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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 119화


회의의 제목은 카논의 수도 되찾기 및 사악한 마법사 게르만의 응징과 남아 있는 혼돈의 파편 잠재우기.

크레비츠가 이드와 세레니아에게 같이 가길 권했지만 어차피 골치 아픈 이야기만 오고갈 것이기에 거절하고 이곳, 태자의 정원에서 프로카스의 딸인 아라엘과 베후이아 여황의 조카인 로베르를 돌보고 있던 것이다.

아라엘도 이때쯤에는 프로카스를 만나고 나서인지 안정되어 활발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몇 일 전 만난 로베르와는 거의 매일 이렇게 뒹굴며 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이드에게 메이라가 다시 물어왔다.

“그럼, 그 한 가지라는 게 뭐예요? 그리고 회의 때 이드와 세레니아가 생각한 걸 말하면 되잖아요.”

“… 메이라, 방금 전 말했잖아요. 국가 단위의 계획은 떠오르는 게 없다구요. 저와 세레니아가 생각한 건 국가 단위의 대책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거든요.”

“참… 그랬죠. 그럼 이드와 세레니아가 생각한 건 뭔 데요? 국가 단위가 아니면… 개인 단위의 대책인가 보죠?”

“맞아요. 저와 세레니아의 생각은 간단해요. 사실 혼돈의 파편을 상대하는 데 보통의 병사들과 기사들은 필요 없죠. 있다면 오히려 희생자만 늘어나는 사태를 일으킬 테니까요. 그러니 국가 단위로 나설 필요가 없죠. 아마 이건 크레비츠님을 비롯해서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일 거예요. 아마 이런 의견을 들고 나서는 귀족이 있으면 웃음거리밖에 안 될걸요.”

메이라는 이드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 역시 수도의 삼분의 일이 폐허로 변한 것으로 그들이 어느 정도의 힘을 가졌다는 것을 알기에 많은 병사들과 기사들을 투입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번 회의의 거의 반은 혹시 모를 일에 대한 대비와 서로 끝까지 협력하자는 그런 말이 오고 가는 걸 거예요. 특히 혼돈의 파편이 사라지고 난 후의 카논 같은 경우 이런 회의가 꼭 필요하죠. 그리고 나머지 반은 혼돈의 파편을 상대하는 일에 대해 오고 갈 텐데… 회의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내 생각에는 회의 끝에 내려질 대책도 나와 세레니아가 내린 결론하고 같을 거예요. 어쩌면 크레비츠님이나 바하잔 공작님과 몇몇 분은 회의실에 들어가기 전부터 내 생각과 같은 걸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후후훗… 그렇게 보면 저 회의는 완전 친목 모임 정도인가.”

이드는 스스로의 말에 씨익 웃어 버렸지만 듣고 있는 메이라는 전혀 웃기지 않았다. 자신이 물었던 것은 이드와 세레니아가 내린 대책이었는데, 이드는 계속 그 주위를 맴돌고 있으니… 덕분에 메이라의 표정은 금새 쌜쭉해져 버렸다.

이드는 그런 메이라의 모습에 싱긋이 웃으며 깍지 낀 손을 풀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하하…. 말해 줄게요. 계획이라거나 대책이라고 부를 것도 없이 간단한 거예요. 그러니까, 쓸데없이 많은 사람을 쓸 필요 없이. 실력 있는 사람, 어느 정도 혼돈의 파편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들, 그러니까 그레이트 실버급 이상의 실력을 가진 사람들만 나선다는 거죠. 그런데 이상하죠. 얼마 전까지 확인된 게 두 명뿐이라는 그레이트 실버가 지금은 다섯 명이나 우글거리고 있으니. 뭔가… 하하… 이야기가 또 다른 곳으로 새네. 그러니까. 저까지 합해서 일곱 명 정도가 되는데, 그 일곱의 인원으로 발라파루로 입성한다는 설정인데… 뭐 몇 가지, 카논의 황제에 관련된 일이라든가 발라파루를 덮고 있는 결계 등에 대해선 좀 더 세세한 대책이 필요하겠지만 말이죠. 크레비츠님이나 바하잔님도 다 같은 생각일 테니… 굳이 절 데리고 가지 않은 거죠.”

“그렇긴 하지만…..”

