거운 자는 없는가?”
“강한 자들이라 신경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신경은 쓰되 죽일 수 있다는 말이다.
“호호! 좋아. 그럼 살문주는 어떻지? 죽일 수 있겠어?”
“…”
일살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 자신 없을지도 몰라. 희한한 자니까. 하루가 다르게 거목이 되어가고 있어. 삼이도에서 만날 때만 해도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제는 깊이조차 잴 수 없어.”
그녀가 내려다보는 살문은 한가하고 평화로워 보였다.
그 속에 살귀들이 살고 있다.
소고는 일살이 잘못 판단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종리추가 직접 양성하는 살수라면 누구에게 쉽게 당할 자들이 아니다.
반면에 일살을 믿는 마음도 크다.
일살을 비롯한 호법 이십팔숙은 진정한 죽음의 사자들이라고 확신한다.
일살은 살문 살수들을 너무 가볍게 보았지만 죽이고자 한다면 틀림없이 죽일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살문에 와 종리추를 만나는 이유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하나는 묵월광이 무림에 나서는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살문의 진정한 역량을 보기 위함이다.
살문의 진정한 역량.
종리추가 살수들이라고 규합해 놓은 십시전각의 주인들은 강해 보인다.
하지만 ‘절대’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령주 적사, 화령주 소여은, 조령주 야이간이 규합해 놓은 살수들과 부딪친다면 승산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종리추가 있다. 그래서 그들은 강하다.
이상한 일이다. 그들 개개인을 살펴보면 약한데, 종리추를 섞어놓으면….. 강하다.
‘내가 무슨 짓을 했지? 난 스스로 오른팔을 잘라버렸어. 어쩌면 이 일을 두고두고 후회할지도…….’
소고는 착잡한 심정을 떨쳐 버리기라도 하듯 황급히 신형을 날렸다.
“유구, 어떤가? 해볼 만한가?”
“숨어있는 놈이라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지만 …… 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좋아, 역석?”
“저 역시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종리추는 십사전각의 주인들에게 일일이 물었다.
무슨 질문인지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모두 일살의 존재를 눈치채고 해볼 만하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됐다. 오늘은 누구 차례지?”
“접니다.”
음양철극이 쓴웃음을 지었다.
“장소는?”
“음풍곡으로 정했습니다.”
“음풍곡은 시야가 너무 좁지 않나?”
“그래서 정했습니다. 오래 살아야죠.”
“하하! 좋아 가서 오래 살아봐. 가서 준비해.”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음양철극이 신형을 일으켜 사라졌다.
“음양철극은 오래 살고 싶다는데, 얼마나 빨리 죽일 수 있나?”
“크큭 한 시진으로 정했습니다. 크크! 한 시진이면 넉넉합니다.”
혈산편복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혈산편복뿐만이 아니라 남은 사람들의 눈빛에는 긴장이 서리기 시작했다.
“무슨 소리! 한 시진? 하하 죽일 수 있으면 죽여봐.”
유회가 커다란 덩치를 흔들며 노려보았다.
살수는 누구든 죽여야 한다. 친형제라도, 부모라도 죽일 수 있어야 한다.
명을 받고 움직이는 살수라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도 죽이라면 죽여야 한다. 그것이 이급 살수다.
종리추가 이급 살수가 되는 요건으로 내건 일조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끓는 불 속이라도 뛰어 들어가는 것이 모정이다. 모정에는 비할 수 없어도 깊은 정을 간직해야 한다.
일급 살수가 되는 요건이다.
보호하는 것은 죽이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종리추는 죽이는 자는 이급 살수로, 보호하는 자는 일급 살수로 분류했다.
“하하! 말하는 것을 보니 혈산편복은 공격조, 유회는 방어조인 모양인데, 말은 필요 없지. 살수에게 가장 필요 없는 것이 하나 있어. 바로 말이야.”
“…”
“가봐.”
역석, 유회, 천왕검제가 즉시 몸을 일으켜 읍을 취해 보인 후 사라졌다.
