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117화
이드의 외침과 함께 주위가 순간적으로 황금빛으로 번져 나갔다. 하지만 그 황금빛은 순식간에 붉은 빛으로 변하며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며 수도의 대기를 진동시켰다.
이어 폭발의 여운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언제 빼들었는지 이드의 손에 빼 들려진 라미아의 검신에 붉으스름한 검기가 맺혀져 있었다.
“가라. 수라만마무(壽羅萬魔舞)!!”
츠츠츠츠츳….
너울거리는 라미아의 움직임에 따라 가느다란 수십여 가닥의 검기들이 쏟아져 나아갔다. 다시 한 번 강한 폭발음이 울리는 것과 함께 이드가 뛰어나가려 했다. 하지만 미처 이드가 뛰쳐나가기 전에 세레니아가 급히 이드를 불러 세웠다.
“아직이에요. 플레임 캐논(flame canon)!!”
쿠아아아아아……….
주위로 굉장한 열이 일어나며 거대한 불덩이가 만들어졌다. 곧바로 쏘아져 날아가며 앞을 가로막는 돌덩이들과 장애물들을 날려버렸다. 그리고 그 불덩이가 폭발의 여파 사이로 사라지고서 잠시 후 붉은 화염과 함께 붉게 뿌려지는 불꽃을 뚫고 뒤로 날아가는 두 개의 크고 작은 인형이 보였다.
그 모습에 세레니아를 제외한 나머지 셋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뒤로 밀려나고 있는 두 개의 인형을 향해 몸을 날렸다. 뒤로 밀려가던 그 두 개의 인형이 무너진 성벽을 넘어서는 것과 함께 그 뒤를 쫓던 세 명의 움직임이 폭발적으로 빨라졌다.
“됐다. 그럼 조심하게. 이드군…. 가라. 스크레치.”
크레비츠의 기합성과 함께 그의 손에 들린 쌍검에서부터 방향을 가늠할 수 없는 수십, 수백여 가닥의 검기들이 뿜어져 나갔다. 그 뒤를 이어 바하잔까지 달려나가는 모습을 본 이드도 조심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리고는 뿌연 먼지 사이로 흐릿하게 빛나고 있는 은빛을 향해 검강을 쏘아 주위의 시야를 가로막고 있는 먼지들을 날려버렸다.
하지만 그렇게 기세 좋게 날아가던 검강은 곧 은빛의 송곳니와도 같은 강기에 가로막혀 소멸해버렸다. 그리고 그런 사이로 양팔에 은빛의 송곳니, 실버 쿠스피드를 형성한 채 살기를 뿜고 있는 메르시오의 모습이 보였다.
“크르르르….”
“….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 모양이네요.”
하지만 이드의 말에 전혀 대답하지 않고 마치 사냥감을 앞에 둔 맹수처럼 으르렁거리며 한쪽 팔을 들어 이드를 겨냥하는 메르시오였다. 이어 한순간 그의 눈빛이 빛난다고 느끼는 것과 동시에 그의 팔을 감고 있던 은빛의 송곳니가 가공할 만한 속도로 이드의 얼굴을 노리고 늘어났다.
“어엇…”
이드는 메르시오의 갑작스런 공격과 그 스피드에 반격할 새도 없이 분뢰보(分雷步)를 밟으며 급히 몸을 돌려 피했다. 하지만 공격은 그렇게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드가 피한 방향으로 메르시오의 팔이 휘둘러지며 은빛의 송곳니가 이드의 뒤를 쫓은 것이었다.
그 모습에 이드는 더 피할 생각을 하지 않고 라미아를 눕혀 잡고는 급히 몸을 뛰어올려 허공 중에 몸을 눕혔다. 그리고는 운룡대팔식의 하나인 운룡회류(雲龍廻流)의 신법(身法)으로 몸을 강렬히 회전시켜 자신을 베어 오는 은빛의 송곳니를 라미아의 붉은 검신으로 튕겨버렸다.
