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란종결자 3권 – 6화 : 왜란종결자를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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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란종결자 3권 – 6화 : 왜란종결자를 찾아…


 왜란종결자를 찾아…

유정과 김덕령은 호유화의 뒤를 따라 태을사자와 흑호가 숨어 있다는동굴 부근으로 가고 있었다. 김 덕령은 아무래도 호유화의 모습에서 요기가 느껴지 는 듯, 긴장을 풀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유정은 자 못 침착해 보였다.

‘유정 스님이 평소 법력이 높다고는 들었지만 이런 요물을 따라 숲으로 들어가시면서도 태연하시다니.’

김덕령은 생각하면서 호유화의 하늘하늘한 뒷모습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뒷모습만으로도 흠잡을데없을 정도의 미모라 자칫하면 홀려 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도력이 있는 김덕령인지라 마음을 굳게 먹었다.

‘서툰 수작을 부리려 한다면 아무리 아녀자 모습을 했더라도 한 주먹에 묵사발을 만들어 버리리라.’ 

그러나 유정도 사실 속으로는 긴장하고 있었다. 흑 호를 직접 보았다면모르되, 이 여자는 아무래도 요 기가 짙어 이 여자가 혹시 흑호가 이야기하던 마수 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자꾸 들었던 것이다. 둘 다 긴장을 하자 자연 도력을 집중시키게 되었고 그 낌 새는 호유화에게도 느껴져 왔다.

‘흥. 밥통 같은 것들. 만약 여기 홍두오공이라도 하나 왔다면 너희가무슨 도움이 되겠어? 주제도 모 르고 힘주기는..’

이제 호유화는 그럭저럭 도력이 거의 회복되어 가는 단계였고 절에서도 한참 떨어진지라 겁날 것이 없었다. 그러나 호유화는 몸 속에서 기(氣)가 그리 원활하게 유통되지는 않는 것 같은 느낌에 속으로는 조금 걱정을하고 있었다. 아까 극도로 도력을 올린 상태에서 타격을 받은 것과 백면귀마 놈의 금제에 걸렸던 것이 원인인 것 같았다. 이대로 두면 고질병 이 될지도 몰랐다. 그러나 호유화는 자존심이 강했 기 때문에 그런 말을 누구에게도 하지 않고 있었다. “여기에요.”

이윽고 산비탈에 조그맣게 난 작은 동굴 앞에서 호 유화는 걸음을 멈추었다. 이미 새벽녘이 되어서 붐 하게 해가 떠 오르고 있었지만 동굴 안은칠흙같이 깜깜했다.

“왜 이 동굴 속으로?”

“들어가 보면 알아.”

김덕령이 묻자 호유화는 반말로 대답했다. 유정이 나 서산대사는 그래도 자신이 미치지 못하는 불력 (佛力)이 있기 때문에 호유화도 존칭을 써준 것이지만 김덕령에게는 그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유정은 굴 앞에서 김덕령에게 말했다.

“김공, 전심법을 할 줄 아시는가?”

“타심통他心邇) 말씀입니까? 익숙하지는 못합디마단 조금은 할 줄 압니다.”

“그래. 그럼 들어가세.”

그리고 유정과 김덕령은 호유화의 뒤를 따라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동굴 안에는 컴컴한 속에서 화등잔 같이 빛을 내고 있는 커다란 호랑이 한마리가 웅크리고 있었다. 바 로 흑호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비록 형체는보이지 않았지만 다소 음산한 기운을 풍기는 누군가가 있었 다. 두 사람과호유화가 들어오자 흑호가 전심법으로 말했다.

– 유정스님이시구려. 그간 별 고 없으셨수?

그리고 흑호 말고 또 다른 자도 역시 전심법으로 말했다.

– 유정스님이시오? 나는 저승사자인 태을이라고 합니다.

‘저승사자? 저승사자가 또 왜 와 있다는 말인가?’ 김덕령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고니시는 일찍 군사를 출발시켰다. 비록 어제 일의 충격이 아직 채 가시지 않았지만 공과 사를 엄격하 게 구분하여야 하니 할 수 없었다. 몸이 찌뿌드하고 개운하지 않았으며 부하들도 편찮아 보인다고 하였 지만 고니시는 진군을 강행했다.