남은 자들은 어색한 침묵에 빠졌다.
“오늘 수련은 뭔가?”
종리추는 어색한 침묵을 깼다.
“수전입니다.”
혼세마왕이 텁텁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수전에 음풍곡이라… 장소는 잘 골랐군. 상황이 불리하니 철저히 방어한다. 웬만하면 싸우지 않을 테고 접근도 용이하지 않을 텐데, 방책은?”
“저희는 강전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전… 강하니 약하게 보인다. 지키고자 하는 고집에 끌어내고자 하는 머리 싸움이 되겠군. 재미있겠어. 한 시진이면 된다고 했나?”
“넷!”
혈산편복이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럼 한 시진으로 하지. 한 시진 안에 끌어내면 이기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지는 것이야.”
“넷!”
음풍곡은 대외산에서도 가장 깊은 골짜기다.
한여름에도 음풍곡에 들어서면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햇볕이 들지 않고 음습한 바람이 분다.
음양철극은 계류와 접해있는 산자락에 둥지를 틀었다.
너구리가 굴속에 들어가 나오지 않듯이 몸뚱이 하나 간신히 들이밀 수 있는 굴속으로 들어가 입구마저 막아버렸다.
졸졸졸…!
계류에 흐르는 물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왔다.
‘호흡부터 죽이고, 생각도 죽이고, 오로지 귀만 열어놓는다. 들키면 죽는다.’
‘철극을 꺼내 들 만한 공간도 없고, 뛰어 나가도록 내버려 둘 상대가 아니니 긴장은 필요 없다. 이대로 돌아가는 상황만 보는 거야.’
그는 깊은 동면에 들어갔다.
역석, 유회, 천왕검제는 음풍곡에 들어가는 길목을 막았다.
불을 지를 수 있게 건초 더미를 쌓았고 곳곳에 함정을 설치했다. 너구리나 토끼를 잡을 때 사용하는 올가미는 물론이고, 곰이나 호랑이를 잡을 수도 있는 큰 함정을 설치했다.
“모두 차단했나?”
역석이 안심이 안 되는 듯 불안한 음성으로 물었다.
“이곳까지 열네 겹입니다. 흐흐흐 발길을 완전히 막지는 못했겠지만 두어 시진 정도는 지체시킬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음양철극은 어디에 숨어있지?”
“차라리 모르는 게 낫죠. 알아봤자 득 될 것도 없는데. 음양철극은 참는다는 게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니 아마도 꽁꽁 숨어 있을 겁니다.”
“그렇겠지. 자기 자신도 어쩌지 못할 만큼 극단의 경우로 몰아넣었겠지. 그래서 더 위험해. 내가 공격조라면 이렇게 생각할 거야. 찾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찾기만 하면 쉽게 잡을 수 있다고.”
“후후 찾기만 하면 이라는 말이 들어갑니다. 들어가는 것과 안 들어가는 것은 큰 차이죠.”
“그래 그게 우리가 주의해야 할 말이야. 찾기만 하면. 우린 절대 찾을 수 없게 만들어야 해.”
“이 정도면 대충 되지 않았습니까?”
역석은 계속 불안했던 마음의 정체를 알았다.
대충이란 말속에 불안이 스며있었다. 음양철극의 완벽한 은신이 대충이라는 마음을 불러일으켰고 어딘가 허점이 있을 것이란 예감.
함정 따위로 공격조의 발길을 저지할 수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완벽하게 설치된 함정이라고 자부하지만 고도로 훈련된 살수가 볼 적에는 뚫을 구석이 너무 많다.
방어조가 기대한 것은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신경이 곤두선다는 것은 행동을 제약하고 제약된 행동은 신법을 둔탁하게 만든다.
바라는 것은 오직 그것뿐이다.
“지금 즉시 다시 점검해. 대충은 없어. 완벽해야 해!”
역석은 다급히 서둘렀다.
방어조에 주어진 자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삼경을 알리는 징 소리가 들려올 때 공격조의 공격은 시작된다. 그리고 삼경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다섯 명이 죽는다. 좌리살검, 산화단창, 구류검수, 광부, 혼세천왕. 너희가 죽어.”