그렇게 자신을 쫓던 은빛 송곳니를 튕겨버린 이드는 그 탄력을 이용해서 메르시오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성벽에서 조금 더 떨어진 곳에 사뿐히 내려섰다. 그런 이드의 주위로 운룡회류의 영향인 듯 뽀얀 먼지가 이드를 중심으로 회전하며 일어났다.
하지만 조금의 쉴 틈도 주지 않는 메르시오의 다음 공격에 이드는 그 먼지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몸을 뽑아올려야 했고, 그런 이드의 뒤를 따라 어린아이 주먹만 한 은빛의 구들이 날아들었다.
[정말 조금의 쉴 틈도 주지 않네요. 정말 엄청 화난 모양이에요.]
“그렇겠지. 하지만…. 나도 계속 당하기만은 않아. 검강사천일(劍剛射千日)!”
이드는 그 말과 함께 자신을 뒤쫓아오는 내개의 은빛 구들을 향해 강하게 라미아를 내뻗었다. 순간 공기를 찧는 듯한 파공성과 함께 수십여 가닥에 이르는 검강들이 뻗어나왔다. 그리고 그 수십여 가닥의 검강들 중 십여 발은 은빛의 구와 부딪혀 달빛만이 머무르고 있는 주위를 환하게 비추었고, 나머지 수십여 가닥의 검강은 그대로 메르시오에게 질주했다.
하지만 그 검강들은 메르시오의 양손이 들려지며 더 이상 메르시오를 향해 쏘아져 나갈 수가 없었다.
“크르르르… 스칼렛 필드(scarlet field) 리미트(limits)!”
으르렁거리는 듯 하면서도 똑똑히 들리는 메르시오의 목소리와 함께 앞으로 들려져 있던 그의 양팔을 감싸고 있던 은빛의 송곳니가 얇게 펴지며 메르시오의 앞으로 막아서는 듯한 반투명한 막처럼 변해버렸다.
그리고 검기들이 바로 코앞에 다다랐을 때, 반투명하게 은빛을 띠던 그 보호막이 순식간에 진홍색으로 물들어버렸고 그 보호막의 범위를 벗어난 몇 개의 검강을 제외한 이십여 발의 검강들이 모두 소멸되고 말았다.
이드는 그 모습에 이미 막힐 줄 알았다는 듯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연속해서 강기공인 금령원환형(金靈元丸形)을 라미아로 펼쳐내는 것과 동시에 나머지 한 손으로는 천허천강지(天虛天剛指)의 지강을 쏟아부었다.
그리고는 그 공격들이 메르시오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분뢰보를 밟아 금령원환형의 강기구의 바로 뒤에 따라붙었다.
이어 강렬한 충격파와 함께 모래 먼지가 일었고, 그 뿌연 모래 먼지 사이로 연속적으로 무언가 부딪히는 듯한 소성이 울려 나와 계속해서 주위로 뽀얀 먼지 구름을 일으키고 있었다.
한편, 그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크레비츠들이 일대 삼의 수적 우세를 가지고 쿠쿠도라는 드워프를 상대로 비교적 쉬운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레이트 실버급에 이른 검사 두 명과 드래곤 로드가 합공을 하고 있는데 버틴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되는 한순간, 쿠쿠도의 양쪽으로 벌려 서있던 크레비츠와 바하잔의 공격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웨이브 컷(waved cut)!”
“트윈 블레이드(twins blade)!”
두 사람의 고함 기합성과 함께, 마치 거대한 파도와도 같은 황금빛의 검강과 나란히 붙어서 돌진해오는 두 개의 현오색을 띤, 날카롭지 않지만 묵직한 느낌의 검강이 쿠쿠도를 향해 날아갔다.
그 공격에 거의 전투의 시작부터 뒤로 밀리던 쿠쿠도는 피하는 것을 포기하고 들고 있던 워 해머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저 두 사람의 공격을 피하려 할 때마다 한쪽에 서서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세레니아의 마법 덕분에 번번히 피하지도 못했다. 그 덕분에 제대로 방어도 하지 못해 오히려 더 큰 부상만 입었었다.
