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란종결자 4권 – 53화
“우주는 무한한 것, 자네도 전설처럼 들리는 그 이 야기를 들어 보았겠지? 우주는 8계라네. 8계이며 9 계이고 또 무한계라네. 모든 것은 돌고 돌아 처음이 끝이 되고, 시작이 마지막이 되는 법이라네………….”
태을사자는 물론 그 노래를 기억하고 있었다. 신계, 성계, 광계, 생계, 사계, 유계, 환계, 마계를 묘사한 그 노래! 그리고 그 마지막 구절∙∙∙∙∙∙.
– 마계의 그 너머에는 신계가 있다네.
신계의 그 너머에는 성계가 있다네.
그리고 그 너머에는 광계가 있다네………….
– 세상은 끝이 없다네.
끝이 없다네.
그러나 마음으로 보지 않으면 아무 것도 없다네.
아무 것도 없다네.
“혹시….. 혹시………….”
태을사자는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거렸다.
“신계 너머의 성계… 그리고 다시 광계…………. 우주는 무한하고 순환하는 것입니까?”
그러자 삼신대모는 신비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럴 수도.”
“그러면・・・・……그러면 지금 우리들의 신거, 까마득한 과거의 생계가 아니었습니까? 생계가 발전하여 창조를 이루어 주변계를이루고, 마침내는 신계로 나아가는 것! 인간이 해탈하여 광계에 이르 고 다시 성계, 신계에 이르는! 윤회의 순환을 벗어 나 그곳에 이르는것. 바로 그것을 말함입니까!”
그 말에 삼신대모는 더더욱 신비스러운 미소를 지었 다.
“그럴지도….. 그러나 기억하는가? 마음으로 보지 않으면 아무 것도 없다네.”
태을사자는 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깨달음의 순간 이라 해도 좋았다. 일시적으로 모든 것이 이해되는 것 같았고, 모든 것이 하나가 되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주의 생성! 우주의 순환!’
그러나 그 시간은 짧았다. 흑호가 다시 입을 열었 고, 그 소리에 태을사자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
“뭔지 모를 소리는 하지 마시우! 아무튼 그러면 어 쩌라는 거유! 마수들을 그냥 두라는 거유?”
흑호가 끼어들자 태을사자는 몹시 아쉬웠다. 조금만 더 그 기분을느끼고 깨달을 수 있다면 자신은 영적으로 몇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그 러나 생각해 보니 그것도 다 운명이 아니겠는가? 태을사자는 다시 정신을 추스려 눈앞의 일에 골몰하 기 시작했다.
삼신대모는 흑호의 항의에도 초연히 말했다.
“그것은 아닐세. 신계의 전언에는 분명 생계의 일은 생계에서 알아서, 인간의 일은 인간이 알아서 하라 고 되어 있었네. 그리고 다른 계나다른 존재간에 더 이상의 간섭은 하지 말라고 하시었네.”
“그런데 그게 무슨 뜻이유?”
“분명 신계에서는 ‘더 이상의’ 간섭은 하지 말라 하 신 것이네. 그러니 현재까지 행해지는 바는 그냥 행 해져도 좋다는 뜻일 것이네.”
“그렇다면…….”
“그렇네. 지금 자네들은 어찌 되었건 천기를 한 차 례 휘저은 셈이네. 그러나 자네들은 죄가 없어. 자네들은 더 많이 뒤집 혀질지 몰랐던 천기를 그래도 원 방향과 비슷하게 바로잡은 것이니 말일세. 그러나 어쨌건 천기가 조금 변한 것은 사실이네. 그러니 신계에서는 지금의 이상태로 천기를 고정시키도록 결단을 내리신 것이네.”
“천기를 고정시킨다 하시면…. 그럼 지금濡?우리 가 행하거나 마수들이 행한 것은 그대로 두고 새 천 기를 만드신다는 것이옵니까?”
태을사자가 묻자 삼신대모는 고개를 갸웃했다.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네. 지금까지의 일은 이미 과 거가 되었으니인정할 수밖에 없겠지. 그러나 새천 기를 정하는 것은 아니네. 지금까지의 일을 겪으면 서도 과거의 주된 천기를 그대로 흘러가도록 하는 것일세.”