“죽는 역할은 저보다 쌍구광살형님이 더 실감 나게 할 수 있을 텐데…”
광부가 못마땅한 듯 툴툴거렸다.
“광부, 네 도끼가 내 쌍구보다 날카롭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아뇨, 날카롭기야 쌍구가 날카롭지만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병기로는 내 도끼가 최고죠.”
“흐흐흐! 언제 한번 살풀이를 해야 되겠군.”
살수들은 서로의 무공을 견주어보고 싶어 했다.
한결같이 소문난 자들이고 한 번쯤은 겨룰 때가 있겠거니 생각했던 자들이 모여 있으니 당연했다.
“입들 다물어! 자, 죽을 자들은 빨리 가서 죽어.”
“쳇!”
다섯 명이 몸을 일으켜 각기 다른 방향으로 쏘아갔다.
유구는 지도를 접었다.
- 적의 능력을 파악했으면 천기를 얻어라.
유구는 종리추에게 전수받은 지식을 아낌없이 사용하는 중이었다.
천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분이다.
종리추는 무슨 연유에선지 명분 없이는 검을 들지 못하게 했다.
왜 죽여야 하는가, 죽여야 할 사람인가.
명분을 얻은 후에는 날씨와 지형을 본다. 창을 성명 병기로 사용하는 자는 수목이 빽빽한 수림에서는 제 능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한다. 혈산편복처럼 채찍을 사용하는 자도 마찬가지다.
광활한 초원에서는 활을 가진 자가 가장 유리하다.
싸우는 데는 의외로 무공이 능사가 아니다.
천기를 얻은 후에 공격하고 싶은 마음에 몸이 근질거린다.
한 번 더 참는다.
불쑥 솟구치는 충동을 억제하고 치밀한 공격 계획을 세운다. 어떤 싸움을 할 것인지 선별하고 싸움에 맞는 조건을 갖춘다. 두 번, 세 번 점검하여 마음속에서 이런 싸움을 하면 당연히 죽일 수 있다는 신념이 생길 때까지 계속 계획을 세운다. 살수에게 최대의 적은 망설임이다. 망설임이란 불신에서 비롯된다. 죽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이건 무공에 대한 확신과는 다른 종류다. 살수행을 떠날 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야 한다. 이웃집에 나들이 가는 사람은 불안해하지 않는다. 살수행을 나설 때에는 그래야 한다. 상대를 죽이고 돌아오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져야 한다. 그런 마음에서는 정작 상대를 죽일 때 망설임이 일어나지 않는다. 마음속에 조금이라도 불신이 숨어있다고 생각될 때는 나서지 마라.
종리추의 가르침은 죽은 지식이다.
그 말을 하는 종리추 역시 사람을 죽여본 경험이 일천하기 때문이다.
그 말은 머릿속에서 나왔고, 행동으로 옮겨보지 못했다. 또 그의 말은 임기응변에 능란해야 하는 살수들에게는 적절치 못한 구석도 있다.
모두 그런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의 말을 쫓는 것은 일급 살수란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생각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모두 일급 살수가 되고 싶기에.
지금은 단지 그 과정을 밟아가는 과정에 불과하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아니다 싶은 부분은 버리고 이것은! 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첨가한다.
과정이다. 일급 살수가 되기 위해서는.
“헉!”
다급한 음성이 들렸다.
맑은 음색으로 보아 구류검수다.
“가자! 시작됐어.”
유구가 재빨리, 그러면서도 뱀처럼 은밀하게 움직였다.
“이런!”
세상이 깊은 침묵으로 스며든 야반삼경에 다급히 울리는 소리는 음풍곡을 잠에서 깨웠다.
‘산화단창?’
역석은 께름칙했다.
구류검수에 이어서 산화단창이 걸려들다니.
그들은 상처 입지 않았는지… 그런 점은 걱정하지 않았다.
