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미지

이드 – 105화


라일이 사인해서 건네주는 숙박부를 받아 들며, 열쇠와 함께 방의 위치와 이것저것을 말하던 네네는 중간에 불쑥 들이밀어진 손이 네네의 손 위에 있던 열쇠를 낚아채듯이 가져가는 모습을 보고는 적잖이 당황하며 고개를 돌렸다.

라일을 비롯한 이드 일행 역시 중간에서 자신들의 휴식처로 통하는 열쇠를 낚아챈 손의 주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돌려진 일행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여관의 커다란 문이 비좁아 보일 정도의 커다란 덩치를 지닌 두 명의 용병과, 길 가다 부딪혀도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남자였다.

그 세 명 중 열쇠를 중간에서 가로챈 덩치는 커다란 몸집을 자랑하며 열쇠를 손으로 굴리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드들과 네네를 향해 정신 건강에 별로 좋지 않을 듯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의 그런 웃음에 이드들이 동조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런 생각은 막 열쇠를 건네받으려던 라일이 특히 강했는지, 꽤나 기분 나쁘다는 투로 말문을 열었다.

“뭐야… 무슨 짓이지?”

“아… 별거 아니야. 잠깐 저 아가씨하고 할 말이 있어서 말이지…”

덩치는 그렇게 말하고는 네네를 슬쩍 바라보며 조금 언밸런스하다 못해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웃음을 받은 네네는 꽤나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고, 옆에 서 있던 라일 역시 덩치의 말에 “아, 그러세요. 그럼 이야기 나누시죠.” 하고 자리를 비켜 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더구나 덩치의 말과 지금 자신들의 방 열쇠를 중간에서 가로챈 것과 무슨 상관인가 싶었다.

“그래? 그럼 지금 그 손에 들고 있는 열쇠를 돌려줬으면 좋겠군. 우리 일행들의 방 열쇠라서 말이야. 그 방 열쇠만 주면 여기 네네라는 아가씨와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우리가 자리를 피해주지.”

라일이 그렇게 말하며 덩치를 향해 손을 벌렸다.

그런 라일의 모습에 덩치는 자신의 옆에 있는 두 명을 돌아보더니 손으로 가지고 놀던 열쇠를 꽉 움켜쥐며 어색하게 곤란한 표정을 만들었다.

“어… 그건 좀 곤란한데… 여기 아가씨랑 이야기할 게 이 열쇠하고 관련된 거라서 말이야. 게다가 좀 오래 걸릴 것 같으니까, 그만 다른 데 가보는 게 어때?”

그 말에 순간적으로 라일의 얼굴이 팍 하고 구겨졌다.

덩치의 말은 명백히 방을 자신들이 쓰겠다는 의미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라일의 얼굴이 구겨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더욱이 라일로서는 깨끗하고 친절해 보이는 이 여관이 꽤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덩치의 말이 특히 신경이 쓰였다.

게다가 지금 나가서 둘러본다고 해도 방이 쉽게 잡힐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 여관에 들기 전, 몇 군데의 여관을 이미 지나왔으니 말이다.

“흥, 그건 좀 곤란한데… 이미 숙박부에 이름도 올렸거든. 그러니 엉뚱한 소리 하지 말고 그 열쇠나 넘겨주시지?”

덩치는 엄청나게 화를 낼 줄 알았던 라일이 조용하게 나오자 의외라는 듯이 라일을 바라보고, 라일의 뒤에서 사태를 바라보고 있는 이드들을 힐끗 살폈다.

그리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씩 하니 미소를 짓던 덩치가 고개를 내저었다.

아마도 특별히 강해 보이는 사람이 없는 이드 일행의 모습에 쓸데없는 싸움을 피하기 위해 저 자세로 나온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이봐, 이봐. 이것도 엄연한 장사라고… 그러니 값을 치르지 않았다면 그건 확실한 주인이 결정됐다는 게 아니야. 게다가 자네들은 아직 열쇠도 건네받지 못했잖아. 안 그래?”

자신의 말이 맞지 않느냐는 듯 되묻는 덩치의 말에 라일은 황당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건 누가 봐도 억지였다.

물론 어떤 상품에 한해서는 산다는 가격보다 많이 준다면 물건 주인의 결정에 의해 많이 주는 쪽으로 물건을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인, 그러니까 지속적으로 상거래를 하는 상인들은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

만약 그렇게 될 경우, 그 상인에 대한 신용도가 떨어지게 되고, 신용을 중요시하는 상인들에게 있어 그것은 제 살을 파먹는 것과 같은 짓이었다.

