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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 136화


말을 잊던 라미아는 자신의 말에 따라 자신에게 모여드는 시선에 의아해 하며 연영등을 바라보았다.

그런 라미아의 시선에 신미려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까지 산 속에 있었다면서 도플갱어에 대해서는 상당히 자세히 알고 있어서….. 그런데 선생님, 라미아의 설명이 맞아요? 몬스터에 관한 자세한 건 3학년 때부터라 잘 모르겠거든요.”

“으응, 라미아 말대로야. 너희들이 삼 학년이 되면 배우게 되겠지만, 미국과 중국에서 확인된 사실이지. 참, 그러고 보니 천화와 라미아가 중국에서 왔다고 했지. 그래서 알고 있는 건가? 하여간 맞는 말이야. 그리고 그 상태에서 좀 더 생명력을 흡수해서 강력해질 경우에는 어떤 다른 강력한 존재로 바뀐다는 말도 있어. 하지만 그것이 사실인지 그리고 뭘로 바뀌게 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

“으음…. 그렇구나….”

연영의 선생님다운 설명에 태윤과 미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옆에서 연영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천화와 라미아는 연영이 뒤에 남긴 의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었기에 서로 마주보며 싱긋 웃을 뿐이었다. 말해 주자면 못 해줄 것도 없었지만 그랬다가는 상당히 피곤해지는 일이 생길 것 같았기 때문이었고, 도플갱어가 진화하는 것도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 지금까지 흡수한 것과 같은 양의 생명력을 다시 흡수해야 하기 때문에 진화가 쉽지 않을 거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때 천화의 눈에 문득 여기저기서 웃고 떠드는 가지각색의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고 갑자기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저기, 대장님.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

천화의 말에 다시 주위의 시선이 천화를 향했다. 고염천이 물어 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천화가 주위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도플갱어가 나타났는데 어째서 사람들에게 알리고 대피시키시지 않는 건가요? 더구나 이곳처럼 사람들이 많이 몰려드는 곳이라면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게 먼저일 것 같은데….”

순간 천화의 말과 함께 연영과 태윤 등의 입에서도 잠시 잊고 있었다는 듯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급히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들의 눈에도 여기저기서 가족끼리 또는 연인끼리, 친구끼리 놀러 나와 즐겁게 웃고 떠드는 사람들의 모습이 비쳐졌던 것이다.

“맞아….. 그러고 보니….”

“대장님.”

순식간에 주위를 돌아본 일행들의 눈길에 고염천에게 향했다. 고염천에게도 이번 질문은 심각한 내용이었던지, 자신의 등장으로 아직 손도 대지 않은 태윤의 음료수 잔을 가져와 쭉 들이켰다. 그런 그의 얼굴에도 꽤나 복잡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태윤의 잔을 모두 비운 고염천은 다시 한 번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주위를 한 번 돌아보고 입을 열었다. 그런 그의 목소리는 방금 전까지 들리던 호탕한 목소리가 아니라 조금은 밑으로 깔리는 무게감 있는 목소리였다.

“….. 그것도 사람들의 희생을 줄이기 위한…..”

“에? 사람들을 대피시키지 않는 게 어떻게….”

고염천의 말에 태윤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지금 우리가 상대하는 건 도플갱어라는 녀석이라….. 만약 다른 몬스터나 괴수들이라면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처리하거나, 숨어 있어도 찾아 낼 수 있지만, 이 녀석은 다르지. 이 녀석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사람의 말을 하거든, 그런데 이런 녀석들이 대피하는 사람들 속에 섞여 나가 서울 전역을 누빈다면 어떻게 찾아내서 처리하겠는가? 그놈을 찾는 동안에도 계속 죽는 사람은 늘어만 갈 텐데…. 미국이나 중국에서 도플갱어를 잡을 때도 그런 이유로 상당한 고생을 했었지. 오히려 이렇게 한 곳에 있어주는 게 고마운 거라고 해야 할 판이니, 우리로서는 이 이점을 살려 최대한 빨리 놈을 잡아들이는 방법뿐이지. 후우~”

고염천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마치자 천화나 연영들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웃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고염천의 말대로 사람들의 통제를 막을 경우 죽어 나가는 사람이 더 늘어나기만 할 것 같았다.

“그럼, 그 동안 도플갱어에게 희생되는 사람들은요? 못해도 시신만이라도 찾아야 할 텐데, 대장님 말씀을 들어보면 가디언분들이 도착하기 전에 생긴 희생자들의 시신은 방금 전 말씀하신 그…. 남자분 말고는 없는 것 같은데요.”

신미려가 불쌍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하는 말에 주문했던 쥬스와 샌드위치를 받아 든 고염천이 방금 전까지의 무거움은 벌써 치워 버린 것처럼 처음의 호탕한 표정과 목소리로 신미려와 천화, 연영 등의 손목을 가리켜 보였다. 그들의 손목에는 모두 두툼한 손목 보호대 같은 밴드에 시계를 부착한 밴드형의 시계가 걸려 있었는데, 롯데월드로 들어서며 받은 것으로 놀이기구 이용권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했었다.

