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란종결자 4권 – 13화 : 왜란종결자를 찾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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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란종결자 4권 – 13화 : 왜란종결자를 찾아내다


 왜란종결자를 찾아내다.

호유화는 미친듯 둔갑을 써서 달려가고 있었다. 처 음에는 아득하니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호유 화는 이미 수천년을 살면서 수백번 싸움을했고 생명 을 죽이기를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뇌옥에 갇힌 천 사백년동안은 자신을 찾아오는 마계의 졸개들만을 해쳤지만 그 이전에는 각 계를 전전하며 무수한 존 재들과 대적했었다. 그러나 그런 호유화로서도 이렇 게넋이 나갈 정도로 당황한 적은 처음이었다. 더구 나 생명을 걸고 싸워서 그런 것도 아니고 자기의 치 졸한 치기 때문에 자신이 맹세를 걸었던 아이가죽게 되었다고 생각하자 스스로가 부끄러워서 어쩔 줄을 몰랐다. 호유화는 유정스님에게 돌아가서 은동의 상 처를 다시 치료해 볼까 했으나 차마갈 수가 없었다.

자신이 사람을 많이 다치게 하고 마을을 반쯤 허물 어 버린데다가 은동마저 이모양으로 만들었다고 하 면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것같았다. 더구나 호유화 는 불도와는 극성이라 유정 하나는 무섭지 않다해도 서산대사와 처영, 그리고 많은 승려들이 염불을 외 우면서 달려들면 꼼짝 없이 당할 것 같았다.

‘제기랄. 그럼 어디로 가지? 은동아. 은동아. 내가 잘못했어. 죽지만말아. 죽지만..’

호유화는 너무도 다급한 나머지 한양이 있다는 서 쪽으로 발을 옮기기시작했다. 그곳에는 태을사자와 흑호가 있지 않은가? 둘은 비록 자신은 별볼일 없 게 여기고 있었지만 일단 은동에게는 빚을 진 자들 이니 은동을 잘돌보아 줄 것 같았다. 한참 한양 쪽 으로 가던 호유화는 다시 생각을 바꾸었다. 한양은 이미 왜군의 수중에 떨어졌고 임금이 북으로 몽진을 한다했으니 태을사자와 흑호도 훨씬 더 북으로 갔을 것이 틀림 없었다. 품 안의은동은 이미 기력이 없어 지는 것 같았다. 호유화는 생전 혼자 지내기 때문에 흑호가 한 것처럼 법력을 불어 넣거나 하는 것조차 몰랐다. 호유화는워낙 내력이 강하고 승승장구, 상 대가 없었기 때문에 의술같은 것은 거의하나도 몰랐 던 것이다. 전에 홍두오공에게 다쳤던 은동을 잠깐 보살펴 준적은 있지만 피를 막은 정도에 불과했었 다.

‘아이구. 이러다가 은동이가 죽으면 난 뭐가 되는 거야. 호유화 이 바보같은 년아. 그 호랑이가 할 줄 아는 재주조차 모르니 난 도대체 삼천 년동안 뭘 했 단 말인가? 뭐가 법력을 쌓고 뭐가 제주가 좋은거 야. 다친 아이하나 못고치면서.. 으이구 이 미친 년 아. 바보같은 년아. 너는 죽어 싸다.’

호유화는 속으로 자책을 하면서 날듯이 달려갔다. 워낙 흥분한데다가급하게 달리자 호유화의 법력이 치밀어 올라 머리가 몹시 아파왓다. 호유화는 속으 로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법력이 치밀었으니 얼굴빛이 하얗게 질렸겠다. 은동이가그걸 보고 날 걱정해 주었었지… 은동이는 나에게 정말 잘해주었는데…

나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아아… 은동이가 죽는다면 내 저승을 쑥밭으로만들어서라도 도로 찾아 살려낼 것이다!’

호유화가 그런저런 생각을 하며 가는데 은동이 갑 자기 몸을 부르르 떨더니 중얼거렸다.

“왜..왜란 종결자… 그건.. 그건..”