메이라는 이드의 말을 들으며 쌜쭉해 있던 표정을 고쳐 걱정스러운 듯이 이드를 바라보았다. 자신 역시 기사들이 아무리 많이 따라 나서더라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걱정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특히 상대가 아는 사람이라거나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더 그럴 것이다. 하지만 하늘을 보고 있었기에 그런 그녀의 표정을 알기 못하는 이드는 싱긋이 웃을 뿐이었다.

“걱정할 필요 없어요. 어차피 혼돈의 파편 쪽에서 오지 않는 한은 그 방법뿐일 테니까요. 그런데, 그 메르시오가 오길 기다린다고 했거든요. 그러니 가 봐야죠. 이 상태로는 아무런 진전도 없을 테니까. 아! 아니다. 그들이 본래의 힘을 되찾으면 점점 밀리겠구나…”

“에효~~”

이드의 장난스런 말에 메이라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세레니아가 살며시 웃으며 이드가 바라보고 있는 크레움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정말 오랫동안 이어지군요. 회의…”

그녀의 말에 메이라를 제외한 이드와 일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고개를 끄덕이던 이드가 뭔가 생각이 났는지 몸을 파묻고 있던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럼… 우리 잠시 수도 시내로 나가보죠. 복구 작업이 어떻게 되는지도 보고 지겨운 시간도 보낼 겸해서 말이에요.”

“음… 좋은 생각인데요. 이렇게 지루하게 앉아 있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요. 그럼, 저 애들은 어떻게 하죠?”

“음…. 뭐, 시녀장에게 부탁해도 되고. 아니면 저희들이 데리고 나가도 되겠죠. 저 애들도 밖에 구경하고 좋잖아요. 아, 이럴 게 아니라 한번 물어 봐야겠네요. 아라엘, 로베르 이리와 볼래?”

“이드, 세레니아…. 지금 크레움에서는 중요한 회의 중인데….”

메이라는 앞으로의 상황이 전혀 걱정되지 않는 듯한 두 사람의 모습에 얼굴을 팍 구겨 버렸다. 특히 이드는 아까 전부터 전혀 긴장감이라든가 걱정하는 표정이 기생이 없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혼자서만 걱정하고 있었던 게 아까운 듯. 그런 생각에서 조금 진지한 얼굴을 하고 바라보았는데… 이드와 세레니아는 전혀 상관 안고 오히려 웃는 얼굴로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아닌가. 거기다 이드의 옆에 붙어서 자신의 기분을 살~ 나쁘게 만드는 엘프까지 맞장구 치고 나서니….

“메이라, 괜히 우리까지 심각해질 필요는 없다구요. 걱정한다고, 고민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잖아요. 봐요. 애들도 좋다고 하잖아요.”

“맞아요. 우리 나가요. 이드가 저번에 시장에 가봤다고 했죠? 거기 가봐요.”

…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일리나가 이드의 한쪽 팔을 감싸 안는 모습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데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휴~ 그래요. 하지만 빨리 돌아와야 해요. 그리고 잠시만 기다리세요. 시녀장을 불러 아이들의 옷을 갈아입혀야 하니까.”

이드는 자신에게 엉겨 오는 아라엘과 로베르의 모습에 뭘 그럴 것까지 있느냐는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그런 이드에게서는 방금 전 대화하던 내용들이 싹 사라지고 없었다.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냥 나가도 될 것 같은데요. 괜히 화려하고 깨끗한 옷 입혀서 뭐 하려구요. 거기다 금방 돌아올 건데요. 뭐.”

“…. 하~~ 알았어요. 하지만 시녀장을 불러야겠어요. 나간다고 말은 해야 하니까요.”

“그래요. 자~ 애들아 나가자!!”

“와아~~~”

“빨리 가자…”

이드의 말에 두 아이가 이드의 팔을 각각 하나씩 붙잡고는 잡아끌었고 그 뒤를 일리나와 세레니아가 웃으며 따랐다. 그 모습에 메이라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곧 일리나가 한 아이의 손을 잡으며 이드의 옆으로 붙어 서는 모습에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 이드를 따라 잡았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머리에도 앞으로 벌어질 전투에 대한 걱정은 사라진 후였고 그 자리를 일리나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자리잡고 있었다.

웅성웅성…. 시끌시끌…….

“야! 야!….. 거기 들어… 사내자식이 그것밖에 힘을 못 쓰냐. 팍팍 들어 올려… 그래…..”

“거기 치워 놓은 거 빨리 옮겨욧!! 빨리 빨리 못 움직여욧!!”

