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란종결자 4권 – 5화 : 신궁(神弓)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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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란종결자 4권 – 5화 : 신궁(神弓)은동


신궁(神弓)은동

한편 은동은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강효식 이 힘을 찾아 이틀만에 일어나자 은동과 강효식은 우선 은동의 어머니 엄씨의 장례를 치렀다. 이제 은 동이나 강효식은 엄씨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시신을 찾을 수도 없었 으니 정식 장례를 치를 수는 없었지만 일단 위패를 써 놓고 재를 올려 임시 장례를 치른 것이다. 그런 다음강효식은 그간 있었던 기이한 일들에 대해 은동 과 차분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호유?荀 그간 에 은동이 겪은 많은 기막힌 일들을 강효식에게그대 로 말하지 말도록 암암리에 말했다. 은동은 비록 어 린 나이였고 아버지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겪은 일은 너무나 세상과는동떨어져서 자기자신조차 믿기가 어려운 판이었다. 더구나 호유 화는 그런사실을 다 말하면 강효식이 죽게 될지도 모른다는 허무맹랑하지만 그럴 듯한 말을 지어내 은 동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건 비밀이야. 알겠어? 엄청난 비밀이란 말야. 너 전에 그 홍두오공을 보았지? 백면귀마나 그런 마수들을 보았지? 이 비밀을 알게 되면 그 마수들 이 공격해 올거야. 나는 물론 상대할 수 있고 유정 스님이나 홍의석저장군 같은 사람들도 도력이 높으 니 별 문제는 없을거야. 하지만 너희 아버지는 누가 지켜주지?”

“호유화님이 지켜주면 되잖아요!”

“나는 너를 지켜야 한다구. 이미 너는 더 이상 어 찌할 수 없는데까지와 있단 말야. 그러니 너희 아버 지가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면 누구도 지켜주지 못 해. 그러니 절대 비밀을 지켜. 알았지? 그리고 거짓 말 하기가 힘들면 아예 모르겠다고 그래. 알았어?”

결국 은동은 드문드문 몇 마디 외에는 강효식에게조차 사실을 숨기게되었다. 그런데 호유화는 어느날 엔가 은동으로 둔갑하여 강효식에게 주르르 설명을 해 준 모양이었다. 은동은 거짓말을 잘 하지 못하여 막막하게만여겼는데 어느 날 이후부터는 강효식이 은동에게 묻지 않게 되었다. 호유화의 술수로 강효 식은 은동과 자신은 어느 도력이 높은 산림거사에게 구원을 받은 것이며 그에 의해 이리로 옮겨진 것이 라고만 믿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강효식은 은동이 이상하게 한 번 정신을 잃은 후에 힘이 강해져 천하장사가 다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그러나 그 내력은 알지 못했다. 그 이 유는 호유화와 흑호, 태을사자만이 알고 있었는데 태을사자와 흑호는 멀리 가 있었고 호유화는 그에 대해 아무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았던것이다. 좌우간 강효식은 은동이 힘을 얻은 것을 직접 확인까지 해 보고서야 정말 믿게 되었다. 그리고는 크게 기뻐해 주었다.

“얘야. 정말 보통 일이 아니로구나. 너는 아직 어 리지만 조금만 지나면 큰 일을 할 수 있게 되겠구나.”

“큰 일이라뇨?”

