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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 137화


그러는 중에서도 천화는 라미아를 업고 있었다. 라미아가 마법을 사용하지는 않고 곧이 천화에게 업히겠다고 때를 쓴 덕분이었다. 덕분에 지금 라미아의 얼굴에는 기분 좋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와아~~~”

“저, 저….. 저 사람들 가디언들 이잖아.”

“근데….. 가디언이 여긴 무슨 일이야….. 혹시.”

롯데월드에 놀러와 있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눈앞에서 엄청난 속도로 달려나가는 삼십여 명의 인물들의 모습에 각자의 모습대로 탄성을 터트렸다. 선두에 가는 두 명의 인물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십 팔, 구 세의 아이들이었는데, 앞서 가는 두 사람처럼 기묘한 자세로 달려가기도 하고 지상에서 몇 센티미터 정도 떠서 날아가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 중 몇몇은 다른 아이들 한 명씩을 안거나 업고 달려가고 있었는데, 그 속도가 주위의 아이들에 비해 전혀 쳐지지 않고 있었다. 거기다 제일 앞서 달리고 있는 남자와 여자의 바로 뒤를 따르는 예쁘장한 소년도 등에 은발을 휘날리는 아름다운 소녀를 업고 달리고 있었다. 덕분에 주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부운귀령보로 달려나가던 천화는 등에 업힌 채 어깨 너머로 머리를 내밀어 기분 좋은 표정으로 방긋거리는 라미아를 보며 작은 소리로 투덜거렸다. 하지만 그 투덜거림 속에서 들려오는 라미아의 방글거리는 말소리에 조용히 입을 닫아 버렸다.

“우와…. 천화님, 사람들 대부분이 우리만 바라보는데요. 호호호…. 우리 모습이 그렇게 부러운가?”

“….”

시원시원하고 호탕한 성격답지 않게 뒤쪽으로 속도가 떨어지는 아이들의 속도를 맞춰가며 달리는 고염천을 따르기를 칠 팔 분 가량, 천화들의 눈앞으로 초록색으로 가득 물들이는 숲이라고 하기는 작고, 또 아니라고 하기에도 뭐 한 ‘작은 숲’이라는 이름이 딱 어울리는 숲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체적으로 아담하고 귀여운 모습의 숲은 소녀들이라면 영화에서처럼 주일날 손에 소풍 바구니를 들고 놀러 나오고 싶은 맘이 절로 날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넓직한 숲 주위로는 사람들의 무릎께도 차지 않는 이 삼십 센티미터 정도의 나무 울타리가 귀엽게 자리하고 있었고 그 안으로 펼쳐진 숲은 갈색의 흙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의 푸른색 잔디와 가지각색의 색깔을 자랑하는 꽃들이 차지하고 있었으며, 처음부터 계획하게 세워진 나무들 사이로 나 있는 숲길은 두 사람 정도가 붙어서 걸으면 딱 맞을 정도의 넓이를 가지고 있어 마치 이곳 롯데월드에 들르는 연인들은 꼭 들려야 할 필수 코스처럼 보였다. 실제로도 이곳을 거닐기 위해 롯데월드를 찾는 연인들도 수두룩할 정도여서 롯데월드 내에서 복 덩어리 대접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천화들이 왔을 때는 숲 속을 거닐거나 잔디 위에 앉아 있는 연인들의 모습 대신 몇몇 직원들에 의해서 다른 곳으로 안내되어 가는 연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 그들의 눈에는 불만이 역력한 모습들이었다. 하지만 자신들을 안내하고 있는 직원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기에 그들을 향해 항의하거나 따지는 등의 큰소리가 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뭐….. 같이 있는 자신의 연인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은 생각도 있었겠지만 말이다.

그때 작은 숲을 나서는 사람들 사이로 일단의 사람들이 다가왔다. 모두 여덟 명이었는데 상당히 특이한 모습들이었다. 그 중 세 명은 천화들이 롯데월드 입구에서 봤던 얼굴들로 아직까지 직원 복장을 그대로 입고 있었는데, 그 중에는 가부에도 끼어 있었다. 그 옆으로 백색의 갑옷과 은빛으로 빛나는 길다란 검을 들고 있는 갈색 머리의 외국인과 한국인으로 보이는 두 명의 남자와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이루어진 캐주얼과 한복의 중간 정도 되어 보이는 특이한 옷을 걸치고 있는 이십대 여성, 그리고 정말 롯데월드에 놀러 오기에 잘 어울리는 금빛 찰랑이는 단발머리의 여성과 귀여운 모습의 꼬마. 국적이 다른 대도 진짜 오누이처럼 보이는 두 사람은 이쪽으로 다가오면서도 손을 마주 잡고 있었다. 그 여덟 명의 얼굴에는 고염천 주위에 서 있는 연영과 5반 아이들에 대한 의문이 떠올라 있었다. 하지만 이미 연영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가부에는 의아해 하기보다는 연영을 향해 살짝 손을 흔들어 보였다.