그래서 피하는 것은 완전히 포기해버리고 공격이나 방어를 하자는 것으로 생각을 돌린 쿠쿠도였다.
“계속해서 당하진 않는다. 대지의 파도! 뜨거운 분노!!”
꽈아아앙!!!!!
악을 쓰는 듯한 쿠쿠도의 외침에 이어, 높이 들려졌던 거대한 워 해머가 땅에 틀어박혔다.
그 위력이 얼마나 큰지, 쿠쿠도 주위의 땅이 울려 잔잔한 돌덩이가 튕겨 올랐을 정도였다.
이어 해머가 땅을 때린 여운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마치 높은 산에서 거대한 눈덩이가 굴러 떨어질 때의 소음이 일며 쿠쿠도를 중심으로 땅이 마치 바다처럼 잔잔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범위가 채 1미터를 넘기 전에, 그 파도는 2미터 이상 높아지며 주위로 퍼져 나아가 쿠쿠도를 향해 날아드는 크레비츠와 바하잔의 공격과 부딪히며 굉렬한 폭음을 일으키며 사라져 버렸다.
퍼퍼퍼펑… 쿠콰쾅…
하지만 크레비츠와 바하잔의 검기들이 사라진 반면, 쿠쿠도의 공격은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었다.
원형으로 퍼져 나가던 땅의 파도는 크레비츠와 바하잔의 공격이 이루어진 곳만 부서졌을 뿐 나머지 부분은 아직 건재했기 때문에, 후두둑거리며 흙덩어리가 떨어지는 사이로 두 사람을 향해 계속해서 다가오고 있었다.
그 모습에 크레비츠와 바하잔은 자신들의 검으로 막강한 검기들을 쏟아내며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흙의 파도 대부분을 부숴버렸고, 남아 있는 부분도 크레비츠와 바하잔에게 전혀 영향을 줄 것 같지 않게 멀리 있는 것들뿐이었다.
하지만 무언가를 느낀 듯한 세레니아의 외침에 두 사람은 적잖이 당황하며 즉시 허공 중으로 몸을 뛰어올려야 했다.
“아직 끝난 게 아니에요. 진짜는 밑에 있어요. 뛰어요!! 리미트(limit)! 그라운드 프레셔(ground pressure)!!”
세레니아의 시동어가 외쳐지는 순간, 무언가 세레니아의 그라우드 프레셔에 눌려 올라오지 못하는 듯한 느낌으로 땅이 흔들리더니 땅의 표면이 붉게 달아올랐다.
“뭐…. 용암?….”
“빨리 피해… 굉장한 열기야…”
지표를 발갛게 달구는 용암의 열기에 두 사람은 황급히 몸을 날려 용암으로 변해버린 대지의 사정권 밖으로 빠져나가, 세레니아의 옆으로 내려섰다.
세레니아는 두 사람이 자신의 옆으로 내려서는 모습을 모두 바라보지도 않은 채 다시 마법의 시동어를 외웠다.
“허공을 수놓으며 아름답게 거니는 물의 정령이여, 그대들과 함께 춤추는 바람의 정령의 키스를 받아 지금 그대들의 축복을 이곳에 뿌리어라. 크리스탈 액터(crystal axte)!”
세레니아의 주문이 이어지면서 그녀의 들려진 손이 향하고 있는 허공 중에, 아름답게 빛나는 수정처럼 반짝이는 것들이 무수히 생겨났다.
이윽고 그녀의 주문이 끝나고 시동어가 외쳐짐과 동시에 그녀의 팔이 내려졌고, 허공 중에 떠 있던 것들, 바로 어른의 주먹만 한 크기의 얼음덩이들이 쏟아져 내렸는데, 그 소리가 마치 비가 올 때 나는 소리 같았다.
이어 그 얼음 조각들이 붉게 달아오른 땅에 꽂히며 요란한 소리와 함께 뿌연 수증기를 형성시켰다.