로베르와 아라엘을 안기도 하고 걷기도 하면서 도착한 시장은 저번에 왔었던 것과 같이 시끌시끌했고 많은 상점들에서 이런저런 먹거리들을 내놓고, 또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들고 나르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저번에 왔을 때와는 다른 게 한 가지 있었는데, 반듯반듯한 돌이 깔린 보기 좋은 시장의 대로를 중심으로 왼쪽의 상점들이 완전히 무너져 흔적만이 남아 있을 뿐 상점이나 집다운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아마 이곳이 폐허로 변해 버린 경계 지점이듯 저 멀리까지 시야를 가리는 건물은 하나도 없었고 오로지 울퉁불퉁한 돌덩이와 그 위를 바쁘게 오가고 있는 수백에 이를 듯한 사람들의 모습만이 보일 뿐이었다.

그들은 저번 이드가 왔을 때 노점상들이 대부분을 사용하고 있던 대로를 통해 커다란 돌덩이들을 옮겨 나르기도 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사람들이 있을 만한 곳을 파헤치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중에 방금 전 이드와 세레니아 들의 귓가를 때린 두 목소리의 진원지를 찾을 수 있었는데 우선 굳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7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거의 3, 4미터에 이르는 바위를 밧줄로 묶어 놓고는 들어올리려고 하는 사람들 중 여기저기 얼룩진 회색의 민소매 옷을 입은 다부져 보이는 모습의 남자였다. 그런데 그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70여 미터가 떨어진 이드들이 서있는 곳까지 그가 소리치는 소리가 커다랗게 들리 정도였으니. 그 모습에서 상상이 되지 않는 엄청난 성량이었다.

이드가 순간적으로 저 사람이 후공(吼功)을 익히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남자의 목소리를 이었던 날카로운 목소리의 진원지는 이드들과 상당히 가까운 곳으로, 이드들이 서있는 곳에서 15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설치된 높이 5미터 가량의 대(臺) 위, 그 곳 대 위에 놓여진 작은 책상 위에 폐허가 된 일대의 지도를 펴놓고 작은 돌덩이들을 들어 나르는 사람들을 재촉하는 이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짧은 금발의 여성이었다. 그녀는 다시 눈에 뛰는 몇몇 사람들에게 날카롭게 소리치고는 자신의 재촉에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도 걸음을 빨리 하는 사람들을 잠시 바라보고는 뭔가를 생각하는 듯 지도와 폐허를 번갈아 가며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러길 잠시, 곧 고개를 들더니 폐허의 한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기, 저기도 파내요. 저기 있던 건물을 튼튼한 기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 주위에 사람이 살아 있을지도 몰라요. 뭐해요. 빨리 안 움직이고.”

“이봐, 애슐리, 그만해. 더 이상 일손이 없단 말이다. 지금까지 네가 말한 곳을 파내는 것만도 손이 모자른단 말이다. 네가 말하는 곳을 팔 사람이 없다구.”

커다란 돌덩이 하나를 마차에 실어 놓으며 말하는 삼십대 초로 보이는 남자의 말에 애슐리라고 불려진 아가씨의 얼굴이 슬쩍 찌푸려졌다. 그런데 그녀의 얼굴이 찌푸려지는 것과 같이 시끌벅적하던 시장대로의 소음이 급격히 줄어들더니, 그 사이사이에 움직이거나 서 있던 남자들이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는 것이었다. 그 갑작스런 반응에 이드와 일리나들이 어리둥절해 하는데, 어느새 눈에 힘을 준 채 양팔을 걷어붙이고 뒤돌아 서는 애슐리의 모습이 보였다. 그와 함께 슬금슬금 뒤로 물러서던 남자 몇몇이 빠른 속도로 달려 도망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어리둥절함은 곧 이어진 애슐리의 날카로운 고함 소리와 함께 풀려졌다.

“거기, 거기 또…. 거기 아저씨, 그리고 고개 숙이고 있는 빌 아저씨… 앗, 도망가지 말아요. 도망가면 아줌마한테 일러줄 테니까. 도망가지 말고 빨리 움직여요. 남자라면 뭐라고 말하기 전에 나서서 두 손 걷어붙이고 일해야죠. 어디 도망갈 생각을 해요. 자, 여기 밧줄 가지고 방금 제가 지적한 곳 있죠. 거기 가세요. 아, 빨리 안 움직이고 뭐해요. 설마 명색이 남.자. 면서 이런 일을 피하는 건 아니겠죠?”