일급 살수가 되기 위해서는 이급 살수가 먼저 되어야 한다. 조금 전까지 술을 마시던 지우의 가슴에 칼을 박을 수 있을 만큼 비정해야 한다.
수련에 불과하지만 수련 중에 죽는다 해도 어쩔 수 없다.
지금은 그들이 어떤 함정에 걸렸고 왜 걸렸는지가 중요하다.
‘유구 형님이 뭔가 일을 꾸몄는데… 어떤 싸움을 시작했을까? 수전을 시작했으니 백전이 무의미해. 자리를 지키고 움직이지 않으면 돼. 구미호가 나타나 홀려도 천년 암석처럼 버티고 있어야 돼. 어떤 싸움인지 생각할 필요도 없어.’
역석은 활시위를 팽팽하게 잡아당겼다.
종리추는 만장애에 올라 음풍곡을 내려다봤다.
어둠에 잠긴 음풍곡에서는 음울한 귀기가 피어나는 듯했다.
그는 십시전각의 주인을 끊임없이 수련시켰다. 가상의 백전을 설정하고 백전이 마쳐질 때까지는 살수행을 시키지 않을 각오였다.
백전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다.
정확한 사리 판단.
십사각 각주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일급 살수가 되는 과정이라는 거창한 것도 아니고 평범한 사람을 뛰어난 살수로 양성시키려는 목적도 아니다.
백전을 통해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만 구비된다면 바랄 게 없었다.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버려야 할 때가 있으리라. 곤경에 처한 줄 번연히 알면서도 비열하게 도주하는 순간도 닥칠 것이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가장 잘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확한 사리 판단이다.
종리추는 십사각 각주에게 그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가 내뱉은 말들 또한 십사각 각주들이 생각하는 만큼 죽은 지식이 아니다.
그는 산 지식으로만 말했다.
물론 몇 명이나 죽였느냐로 따지자면 살문 사살이 가장 많이 죽였을 것이다.
가장 적게 죽인 사람은 당연히 종리추가 될 것이고.
아니다. 잘못된 계산이다.
살문에서 가장 사람을 많이 죽인 사람은 종리추다.
살명을 내릴 때마다 심사숙고를 거듭했다.
살수들에게 신념이 필요하듯 그에게도 신념이 필요했다.
누구를 보내야 가장 안전하게 죽일 수 있을까? 마음속 그림이 완벽하게 그려질 때까지 살명을 내리지 않았다. 그럴 수 없었다.
직접 손에 무기를 들고 사람을 찌르지 않았지만 수백 번도 넘게 살행을 상상했다.
그가 내뱉은 말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다.
“음풍곡은 사지야. 갇히면 나오기 힘들지. 무공에서 뒤지니 수전을 택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단순한 수전이 아니라 선전을 가미했어야 돼. 공격조가 음풍곡에 도착하는 시각을 고려해서 기습을 가하여 빠져나갔다면 쉽게 뿌리칠 수 있었을 거야.”
종리추는 십시각 각주들에게 어떤 조언도 하지 않았다.
백전을 가르쳐 주었으니 어떻게 응용하느냐는 그들의 몫이다.
똑같은 백전을 수련했더라도 결과는 사뭇 달라지게 되어있다. 받아들이는 쪽에서 자신에 맞게 변형되기 때문이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변형시키든 상관없다. 그것 역시 그들의 상황에 맞게 변형된 판단력이기 때문이다.
아내와 자식이 사지에 빠졌을 때 어떤 사람은 아내를 구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자식을 구한다. 또 어떤 사람은 아무도 구하지 않을지도 모르며 혹은 둘 중 누구를 선택하느니 모두 함께 죽음을 맞을지 모른다.
선택은 자유다. 어떤 선택을 하든 자신에게 달려있다.
종리추는 한마디만 했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들에게 달려있다.
백전을 통해 많은 경험을 쌓게 되면 선택의 폭은 넓어질 것이다. 극단의 경우에 … 단 한 번이라도 제삼의 방책을 찾아낸다면 다행이지 않은가.