그렇게 대부분이 땅을 식히는 데 사용되긴 했지만, 그 많은 얼음덩이 중 몇 개는 쿠쿠도를 노리고 날아드는 것도 적지 않았던 듯, 수증기 속에서 쿠쿠도의 욕설과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크윽… 제기랄… 으아아… 젠장…. 메르시오, 이 새끼 때문에 이게 무슨… 큭… 꼴이야….”
세레니아는 수증기 속에서 들려오는 쿠쿠도의 목소리를 들으며 옆에 내려서서 수증기 속을 노려보는 크레비츠와 바하잔을 바라보며 조용히 이야기했다.
“이번이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저 쿠쿠도라는 드워프도 저 속에 오래 있진 않을 테니까. 그가 나올 때를 노려서 한 번에 끝내 버려야 해요.”
세레니아의 말에 크레비츠와 바하잔이 고개를 끄덕일 때, 뽀얀 수증기 안에서부터 거의 악을 쓰는 듯한 쿠쿠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뒤를 이어 다시 한 번 워 해머가 땅에 박히는 소리가 나면서 뽀얀 수증기가 한순간 수축하는 듯하더니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크아아아…. 어스 웨이브!!!”
쿠아아아앙……..
“온다. 그럼 마무리는 세레니아 양이 맞아 주십시오. 이보게 바하잔……응?”
세레니아를 향해 외치며 자신의 양손에 들린 검을 고쳐 잡던 크레비츠는 등 뒤로부터 느껴지는 섬뜩한 느낌에 고개를 돌리려 했으나, 그보다 빨리 들려오는 바하잔의 목소리에 정신없이 서있던 자리에서 몸을 빼내야 했다.
“받아칠 생각 말고 빨리 피하십시오!!!”
바하잔의 말에 따라 순간적으로 몸을 날린 크레비츠는 순간 엄청난 속도로 자신의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진홍빛의 빛줄기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빛줄기가 일직선으로 엄청난 속도로 흩어지고 있는 수증기 사이에 있는 그림자를 향해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날려버린 수증기 사이로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붉은 빛줄기의 모습에 쿠쿠도가 내려찍었던 워 해머를 급히 들어 올리며 악다구니를 쓰는 모습이 보였다.
“야이 빌어먹을 놈에 개 대가리야!! 떨거지들 맞아 달리기에 따라 와줬더니… 누굴 공격하는 거야… 으아아아…. 대지의 분노!!”
쿠아아아아……
쿠쿠도의 워 해머가 다시 한 번 땅에 내려쳐졌고, 그에 이어 대지가 뒤흔들리며 쿠쿠도의 앞의 땅이 갈라졌다.
곧 땅이 붉게 물들며 갈라진 틈새로 붉은 화염과도 같은 용암이 치솟아 쿠쿠도를 향해 쏘아져 오는 진홍빛의 빛줄기를 막아갔다.
그러한 모습에 크레비츠는 더 보지도 않고 급히 바하잔을 부르며 자신의 손에 들린 검에 마나를 불어넣고는 쿠쿠도의 오른쪽으로 들어갔다.
“이봐, 좋은 기회야… 빨리 움직여.”
“벌써 움직이고 있습니다. 준비하세요.”
그렇게 말을 주고받은 두 사람은 어느새 쿠쿠도의 양측으로 자리를 옮기고는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여 호흡을 맞추고 각자의 검에 실린 마나들을 풀어냈다.
“그랜드 타이달 웨이브(grand tidal wave)!! 이걸로 사라져라…..”
바하잔의 외침과 함께 한껏 휘둘러진 옥시안의 검신으로부터 백금빛의 거대한 기운이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한 기세로 쿠쿠도를 덮쳐 갔다.
그 뒤를 이어 바하잔에 지지 않는 듯한 크레비츠의 외침이 들려왔다. 마치 두 개의 덩굴이 배배 꼬인 모양의 검기가 대지를 쪼개버릴 듯한 기세로 쿠쿠도를 향해 덮쳐 들었다.