특히 남자라는 말을 강조하는 애슐리의 말에 지목된 다섯 명의 청년과 중년인들은 투덜거리면서도 뒤로 빼지 못하고 그녀가 올라서 있는 대 옆에 놓여있는 여러 뭉치의 밧줄 묶음 하나를 들고 애슐리가 말한 쪽으로 걸었다. 그제서야 애슐리는 표정을 풀고 다시 폐허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그런 모습에 메이라가 웃으며 말했다.

“확실히, 저 정도라면 남자들이 도망 가는 게 당연하겠어요. 남자라면….. 이라는 말 들은 이상, 하지 않겠다는 말도 못할 테니까요.”

메이라의 말에 애슐리가 돌아선 것을 확인하고서야 다시 슬금슬금 모습을 들어내는 남자들을 본 세레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의 얼굴에는 꽤나 재밌다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정말 재미있는 아가씨네요. 박력 있고, 모습은 그렇지 않은데 마치 여자 용병을 보는 것 같네요. 그리고 이곳에서도 꽤나 인정을 받는 것 같고.”

“그런 것 같네요. 투덜거리면서도 저 애슐리라는 아가씨가 시키는 대로 별다른 반항(?) 없이 순순히 따라 하는 걸 보면요.”

애슐리의 말에 따라 그녀가 지적해준 곳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던 이드가 세레니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아까 전 엄청난 성량을 자랑했던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폐허와 시장 일대를 뒤흔들어 놓았다. 그리고 그의 말에 따라 다시 남자들이 슬금슬금 물러나려 했으나 잠시의 차이를 두고 이어진 그의 말에 뒤로 몸을 빼려던 남자들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봐, 애슐리… 여기 손이 더 필요한데………. 아…. 무식하게 힘만 쓰는 놈들 말고, 상급의 소드 마스터의 기사님들이나 용병들이 필요해. 아무래도 이 아래…. 사람이 있는 것 같거든…”

“저, 정말예요? 그럼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요. 아저씨, 커밀 아저씨, 들었죠. 빨리 가셔서 수도에 돌아다니는 기사님들이나 용병분들 끌고 오세요. 빨리요~오!!”

“알았어. 최대한 빨리 찾아오지.”

그 말과 함께 무사한 하나의 상점 앞에 앉아 있던 남자가 빠른 속도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이드가 옆에 서 있는 일리나와 세레니아들을 돌아보며 슬쩍 미소 지었다. 그런 이드의 모습에 잠시 의아해 하던 세 여성들도 잠시 후 왜 그러는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때요. 저거 우리가 해 보죠? 사람도 구하고… 좋은 일인데…”

“음… 그럴까요?”

“좋아요.”

세 여성의 동의를 얻은 이드는 아라엘을 품에 안고는 울퉁불퉁한 폐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린아이들이라 아직 저런 험한 길을 걷게 하는 데는 어려울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그 뒤를 일리나가 로베르를 안고 뒤따라 왔다. 그런데 일행들이 막 애슐리라는 여성이 서 있는 대 옆을 지나 치려고 할 때였다. 일행들의 모습을 본 애슐리가 양팔을 걷어붙인 고서 날카롭게 소리쳤다.

“이봐욧. 지금 뭐하는 거예요. 여긴 위험하다구요. 그렇게 어린아이들까지 데리고서 들어오다니 도대체 뭐 하는 거예요. 여기가 무슨 소풍 장소라도 되는 줄 알아요? 거기 다 방금 말 못 들었어요? 사람을 구해야 한다구요. 그러니까 방해하지 말고 나가요!!”

이드는 양팔을 걷어붙인 채 자신들을 향해 숨도 한번 쉬지 않고 순식간에 몰아치는 애슐리의 모습에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삼켜 버린 다음 애슐리를 바라보았다.

“이봐요, 애슐리양…. 우린 소풍 온 게….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방금 사람을 구출한다고 하기에 도와주려고 하는 거라구요. 알겠어요?”

이드는 소풍 온 게 아니라고 말하려다가 지겨운 시간을 때우고자 놀러 온 것이 맞는 데다 눈앞에서 열을 올리고 있는 애슐리라는 아가씨의 모습이 재미있어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의도는 순식간에 효과를 보였다. 애슐리라는 아가씨의 눈꼬리가 상큼 올라간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까보다 배는 날카로운 듯한 목소리.