“그래그래. 걱정마라. 죽지만 마!”

호유화는 외치면서 왜란종결자라는 생각을 자연 머 리에 떠올렸다. 그때였다. 갑자기 애써도 잘 되지 않던 미래의 모습들이 봇물처럼 머릿 속으로 몰려 들어왔다. 호유화는 이전에 대천안통의 술수를 부려 신경이 예민해진 상태였다. 그것은 이미 투시에 대 해 연습을 여러번 한 것이나 같은효과를 주었다. 거 기에 지금 호유화는 법력이 극도로 뇌리에 치민 상 태였고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져서 자연히 한 순간 미래의 천기가 극히 자연스럽게 읽혀진 것이다. 이 것은 두번다시 오지 않을 기회였다. 우연이 겹치고 겹쳐져 몸 안에 있는 법력과 시투력주를 극도로 자 극한 끝에 결국 투시에성공한 것이다! 

‘왜란.. 그 래. 임진왜란… 조선군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그러나 조선은 패하지 않았구나! 그래. 왜란종결자라는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후세에 남을때 까지 업적을 기릴 불세출의 명장이 나왔다! 그렇구 나 틀림 없다!’

그것은 무척 짧은 순간의 일이었다. 미래를 투시하 는 것은 휙하고 지나가면서 작은 그림을 훑어보는 것과 흡사했다. 그것도 수십개, 수천개의그림이 휙 휙 지나가는 것이니 제대로 내용을 읽어내기란 극도 로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 이 순간 호유화의 머리에 는 백여장의 그림같은 장면이 스쳐지나간 것이다. 사실 미래에 왜란종결자라는 말은 거의 쓰이지 않았 다. 그러나 투시력으로 보는 이 장면들은 거의 모두 왜란종결자와 관련있는 것들이 틀림 없었다! 대부 분 싸움을 그린 그림이었다. 그리고 커다란 칼. 갑 옷. 관복을 입은 채 앉아 있는 모습을 그린 영정. 눈꺼풀이 쳐지고 그리길지 않은 수염을 기른 온화한 얼굴의 남자가 보였다. 그리고 사각형의 철로 만들 어진 듯한 말 없는 수레가 수없이 다니는 넓다란 검은 길. 그리고그 한복판에 동상 하나가 우뚝 서 있 었다. 얼마나 큰 인물이고 큰 공을 세운 사람이기에 저렇게 큰 동상을 만들었을까? 백전불패. 한번도 싸 움에서지지 않았다는 글귀가 지나갔다. 이 사람이 왜란종결자임이 틀림 없었다.

바로 그 사람. 동상에 새겨진 사람. 불세출의 영웅. 세계 역사상 최대의명장… 수없이 많은 생각과 함 께 그 동상에 새겨진 글자 중 몇 개가 호유화의 뇌 리를 휙 스쳐갔다.

“충.. 충무공(忠武公)…!”

그러나 다음순간, 미래의 모든 정경들은 와르르 눈 앞에서 사라졌다.

호유화는 확 법력이 솟구치는 것을 느끼면서 그만 발을 헛딛어 데구르르몸을 몇 바퀴 굴렸다. 물론 쓰 러진 것은 아니고 재주를 몇 번 넘어선 것이지만 가까스로 중심을 잡은 것이라 숨이 몹시 찼고 몸 안 의 기혈들이 들끓었다. 호유화의 품 속의 은동이 다 시 헐떡 거렸다.

“아..아버지.. 어머니… 왜란종결자를 찾겠어요..왜란…”

호유화는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극도로 신경을 쓴 탓이라 호유화는머리가 사방으로 솟구쳐 뻗어서 마 치사자같은 몰골이 되어 있었다.

“찾았어! 은동아! 그는 바로 충무공이야!”

말하던 호유화는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충무공이라는 것은분명 왜란종결자를 가리키는 것이 틀림 없었다. 그러나 그 충무공이란 것은 이름이 아 닐 것이 분명했다. 충씨 성을 가지고 이름이 무공 일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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