“한양에는 우리가 먼저 입성해야 한다. 가토보다 늦어서는 안된다. 어서 서둘러라.”

명령을 내리고 부하들을 모두 내보내고 나서 고니 시는 장막의 휘장을닫았다. 그의 뒤에는 세 명의 졸 병 복장을 한 자들이 무릎을 꿇고 정좌하여 앉아 있 었다.

“너희들이 이가(伊[加+貝받침])패들이냐?”

이가는 왜국에서 유명한 인자(忍者)들이 많이 있는 지방을 말한다. 인자들은 주로 잠행이나 첩보등의 활동을 주로하는 일종의 스파이 내지는 암살자들과 같은 조직으로써, 가문 대대로 전승되어 수련을 한다. 그들의 능력은 상당하고 전국시대에는 일종의 용병으로 각 군의 정탐, 비밀협약, 첩보, 암살 등의 여러가지 임무에 많이 동원되었다. 속칭 닌자라고 하는 자들이 바로 이 인자들을 의미한다. 그들 세 명은 고니시의 말에 고개를 숙였다.

“예. 핫도리(服部)가의 형제들입니다.”

고니시는 오늘 새벽 조용히 부장을 불러서 비밀 임 무를 맡길 인자패들을 찾았다. 인자 패들은 거의 전 국시대 전체를 거쳐 모든 왜군에서 사용되었기 때문 에 이번 조선전쟁에도 몇몇 인자들을 종군시키고 있 었다. 단 아무리 인자들이라도 낯선 조선땅에서는 그들 스스로 암약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들은 졸병으 로 위장하여 본부의 직속병으로 참전하고 있었다. 핫도리가라는 이야기를 듣고 고니시는 고개를 끄덕 였다. 핫도리 가라고 하면 인자의 가문으로서는 명 문에 속한다. 특히 잠행과 위장술, 슈리켄이라 불리 우는 표창등의 암기 사용에 있어서 뛰어난 가문절기 를 자랑하는집안이었다.

“좋다.”

고니시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말했다.

“너희는 지금부터 연락병으로써 가토의 진지로 간 다. 그래서 가토의근황을 살펴 보아라.”

적진의 탐색이 아니라 아군의 장수를 탐색하라는 말이었지만 인자들은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그들은 무슨 일을 시키건간에 되묻지 않는다.

“탐색할 것은 두 가지. 첫째는 가토 군의 진군 속 도와 진군 계획을 알아 오는 것. 둘째는 가토의 주 변을것은 대단히 신중하게 하여야 한다. 가토의 주 변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상한 일이라고 하신다면..?”

인자 중 우두머리격인 겐끼(玄鬼)가 고개를 조금 들었다. 바싹 마르고시커먼 것이 까마귀 같아 보이 는 얼굴이었다. 자신이 어제 겪었던 그러한일이 있 다면 이자들의 재주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헛되 이 목숨만 버리게 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 한 고니시는 조금 우울한 어조로 말했다.

“구할 수 있다면… 고승(高僧)의 부적이라도 지니 고 가는 편이 좋으리라.”

김덕령과 유정은 말을 잇지 못하고 침통하게 앉아 있었다. 굴 안에서는 유정이 켠 화섭자의 작은 불빛 만이 넘실거렸다. 태을사자는 양광을 쐬면 안되지 만 이런 불빛은 상관 없었고 너무 어두우면 이야기 를 나눌때 불편할 듯 하여 유정이 불을 켠 것이다. 좌우간 그들은 이제 막 태을사자에게서 그간의 소상 한 경력을 들은 터였다. 유정은 그래도 이전에 흑호 에게서 간단하게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어서 조금 놀라움이 덜했다. 그러나 김덕령은 그렇지 못했다. 우주 팔계니, 저승의 법도니, 마계의 마수니 하는이 야기는 도력이 있는 김덕령에게도 처음 듣는 이야기 였다. 좌우간 그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에 있는 마계라는 곳의 마수들이 이 난리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조선 군이 패하는 방향으로.

“나는 믿을 수가 없소!”

한참이 지나 침묵을 깨고 김덕령이 찌렁찌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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