“트위스트 크레이브(twist creyv)!!”
마치 쿠쿠도를 에워싸는 듯한 두 사람의 공격도 공격이지만, 이미 진홍빛의 빛줄기, 그러니까 메르시오의 스칼렛 버스트를 막아내느라 타이밍을 놓친 쿠쿠도는 피할 생각을 완전히 버리고 자신의 모든 힘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이번 공격을 꼭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워 해머를 내려찍었다. 하지만 그런 한편으로는 저 앞에 서 있는 세레니아가 신경 쓰이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지금 자신에게 달려드는 공격을 무시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크아….. 내가 다시는 개 대가리와 상종을 않겠다….. 대지를 달구는…. 뜨거운 방패!!”
쿠콰콰콰….. 쿠르르르르………
쿠쿠도의 외침에 뒤이어 무언가 치솟아 오르는 듯 땅이 뒤흔들렸고, 쿠쿠도 주위의 땅이 붉은색으로 변할 즈음에 터지듯이 갈라지며 높다랗게 붉은 용암이 치솟았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치솟아 오른 용암의 벽이 쿠쿠도를 중심으로 서서히 회전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용암의 벽의 회전이 어느 수준에 이르렀을 때 크레비츠와 바하잔의 공격이 용암의 벽과 대지를 격렬히 뒤흔들었다.
그 모습을 본 바하잔과 크레비츠는 급히 몸을 뒤로 물려 충격의 영향권 밖으로 물러서며 무언가를 준비 중인 듯한 세레니아를 보며 소리쳤다.
“그럼, 세레니아양…. 마지막을 부탁드리오.”
쿠콰콰쾅……
“…..”
크레비츠의 말에 세레니아가 뭔가 걱정 말라는 듯이 말하는 듯했으나 곧 이어진 폭발음과 쿠쿠도의 발악적인 고함에 묻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커어억……. 크아아아…. 어스 웨이브!”
타격을 받은 듯한 쿠쿠도의 외침에, 쿠쿠도를 중심으로 회오리치던 붉은빛의 용암과 황금빛의 강기, 그리고 현오색의 강기가 조금 밀려나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라는 듯 더 이상의 반응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씩 안으로 줄어들며 서로의 위력을 줄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세레니아는 그 모습에 기다렸다는 듯 준비해 두었던 것을 시전했다.
그런 그녀의 몸 주위로는 붉은색의 마나가 휘돌고 있었다.
“치솟아라. 얼음의 정령이여…. 프리즈 필라(freeze pillar)!! 아이스 필라(ice pillar)!!”
세레니아의 입에서 시동어가 흘러나오는 순간, 쿠쿠도를 중심으로 약 지름 30여 미터 정도가 하얗게 얼어붙어 냉기를 흘리며 20미터 정도 치솟아 올랐다.
그 위에서 격렬히 격돌하던 기운들 중 붉은빛 열기를 띤 기운이 눈에 띄게 약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저 허공에 생성된 같은 크기의 얼음 기둥이 강렬한 회전과 함께 떨어져 내려 쿠쿠도와 세 기운을 사이에 두고 맞부딪혔다.
그 속에서 다시 한 번 쿠쿠도의 비명성이 터져 나왔다.
쿠아아앙……
“크아아아악…………. 메르시오!!!!!”
하지만 그런 쿠쿠도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 세레니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듯 다시 시동어를 흘려냈다.
“어둠과 암흑에 묻힌 얼음의 정(情)이여… 너의 숨결을 허공에 춤추는 아이들에게 맡기어라… 아이스 콜드 브레싱(ice-cold breathing) 스톰(storm)!!”
세레니아의 목소리와 함께 마치 중간에 끼어 있는 것을 가루로 만들어 버릴 듯 회전하고 있는 기둥들의 양쪽으로 하얀 백색의 마법진이 형성되며, 그곳으로부터 하얀 안개와 같은 얼음의 숨결이 흘러나와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리고 곧 이어진 바람의 움직임에 안개와 같은 형태로 흘러내리던 아이스 콜드 브레스가 서서히 얼음의 기둥을 중심으로 뭉치며 회전하더니, 두 얼음 기둥의 틈새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었다.