“이것 봐요. 보아하니 귀족의 자제분들 같은데… 소풍을 즐기시려면 다른 곳을 알아보시죠. 여긴 놀 만한 곳이 아니란 말이야!! 그리고 당신들이 뭘 할 수 있는데? 돕긴 뭘 어떻게 돕겠다는 거야. 빨리 나갓!!!!”

“헷… 되게 쉽게 흥분하는 사람인 것 같죠.”

“후훗….”

소리를 지르느라 양 볼이 붉게 달아오르는 애슐리의 모습에 이드는 웃음을 터뜨리며 세레니아와 일리나, 메이라, 그리고 두 아이를 돌아보았고, 그런 이드의 모습에 동감이라는 듯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이드들의 모습에 애슐리는 순간적으로 폭발할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보다 이드가 말하는 게 좀 더 빨랐다.

“이것 봐요. 애슐리양. 우린 시장이 이렇게 된 줄 모르고 나왔단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뭘 할 수 있는가라… 그건 여기 엘프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여기 이 여성분은 대단한 마법사라구요. 그리고 저도… 여러분들을 도울 정도의 실력을 된다구요.”

“……”

이드의 말에 그제서야 일리나를 바라본 애슐리가 할 말이 없는지 조용히 일행들, 특히 이드를 노려보다가 한순간 얼굴을 살짝 붉히더니 급히 시선을 돌려 소드 마스터를 불러 달라고 말한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이드들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거의 뛰다시피 대 위에서 내려서 일행들의 앞에 섰다.

“… 좋아요. 그럼 따라와요.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보자구요.”

그 말을 하고는 급히 몸을 돌려 앞으로 나서는 그녀의 모습에 이드와 나머지 세 사람은 킥킥거리며 그 뒤를 따랐고, 이드와 일리나의 품에 안겨 있던 아라엘과 로베르는 무슨 일인지도 모른 채 킥킥거리고 있는 네 사람을 따라 같이 웃었다. 앞서 가던 애슐리는 뒤쪽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그 원인이 자신이 것 같아, 이드를 보고 붉어졌던 얼굴을 더욱 붉혔다.

하지만 그런 모습도 오래 가지 않았다. 저 앞에 여러 명의 남자들이 보이자 급히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그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제리 아저씨, 여기 도와 줄 사람들을 데려왔어요.”

“제.프.리. 알았냐. 제프리라니까. 앨리. 그런데 벌써 기사 분들이……. 저 애들은 뭐냐?”

애슐리의 말에 일행들에게서 돌아서 앉아 있던 남자들 중 엄청난 성량을 자랑하던 남자가 급히 몸을 일으키며 복수라는 듯 애슐리의 이름을 바꿔 불렀다. 그러나 앨리라는 이름은 전혀 이상한 느낌을 주지 못했고, 스스로도 그 사실을 깨닫은 듯 얼굴을 찌푸리던 제.프.리라는 남자는 곧 이드들을 바라보고는 찌푸렸던 얼굴을 풀고는 의아한 듯이 바라보았다.

“어설퍼요. 제.리. 아저씨, 그리고 아까 말했잖아요. 도와 줄 사람들이라구요.”

“… 무슨 소리야? 이게 무슨 잔잔한 돌 나르는 일도 아니고, 내가 바란 건 소드 마스터란 말이다. 그것도 상급의 소드 마스터. 그런데 애들을 데려오면…. 응? 엘프분도 계셨군…”

“맞아요. 거기다 그 옆에 있는 여자는 마법사라고 하던데요. 그리고 저기 저….. 소년도 자기 말로는 우리 일을 도울 정도의 실력은 충분히 있다고 하던데요.”

애슐리의 말에 흥미가 돈다는 듯 다시 한번 일행들을 바라보는 제프리였다.

“확실히, 마법사라면 도와줄만하지. 하지만 이건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이야. 뭐, 아직 안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그래도 신중해야 되는데…. 할 수 있나?”

그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은 조금 전 애슐리와 장난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때와는 달리 상당히 진지해져 있었다. 하지만 그에 대답하는 이드나 세레니아의 얼굴에는 전혀 긴장감이나 진지함이 없어 보였다.

“하핫… 물론이죠. 저희들도 그 정도는 알고 있거든요.”

“이것봐, 그렇게 이 일은 그렇게 장난스럽게 말할 때가 아니란 말이다. 이건 사람의 생명이 걸린 일이야.”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빨리 구출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미안해 있는 두 사람… 호흡이 상당히 불안한데…”

“…..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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