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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 122화


이드는 시녀의 말에 대답하고는 그녀의 기척이 다시 멀어지는 것을 들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든지 함께 다니기로 한 라미아를 허리에 다시 걸면서 라미아에게 말했다.

“후~~ 라미아, 어떻하지?”

[……….우씨. 그걸 왜 저한테 물어요. 그건 이드님이 결정해야죠. 그리고 사실을 알고 나니까 솔직히 기분 좋죠?]

“뭐… 그건 그렇지만, 아우~~~ 진짜 어떻하지.”

그렇게 말하며 거칠게 머리를 헝클인 이드는 일리나가 묶고 있는 방 쪽을 바라보며 묘한 시선을 지어 보였다.

그렇게 잠시 서 있는 사이 이드의 방문에 또다시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를 듣는 것과 함께 이드는 노크 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이드, 뭐해요? 식당으로 내려 가야죠.”

“아, 알았어요. 일리나.”

이드는 일리나의 목소리를 들으며 곧장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일리나와 세레니아가 서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일리나의 모습이 세레니아보다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기색을 유난히 숨길 줄 모르는 이드의 모습에 세레니아가 슬쩍 악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 어서들 내려가죠. 다른 분들이 기다리실 거예요.”

세레니아는 자신의 말에 따라 계단으로 향하는 두 사람을 보고는 이드를 슬쩍 잡아당겨 걷는 속도를 조금 늦추고는 메시지 마법을 사용했다.

이 정도 거리에서 소근거리면 보통의 경우 듣지 못하지만 상대는 엘프이기에 이 정도 거리로는 어림도 없기 때문이었다.

-알아내신 모양이네요. 받아들이실 거예요?-

세레니아의 말에 순간 뜨끔한 이드의 볼이 살그머니 발그래 해졌고, 그 모습에 세레니아는 얼굴에 띄우고 있던 미소를 더 진하게 했다.

“-그, 그게 말이죠. 세레니아….-“

-호홋… 알아요. 하지만 빨리 결정을 내리셔야 할 거예요. 일리나를 카논의 수도까지 데리고 들어갈 수는 없잖아요.-

이드는 그 말에 아차! 하는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미처 그 부분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드는 다시 머리가 복잡해지는 듯 거칠게 머리를 긁적였고, 같이 걷던 세레니아는 재미난 구경거리라도 되는 양 후훗하며 웃어 버렸다.

조금 늦게 도착한 식당에는 이미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드와 세레니아, 일리나가 가장 늦은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조금 늦었습니다.”

이드의 사과에 크레비츠와 바하잔, 차레브 두 공작에게 상석을 양보한 에티앙 후작이 사람 좋게 웃으며 자리를 권했다.

하지만 그의 옆에는 또 한 반의 패배의 잔을 마셔 꽤나 신경이 날카로워진 세르보네는 퉁명스레 한마디를 더 할 뿐이었다.

“아니네.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 않은가. 다른 분들도 이제 막 자리하셨으니, 자네들도 어서 앉으시게나.”

“흥, 노닥거리느라 늦었겠지.”

이드도 그 말을 들었지만 공작 앞에서도 짜증나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그녀였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네, 감사합니다.”

이드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식탁에 비어 있는 자리로 가서 앉았고, 그 옆으로 일리나가 앉았다.

세레니아가 반대편에 가서 앉았기 때문에 이리된 것이지만 며칠 전이라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일에 괜히 신경 쓰이는 이드였다.

장내의 분위기는 그런 이드와는 전혀 상관없이 잘만 흘러갔다. 특히 기사인 하우거는 눈앞에 그레이트 실버에 이른 두 명의 공작을 두고 이것저것을 묻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로 식사가 모두 끝나고 모두 기호에 따라 차와 술이 놓여졌을 때였다. 붉은 빛깔의 상큼한 맛을 가진 포도주를 마시던 바하잔이 세르보네를 바라보았다.

“세르보네라고 했던가? 에티앙에게 들었는데. 골든 레펀 한 마리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다고 하더구나.”

바하잔의 갑작스러운 말에 조금 당황해하던 세르보네는 얼굴을 슬쩍 붉히며 잠깐 에티앙을 째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 뭐 자세한 이야기는 에티앙에게 들었으니. 그러면 너는 그 녀석을 타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냐?”

바하잔의 말에 뭔가 방법이 있나 하는 생각에 세르보네는 기대감을 가지고 곧바로 대답했다.
“네, 그리고 오빠들이 타면 멋있을 것 같아서요.”