종리추는 만장애를 내려오기 시작했다. 깎아지른 절벽이라 오르는 것도 내려가는 것도 생각할 수 없다. 말 그대로 만장애는 까다로웠다.
손가락 하나에 전신을 실어야 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 한정도로 잡을 곳이 없었다.
“허점 속에 견고함이 있어.”
모두들 방심하고 있는 만장애.
종리추는 그곳에서 이번 살수행에 가장 적합한 길을 찾았다.
무인들은 무공으로 싸우지만 살수는 살인 방법으로 싸운다.
상대가 죽을 수밖에 없는 사지로 들어오게끔 만드는 것이 살수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무공이다. 그렇기에 지혜가 뛰어난 자는 삼류 무공을 익히고 있어도 특급 살수가 될 수 있다.
무인과는 확실히 다른 길이다.
만장애를 내려와 제일 먼저 만난 사람은 후사도다.
그는 몸을 깊게 숙이고 음풍곡 안으로 들어서는 중이었다.
“세 걸음 정도 더 오면 금종수로 명문혈을 가격한다.”
후사도는 세 걸음을 더 걸었다.
그는 종리추를 지척에 두고도 모르고 있다. 눈은 빛내고 있지만 종리추의 모습은 전혀 잡아내지 못한다.
사삭…!
후사도는 커다란 고목 뒤로 움직였다.
‘후사도 넌 죽었다.’
종리추는 후사도를 격살했다.
실제로 죽이지는 않았지만 금종수를 내뻗기만 했다면 후사도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죽었을 게다.
소리 없는 죽음. 비명조차 못 지르는 압공.
살수가 익혀야 할 무공이다.
후사도를 보낸 종리추는 또 움직였다.
그는 매일 열일곱 명을 죽인다.
이틀이면 서른네 명, 열흘이면 백칠십 명을 죽인다.
신경이 팽팽하게 곤두선 살수들을 죽이는 일이기에 무방비 상태의 무인을 죽이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실전 경험이 부족하다 할 수 없다.
그는 부족한 살수 경험을 수련을 통해 익혀나갔다.
단지 죽이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죽일 때마다 각기 다른 방법으로, 다른 무공으로, 다른 장소에서…
같은 것이 하나라도 있으면 죽이는 수련하는 의미가 사라진다.
항상 새로워야 한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람을 죽이는 경우에도 다른 방법, 다른 무공을 익혀야 한다.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은 한 가지 살수 방법에 익숙해진다는 것이고, 민감해야 하는 임기응변을 둔화시키는 역할도 한다.
‘생각이 굳은 자는 살수로서의 생명이 끝난 거야.’
종리추는 그렇게 믿었다.
유회가 보였다.
“화살… 지키는 데는 그만이지. 하지만 미종보를 펼친다면 쉽게 잡아내지 못할 거야. 절정고수와 부딪치면 무너지겠군.”
종리추는 미종보를 펼쳤다.
그의 신형이 어둠 속에 아스라이 묻혀 들어갔다.
십시각각주들을 부단히 수련시키듯이 그 역시 부단히 수련하고 있었다.
패앵! 쒸이잉…
역석, 유회, 천왕검제는 쉴 새 없이 화살을 쏘아댔다.
함정으로 그들의 발길을 막을 수 없듯이 활로도 시간을 잠시 지체하는 역할밖에 못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음풍곡으로 장소를 정한 순간부터 죽음은 이미 정해진 일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방어조는 최대한의 시간을 끌어내야 하고 공격조는 약정된 시간 안에 죽여야 한다.
가상의 상황이 설정되어 있다. 한 시진이 지나면 방어조를 구하기 위해 절정 무인 백여 명이 도착한다는.
시간 제약이 없다면 전략도 필요 없는 싸움이지만 제약이 있기에 치밀한 두뇌 싸움이 요구되었다.
쉬이익! 쒜엑!
유구 등은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좀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시야가 좁은 음풍곡에서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쪽이 그만큼 유리했다.