“그것이 가능하옵니까?”
“될 걸세. 일단은 마계에서도 더 이상 생계의 일에 대해 아는 놈들이 나오지 않게 하여야지. 마계와 생 계간의 모든 통로를 봉쇄하여야겠네. 생계에서의 이 전쟁・・・ 그러니까 왜란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말일세.”
그러면서 삼신대모는 비추무나리를 불러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그러자 광계의 비추무나리는 밝은 빛을 번쩍 내뿜었 다. 태을사자와 흑호는 삼신대모가 우주 전체의 군 대라고도 할 수 있는 각 계들을 지휘하자 입만 딱 벌렸다. 성계가 신계 바로 밑의 으뜸이 되는 계라고 는하나 삼신대모가 결정을 척척 내리는 것으로 보아 삼신대모는 성계에서의 지위 또한 아주 높은 모양이 었다.
마계는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의 세계인데, 그 전체 를 봉쇄하려면 광계 전체가 동원되어야 할지도 몰랐 다. 그리고 그 포위망에서 얼마나많은 싸움이 벌어 질지 알 수 없었다. 이는 우주 전체의 대전쟁이 되 어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삼신대모는 태을사자와 흑호에게 매우 친근하면서도 자상하게 설명을 해주 면서 그 와중에도 명령을 내렸다.
“광계의 존재들은 순수하여 매우 강하니 마계를 충 분히 봉쇄할 수있을 걸세. 그리고 환계의 존재들과 사계의 존재들은 유계의 것들을맡기기로 하세. 유계 의 것들이 더 나오지 못하게 하려면 환계가 힘을 좀 써주어야겠소.”
삼신대모의 말에 성성대룡은 커다란 고개를 꾸벅 숙였다.
“환수 전체를 동원하거나, 유계 놈들을 다 잡아 죽 여서라도 꼼짝 못하게 하겠소이다. 그러나 호유화 누님이 걱정이 되어……………”
성성대룡은 호유화와 환계에 있을 때 무척 정이 깊 었던 사이 같았다. 그러자 삼신대모는 고개를 끄덕 였다.
“너무 걱정하지는 말게. 내 힘을 다 해 보겠네.”
“일단 환계로 옮기면 안 되겠소이까?”
“안 되네. 지금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호유화는 깨어 나기 어려울지도 모르네. 호유화는 내가 직접 책임 질 것이며 반드시 최선을 다해 보겠네.”
또다시 성성대룡은 꾸벅 거대한 머리를 숙였다. 그 러면서도 슬픈눈으로 자꾸 호유화 쪽을 돌아보곤 했 다. 그것을 보고 태을사자는 생각했다.
‘환계의 존재들은 유계보다도 밑에 있는 줄 알았더 니 그렇지 않구나. 겉보기에는 마수나 환수나 다를 바 없는 것 같았는데, 그 마음가짐에 차이가 있구 나. 환수는 비록 정(正)은 아니더라도 악(惡)도 아 니구나. 생각보다도 훨씬 따뜻하고 선한 세계인지도 모르겠다.’
다음으로 삼신대모는 염라대왕을 지목했다.
“이미 사계의 접경에는 유계의 대군이 진을 치고 있 다 하니, 염라대왕께서는 그 군을 맡으시오. 그녀 석들은 천기조작의 선봉격이니 하나도 남겨서는 아 니 되오. 이미 사계에 파견되어 있는 신장군들은 그 대가 모두 지휘하시어 유계의 것들을 모두 없애시 오. 단, 태을사자가 말한 대로라면 사계의 판관급마 저도 마수로 바뀌었던 모양이니 내부의마계 공모자 도 모두 색출해 내시기 바라오.”
“그러겠습니다.”
염라대왕은 눈을 감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때 태을 사자는 삼신대모옆에 있어서 과거 까마득한 상관이 었던 염라대왕의 절을 덩달아 받는셈이 되어 마음이 몹시 거북했다. 삼신대모가 계속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