“하압… 풍령장(風靈掌)!!”
다시 한번 메르시오와 엉키던 이드는 강렬한 풍령장을 메르시오의 가슴에 날려 그와의 거리를 벌렸다.
그런데 그렇게 떨어진 두 사람의 모습이 판이하게 달랐다.
이드는 몸 여기저기의 옷이 찢어지거나 떨어졌을 뿐 별다른 상처는 가지고 있지 않은 반면, 메르시오의 몸에는 라미아의 검신에 의해 여기저기 잘려나가고 타버린 은빛 털, 크고 작은 상처와 푸른 피, 특히 오른쪽 팔꿈치까지 잘려나간 그의 모습은 참혹했다.
거기에 아직 건재해 보이는 이드에 반해 메르시오의 어깨는 눈에 띄게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더구나 전투 중, 자신이 내쏘았던 스칼렛 버스터를 이드가 피해버린 덕에 쿠쿠도가 대신 맞게 되었고, 그 모습에 살기로 충만하던 메르시오가 흥분해 이드에게 달려들었다.
덕분에 이드는 침착하게 차례차례 메르시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었고, 그렇게 기울기 시작한 전투가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었다.
이드는 거친 숨을 내쉬는 메르시오의 모습을 보며 이번 공격으로 끝내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라미아에게 내력을 전하기 위해 내력을 끌어올리려 할 때, 등 뒤로부터 느껴지는 서늘하다 못해 얼어붙을 듯한 한기와 라미아의 목소리에, 메르시오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을 때 이드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방금 전에도 보았던 서로 맞물려 돌아가던 얼음의 기둥과 그 기둥이 중앙 부분에 어리어 회전하고 있는 뽀얀 색의 안개와도 같은 것이었다.
[이드님…. 저거 이드님이 처음 시전해봤던 마법이잖아요.]
“으응… 아이스 콜드 브레싱. 빙룡현신(氷龍現身)과 같이 사용했었던 건데… 정말 지옥 같은 한기….. 응? 저… 저거…”
메르시오를 경계하면서도 세레니아를 바라보던 이드의 눈에 그의 주위를 맴돌던 진홍빛의 마나가 더욱 팽창하며 주위로 퍼지는 모습이 포착되자, 급히 내력을 끌어올렸다.
[이드님, 저 메르시오, 세레니아님을 노리는 것 같아요.]
“알고 있어. 분뢰(分雷).”
“스칼렛 필드 버스터(scarlet field burst)!”
라미아의 목소리에 이어 이드가 분뢰보를 밟으며 앞으로 쏘아져 나간 것과 메르시오의 진홍빛 섬광이 불룩하게 일어난 것은 거의 동시에 벌어졌다.
분뢰보를 밟아가던 이드의 눈에, 등 뒤로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고개를 돌리는 세레니아와 이제는 완전히 모습을 갖추고 뻗어나오는 진홍빛 섬광을 보며, 이드는 즉시 라미아를 치켜들었다.
“저건 제가 맞을 테니… 걱정 말아요. 세레니아… 하늘의 그 물을 빠져나갈 것은 아무것도 없다. 12대식 천망밀밀(天網密密)!!”
샤르르륵 샤르르륵, 마치 몇 무더기의 실이 풀려 나가는 듯한 기성과 함께 라미아의 검신으로부터 수십 수백에 이르는 청색의 강사(剛絲)들이 뿜어져 나왔다.
강사들은 바람에 흩날리는 여인들의 머리카락처럼 날리며 엉키고 꼬이고를 반복하며 하나의 촘촘하기 그지없는 그물로 변해갔다.
그리고 마침내 촘촘하다 못해 청색의 벽처럼 보이는 검기의 그물이 날아오는 진홍빛 빛줄기를 감싸 안기 시작했다.
