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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2부 – 152화


589화

“이런!”

이드는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검강을 날렸다.

비올라 때문에 아티팩트를 보호하고자 했던 일이 부관주에게는 기회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이미 일은 벌어지고 말았다.

우우우웅-

다섯 층으로 회전하던 회전체가 분리되어 떠오르며 다섯 개의 링이 되어 그 안에 부관주를 감추었다.

그 위로 이드가 쏘아낸 검강이 부딪치며 폭발했지만, 공중에 떠 있는 링은 한 치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으흐…… 소용없는 짓이다.”

“그건 해 봐야 아는 거고!”

이드는 한걸음에 다가와 링에 두 손을 올렸다. 분명 고속으로 회전하고 있지만 표면에 칼날이 달린 것도 아니고, 화상을 입을 각오를 하면 일반인도 만지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한 외형이 아니었다.

‘엄청난 마력이다. 보통 물건이 아니야.’

이드는 단순한 링 안에서 느껴지는 마력을 경계했다. 링을 경계로 한 푼의 마력도 밖으로 새지 않았고, 그 안으로 끌려가는 마나의 흐름도 없었다. 그로 인해 링의 안과 밖이 완벽하게 단절된 느낌이 들었다.

이건 마치 링 안쪽에서 마력이 솟아나는 것 같아 보였다. 링 안에는 분명 부관주가 주저앉아 있지만, 절대 그는 아니었다. 링에서 느껴지는 힘의 크기와 질 모두 부관주를 가볍게 넘어서고 있었다.

‘단순히 힘의 크기만 따져도 드래곤급에 버금간다.’

어떻게 이 거대한 힘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유를 고민할 때가 아니었다. 그 힘을 다루는 인물이 적이라는 것이 첫째 문제고, 비올라가 노리고 있던 아티팩트가 상상 이상으로 무서운 물건이라는 것이 둘째 문제였다.

이드는 생명의 관에 발을 들이고 처음으로 제대로 힘을 쓰기 시작했다. 이 물건이 괴물 트롤들과 격이 다른 힘을 가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부서져라! 궁상수인(宮狀殊麟)!”

쿠르르릉!

이드의 손과 링 사이에서 천둥번개가 쳤다. 기운과 기운이 부딪치며 섬광탕이 터진 듯 빛이 터지고, 충격파와 폭음이 연구실을 흔들었다. 연구실이 마법으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면 이번 충격으로 폭삭 무너졌을 것이 분명할 정도로 커다란 폭발이었다.

“푸후.”

그 충격 속에서 이드는 무거운 숨을 내쉬며 고개를 갸웃했다. 미묘하게 남은 손의 감각 때문이었다. 마치 자갈 속에 검을 찔러 넣은 느낌이다. 그 사이 이드의 공격에 만취한 취객처럼 비틀거리던 링이 빠르게 안정되어 다시 속도를 높이고 있었다.

그 뒤로 주저앉은 부관주가 그 모습에 입술을 파르르 떨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참으로 괴물 같은 작자로다. 이런 작자와 싸우고 있었던 내가 멍청했군. 이 꼴이 되는 게 당연한 것이었어.”

“그랬나? 난 오히려 내 공격에 말짱한 이 물건이 대단해 보이는데 말이야.”

이드는 말하는 중에 링과 링 사이의 비어 있는 부분을 쓰다듬었다. 분명히 눈으로 보이기는 비어 있는 공간인데, 마치 유리벽이 있는 듯 단단한 질감이 느껴졌다.

‘여긴 어떨까’

재차 공격을 시도하던 이드는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멈칫했다. 앞선 궁상수인과 같은 충격이 계속 이어지면 연구실이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드는 링이 아닌 그 안에 있는 부관주를 직접 노려 보기로 했다.

철황권철관심인(鐵款深印).

끄그그극-

이드의 손이 지나간 자리가 검게 물들더니 철판을 긁어 대는 소리에 이어 북소리가 나며, 당장 튕겨나갈 듯 강력한 반발력이 생겨났다.

이대로 두면 앞서의 폭발에 뒤지지 않는 충격이 연구실을 때리게 될 것이다.

이드는 공깃돌을 모아 잡듯 반발력을 그러모아 가닥가닥 흐름을 끊어 등 뒤로 뿜어냈다. 덕분에 앞선 충격보다 작은, 제트기 엔진에서 나오는 충격파와 같은 힘이 연구실 벽을 때리고 사라졌다.