“우리도 그런 생각을 했었지. 또 이 도플갱어 놈들이 희생자들을 롯데월드 밖으로 데려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준비한 건데, 시계 속에 발신기가 들어있기 때문에 만약 출입구가 아닌 다른 곳으로 나가게 되면 우리가 본부로 쓰고 있는 이곳의 통제실과 나에게 신호가…..”

삐익….. 삐이이익………

고염천이 말을 모두 끝내기도 전, 그의 허리 부위에서부터 날카롭게 사람의 귓가를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침 신호 이야기를 하던 참이라 고염천을 비롯해 모두의 시선이 그의 허리 쪽, 소리가 울려나오는 곳으로 향했다.

“…….”

“………”

“…… 지금처럼 울려오게 되어있지.”

고염천은 급한 동작으로 허리에 걸려있던 손바닥 반정도 크기의 은색 무전기를 꺼내 들고는 앞쪽에 붙어 있는 붉은 색의 버튼을 누르고 급하게 말을 이었다.

“고염천이다. 무슨 일이야. 밖으로 나가는 움직임이 잡힌 건가?”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상한 게 잡혔어요. 대장.”

무전기 안으로부터 낭랑한 목소리가 흘러나와 대답했다.

“이상한 거라니?”

“그게…. 밖으로 나간 움직임은 없는데, 안에서 움직이던 움직임이 한 순간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움직임이 사라지다니….”

고염천은 대원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목소리를 높이며 물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연영과 천화들은 그런 고염천과 무전기에서 나오는 말들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방금 고염천에게 들었던 대로의 이야기대로라면 신호가 움직였다는 것은 도플갱어가 나타났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이기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입니다. 롯데월드 안쪽 남쪽에 있는 ‘작은 숲'(임의로 만든 것입니다 ^^) 속에서 반응하고 있던 사람들 중 세 사람의 반응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구요.”

그 말을 들은 고염천은 앞에 앉아 있는 천화들을 한번 쭉 바라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 기계 고장은 아니겠지?”

“절대로요. 그 주위에 있는 다른 신호들은 잡히는데다 세 개의 기계가 한꺼번에 고장 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좋아. 그럼 입구에 있는 대원들 중에서 세 명을 그곳으로 보내고 롯데월드 내에 있는 대원 중에서도 그곳과 가까운 다섯 명을 불러들여. 나도 곧 그곳으로 가겠다. 아, 그리고 그곳과 가까운 직원이 있으면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내보내 달라고 말해.”

“네, 바로 알리겠습니다.”

고염천은 급히 무전을 끊고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연영을 보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일이 급하게 되는 모양이네, 그러니 안 됐지만 자네들은 그냥……. 아니, 아니… 자네들 괜찮다면 이번 일을 좀 도와주겠나?”

급히 일어나는 고염천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던 연영은 그의 말에 자신이 맞고 있는 반 아이들을 바라보고는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연히 도와주고 싶긴 하지만 도플갱어와 관계된 일이라 아이들이 걱정되었던 것이다. 더구나 자신은 여기 있는 아이들의 담임 선생님이 아닌가. 그 아이들이 학교에 와있는 이상 자신은 그 아이들의 부모와 같은 것이다. 그때 고염천이 그녀의 마음을 알았는지 한마디 말을 더 했다.

“아이들의 안전은 걱정 말게. 내가 부탁할 일이란 것이 여기 있는 아이들로 ‘작은 숲’ 주위를 경계하고 가능하다면 약한 결계라도 쳐줬으면 하는 것이네. 된다면 우리 대원들을 시키고 싶지만, 지금의 인원으로는 그러기가 힘들어. 더구나 저 아이들 모두 가이디어스의 2학년이라니 도플갱어와 직접 맞닥뜨리지만 않으면 괜찮을 것이네.”

연영은 그 말에 잠시 뭔가를 생각해 보더니 주위에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모두 대장님 말씀 들었지? 어때.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한번 해보겠니? 못 할 것 같은 사람들을 빠져도 괜찮아.”

하지만 그 말에 5반 아이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였다.

“물론입니다.”

“이런 실습 기회를 놓칠 수야 없죠.”

“어서 가죠.”

연영은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 고염천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잘 부탁 드립니다. 대장님.”

“…. 좋아. 그럼 모두 ‘작은 숲’으로 간다. 각자 능력껏 가장 빠른 속도로 달려.”

“네.”

고염천이 그 말과 함께 빠른 속도로 달려나가자 그 뒤를 반 아이들이 각자의 전공에 맞게 그 뒤를 따라 달렸다. 단, 무공을 익힌 것도, 정령술을 쓸 수도 없는 연금술 서포터들이나 아직 마법이 미숙한 몇몇 마법사들은 다른 아이들의 도움을 받아 고염천을 따르기 시작했다.

그러는 중에서도 천화는 라미아를 업고 있었다. 라미아가 마법을 사용하지는 않고 곧이 천화에게 업히겠다고 때를 쓴 덕분이었다. 덕분에 지금 라미아의 얼굴에는 기분 좋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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