이드는 검기의 그물이 완전히 진홍빛 빛줄기를 감싸게 되자, 라미아를 완만하면서도 커다란 동작으로 위로 들어 올렸다가 내렸다.
부드러우면서도 간단한 하나의 동작이었지만, 그 동작이 가져온 작용은 대단한 것이었다.
라미아가 위로 들어 올려지는 것과 함께, 그물에 휩싸여 앞으로 전진하던 빛줄기가 방향을 바꾸어 허공으로 치솟기 시작했고, 다시 라미아가 내려지는 것과 함께 라미아에서 뿜어져 나와 그물을 형성하고 있던 수백의 강사들이 그대로 끊어져 버렸다.
그와 동시에, 진홍빛 섬광을 덮고 있던 청색의 그물 역시 사라지자 그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체 허공으로 치솟다가 사라져 버렸다.
그 모습에, 수백에 이르는 강사의 조율로 뻐근해진 오른쪽 어깨에 손을 얹어 주무르고 있을 때, 메르시오는 더욱더 흥분한 울음을 터트렸다.
그들의 목적이었던 얼음의 기둥이 퍽 하며 산산이 부서져 내리며 사방으로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은빛의 얼음 가루들을 날려 보내고 있었다.
그런 얼음 가루들 사이로 떨어져 내리는 커다란 워 해머의 모습과 그것이 땅에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이드를 향해 고개를 돌린 세레니아에게서, 이드는 아주 만족스러운, 하지만 크레비츠와 바하잔에게는 아리송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혼돈의 파편 중 하나… 쿠쿠도는 소멸… 아니, 잠들었습니다.”
슈아아아아……… 쿠구구구………
세레니아의 말과 함께 그녀의 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땅속에 그 무거운 머리를 박고 있던 워 해머가 작은 소성과 함께 땅속으로 녹아 들어갔다.
세레니아의 목소리와 함께 마치 중간에 끼어 있는 것을 가루로 만들어 버릴 듯 회전하고 있는 기둥들의 양쪽으로 하얀 백색의 마법진이 형성되며, 그곳으로부터 하얀 안개와 같은 얼음의 숨결이 흘러나와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리고 곧 이어진 바람의 움직임에 안개와 같은 형태로 흘러내리던 아이스 콜드 브레스가 서서히 얼음의 기둥을 중심으로 뭉치며 회전하더니, 두 얼음 기둥의 틈새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었다.
“하압… 풍령장(風靈掌)!!”
다시 한번 메르시오와 엉키던 이드는 강렬한 풍령장을 메르시오의 가슴에 날려 그와의 거리를 벌렸다.
그런데 그렇게 떨어진 두 사람의 모습이 판이하게 달랐다.
이드는 몸 여기저기의 옷이 찢어지거나 떨어졌을 뿐 별다른 상처는 가지고 있지 않은 반면, 메르시오의 몸에는 라미아의 검신에 의해 여기저기 잘려나가고 타버린 은빛 털, 크고 작은 상처와 푸른 피, 특히 오른쪽 팔꿈치까지 잘려나간 그의 모습은 참혹했다.
거기에 아직 건재해 보이는 이드에 반해 메르시오의 어깨는 눈에 띄게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더구나 전투 중, 자신이 내쏘았던 스칼렛 버스터를 이드가 피해버린 덕에 쿠쿠도가 대신 맞게 되었고, 그 모습에 살기로 충만하던 메르시오가 흥분해 이드에게 달려들었다.
덕분에 이드는 침착하게 차례차례 메르시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었고, 그렇게 기울기 시작한 전투가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었다.
이드는 거친 숨을 내쉬는 메르시오의 모습을 보며 이번 공격으로 끝내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라미아에게 내력을 전하기 위해 내력을 끌어올리려 할 때, 등 뒤로부터 느껴지는 서늘하다 못해 얼어붙을 듯한 한기와 라미아의 목소리에, 메르시오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을 때 이드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방금 전에도 보았던 서로 맞물려 돌아가던 얼음의 기둥과 그 기둥이 중앙 부분에 어리어 회전하고 있는 뽀얀 색의 안개와도 같은 것이었다.