“빨리들 왔군. 모두 준비도 한 것 같고….. 그런데 너희 세 명은 그 옷이 좋으냐? 아직 그걸 입고 있게….”

고염천이 앞으로 다가온 여덟 명을 향해 가볍게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아직 직원 복장을 하고 있던 세 사람 중 몸 여기 저기에 크고 작은 가방을 매달고 있던 남자가 손에 들고 있던 팔 길이 정도의 검은 목검과 작은 손가방을 건네며 대답했다.

“어차피 일하다 보면 굴러다닐 텐데….. 우리 옷이라면 우리가 다시 세탁해야 되지만, 이 옷은 그냥 돌려주기만 하면 되잖습니까. 편하게 살아야죠. 그리고 여기. 제가 가지고 있던 남명(南鳴)과 부적들입니다.”

고염천은 그 말에 그가 건네는 자신의 물건을 받으면서 띠겁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 잘났다.”

“당연한 말씀을, 근데…. 여기 미녀분과 저 아이들은….. 가이디어스의 선생님과 학생들로 알고 있는데, 왜 여기 같이 오신 겁니까?”

그, 남손영의 질문에 마침 궁금해하던 참이었던 일곱 명의 시선이 고염천에게로 향했다. 고염천은 그들의 시선에 아까 연영에게 했던 이야기를 해주고는 다시 무전기를 꺼내 사라졌던 신호가 다시 잡히는지를 확인했다.

“아니요. 아직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

“좋아. 그럼, 연영양과 아이들은 지금부터 ‘작은 숲’ 주위를 경계해주게. 조심하고, 무슨 일이 있으면 여기 무전기를 줄 테니까 이걸로 연락하도록 하고, 너희들도 숲속에서 무언가 튀어나온다면 함부로 덤벼들지 마라.”

연영에게 무전기를 건네고 아이들을 향해 주의를 준 고염천은 그대로 몸을 돌려서는 자신 앞에 있는 여덟 명을 바라보았다.

“자, 준비는 끝났으니….. 전부 각오 단단히 해.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기회에 확실히 놈들을 처치해야 된다.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점점 상황이 안 좋아지게 된다. 그럼 가자.”

“당연하죠.”

“저도 그럴 생각이라구요. 이 주일 동안 여기서 놀았더니…..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는데, 확실히 끝을 내야죠.”

“힝…… 나는 여기 더 있고 싶은데….”

고염천이 선두로 숲 속으로 뛰어들자 그 뒤를 나머지 여덟 명이 투덜거리며 뒤따랐는데, 그 속도가 연영과 5반이 이곳으로 달려 올 때와는 전혀 다른 엄청난 빠르기였고, 5반 아이들 중 몇몇은 역시라는 탄성을 발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연영의 말에 따라 연금술 서포터를 전공하고 있는 다섯 명을 제외한 아이들이 연영을 기준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모두 대장님 말씀 잘 들었지. 그대로 하고. 숲에서 무언가 튀어나오면 절대 부딪히지 말고, 흩어져. 그리고 천화와 라미아는 내 오른쪽과 왼쪽에 서.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 세 사람이 제일 먼저 움직여야 하니까.”

“알았어요.”

“네.”

천화와 라미아는 연영의 말에 각각 오른쪽과 왼쪽으로 달려나갔다. 비록 작다지만 숲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였기에 한 사람 한 사람과의 거리가 거의 이십 미터에서 삼십 미터 정도로 떨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몇 분 후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자리를 잡고 섰는데 그 얼굴에는 긴장과 흥분이 감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연영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녀의 얼굴에는 흥분이라는 감정 대신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라는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그러나 도플갱어와는 상대로 되지 않는 혼돈의 파편이란 녀석들을 상대했던 천화는 운 좋게 자신이 서 있어야 할 곳에 놓여 있는 벤치에 편하게 앉아 전혀 긴장감 없는 얼굴로 보기 좋게 꾸며진 숲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멍하니 숲 속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머리 속에 떠오르는 한 가지 사실이 있었다.