‘음…………… 침투경도 막아 냈단 말이지.’

궁상수인 때처럼 이번에도 링은 흔들리기만 했다.

이드는 이 정체불명 아티팩트의 원리가 정말 궁금했다. 그 속에 품은 힘이 강력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자갈 속을 찌른 검처럼 이드의 공격을 이리저리 튕겨 무디게 만든 후에 튕겨내듯 폭발해 버린다.

이드는 그 속에서 입력된 대로 받아치는 기계 장치와 같은 인상을 받았다.

그때 부관주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피와 부러지고 잘린 팔다리를 생각하면 도저히 일어설 수 없어야 정상이지만, 그는 보이지 않는 힘의 도움을 받은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발아래로 붉은 핏물이 흥건했다.

그는 말없이 이드를 노려보다 들고 있던 지팡이를 부러트렸다.

그러자 부러진 부분이 하얀빛으로 변하며 부관주를 치료하고 사라졌다. 완전히 말짱한 모습을 찾은 것은 아니지만, 자력으로 서서 이야기를 나눌 정도는 되어 보였다.

“여긴 괴물 트롤만 회복력이 좋은 줄 알았더니 인간도 만만치 않아. 아니면, 이쪽이 원조인가?”

“언제나 가장 큰 괴물은 인간이지.”

“시답지 않은 헛소리는 이 물건이 작동하면서 끝난 게 아니었나?”

저벅.

이드는 대답과 함께 링을 살피며 그 주변을 천천히 돌기 시작했다.


그것이 자신을 보호하는 콘티에롬의 허점을 찾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부관주의 표정은 느긋했다.

‘그렇게 살펴도 약점 같은 건 없다.”

부관주는 콘티에롬 안에서도 느껴지는 이드의 엄청난 공격을 완벽히 막아 내는 힘에 더욱 강한 믿음이 생겼다. 하지만 그는 정말 콘티에롬은 완벽히 믿었다면 자신이 일어날 이유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이드의 공격에 흔들리던 콘티에롬을 따라 부관주의 믿음도 어느 정도 흔들린 것이다.

“진심이네. 설마 바이트 타블렛의 힘을 흔들 수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으니까.”

“바이트 타블렛이라면 거기 있는 물건을 말하는 건가? 그게 탑주의 진짜 아티팩트인가 보지? 그럼 이 링 형태의 물건은 당신 건가?”

안쪽을 살피던 이드가 말했다.

콘티에롬이 이드의 공격을 막고 있긴 하지만, 이드의 시야를 제한하고 있지 않은 때문에 원형의 바이트 타블렛과 그 색과 형태가 비슷하지만 다섯 개로 나눠지면서 완전히 다른 형태로 변해 버린 콘티에롬이 그대로 보이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지?”

부관주가 패자처럼 웃으며 인정했다.

“마력의 질이 달라.”

두 번의 공격이 콘티에롬에 막히기는 했지만 이드도 그 속에서 얻은 것이 있었다. 고수들의 움직임은 그 하나하나가 정보의 덩어리와 같았고, 싸움은 고수가 쌓아올린 정보의 교환이었다. 힘이 커질수록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 역시 많아진다.

이드의 앞선 두 초식이 가진 위력이 컸던 만큼, 이드도 그 속에서 부관주를 보호하고 있는 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바이트 타블렛과 아직 이름을 모르는 링 형태의 아티팩트를 따로 볼 수 있었던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역시 탑주를 따라잡으려면 한참 멀었던 모양이군.”

“그래서 바이트 타블렛에 수작을 부리나 보지? 자신이 먹지 못하는 감 찔러나 보는 건가? 그러다 내 입으로 떨어지면 좋고?”

“부정은 않지.”


순간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던 비올라가 빨개진 얼굴로 고함을 쳤다.

“이런 미친놈, 넌 시종장도 아까워! 명색이 마법사라는 놈이 타인의 연구 결과에 수작질을 하려고 해?”

그는 마치 자신의 물건을 훔쳐가는 도둑을 앞에 둔 것처럼 굉장한 불쾌감과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말에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이드는 이후 그에게 누워서 침 뱉기라는 속담을 가르쳐 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언제까지 그 안에 있을 생각이지? 영원히 그 안에 있을 수는 없을 텐데.”

“일단 내 몸이 멀쩡해질 때까지는 있어야겠지. 그 후에는 다 방법이 있다네. 명색이 마법사인데, 목숨을 걸면 무슨 수가 생겨도 생기겠지.”