“만약 이 난리가 오래 끌게 되면 왜병들과 싸우어 야 할 것이고, 네가크기 전에 난리가 끝나더라도 나 라를 지키는데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니말이다.” 그러면서 강효식은 은동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 주 었다. 주로 충(忠)에대한 가르침이었다. 그리고 강 효식은 유정에게 부탁하여 자신이 나가 싸우게 되더 라도 은동을 잘 가르쳐 달라고 했다. 유정은 비록 여러가지 일에다망하였지만 무애를 비롯하여 여러 승려들에게 은동을 가르치도록 해 주었다. 유정 또 한 천하장사의 신력을 지니게 된 은동을 범상하게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은동은 아침에 일 어나면 글공부를 하게 되었고오후에는 심신을 단련 하는 무공을 익히게 되었다. 무공은 주로 택견을 비 롯한 권각법과 봉술, 도법, 궁술 등이었는데 아직 은동의 나이가 어린지라어려운 무공은 가르칠 수 없 었다. 그래서 근래 며칠 동안에 은동은 약간의글과 무공을 배우게 되었다. 그러나 다른 승려들 또한 승병을 일으키는 여러가지 일로 인해 바빴기 때문에 오후부터 저녁때에 이르기까지의 시간동안 은동은 거의 혼자서 주로 궁술을 수련하게 되었다. 그런데 호유화는 내내 승아의 모습을 하고 은동의 곁에 얼 쩡거리고 있었으며 은동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알 고 있었다. 그리고 호유화는 비록 은동의 옆에 있지 는 않았다 하더라도 귀가 예민하여 그 이야기를 모 두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호유화는 다른 사람들이 은동을 가르키고 하는 일에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 았다. 호유화는 호유화대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 몸에 있는 시투력주를 응용하여 미래의 일을 돌아보는 것이 그것이었는데 잘 되지 않는것 같았 다. 호유화는 환수라서 잠을 자지 않았고 잠깐씩 쉬 며 법력을 회복하기만 하면 일을 하는 데에 지장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여러 승려들의 이목이 있는지라 호유화는 밤에는 은동과 같은 방에서 잠을 자곤 했 는데실제로는 자는 것이 아니었고 그 시간에 주로 투시를 하는 것 같았다. 은동은 비록 무술은 처음 배우는 것이었지만 원래 총명한데다가 인혼주를 몸에 넣은 뒤로 매우 큰 기운이 생겨서 비교적 쉽게 익힐 수 있었다. 그렇다하더라도 권각법이나 병장기 를 다루는 기술을 며칠 사이에 익힌다해도 얼마나 익힐 수 있겠는가? 다만 궁술 한 가지에서만은 은 동은 두드러진 실력을 보였다. 이는 무애가 궁술을 권한 것에도 이유가 있었다.

“우리 민족은 성정이 고와 싸움을 즐기지 않고 무 술로 남을 핍박하며뽐내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로 여 겨 중국에서처럼 도검권장(刀劍拳掌)의무예보다는 방어를 위주로 하는 기예와 전쟁에서 사용되는 기예 들이 무술의 주종을 이루었느니라. 중국에서는 신팔 반 병기와 권각을 써서 남과 겨루고 더러 장법이나 내가권 같은 기술을 익히기도 하지만 그것은 세상이 흉흉하여 누구도 믿을 수 없고 자기 몸은 자기 혼자 지켜야만 하고 아무도믿을 수 없는 아수라장 같은 세상에서나 굳이 필요한 법. 원래 무술은 정신을 맑 게 하고 몸을 건강하게 하며 호연지기를 기르는 것 이다. 우리 민족이 고대에 만주와 중원의 대부분을 차지 하였을 적에는 기마술과 기마전법이 주종을 이루었으나 그때부터 중국에서는 우리를 동이(東夷)라 고 부르니 이이(夷)라는 글자는 큰(大) 활(弓)을 지녔다는 뜻이니라. 우리의 형세가 약해져서 이 땅 에 웅거하게 된 이후로도 우리나라는 지형이 험하고 낮은 산과 구릉이 많아 길고 짧은 무기를 휘두르며 적과 싸우기보다는 활로 험한 곳을 버티고 쏘아 적 을 막아내는 방법이 전쟁의 주류를 이루었느니라. 무릇 궁술은 내가 다칠 위험이 없이 적을 제압하는 것이요, 정신을집중하고 몸을 단련하기로도 좋은 법 이며 무술을 위해 일생을 바치지 않고도 숙련하여 일가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니 네가 배워 사용하기에 도 이보다좋은 것이 없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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