[이드님…. 저거 이드님이 처음 시전해봤던 마법이잖아요.]
“으응… 아이스 콜드 브레싱. 빙룡현신(氷龍現身)과 같이 사용했었던 건데… 정말 지옥 같은 한기….. 응? 저… 저거…”
메르시오를 경계하면서도 세레니아를 바라보던 이드의 눈에 그의 주위를 맴돌던 진홍빛의 마나가 더욱 팽창하며 주위로 퍼지는 모습이 포착되자, 급히 내력을 끌어올렸다.
[이드님, 저 메르시오, 세레니아님을 노리는 것 같아요.]
“알고 있어. 분뢰(分雷).”
“스칼렛 필드 버스터(scarlet field burst)!”
라미아의 목소리에 이어 이드가 분뢰보를 밟으며 앞으로 쏘아져 나간 것과 메르시오의 진홍빛 섬광이 불룩하게 일어난 것은 거의 동시에 벌어졌다.
분뢰보를 밟아가던 이드의 눈에, 등 뒤로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고개를 돌리는 세레니아와 이제는 완전히 모습을 갖추고 뻗어나오는 진홍빛 섬광을 보며, 이드는 즉시 라미아를 치켜들었다.
“저건 제가 맞을 테니… 걱정 말아요. 세레니아… 하늘의 그 물을 빠져나갈 것은 아무것도 없다. 12대식 천망밀밀(天網密密)!!”
샤르르륵 샤르르륵, 마치 몇 무더기의 실이 풀려 나가는 듯한 기성과 함께 라미아의 검신으로부터 수십 수백에 이르는 청색의 강사(剛絲)들이 뿜어져 나왔다.
강사들은 바람에 흩날리는 여인들의 머리카락처럼 날리며 엉키고 꼬이고를 반복하며 하나의 촘촘하기 그지없는 그물로 변해갔다.
그리고 마침내 촘촘하다 못해 청색의 벽처럼 보이는 검기의 그물이 날아오는 진홍빛 빛줄기를 감싸 안기 시작했다.
이드는 검기의 그물이 완전히 진홍빛 빛줄기를 감싸게 되자, 라미아를 완만하면서도 커다란 동작으로 위로 들어 올렸다가 내렸다.
부드러우면서도 간단한 하나의 동작이었지만, 그 동작이 가져온 작용은 대단한 것이었다.
라미아가 위로 들어 올려지는 것과 함께, 그물에 휩싸여 앞으로 전진하던 빛줄기가 방향을 바꾸어 허공으로 치솟기 시작했고, 다시 라미아가 내려지는 것과 함께 라미아에서 뿜어져 나와 그물을 형성하고 있던 수백의 강사들이 그대로 끊어져 버렸다.
그와 동시에, 진홍빛 섬광을 덮고 있던 청색의 그물 역시 사라지자 그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체 허공으로 치솟다가 사라져 버렸다.
그 모습에, 수백에 이르는 강사의 조율로 뻐근해진 오른쪽 어깨에 손을 얹어 주무르고 있을 때, 메르시오는 더욱더 흥분한 울음을 터트렸다.
그들의 목적이었던 얼음의 기둥이 퍽 하며 산산이 부서져 내리며 사방으로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은빛의 얼음 가루들을 날려 보내고 있었다.
그런 얼음 가루들 사이로 떨어져 내리는 커다란 워 해머의 모습과 그것이 땅에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이드를 향해 고개를 돌린 세레니아에게서, 이드는 아주 만족스러운, 하지만 크레비츠와 바하잔에게는 아리송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혼돈의 파편 중 하나… 쿠쿠도는 소멸… 아니, 잠들었습니다.”
슈아아아아……… 쿠구구구………
세레니아의 말과 함께 그녀의 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땅속에 그 무거운 머리를 박고 있던 워 해머가 작은 소성과 함께 땅속으로 녹아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