그 말대로 지팡이의 기운이 사라진 후인데도 부관주의 상처들이 천천히 회복되고 있었다.

“그럼 그 목숨 건 수, 빨리 생각해야겠소.”

이야기 중에도 콘티에롬을 따라 돌던 이드가 한 곳에 멈추어 섰다.

그것은 이드가 궁상수인으로 콘티에롬을 흔들어 놓은 곳에서 16°정도 기울어진 곳으로, 딱 반걸음 옆으로 옮긴 위치였다.

그 작은 변화를 알지 못한 부관주가 눈썹을 모았다.

“뭐?”

“곧 내가 안에 있는 당신을 끄집어내 주겠단 말이야.”

땅! 따다다당!

이드의 말이 끝나는 순간 일라이져가 가장 위에 있는 링을 시작으로 다섯 개의 링을 두드렸다. 각각 다른 방향, 다른 속도, 다른 힘으로 두드렸는데, 그 빠르기가 얼마나 빠른지 기괴한 형태의 붉은 번개 같았다. 하지만 링을 잘라 내지는 못했다.

“쓸데없는 짓이다.”

이드는 답하지 않고 다섯 개의 링을 두드리는 일을 반복했다. 애초에 이드는 한 번의 칼질로 링을 자를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힘이 필요한데, 그랬다가는 그 여파로 생명의 관도 같이 부서지게 될 것이다. 당장 12대식만 꺼내 들어도 부관주와 아티팩트를 세상에서 지워 버릴 수 있다.

하지만 카린을 찾으러 간 라미아와 쉴라 경이 돌아오지 않았는데 그런 오버킬스러운 공격은 피해야 했다.

무엇보다 번거롭기는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당신도 인정한 것처럼, 탑주라는 인간하고 당신 사이의 격차가 너무 심한 게 문제야.”

이드는 락 밴드의 드러머가 빙의한 듯 일라이져를 스틱처럼 사용해서 콘티에롬을 두드렸다.


이해하기 어려운 갑작스러운 이드의 행동에 부관주는 인상을 썼다.

그러다 번뜩이는 이드의 눈을 보고 그가 당장이라도 콘티에롬을 넘어 덮칠 것 같은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무엇보다 조금 전까지 언데드가 ‘형님’ 할 정도로 걸레가 되도록 두드려 맞은 고통은 8클래스 마법사의 정신도 졸아들게 만들었다.

부관주는 삶의 본능에 따라 콘티에롬을 살폈다.

그러자 공포 영화의 음악처럼 작고 기분 나쁘게 콘티에롬이 삐걱이는 불협화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바이트 타블렛의 마력을 콘티에롬이 온전히 감당하지 못하는 데서 생긴 미세한 틈이 헤집어지면서 생긴 마력의 소음이었다.

부관주의 마음이 다급해졌다.

“이런 빌어먹을 멈춰라!”

푸웅!

다급한 마음에 쏘아 낸 불의 마법은 콘티에롬에 부딪혀 힘없이 소멸했다. 부관주는 순간 아차 싶었다. 바이트 타블렛의 힘을 끌어낸 콘티에롬은 외부의 공격은 물론 내부의 공격도 차단하고 있었다.

이드의 공격은 강력한 힘으로 폭발이라도 했지만, 그의 공격은 콘티에롬에 휩쓸려 사라져 버린 것이다.

“호오. 외부의 공격뿐 아니라 내부의 공격도 차단하나 보네.”

그뿐만 아니라 괜한 약점까지 내보이고 말았다.

“이익!”

부관주는 이를 악물고 새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고속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콘티에롬의 회전에 변화가 생겨났다. 그것은 곧 마력 흐름의 변화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 변화는 작았고, 이드가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범위 내였다.

오히려 너무 미온적인 대처에 이드는 부관주의 진짜 노림수는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했다.

당장 이 링 안에 들어 있는 고순도의 마력이 폭발하기만 해도 생명의 관이 들어앉은 헬름 협곡은 날려 버릴 수 있었다.

이드는 일리나에게 전음을 보내 상황을 설명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한 대비를 주문했다.

그리고 일라이져의 검속을 올렸다.

빈틈에 밀어 넣을 힘의 크기는 한계가 있지만, 그 빈틈에 찔러 넣는 횟수는 한계가 없다.

키딩. 키딩.

속도를 올린 효과는 빠르게 나왔다.