“하하하… 그래, 오빠를 생각하는 생각이 대단하구나. 헌데 말이다. 내 생각에는 네가 포기 하는게 좋을 것 같구나.”

그 순간 기대감이 떠올라 있던 그녀의 얼굴이 팍 하고 구겨져 버렸다.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알려주려는 줄 알았는데 포기하라니…

“하지만, 공작님.”

“그래, 니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안다. 헌데 너도 알고 있겠지? 골든 레펀이 왜 유명한지.”

“네.”

“그럼 그 녀석을 탈수 있는 사람은 저 녀석을 제압하거나 아니면 저 녀석이 볼 때부터 굴복시킬수 있다는 느낌을 주는 존재라는 것도 알고 있겠지. 뭐, 지금 처럼 골든
레펀을 구해주는 특별한 경우도 있을수 있지만 대략 두 가지로 나눌수 있지. 하지만 넌 그 세 가지 방법중 어떤 방법에도 연관되어 있지 않아.”

바하잔의 말에 세르보네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재빨리 흔들었다. 덕분에 그녀의 화사한 붉은 머리가 조금 흐트러 졌다. 그리고 말을 이었으나 곧 이어진 바하잔의 말에 끊기고 말았다.

“아니예요. 제가 그 골든 레펀을…”

“너도 알지 않느냐. 넌 그저 발견했을 뿐이야. 그 녀석을 간호 하고 옆에 있어준건 지금 그녀석이 따라 다니는 키트네라는 소녀지. 너도 아마 그 녀석이 일어났을때는 아차 했겠지만 이미 지난 일이지. 그러니 그만 포기하거라. 설사 그 녀석이 사람말을 알아 들어 네가 자신을 발견하고 겨준 사람인걸 알더라도 그저 ‘고마운 사람’으로 인식할 뿐 태워주진 않을 거라는 거다. 그리고 오늘 봤는데 병사들을 이용해서 잡으려는 모양이더구나. 하지만 네가 저녀석을 탈때 마다 끈으로 묶어 주위에 20, 30여명의 사람들을 대동한채 탈게 아니라면 포기 하는게 좋을거다. 이 세상에는 아무리 가지고 싶어도 가질수 없는 것들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세르보네는 바하잔의 말에 별로 쉽게 납득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바하잔은 그녀의 모습에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혈기 창창한 17살 나이의 잚은 이에게 말로만 해서 듣기를 바라는건 조금 어려운 일이었다.

“하, 하지만….”

“그래, 몇일더 격어 보면 알수 있을거다. 그러나 그 골든 레펜에게 너무 심한짓은 하지 말아라.”

“네…”

그녀가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에티앙이 세르보네 모르게 바하잔을 향해 슬쩍 고개를 숙여 보이는 모습을 본 이드는 일리나의 문제로 복잡한 중에 씨잇 웃어 버렸다.
아마도 에티앙이 사랑하는 딸에게 직접 그만 두라고는 하지 못하고 바하잔에게 부탁한 모양이었다.

“말씀 잘하시네요. 공작님.”

“하하하하…. 나도 이 나이 되도록 많이 보고 들었으니까. 험, 그런데 엘프분과 크레비츠님이 보는 앞에서 나이 이야기를 하려니 조금 그렇구만…”

약관도 채도지 않은 듯한 이드가 바하잔과 편하게 말을 주고받는 모습에 지금까지 이드에 대해 듣지 못하고 또한 관심도 없었던 에티앙 후작의 두 형제와 바하잔의 말에 의기소침해 있던 세르보네가 의아한 눈으로 이드를 바라보았다. 첫째인 하우거가 바하잔에게 조금 조심스럽게 물어 보았다. 이드를 대하는 그의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공작 각하. 저 소년 검사는 어떤 신분입니까.”

“그렇지, 내가 에티앙에게만 말하고 자네들에게는 소개하지 않았군. 이번 일에 중요한 전력인 그래이드론 일세. 그냥 이드라고 부르면 될 것이네.”

“중요한…. 전력이요?”

바하잔의 세 남매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들이 알기로는 이번에 이런 화려한 이원들이 수도로 향하는 것은 카논의 운명이 달린 일 때문이라 했다. 거기다 인원 전부가 그레이트 실버급이라는 말을 우연히 들었었는데, 그런 그들 중의 한 명인 바하잔이 중요한 전력이라 말하다니. 거기까지 생각한 하우거가 다시 물었다.