‘반각이 지나고 있어 빨리 움직여야 하는데…’
죽은 자들이 움직였다.
좌리검살, 산화단창, 구류검수, 광부, 혼세천왕.
그들은 산 중턱을 타고 음풍곡을 돌아 들어가 음양철극이 숨은 곳을 찾았다.
방어조의 수뇌인 역석도 그런 점은 간과하지 않았다. 도저히 걸려들 수 없는 함정에 걸려들어 비명을 토해낸 순간부터 배후가 뚫릴 것을 생각했다.
‘어쩔 수 없지. 세 명으로 곡구를 막기도 벅차. 음양철극이 잘 숨어있기를 바라는 수밖에.’
그것이 역석의 판단이었다.
‘사방이 한눈에 들어오는 위치. 여기서 움직이면 안 돼.’
그들은 잡고 있는 자들이 있다.
십여 명에 이르는 자들이 화살의 견제를 받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몇 명이나 들어왔을까? 많아봤자 서너 명. 이제는 정말로 시간 싸움이다.’
역석은 화살을 팽팽하게 잡아당겼다. 각주 십여 명이 몸을 웅크리고 있는 바위에서 삐끗 머리가 올라오고 있다.
페에엥!
어김없이 화살이 날아갔다.
어둠 속에서 흔적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찾아야 한다. 음양철극은 숨소리조차 죽이고 숨어 있을 테니 기척을 탐지해 낸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음양철극을 찾기 위해서는 그가 숨기 전에 남긴 흔적을 찾아야 한다.
그 점에 대해 종리추가 말한 적이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움직이는 동물은 흔적을 남긴다. 굴 속에 숨은 동물은 찾기 힘들다. 굴에 들어가기 전의 흔적을 찾아야 한다.’
‘배설물, 발자국…… 인간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배설물도 발자국도 남기지 않고 숨을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다. 단 한 가지, 습성이란 문제에 자유롭기란 매우 어렵다. 인간은 성격에 따라 숨는 곳이 다르다. 아주 절박한 순간에도 자기가 좋아하는 곳을 찾는 유일한 동물이 인간이다.’
‘인간을 찾으려면 성격을 알아야 한다.’
음양철극의 성격이라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강전은 절반 정도 성공했다.
역석은 우회하는 적을 방치했다.
몇 명 정도가 들어와서는 음양철극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했을 테고 주력을 붙잡고 있으니 자신들이 맡은 몫은 잘 하고 있다고 믿고 있으리라.
수전 역시 절반 정도 성공한 셈이다.
수전이 완벽히 성공하느냐, 강전이 남은 절반을 채워 넣을 수 있느냐는 오로지 음풍곡으로 숨어 들어온 다섯 명에게 달렸다. 더 정확히 음양철극이 얼마나 꼭꼭 숨었냐에 달려 있다.
음양철극은 극단적이며 강하다. 군더더기를 싫어한다. 싫은 것은 죽어도 하지 않고 좋은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고 마는 아주 직선적인 성격이다. 그가 숨는다.
다섯 살수는 자신들의 입장이 아닌 음양철극의 입장에서 음풍곡을 생각했다.
‘음양철극의 성격이라면 음풍곡 어디에 둥지를 틀었을까?’
‘음풍곡은 절대 사지. 그중에서도 절대 사지 속에 틀어박혔어.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곳에. 일반적인 곳에서 찾으면 안 돼.’
종리추에게 들은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동물은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인간은 만물의 제왕이나 싸움을 하는 순간 제왕 자리를 버리고 만물 속으로 하락해 버린다. 백수 중에 인간이란 동물이 생기는 것이다. 싸움을 하는 순간 인간은 이미 인간이 아니다. 삶의 존엄성, 위엄, 그가 이룬 업적… 모든 것이 묻혀 버린다. 절정 고수든 하류 고수든 한낱 동물에 불과하다. 사자가 되느냐, 토끼가 되느냐 하는 차이가 있을 뿐. 정신만 그런 것이 아니다. 육체도 그렇다. 인간이 싸우고 도주하고 숨는 모든 행위가 동물이 보여주는 모든 행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음양철극이 동물이라면… 늑대! 늑대 정도가 되겠군.’
