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106화
“야… 혼! 도대체 방 알아보러 들어간 놈들이… 얼마나 더 기다리게 할 생각이냐?”
여관에 들어선 사람들은 모두 7명으로, 여자가 2명, 남자가 5명이었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여관으로 들어오며 소리를 지르는 남자가 서 있었다. 하지만 그 남자를 본 이드와 네네는 곧 시선을 돌려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나머지 일행들 앞에 서 있는 그 남자, 아니, 소년은 방금 소리친 사람에 비해 너무 어려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세상 일은 속단하면 안 된다는 말처럼, 나머지 여섯 명 앞에 나선 소년이 다시 한번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그의 말을 들은 세 명의 남자가 소년에게 다가가 무슨 일인지 묻기 시작했다.
“뭐 하냐니까.”
“아니… 그게 저… 어떻게 된 일이냐면요.”
한쪽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네네와 라일은 어이없다는 듯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눈앞에 있는 어린 소년에게 20대 청년 세 명이 존댓말을 쓰며 쩔쩔매는 모습이라니. 우습기도 했지만, 직접 마주하니 우스움보다는 황당함이 앞섰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소년과 세 남자에게 쏠려 있는 와중에도 이드만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드의 시선은 소년 뒤에 서 있는 6명, 그중에서도 특히 3명의 남자와 1명의 여성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훗, 여기서 또 만나게 됐네… 대충 얼마 만이지?’
이드가 속으로 생각하자, 그의 머릿속에 라미아의 목소리가 울렸다.
[정말요. 그때 이드님이 불의 꽃이라는 여관에서 봤었으니까, 거의 두 달이 되어 가는데요.]
그 네 사람은 바로 불의 꽃 여관에서 이드를 보고 반해 접근했던 라울과 그의 일행들이었다. 그들은 또한 반역자 라스피로에 대한 정보를 알려줬던 인물들이기도 했다.
이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두 달 만에 다시 만났지만, 그들은 크게 변한 것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용병들은 하루하루 생사를 넘나드는 직업이기에, 이드의 시점에서는 꽤 오랜만에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드가 그들을 바라보자, 그들도 이드의 시선을 느끼고 그에게 눈길을 돌렸다. 이드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네 사람은 이드를 알아보지 못한 듯,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 만난 시간은 짧았고, 프로카스 덕분에 머리가 짧아진 이드의 모습은 그들의 기억 속 모습과 많이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울은 이드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아!” 하고 탄성을 내지르며 손뼉을 치더니 동료들을 향해 말했다.
“맞다! 이드, 이드 맞지? 아… 왜 있잖아. 저번 일리나스에서 나를 날려버렸던 녀석 말이야.”
라울의 말에 나머지 세 명도 고개를 끄덕이며 이드를 알아봤다. 특히, 네 명 중 유일한 여성인 라미는 불의 꽃 여관에서 이드가 보여줬던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그렇네… 머리가 짧아져서 몰라 봤어. 그런데 역시 이상형이라서 그런가? 머리가 많이 짧아졌는데도 알아보겠네, 라울.”
라미의 말에 라울은 얼굴이 새빨개져 “그게 무슨 말이야!”라며 검을 덜그럭거리며 날뛰었다. 이드는 그 모습을 보고 슬며시 웃음을 지었다. 라울과 라미의 행동이 처음 불의 꽃에서 봤던 모습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서로 안부를 묻는 인사로 이어질 때는 꽤나 시끄러웠고, 덕분에 소년과 세 남자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이드와 네 명의 용병에게로 쏠렸다.
“그런데 이드, 너는 여기서 무슨 일이야? 저번에 아나크렌으로 간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 그것보다, 저기 저놈들과 무슨 일이 있었어?”
평범한 체형이지만 단단해 보이는 트루닐이 물었다. 이드는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방금 있었던 일을 간략히 설명했다. 이드의 말에 트루닐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소년 앞에 서 있는 세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참나… 그럼 그렇지. 너희들이 별 수 있겠냐. 이드, 사실 말이다. 이 녀석들이 이 여관에 들어오면서 방을 잡겠다고 큰소리쳤거든. 물론 우리는 못 잡을 거라고 했고. 그랬더니 저 녀석들이 그걸로 저녁 내기를 걸었는데… 하하. 아무래도 그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별로 악한 뜻은 없으니까 이해해줘라.”
“네, 별로 신경 안 써요. 그런데 라울, 여긴 무슨 일로 오신 거예요?”
이드의 질문에 트루닐은 잠시 기다리라며 네네를 불러 일행의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했다. 그리고는 이드의 질문에 답을 이어갔다.
“아, 무슨 일이긴… 용병이 전쟁터를 찾는 거야 당연한 거잖아.”
“뭐… 그렇죠.”
“원래는 카논의 수도로 가려 했는데, 들어갈 수가 없더라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접전지와 가까운 이곳으로 온 거고.”
“아… 에? 수도… 카논의 수도요?”
이드가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다가, 카논의 수도라는 말이 언급된 것을 알아채고 급히 되물었다. 이드의 뒤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일란들도 귀를 기울였다. 수도는 이드 일행의 최종 목적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모르는 트루닐은 이드의 반응을 이상하게 여길 뿐이었다.
“응, 수도로 먼저 갔었는데… 수도 외곽부터 못 들어가게 하더라고. 사람을 가리지 않고 말이야. 그런데 더 이상한 건… 수도로 몰래 다가가려고 해도 안 된다는 거야.”
다가갈 수 없다고? 이드는 의아한 듯 되물으려 했으나, 자리가 마련되었다는 네네의 말에 일단 앉아서 이야기를 이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