“각하께서 중요한 전력이라고 말하시다니, 아직 나이도 어린것 같은데 상당한 실력의 마법사인가 보지요.”

하우거는 말을 하면서 특히 마법사라는 말을 강하게 내뱉었다. 비록 이드가 검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검을 쓰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 데다 아직 자신은 바하잔에게 작은 인정조차 받지 못했는데 그런 바하잔에게서 중요한 전력으로 평가받는 약관의 나이도 되지 않은 소년인 이드를 같은 검사로 호칭하는 것이 자신이 지금껏 싸아온 실력을 부정하는 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바하잔과 크레비츠, 그리고 차레브등은 그런 하우거의 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자신들 역시 처음 이드를 보고 그의 실력을 보고 믿기지 않아 고개를 저었으니 말이다. 자신들조차 그러한데, 그들보다 젊고 혈기 왕성한 청년 그것도 열심히 노력해 올 해 기사가 되었으니, 오죽하겠는가.

“대단하지. 정말 경악할 만한 실력이지. 그런데 말이야 하우거군. 이드군은 마법사가 아닐세. 나와 같은 경지의 검사라네.”

“마, 말도 않되…… 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말이 나와서…”

같은 경지의 검사라는 바하잔의 말에 거의 반사적으로 외쳤던 하우거는 곧 자신의 행동을 알아차리고는 바하잔과 이드를 향해 사과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눈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이드와 바하잔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하우거는 자신보다 좋은 실력이라고 해도 소드 마스터 상급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생각도 못한 그레이트 실버라는 말을 들었으니 노라라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두 동생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이너가 이드를 한번 바라보고는 바하잔에게 확인하듯이 물었다. 그가 학문을 책을 좋아하기는 하나 형이 기사였기에 그레이트 실버라는 말이 주는 의미를 알고 있었기에 목소리가 은은히 떨리고 있었다.

“각하, 그럼 저… 소년 기사분이 정말 각하와 같은 경지인 그레이트 실버란 말입니까?”

“물론, 여기 크레비츠님과 차레브, 그리고 내가 직접 경험한 사실이지. 아마 나보다 더욱 뛰어난 실력일 것이야.”

이드는 그렇게 자신을 뛰어주는 바하잔의 말에 어색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하하하… 바하잔님, 너무 그러지 마세요. 왠지 어색해져서…”

“하하하… 알았네. 알았어.”

하지만 그 때부터 모두가 잠자리에 들 때까지 에티앙 후작가의 삼 남매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이드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음날 이드일행이 한 마리씩의 말을 가지고 텔레포트 해갈 때까지 세 남매는 이드에게는 별다른 말을 붙여 보지 못했다.

숲, 초록의 아름다움을 간직하는 것이 숲이다. 그리고 그 알록달록하고 연하고 진한 초록을 뽐내는 나무들 사이에 몸을 뉘우고 있노라면 저절로 잠이 들 정도의 편안함도 느낄 수 있다. 나무, 숲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나무다. 하지만 이 녀석이 빽빽하게 들어 차있는 모습은 별로 좋지 못하다. 반대로 듬성듬성 있는 모습 역시 중간 중간에 황토 빛 흙이 보여 보기에 좋지 않다. 하지만 지금 이 숲은 나무들이 적당한 간격을 가지고 자라고 있었고 그 잎들 역시 무성했다. 그리고 간간히 과일나무까지 몇 그루가 끼어 있었으며, 숲 일대를 뒤덥고 있는 푸르른 잔디와 풀, 꽃 그리고 숲의 사이사이를 지나는 작지만 맑은 개울. 한 몇일은 쉬어 가고 싶은 그런 숲.
그 숲의 외곽지역에 텔레포트 해온 이드들은 거기있는 커다란 나무에 기대앉으며 점심을 해결하고 있었고 그 주위에서 여덟 마리의 말들이 자기네들의 식사를 하고 있 었다.
에티앙 영지에서 떠나올 때 싸들고온 도시락을 제일먼저 먹어버린 이드가 일리나로부터 그녀가 숲에서 따온 황금빛의 먹음직 스런 과일을 건네 받아 먹을 무렵 다른 사람들도 식사를 끝마치고 각자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개중에는 몸은 편하게 쉬고 있지만 머릿속으로는 한참 복잡한 한 인물도 있었다.

‘와삭… 와사삭….. 으… 진짜 어떻하지. 이제 수도까지는 하루 남았는데. 빨리 결정해야 되는데…. 우씨, 뭐 그런 전통이 다 있는 거야. 와사사삭….’