음양철극은 무언중에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았다.
‘땅속이야! 음양철극은 땅속에 숨었어.’
종리추는 십사전각의 주인을 모두 죽였다.
역석이 설치한 함정도, 그가 차지한 유리한 위치도 종리추를 잡아내지는 못했다.
남만의 울창한 수림을 자유롭게 휘젓던 종리추에게 대외산 음풍곡은 가볍기 이를 데 없는 지형이었다.
그는 몸을 움직이기 전에 숨을 곳을 먼저 찾았고, 그곳까지 은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신법을 지녔다.
천지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배운 심법은 그에게 새로운 무공을 안겨주었다.
지금까지의 무공이 육체의 일깨움으로 얻은 무공이라면 새로운 무공은 정신과 육신이 합일되어 표출되는 무공이었다.
마음이 없으면 육신도 없다. 마음이 없는 곳에 행동이 일어날 리가 없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기본적인 원리를 깨닫는 순간 종리추의 무공은 일취월장했다.
무인들이 하단전에 의존하는 반면 종리추는 상단전과 중단전까지 활용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삼단전을 수련한 지는 오래되지만 주로 하단전만 사용했다. 상단전과 중단전의 활용은 간과했으니.
오신기를 이끌어 전신을 주유시켰다. 상단전 니환궁을 활짝 열었고 마음의 밭인 중단전도 깨끗이 청소했다.
머리가 맑아지면서 마음이 평온해졌다.
“여기군.”
종리추가 손을 내밀어 풀잎에 묻은 흙을 만졌다.
새로운 흙이다. 흙의 감촉이 촉촉하다. 흙에 물기가 묻어 있다는 것은 겉흙이 아니라 속흙이라는 소리다.
‘완벽하게 숨지 못했어. 누구라도 완벽하게 숨을 수 없지. 이 정도의 흔적은 누구나 남기게 되어있어. 이것을 찾느냐 못 찾느냐에 따라 살행 여부가 판가름 지어지는 것이야.’
- 모든 인간은 흔적을 남긴다.
살록 추적편 제일 구는 이때 준비되었다. 그가 평생을 두고 마음속에 간직하게 되는 심언이다.
다섯 살수는 음풍곡을 샅샅이 뒤졌다.
말 그대로 땅속에 꺼진 사람을 밝은 대낮이 아닌 오밤중에 찾는 일이니 쉬울 리가 없다.
음풍곡을 잘게 쪼갰다.
지도를 여러 겹으로 접은 후 칼로 자르듯이 음풍곡을 나눴다.
그중에 음양철극의 성격으로 거들떠보지도 않을 지형을 제외시켜 나갔다.
바윗돌이 산재해 있는 개울가는 제외시켜야 할 곳이다. 음양철극의 성격상 흔적도 남기지 않으려 할 테고 바윗돌을 움직이는 것은 흔적을 남길 공산이 크다.
가파른 산비탈도 제외시켜야 할 곳이다.
메마르고 가파른 산비탈도 제외시켜야 할 곳이다.
메마르고 가파른 산비탈은 흙을 파내고 안으로 숨어들기는 용이하지만 뒤처리가 난감하다. 아무리 완벽한 솜씨를 지녔다 해도 입구를 완벽하게 봉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물기가 묻어 있는 곳은 흔적이 쉽게 남을 것 같다. 하지만 의외로 흔적을 찾기가 힘들다.
물기를 머금은 흙은 원래 상태에서 부스러진 다음에도 약간의 물로 적셔주면 마치 원래부터 제자리에 있었다는 듯 감쪽같이 변신한다.
그런 사실까지 알고 있었으면서도 막상 찾으려면 여간 고역스럽지 않다. 하물며 사위를 구분할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야.
‘물기를 머금은 흙… 개울을 끼고 있어.’
다섯 살수는 개울을 더듬어 올라갔다.
패앵…! 쉬이잉…!
