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103화
그리고 그렇게 무겁게 무게가 잡히고 아프르와 차레브의 입에서 무슨 말인가가 나오려 할 때였다.
똑똑 하는 문 노크 소리와 함께 샤벤더의 부관 중 한 명이 들어서며 점심 식사 준비가 다 되었음을 알렸다.
“훗, 그럼 식사부터 하고 이야기를 계속하지요…”
사람… 사람이라는 것은 어린아이가 되었든 인생을 꽤나 겪은 중년이 되었든 호기심이라는 것을 가진다.
때문에 사람들은 처음 보는 것을 만지작거리거나 분해하고 연구해 보고, 처음 가보는 곳은 두리번거리고 옆에 있는 사람을 붙잡고 눈에 보이는 곳에 대해 물어본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지금 여기 말을 몰고 있는 일행들 중의 몇몇이 보이는 반응은 지극히 정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들의 그런 물음에 대답해주어야 하는 주위의 일행들에겐 더없이 귀찮고 피곤한 일일 뿐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생각해보면 자신들도 처음 이곳, 카논에 들어왔을 때 그랬던 것을…
그렇게 생각하고는 한숨을 내쉬는 라일이었지만, 다시 자신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그레이를 보면 다시 짜증이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마 그런 그레이의 옆에 그레이와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하엘이라는 귀여운 인상의 여 사제가 아니었으면 진작에 폭발하고 말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그레이가 손짓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 카논에 들어선 지 삼일이나 지났는데… 그렇게 궁금한 게 많냐….. 으휴~~~’
“그건 말이다…..”
이드는 뒤에서 들려오는 조금은 지친 듯한 라일의 목소리를 들으며 피식 웃음을 흘려주고는 주위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시선 안으로 들어온 것은 길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산등성이들과 그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오는 여름의 푸르름을 그대로 간직한 자그마한 숲들.
아나크렌과 라일론이라면 저 멀리 던져지는 시선의 끝에 평평한 땅과 푸른 하늘이 맞닿아 형성한 일직선이 담겨야겠지만, 이곳 카논은 일직선이 아닌 울퉁불퉁한 제멋대로의 곡선과 직선, 수직선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런 모습은 확실히 라일론과 아나크렌… 평지와 평야가 많은 두 제국과는 다른 지형… 뭐랄까, 중원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 그런 모습이었다.
물론 완전히 똑같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비슷한 감을 맛볼 수 있었기에 뒤에 있는 그레이와 같이 자신의 옆에서 연신 고개를 돌려대는 카리오스나, 뒤에서 라일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그레이와 하엘 그리고 은근히 라일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는 일란과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중원과 비슷한 광경에 조금 기분이 좋기도 했다.
이드는 그런 기분을 느끼며 다시 자신의 양옆과 뒤쪽을 둘러보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11명… 자신을 합쳐 12명의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다고 할 수 있는 인원수.
하지만 삼일 전 아프르의 말과 자신의 의견에 따라 맡아 온 임무, 정찰 & 정보 수집 & 일명 귀족들에게 진실 알리기라는 제목의 세 가지 임무를 생각하면 결코 많지 않은 인원이었다.
거기에 엘프와 드워프, 귀여운 용모를 가진 여 사제와 여 마법사, 그리고 독특한 분위기의 여 검사, 거기에 소년에서 중년의 다양한 연령층의 남성들…
확실히 위의 세 가지 임무를 수행하기엔 눈에 띄는 일행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프라하 공작의 단 하나뿐인 딸 파이안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해결될 문제, 정작 이드의 심중을 긁어대는 두 가지 문제는 다른 것이었다.
바로 옆에서 말을 모는 두 존재에 대한 것이었는데, 하나는 왼쪽에서 말을 모는 카리오스.
바로 그 찰거머리 같은 녀석을 이번에도 떼어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오른쪽에서 말을 몰고 있는 일리나였다.
물론 단순히 옆에 있는다면야… 눈도 즐거워지고 좋다.
하지만…
이드의 고개가 살짝 일리나에게 돌아가는 것과 동시에 어떻게 안건지, 아니면 계속 이드만 보고 있었던 건지 이드와 눈을 맞추며 생긋이 아주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한다.
“목말라요? 이드?”
이드는 얼굴 가득 미소를 띠어 보이는 일리나의 모습에 조금 어색한 미소와 함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어 보이고는 속으로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저것이 문제였다.
예전처럼 단순히 옆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산들바람이 부는 듯한 분위기로 아주 살갑게 자신을 대한다는 것이다.
그런 일리나의 모습은 마치 중원의 누님들과도 같은 것이었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누님들보다 더욱 극진하게 챙겨주는 모습도 보인다.
물론 그런 일리나의 모습이 싫다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갑작스런 그녀의 변화에 상당히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일리나의 변화에 따라붙는 부작용이 하나 있었으니…
[칫… 이드님이 목마르다고 한 것도 아닌데 왜 저렇게 극성이래요? 저 엘프.]
바로 라미아였다.
일리나가 저렇게 살갑게 이드를 대할 때부터 라미아 역시 일리나의 일에 유난히 짜증을 내거나 트집을 잡는 것이…
‘후 라미아까지 왜 저러는지… 거기다 어제 라일과 칸이 한 말은 또 뭐야~’
이드는 속으로 작게 소리 지르며 어제, 그러니까 아나크렌에서 출발하고 하루가 지난 다음 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일리나가 건네주는 차를 받았을 때 왠지 부러운 듯한 눈으로 라일과 칸이 말한 것이 있었다.
“부럽구나… 행복해라. 이드야…”
“에휴~~ 나이만 많으면 뭐하냐, 잘해라…”
거기에 맞장구치지는 않았지만 뭔가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부러운 듯이 바라보는 시선들…
그런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한 이드는 작은 한숨과 함께 작게 중얼거렸다.
“에휴~~ 이번 일행들도 조용하긴 틀렸구나….”
그리고 그런 이드의 한탄과 함께 그레이의 목소리가 일행들의 귓가를 울렸다.
“저기…. 영지가 보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