일정한 회전수를 유지하던 다섯 개 링의 속도가 달라지며 마력의 흐름이 일그러진 것이다.

그와 동시에 부관주의 주문도 절정에 올랐다.

콘티에롬을 경계로 한 푼의 마력도 흘리지 않던 바이트 타블렛에서 암울한 녹색의 마력이 뭉클하고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이드가 콘티에롬의 방어막 너머로 일라이져의 날을 박아 넣으려는 순간.

푸욱!

“내가………… 빨랐다. 크흐흐.”

부관주가 주문을 끝냄과 동시에 들고 있던 지팡이를 자신의 심장에 찔러 넣었고, 검은 피가 흘러나왔다.

“앗. 흑마법!”

이드가 그 괴이한 현상을 파악하는 순간 부관주와 콘티에롬의 존재가 희미해졌다.

이대로라면 꼼짝없이 부관주를 놓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수야, 없지!”

이드는 콘티에롬의 뒤틀린 마력의 흐름에 꽂아 넣었던 일라이져를 뒤틀어 내리쳤다.

“수라참마인 집속(集束) 영인(映刃)!”

콱!

순식간에 붉게 타오르는 거대한 도가 콘티에롬에 박혔다. 바이트 타블렛과의 연결이 끊어지면서 무적과도 같던 콘티에롬의 방어력이 사라진 것이다.

승자의 미소를 흘리던 부관주의 눈이 경악으로 휘둥그레지는 모습에 이드는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손에 힘을 주며 콘티에롬을 완전히 잘라 냈다.

“……!”

경악과 분노에 부관주가 발악을 했지만 소리가 되지는 못했다. 반투명하던 부관주의 얼굴과 콘티에롬이 연구실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대신 반투명하던 부관주의 형상이 다시 진해지면서 부관주의 상처를 그대로 계승한 처음 보는 얼굴의 인간이 튀어나왔다.

그 심장에는 부관주가 박아 넣은 지팡이가 박혀 있었다.

•놓쳤구나.”


뒤에서 비올라가 욕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기분이 나쁘기는 이드가 더했다.

설마 놓치게 될 줄은 몰랐다. 마법진이 아닌 이동 마법이 위험해진 지금, 흑마법 계열의 제물을 통한 소환 마법으로 도주해 버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거기까지 대비하지 못한 이드의 판정패이자, 이런 잔인한 방법까지 준비한 부관주의 판정승이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부우우-

“이 마력은! 이 작자가 설마!”

이드는 새롭게 나타난 시체 아래에서 맥동하며 일어나는 마력을 느끼고 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부관주를 대신해 널브러져 있던 시체가 산산이 흩어지며 그 아래에서 녹색 빛이 부풀어 올랐다.

그 빛의 중앙에는 바닥에 박혀 있던 바이트 타블렛이 떠 있었는데, 아래쪽으로 땅속에 흐르고 있던 황금빛 마나가 뽑혀 올라오고 있었다. 바이트 타블렛은 황금의 마나를 변형시켜 녹색의 구를 점점 부풀려 갔다.

순식간에 그 크기를 십 미터까지 부풀린 녹색 구에서 느껴지는 힘은 무시무시했다.

“저걸 어떻게 처리하라고.”

이드는 이것이 부관주의 마지막 수라는 것을 알았다. 마지막에 콘티에롬을 부숴 놓지 않았으면 진짜 분해서 잠자기 힘들었을 것 같았다.

그때 녹색 구가 다시 변했다.

십 미터가 넘던 구체가 그 크기를 줄이며 흡입력이 생겨나더니, 최종적으로 삼 미터까지 작아지면서 작은 블랙홀이라도 되는 것처럼 사방의 물건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흡입력이 얼마나 강한지 연구실 벽까지 물러나 있던 비올라가 휘청거리는 몸을 감당하지 못해 바닥에 엎드려야 했으며, 금이 가 있던 천장의 돌이 떨어지며 구체 안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질 정도였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그 힘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대로 진짜 블랙홀이 되는 건 아니겠지.”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진짜 블랙홀이라면 최종적으로 부관주의 사인은 자살이 될 테니까.

이드는 일라이져를 들고 고민했다.

저 구는 평범한 방법으로 없앨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어지간한 방법은 빨려드는 바위처럼 그대로 흡수되어 사라질 것 같았다.

“그럼 저 녹색홀이 감당할 수 없는 걸로 밀어 버려야 한다는 말인데.”

12대식.

이드는 자신이 가진 가장 강력한 패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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