가끔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고요한 적막을 이끌었다.
완벽한 강전이다.
방어조는 공격조를 꼼짝 못하게 묶어놓고 있다. 함정과 화살에 막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아니, 의도한 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공격조가 은신한 곳에서 무리하게 뛰쳐나오지 않는 한 방어조 역시 제 위치를 벗어나지 않으리라.
완벽한 강전에 수전.
누가 이겼는가.
“여기야!”
구류검수가 손을 머리 위로 올려 한 바퀴 휘저었다.
다른 네 살수가 신호를 받고 신형을 날려왔다.
구류검수는 산비탈이 개울물살에 깎여 움푹 들어간 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곳은 유난히 물기가 많아 검게 번들거렸다.
다섯 살수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스릉…! 촤악…!
일제히 병기를 뽑아 들었다. 동시에 광부가 거대한 힘으로 도끼를 내리찍었다.
파악!
힘센 도끼질에 흙가루가 분분히 날렸다.
광부는 쉴 새 없이 도끼를 휘둘렀고 푸석해 보이는 흙더미가 움푹움푹 패어 나왔다.
“엇! 아니다!”
이쯤이면 소식이 와야 한다.
순식간에 흙을 삼 척이나 파 들어갔으니 사람이 보이든가, 반격을 해오든가 무엇인가 행동이 있어야 한다.
광부가 도끼질을 멈추고 네 살수를 바라보았다.
좌리살검이 고개를 살레살레 흔들었다.
“아냐, 잘못 찾았어.”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다고 당황한다면 찾을 가망은 점점 멀어진다. 그들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개울을 뒤지기 시작했다.
퍼엉!
폭죽 터지는 소리가 울리며 붉은 빛 무리가 하늘을 수놓았다.
유구가 쏘아 올린 폭죽이다.
약속한 한 시진이 경과했고 싸움은 끝났다.
역석, 유회, 천왕검제가 숨은 위치에서 걸어 나왔다. 유구 일행도 화살 공격을 받던 곳에서 몸을 일으켰다.
“하하! 어떻습니까? 우리가 이겼죠?”
역석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수전은 뛰어나지. 수전만 놓고 볼 때는…… 인정하지. 이겼어. 하지만 우리는 강전을 썼어.”
“짐작했습니다.”
“들어가 볼까? 승부가 어떻게 났는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치열하게 화살을 날리고 피하던 사람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음풍곡으로 들어섰다.
다섯 살수는 음양철극을 잡지 못했다.
음양철극.
그는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살문의 살겁을 피한 최초의 인물로 기억되었다.
비록, 수련이라 해도 한 시진으로 시간을 정했어도 살문의 살겁을 피한 인물은 그가 최초였다.
음양철극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흙더미를 뒤집어쓰고 나타났다.
그가 모습을 드러낸 곳은 처음 광부가 도끼를 휘둘렀던 그 장소였다.
다섯 살수의 최초 판단은 옳았다.
음양철극의 성격을 잘 읽어냈고 그가 숨을 만한 곳을 찾아내는데도 성공했다. 다만 포기가 너무 빨랐다. 광부가 침착하게 서너 번만 도끼를 더 휘둘렀어도 번데기가 되어 움츠려 있는 음양철극을 잡아냈을 게다.
사람들은 보통 삼 척 정도의 깊이에서 손을 들어버린다.
삼 척 정도를 파 들어갔는데도 응답이 없으면 포기하게 되어 있다.
시간이 넉넉할 때에도 그런데 하물며 시간에 쫓기는 입장에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음양철극은 사람의 심리를 꿰뚫었고 주효했다.
하지만 음양철극조차도 종리추가 다녀간 사실은 알아채지 못했다.
바로 지척에까지 왔었고 자신이 숨어 있는 곳을 의미심장하게 쳐다보았다는 사실도.
“오늘 수련은 방어조의 수전이 이겼다.”
“하하! 혈산편복, 약속대로 술 한잔 사야 돼.”
유회가 즐거운 듯 양천광소를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