이드는 이름 모를 과일을 거칠게 베어 물고는 자신이 전날 그래이드론의 정보들 중에서 엘프에 대한 것을 찾던 중 지금 일리나가 취하고 있는 행동과 관련된 자료를 찾았다. 그런데 그 내용이 듣는 상대방을 꽤나 얼굴 붉히게 만드는 것이었다. 간단히 말해 지금 일리나가 하고 있는 행동은 엘프가 짝을 찾기 전 그러니까 결혼하기전 하는 인간으로 친다면 프로포즈 같은 것으로 전날 이드가 읽었던 부분을 다시 읽어보자면..

… 엘프들은 짝을 찾는 일. 즉 결혼은 서로의 마음이 완전히 일치한 엘프들의 경우 인간과 같이 결혼을 신청함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서로가 상대방의 마음을 모를 경우 엘프들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상대에게 구혼한다. 먼저 자신의 짝으로 생각한 엘프의 주위를 맴돌며 다시 한번 상대방을 관찰하며 자신의 결정을 다시 한번 검토한다.
서로가 죽지 않는 한 영원히 같이 살아야할 상대이기에 신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를 자신의 짝으로 받아들일 생각을 완전히 굳혔다면 그 순간부터 그 상대방 엘프의 옆에서 떠나지 않고 항상 함께한다. 물론 여기서 떠나지 않고 함께 한다는 것은 무슨 찐드기 처럼 들러붙는다는 것이 아니라 마치 가족처럼, 친구처럼, 연인처럼 옆에서 항상 함께 한다는 말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에 따라 상당히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아니다. 인간들이 프로포즈에 익숙하듯이 엘프들도 이런 풍습에 익숙하기에 자신이 그렇게 접근하면 상대방의 엘프도 자신에게 마음이 있을 경우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고 결혼한다. 하지만 구애를 받은 상대가
자신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거나 결혼할 생각이 없을 경우 그 상대는 자신을 그저 한명의 동족으로, 또 동료로 대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바로 포기하고 돌아서지 않는다.
영원히 함께 할 짝으로서 상대를 고른 것이기에 포기가 빠를 수 없다. 해서, 상대가 알아주길 기다리며 짧게는 십 년에서 길게는 오십 년을 기다리기도 한다. 여기서 기다리는 것은 구애자의 마음에 달려 있다. 엘프이기에 가능한 기간인 것이다. 그리고 일정 기간을 함께 해도 상대방의 마음이 돌아서지 않을 경우 작별을 고하고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며 해어진다. 또 중간에 상대방의 엘프가 다른 엘프와 결혼해도 자연적으로 해어지게 된다. 그리고 가끔 타 종족을 짝으로 삼는 엘프도 있는데 그들 역시 이 방법을 그대로 따른다. 타종족의 경우 두번째 방법에 대해 모를지도 모르지만 십 년 이상씩을 옆에 따라 다니며 정성을 다하는데 그걸 못알아 보면 그건….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상대가 아주아주 둔해서 거의 바위에 준 할 경우.
글로써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도 한다…..

당시 누워서 이 글을 읽은 이드는 튕기듯 몸을 일으켰었다. 한 마디로 결혼 승낙을 하지 않는 한 일리나를 떼어놓을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기절시키는 방법도 있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혹시라도 깨어나서 쫗아 온다면 그것 또한 문제인 것이다. 게다가 이번 일이 지나더라도 최소 십 년에서 오십 년을 같이 다닐 거라니. 이드가 다른 결혼할 사람이 없는 한 그 기간도안 쌓인 정 때문에 십중팔구는 일리나와 결혼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드 자신도 일리나가 싫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왜 앞으로 이 백 오십년, 길어도 삼 백년 밖에 더 살지 못할 날 고른 거냐고……’

갑작스런 일리나의 구혼도 구혼이지만 서로의 수명도 문제였다. 자신이 죽고나면 혼자 남겨질 일리나가 아닌가 말이다. 그 생각에 다시 신경질 적으로 머리를 긁적이는 이드였다. 그 고민은 크레비츠의 말에 따라 말에 올라 수도를 향하는 길에도 계속되었다.
어떻게 나올지도 모를 혼돈의 파편을 생각하는 것보다 지금 눈앞에 있는 문제가 더 고민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한 시간정도 말을 몰았을 때 여태까지 뭔가를 생각하고 있던 라미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드님, 저 생각해 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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