“그런데…. 도플갱어가 집단으로 사냥을 하고 돌아다녔던가?”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났는지는 모르지만 곧 튀어나온 그래이드론의 정보에 의하면 특별한 몇 가지 상황을 제외하고는 아니다. 였다. 보통 도플갱어들은 몇 가지 상황. 그러니까 마기가 특히 많이 모여 도플갱어가 많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곳이 생겼을 경우와 마법사에 의해 소환되었을 경우, 그리고 도플갱어보다 강력한 몬스터나 마족이 도플갱어를 지휘해서 움직일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독 활동을 한다. 헌데, 이곳에서는 둘 정도의 도플갱어가 같이 움직인다.

“…….. 여기 도플갱어는 별종인가?”

우우우웅………. 사아아아아

천화가 그렇게 엉뚱한 말을 내뱉는 순간 약하긴 하지만 주위의 마나가 흔들렸고, 그 영향으로 바람도 불지 않는데 숲 속의 나무들이 흔들리며 서로의 가지를 비벼대며 주위로 나뭇잎을 뿌려댔다. 특별한 폭음 대신 나뭇가지가 흔들렸다는 건 마법으로 인한 공격이 아니라 무언가 마법적 트랩을 제거한 쪽일 것이다.

“…… 하지만 아무리 별종이라도 도플갱어가 마법을 쓸 리는 없고.”

천화는 그 말과 함께 편하게 기대어 앉아 있던 벤치에서 일어서며 자신에게 날아드는 나뭇잎 몇 개를 쳐냈다. 그리고 그때 연영의 손에 들려 있던 무전기에서 흘러나오는 고염천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연영양. 아무래도 단순한 도플갱어가 나타난 일 같지가 않아. 지금 당장 ‘작은 숲’ 주위를 지키고 있는 아이들을 모아서 한쪽으로 물러서 있게. 그리고 자네가 봐서 상황이 좀 더 좋지 않게 변할 경우 롯데월드 내의 모든 민간인을 대피시키고 아이들을 대리고 여기서 빠져나가도록 해. 그리고 통제실에 있는 녀석에게 연락해서 최대한 빨리 롯데월드 주위를 포위해 달라고 요청해 주게. 알겠나?”

상황이 심상치 않은 듯 고염천의 목소리가 굳어 있었다. 연영도 그것을 느꼈는지 눈앞에 펼쳐진 숲을 바라보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염명대의 대장인 그가 롯데월드 전체를 포위해 달라고 한다면 보통의 일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조심하세요.”

천화는 그 말과 함께 연영의 주위로 정령의 기운이 어리는 느낌을 받았다. 이어 살랑이는 바람이 귓가를 간질였는데 그 바람에 실려 연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번 천화가 했었던 것처럼 바람에 목소리를 실은 것 같았다.

“급히 작전을 변경한다. 모두들 내가 있는 곳으로 다시 모여.”

바람에 실린 연영의 목소리는 모든 아이들의 귓가에 가 닿았고,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아이들은 곧바로 처음 서 있던 곳으로 다시 모여들었다. 숲을 바라보고 있던 천화는 시선을 돌려 연영이 서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이미 몇 명의 아이들이 서 있었고, 어느새 도착한 라미아도 연영 옆에 서 있었다. 천화는 마음속으로 라미아를 불렀다.

‘라미아, 아무래도 숲 속에 들어가 봐야겠어.’

천화는 자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라미아의 얼굴이 자신 쪽으로 돌려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 숲속에 도플갱어 말고 다른 녀석도 같이 있는 것 같아.’

[…… 마법사나 마족이요?]

천화의 말에 방금 천화가 했던 것과 같은 생각을 한 듯 라미아가 대답했다. 천화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에 있는 귀여운 울타리를 넘었다.

‘그래, 너도 알겠지만 방금 전의 마나 웨이브는 주로 마법이 해제될 때 생기는 거야. 아무리 이곳의 도플갱어가 별종이라고 해도 마법까지 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거든. 아마 도플갱어를 조종하고 마법을 쓰는 녀석이 있을 거야. 그리고 그런 녀석이 있다면 도플갱어나 다른 몬스터가 더 있을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방금 들어갔던 인원으로는 상당히 고전하게 될 거야.’

[확실히, 그런데 혼자 가실 거예요?]

‘응, 이쪽에도 한 사람이 남아 있어야 될 것 같아서. 그리고 우리 둘이 같이 들어갔다가는 연영 누나가 바로 따라 들어올 것 같거든. 한 사람은 남아서 연영 누나가 못 따라오게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그럼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올게.’

[자, 잠깐만요. 천화님. 검은요.]

“괜찮아. 가서 빌려 쓰지 뭐.”

천화는 그 말과 함께 부운귀령보를 시전해서는 순식간에 숲 속으로 뛰어 들어 모습을 감추었다. 그런 천화의 등 뒤로 연영의 다급한 목소리와 그런 연영을 말리는 라미아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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