그런데 덩치는 그런 드문 일을 들먹인 것이었다.

더구나 이 여관업은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숙식을 제공하는 곳이었다.

덕분에 돈을 받고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사용하고 나서 돈을 내는 후불제를 택하고 있는 여관도 많았고, 이곳 ‘하늘빛 물망초’ 역시 후불제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봐, 아가씨. 내 말을 들었으니 무슨 말인지 알겠지? 어때? 만약 이 방을 우리에게 넘기면 원래 방값의 두 배를 쳐주지.”

두 배라는 말과 함께 덩치와 이드 일행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자 네네는 조금 당황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곧 생각해볼 것도 없다는 듯 덩치를 향해 손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

“이미 숙박부에 이름을 올리신 손님분들입니다. 특히 저희 여관에서는 돈을 더 준다고 해서 이미 들어와 계신 손님을 내보내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습니다. 열쇠를 돌려주세요.”

“흠, 이 아가씨 되게 깐깐하네… 그럼 세 배를 주지. 어때? 게다가 들어오면서 들으니까 저 사람들은 여기 2, 3일 정도밖에는 머무르지 않을 것 같던데. 하지만 우린 아니거든. 여기 몇 주 정도 머물 거란 말이야… 어때? 그리고 이 여관의 주인은 아가씨가 하는 것도 아니잖아. 그러니까 이 여관의 주인에게도 물어봐야지. 안 그래?”

덩치는 의외로 딱 부러지는 목소리로 말하는 네네의 모습에 잠시 할 말을 잊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그 옆에 있던 평범해 보이는 사내가 나서서 여관의 주인을 찾기 시작했다. 어린 소녀가 저렇게 딱 부러지는 목소리로 답했으니, 그 소녀에게 말하기는 틀린 일이니 여관의 주인에게 직접 말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그의 그런 의도도 곧바로 이어진 소녀의 말에 원천 봉쇄되어 버렸다.

“아니요. 방금 제가 말한 것도 저희 아버지가 제게 말한 것이니 아버지 의견은 물어볼 것도 없어요. 그러니 열쇠 돌려주세요.”

그녀의 말에 라일과 이드들은 상당히 기분 좋은 느긋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반대로 세 남자는 당황한 듯 서로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설마 이 소녀가 여관 주인의 딸인지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잠시 동안 의견을 묻듯 서로를 한 번씩 바라본 세 남자는 거의 동시에 고개를 돌려 라일과 이드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평범해 보이는 사내가 네네를 보며 말했다.

“그럼, 저기 저 사람들이 이 여관을 나가겠다고 하면 남는 방은 우리들이 쓸 수 있겠지?”

그러자 그의 말에 네네와 라일, 그리고 라일의 뒤쪽에 있던 이드들의 얼굴이 팍 하고 구겨졌다.

물론 서로의 생각은 다른 것이었는데, 네네는 이드 일행을 걱정하는 것이었고…

“설마, 이분들께 위해를 가하는 건… 만약 그렇게 한다면 저희 여관에서는 손님들을 받지 않을 것이고 치안대에 알리겠어요.”

라일은 자신들과 싸움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말하는 세 남자의 태도에 짜증과 함께 화도 났지만, 고작 세 명이서 자신과 뒤에 있는 엄청난 전력을 상대하겠다는 말에 황당하기도 했다.

“하, 고작 세 명이서 우리에게 덤비겠다는 말은 아니겠지?”

세 남자는 자신의 예상과는 달리 전혀 위축되지 않는 네네와 라일들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려던 것을 멈추고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들 역시 이 여관을 사용하기 위해 지금 이러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싸움을 일으키면 치안대에 알리고 여관에 들이지 않겠다는 네네의 말에 싸울 목적이 사라져 버렸고, 자신들의 모습에 전혀 위축되지 않는 라일과 그 뒤의 일행들의 태도에 뭔가 찜찜한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그런 느낌에 평범한 인상의 사내는 급히 답안을 바꿔 대답했다.

“아니, 뭐 꼭 그렇다기보다는… 그럼 이건 어때? 우리가… 엉??”

하지만 평범한 인상의 사내는 여관의 문이 활짝 열리며 들려오는 커다란 목소리에 말을 채 끝내지 못하고 목소리가 들려온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려야 했다.

그리고 그 평범한 사내를 바라보던 네네와 이드들도 그의 고개가 돌아가는 것을 보고 고개를 돌렸다.

“야… 혼! 도대체 방 알아보러 들어간 놈들이… 얼마나 더 기다리게 할 생각이냐?”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